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45)
EP.145 형주 남양군(4)
형주 남양군 태수의 거처가 존재하는 곳.
완성(宛城)에는 남양군의 행정과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치소(治所)가 있었다.
후한을 부활시켰던 광무제가 기반으로 삼았던 장소이기도 하지.
북쪽은 낙양, 서쪽은 한중, 동쪽은 허창, 남쪽은 양양.
낙양으로 가다가 살짝 경로를 바꾸면 장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요충지.
온갖 대도시와 연결되어있다 보니 남양군은 중국에 있는 수많은 군(郡)에서도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지역이었다.
흔히 삼국지 게임에서 삼고초려 시나리오로 시작하면 유비 세력이 신야(新野)라는 곳에 머무르지 않는가.
그 신야는 사실 신야군(郡)이 아니라 남양군에 속한 신야현(縣)이다.
완이라는 도시가 떡하니 있는데도 군(郡)이 아닌 현(縣)에 불과한 신야가 게임에서 늘 나오는 이유는 별거 아니다.
삼국지 주인공 중 하나인 유비 세력을 밀어줘야 게임이 성립되니까.
애초에 그 당시 완은 장수와 가후를 무찌른 조조군이 점거한 상태였다.
나는 과거 게임에서 신야를 우주 방어했던 것을 떠올리며 완성 앞까지 진군했다.
그때 주변에 풀어놓았던 척후병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내게 다가온 척후병은 한쪽 무릎을 꿇고 포권을 취했다.
“보고드립니다! 공성을 이어나가던 유표군이 급하게 군을 물려 퇴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내가 그리 말하자 척후병은 간단하게 예를 취하곤 자리에서 벗어났다.
나는 가벼운 갑옷을 걸친 척후병이 매우 뛰어난 속도로 달리는 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내가 바라본 곳에는 가후를 따라 나와 함께 종군하던 사마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마의는 내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걸 눈치챘는지 곧바로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어때요. 제 예상대로 됐죠?”
그런 사마의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유표군이 공성을 시작할 때 뒤로 들이치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사마의였다.
‘원술이 조조를 치는 사이 남양군을 점령하겠다고요?’
‘맞아.’
사마의와 나는 얼마 전 출진을 앞두고 서로 대화를 나눴다.
원술이 조조를 치기 위해 출진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때. 이런다면 원술로선 뒤통수가 매우 얼얼하지 않겠냐.’
‘흐음….’
내가 그리 말하자 사마의는 잠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조금만 더 출진 시기를 늦추는 건 어때요?’
‘출진 시기를 늦추라고?’
‘네.’
내 의아한 물음에 사마의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원술이 지금 조조를 공격한 것처럼 조만간 계속 눈치만 살피던 유표도 원술을 공격할 거란 말이죠.’
나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온갖 군웅이 각지에서 할거한 지금의 정세라면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노린다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근 손견이 이끌던 부대를 물리쳐서 유표군의 기세가 부쩍 올라가 있을 거예요.’
‘…….’
‘전쟁은 기세 싸움이기도 하고, 유표도 원술이 자신을 공격한 것에 대해 악감정이 있을 테니까 분명 원술에게 쳐들어가지 않겠어요?’
그런 사마의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고, 유표는 군을 출진 시켜 완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면 그때 우리가 해야 할 건 뭐지?’
‘그거야 간단하죠.’
사마의는 내 질문을 듣더니 악동같이 웃었다.
‘두 세력이 서로 싸워서 지쳐있을 때 저희는 이득만 쏙 챙기면 되지 않겠어요?’
사마의의 계책을 들은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것도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라 부를 수 있을까.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간단하게 말해 세력과 세력 관계를 악화 시켜 서로 치고받고 싸우게 만드는 계략이었다.
관우가 바로 이 계략에 걸려서 오나라에게 뒤통수를 맞아 목숨을 잃었다.
번성 공방전 당시 촉나라와 오나라의 사이가 좋지 않기는 했지만, 결국 오나라를 부추겨 관우를 급습하게 한 나라는 위나라였다.
이 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 촉나라와 오나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결국 이릉 대전 발발(勃發).
촉나라와 오나라는 계속 다투다가 서로 전멸 직전까지 세력이 폭삭 주저앉는다.
숲속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 촉나라는 말할 필요도 없고 본진 바로 앞까지 세력이 밀렸던 오나라도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이 계책을 조조에게 건의한 이가 바로 사마의였지.
사실 사마의 말고도 이 계책을 건의한 인물이 한 명 더 있기는 한데 그 인물은 별로 유명하지 않으니 넘어가자.
‘유표도 머지않은 시일 내에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네. 유표도 원술과 싸우느라 병사가 상당히 상했으니까요.’
사마의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뛰어난 인물은 떡잎부터 남다르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말이 맞는 모양.
‘살아남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항복할 거냐, 야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반항하다가 끝내 바스러질 거냐.’
‘…….’
‘그것도 개인적으로 좀 기대가 되네요.’
이걸 성격이 나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잠깐 고민하고 있을 때 사마의가 툭 내뱉었다.
‘아, 그리고 출진할 때 저도 같이 데려가 주세요.’
‘어…. 그건….’
‘꼭이에요?’
‘…….’
원래 나는 사마의를 낙양에 두고 올 예정이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닌가. 아직 10대 초반의 어린아이를 전장에 왜 끌고 가.
‘사마의 넌 아직 피를 볼 나이가 아니야.’
두고 가면 사마의가 엄청나게 토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의견을 말했다.
‘적어도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지는….’
‘피라면 이미 낙양에서 봤는데요?’
‘……??’
그때 사마의의 깜짝 고백을 들은 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대체 뭐 하다가?’
‘아, 그건 비밀이에요.’
내 질문을 들은 사마의는 입가에 미소를 띠더니 결국 대답해주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을 했던 걸까.
적어도 거짓말은 아닌 모습이었다.
낙양, 대체 어린아이에게 무슨 경험을 하게 한 거냐.
사마의의 식견을 넓히기 위해 데려온 건 맞는데 저 나이에 피까지 보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우리 꼬마 황제 폐하도 그렇고 낙양의 정계에는 어린아이를 망치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나는 착잡한 눈길로 자그마한 마차에 올라탄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내 눈길을 느낀 사마의가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내 앞에 태워줄까?”
“…피, 필요 없거든요!”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사마의는 잠시 침묵을 지키고 그리 말했다.
저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나는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관우에게 끌려갔던 장비는 꿀밤이라도 맞았는지 눈가에 눈물을 띄운 채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진짜 아프네.”
“투정 부리지 마라.”
관우는 그런 장비를 엄하게 다스리며 군을 인솔했고, 유비는 그런 둘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뭐야. 언제 왔어?”
“어…. 방금?”
저만치 앞서있던 여포는 어느샌가 슬금슬금 내 근처로 다가와 있었다.
“…….”
여자는 전부 짐승이라고 말하던 서여는 그저 묵묵히 나를 따랐다.
낙양과 남양군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기에 완성까지 군사를 진군시키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청나게 빠른 행군 속도.
온갖 훈련을 거친 정예 병사들은 앞에 어떤 장애물이 나오든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렇게 완성까지 다다른 나는 성을 한번 쭉 훑어봤다.
조금 전까지 공성전을 벌였다는 걸 증명하듯 성벽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고 근처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 연기가 마구 피어올랐다.
주변에 있던 강의 물길을 터 만들어 놓았던 해자는 이미 흙으로 전부 메꿔진 상태였으며, 그를 위해 큰 피해를 감수했는지 병사들의 시체가 이리저리 널려있었다.
사다리와 공성 병기(였던 것)도 보이는 걸 보니 계속 내버려 뒀으면 유표군이 끝끝내 완성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유표 이놈 완성 점령에 진심이었다.
하긴 남양군 자체가 훌륭한 땅이긴 하지.
근데 이걸 어쩌나.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정작 땅은 내가 먹게 생겼네?
모르긴 몰라도 유표는 지금 양양성에서 꽤 배가 아플 것이다.
꼬우면 다시 군을 돌려서 덤벼보든가.
못하겠지만.
“정말 안 싸울 수 있는 거 맞아?”
그때 완성을 바라보던 여포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여포가 그런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유표군의 침공에 맞서 저렇게 격렬히 저항했다는 건 우리가 찾아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었으니까.
나는 여포의 의문에 웃으면서 말했다.
“나 못 믿어?”
“어, 어어…. 그건 아니고.”
여포는 곧바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대며 대답했다.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인물이 그렇지만 여포는 특히 반응이 재미있는 편이었다.
“일단 오늘은 진을 치고 대기하자. 내일이 되면 저들도 반응을 보이겠지.”
“알았어.”
여포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병사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진영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완성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음?”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했다.
열린 성문 사이로 일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등에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망토를 걸친 여인.
척 봐도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듯한 노장들.
그들이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눈치챈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내 뒤로 서여와 여포가 당연하다는 듯 나를 호위하기 위해 따라붙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리는 자리에 멈춰서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여인이 물었다.
“……대장군이 맞으십니까.”
“그래.”
내가 담담하게 수긍하자 여인은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내게 포권을 취했다.
그와 동시에 손책 뒤에 서 있던 노장들도 일제히 예를 표했다.
손책이 말했다.
“이 손책, 대장군께 이 완성을 바치겠습니다.”
“환영한다.”
나는 웃으면서 손책의 투항을 받아들였다.
이게 정말 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asdew 님! 1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 •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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