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48)
EP.148 형주 남양군(7)
흔히 삼국지에서 제일 부유한 곳을 고르라 하면 모두가 원소가 지배했던 기주를 꼽지만 유표가 지배하던 형주도 기주에 비해 별로 꿇리지 않는 땅이었다.
기주의 총 호구는 90만 정도고 총인구수는 590만 정도다.
땅이 기본적으로 험하지 않아 교통도 원활하기에 경제력이 든든한 지역.
그렇다면 형주는 어떨까?
형주의 호구는 무려 140만에 총인구수는 630만이나 된다.
거기서 삼분의 일 정도가 원술이 지배했던 남양군에 집중되어있으나 그걸 바꿔말하면 삼분의 일을 뺀 나머지 삼분의 이가 유표 세력에게 있다는 거겠지.
중국 위쪽 지방에 기주가 있다면 아래쪽 지방에는 형주가 있다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본래 역사에서 오나라가 그토록 형주에 집착했고, 촉나라는 형주 주기 싫은데 하면서 안 돌려줬던 것.
실제로 조조가 원소를 이긴 이후 그나마 조조에게 대항할 수 있다 평을 들은 세력이 바로 유표였다.
거의 원수와 다름없는 손권이 자꾸 강동에서 배를 타고 넘어왔는데 그걸 막는 상황에서도 조조와 해볼 만 하다는 평을 들었던 거다.
유표가 병에 걸려 죽자 조조와 싸우기도 전에 맥없이 항복해 버려서 순식간에 망해버린 것이 문제지만.
남양군과 낙양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기에 낙양으로 돌아온 나는 손에 든 호구 조사서를 쭉 살펴보다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근처에 서 있던 가후에게 물었다.
“유표는 아직 묵묵부답인가?”
가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폐하께서 보냈던 칙사가 낙양으로 돌아왔으나 유표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남양군을 점령하고 다시 낙양으로 돌아온 나는 한 가지 일을 벌였는데, 그게 바로 유표에게 황제의 칙사를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형주를 안정시킨 그대의 공을 높이 사 더 높은 관직을 내려주려 하니, 유표 그대는 과거처럼 낙양으로 돌아와 황제 자신을 직접 보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하지만 내 입김이 들어간 내용이었다.
유표로서는 고민하다 못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칙서겠지.
칙서를 따라 낙양으로 돌아온다는 건 형주에서 일궜던 자신의 세력을 전부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칙서를 따르지 않으면 내게 아주 훌륭한 전쟁 명분을 주는 거였으니 아무 생각 없이 거절하기에도 곤란했다.
내가 곧바로 군사를 들이쳐 유표를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내 세력과 비교하면 손색은 있었으나 방금 말했던 것처럼 그 형주를 지배한 유표 세력에겐 아직 마지막 저력이 존재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데 괜히 유표를 자극하여 피해를 확대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네 가슴 속에 아직 한나라가 존재하느냐 묻는 일종의 충성심 테스트라 볼 수도 있지.
유표는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형주의 지배자가 된 뛰어난 인물이다.
본래 역사에서도 가후는 유표를 평가한 적이 있었는데, 그를 어떻게 평가했냐면….
“치세라면 능히 삼공(三公)에 오를 수 있는 인물입니다.”
“…….”
“하지만 의심이 많고 결단력이 부족하여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무능한 인물이라 봐야겠지요.”
유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 질문에 가후는 그리 대답했다.
실제로 유표는 결단력이 부족한 면모를 자주 보였다.
본래 역사에서 관도대전 이후 원담의 지원 요청을 받은 조조가 원상을 정리하기 위해 기주로 출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조조를 피해 유표 휘하에 있던 유비는 이 기회를 틈타 조조의 후방을 쳐야 한다고 유표에게 건의한 적이 있다.
유표가 유비의 그 의견을 듣고 어떻게 행동했느냐.
아무것도 안 했다.
유표는 유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사태를 관망하기만 했다.
하물며 그때 살아있는 인간 믹서기인 관우와 장비가 있었는데도 유표는 조조의 후방을 치지 않은 채 침묵만 지켰다.
그때 원상도 조조에게 처맞으면서 계속 유표에게 지원을 요청했는데 유표는 그 요청을 끝끝내 무시했고, 조조는 결국 순조롭게 하북을 평정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조조가 천하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으로 우뚝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를 보면 가후 말마따나 치세에는 유능하나 난세에는 무능한 인물이 맞았다.
누군가는 그를 가만히 앉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나무 인형과 같은 인물이라 평가했다.
이런 면을 보면 유표는 그냥 야심이 없는 건가? 할 수 있겠지.
근데 황제의 의복을 입고 황제처럼 식사했으며 황제만이 할 수 있다는 제사까지 지내는 등 이놈이 또 아예 야심이 없는 놈은 아니었다.
의심이 많았다는 의견을 볼 때 아마 자신 휘하에 있는 인재들을 믿지 못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걸 매우 두려워한 것 같았다.
이런 면을 보면 유표 이놈은 그냥 군주가 아니라 다른 사람 휘하에서 지내는 게 더 행복했을 놈이다.
나는 실제로 유표가 자신의 세력을 포기하고 낙양으로 온다면 그를 아주 중하게 쓸 마음이었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유표를 받아들일 경우 손씨 일가가 어떻게 나오냐는 건데, 그것도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
나는 과거 유표에게 칙사를 보내기 직전 손책을 불러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나는 뛰어난 미색을 자랑하는 손책이 찾아오자 몸을 바로 하며 말했다.
‘오늘은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어 불렀다.’
‘어떤 의견 말씀이십니까?’
손책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나는 살짝 긴장하면서 천천히 말했다.
‘조만간 유표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칙서를 보낼 예정인데, 자네가 이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을까 염려되더군.’
‘…….’
내 말을 들은 손책은 곧바로 침묵을 지켰고 나는 그런 손책을 초조하게 바라봤다.
‘만약 무슨 일이 있어도 불가능하다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 얼굴을 한번 봐서 그를 모른 척해줬으면 더할 나위 없겠구나.’
그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내가 말을 살짝 덧붙였다.
손책이 말했다.
‘…대장군.’
‘으, 으음.’
‘한때 적이었던 장수를 이렇게 챙겨주시다니, 주군께서는 정말 친절하신 분입니다.’
‘그 말은…?’
나는 살짝 기대심을 갖고 물었다.
손책은 그런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정말인가?’
‘예.’
나는 의외의 대답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담담하게 내 의견을 수긍한 손책이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비록 유표군의 화살을 맞고 생명이 위태로운 적이 있었으나 그런 제 부친을 살려주신 분은 대장군 아니십니까.’
‘…….’
‘제게 따로 상의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셨어도 문제 삼지 않았을 텐데, 저희를 이리 생각해주시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손책은 너무나도 공손한 태도로 그렇게 말해왔다.
…얘가 그 성질 더럽다는 소패왕 맞나?
주유가 안테나 꽂고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게 아니고서야 보일 수 없는 모습인데.
사실 손책인 척하는 다른 사람인가?
손책이 내게 예의를 지키면서 말했다.
‘…그래도 유표와는 가깝게 지내지는 못할 듯하니, 이것만은 헤아려주시옵소서.’
이걸 보면 또 소패왕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은 이렇게 했는데 손책은 인품과 친화력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그 주유와 친구가 된 것도 그렇고, 특히 장굉 같은 경우에는 당시 모친상을 치르던 그를 여러 번 찾아가며 눈물까지 흘린 끝에 등용했다.
장굉은 이미 관직에 오르라며 여러 번 부름을 받았으나 그를 전부 거절한 인물이었는데, 손책은 그런 장굉을 끝끝내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정말 고맙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 감사 인사를 들은 손책은 마치 꽃이 만개하는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누가 손랑 아니랄까 봐 지금 떠올려도 외모가 뛰어난 편이었다.
주유는 진짜 얼굴 마주하고 대화하기가 두렵네.
손책이 내게 항복할 당시 나는 주유로 추정되는 인물을 보긴 했다.
마치 초선을 볼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어 서둘러 시야를 뗐을 뿐이지.
초선은 이제 괜찮아졌다지만 주유는 초선과 다른 방향성의 미인이었기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듯했다.
초선이 여성적인 매력이었다면 주유는 뭐라 해야 할까.
보이시적인 매력이라 해야 하나.
정장 입히면 엄청나게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
본래 역사에서도 아예 미주랑이라 불리던 주유가 여성으로 변하니 파괴력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더라.
아, 유표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의식의 흐름이란 게 참 무섭다.
나는 생각을 되돌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가후.”
“부르셨습니까.”
가후를 부른 나는 질문 한 가지를 던졌다.
“유표가 과연 순순히 항복할 것 같은가?”
“…….”
잠깐 무언가를 고민하던 가후는 천천히 대답했다.
“확답을 내릴 수는 없으나….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유표는 난세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렇군.”
나는 담담하게 수긍했다.
내가 배려를 베풀어 시간을 조금 주었으니 유표는 분명 머지않은 시일 내에 답장을 줄 것이다.
만약 유표가 항복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조금 있겠으나 군사를 이끌고 공격하는 수밖에.
나는 분명 살길을 열어줬다.
그 길을 따르느냐 안 따르느냐는 유표 본인의 손에 달려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분량 다 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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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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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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