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53)
EP.153 와룡(臥龍)(4)
나는 황제의 허락을 받자마자 내가 기억하는 호족에게 관직을 약속하며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천하가 좀 넓은가.
여기 낙양에서 저기 강동까지 가려면 적어도 2,000리(800km)는 걸어야 하는데, 길도 잘 닦여있지 않은 이 시대 특성상 사람 한 명이 간단하게 왕복만 해도 한 달은 넘게 걸렸다.
만약 내 제안을 수락한다 쳐도 가문의 식솔과 재산을 다 가져오려면 세 달 넘게 걸리겠지.
낙양으로 오다가 혹여 무슨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역 호족들이 그것 하나 예상 못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무능한 인물에게 제안을 보낸 것도 아니니 강동 호족들은 어련히 잘 오리라 믿는다.
사실 진짜배기는 서주에 있다 봐도 좋았다.
제갈량(諸葛亮)과 노숙(魯肅).
삼국지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제갈량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언급할 필요도 없다.
노숙도 손씨 가문이 강동의 으뜸 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초창기부터 수많은 기여를 한 문관이지.
삼국지 연의에서는 손권의 사자로 찾아오거나 제갈량과 주유 사이에서 몇 번 모습을 드러내고 끝나지만, 실제 역사에선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대놓고 오에 적대적인 자세를 보였던 관우와, 형주를 주지 않아 빡쳐있는 손권을 어르고 달래며 촉나라와 오나라의 동맹이 깨지지 않게 유지한 것이 대표적.
유비가 하도 형주를 돌려주지 않자 손권은 그냥 군을 이끌고 쳐들어가 형주 남쪽 지방을 무력으로 점령하는데, 이에 관우가 군사를 출진 시켜 동맹 관계가 깨질 뻔한 적이 있다.
이때 노숙이 나서서 극적인 타협을 거쳐 동맹 관계를 유지한 걸 보면 그의 수완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노숙은 4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단명한다.
그리고 그 노숙의 자리를 이어받은 게 하필 여몽이라서….
형주 출신이라 그런지 여몽도 손권처럼 상당히 형주에 미쳐있었는데 그 성향은 결국 촉나라와 오나라의 사이가 최악으로 치닫는 계기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촉나라와 오나라가 박터지게 싸우자 결국 이득을 본 나라가 누구였는가?
바로 위나라다.
제갈량이 괜히 오나라와 동맹을 중요시했을까.
노숙도 그런 제갈량의 의견에 동의했기에 어찌어찌 동맹이 유지될 수 있던 것이었다.
그 당시 조조가 꽥 죽어 위나라도 혼란스럽지 않았더라면 그때 위나라가 두 나라를 쳐들어가 삼국을 통일했을 수도 있었다.
정말 관우 모가지가 눈을 팍 떠서 조조에게 저주를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조조도 관우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病死)한다.
위나라는 적벽대전에서 거하게 말아먹고, 촉나라와 오나라도 이릉대전으로 말아먹었네?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주하고 곽가만 있었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거라며 한탄하지 않았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이릉대전 이후 노숙을 찾으며 한탄했다.
노숙이 조금만 더 살아있었더라면 관우도 안 죽고, 촉나라와 오나라의 관계가 파탄 나지도 않았을 거라며 말이야.
조조의 죽음으로 위나라가 혼란스러웠던 틈을 타 촉나라와 오나라가 힘을 합쳐 위나라를 공격했다면 어땠을까?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몰라도 상당히 흥미로운 건 부정할 수 없었다.
하여튼 나는 서주 낭야국에 있는 제갈량의 가문과 서주 임회군에 있는 노숙의 가문을 불러들였다.
흔히 강동이장(江東二張) 중 하나라 불리는 장소(張昭)는 황건적의 난 당시 전란을 피해 강동에 내려가 있었다.
장굉(張紘)은 서주에 있었지만 전에 말했다시피 조정의 부름을 여러 번 거부한 전적이 있는 인물이라 내 호출에 응할지 의문이었고.
내가 직접 가서 눈물 흘리며 엉엉 울어야 등용되려나.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길 며칠, 유표가 아직도 항복 제안에 대한 답장을 보내지 않아 지루하던 찰나에 지방 호족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전령에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가문이지?”
“예! 서주 낭야국에서 제갈 가문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래?”
가장 기다렸던 가문이 찾아왔단 보고에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뛸 듯이 날아오르며 빠르게 준비했다.
“내 초대에 응해 먼 곳에서부터 발걸음을 옮긴 손님이다. 조만간 연회에 초대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환영 잔치를 준비하라는 내 명령에 전령은 곧바로 예를 올리곤 자리에서 빠르게 물러났다.
내 근처에 있던 사마의가 입을 열었다.
“꽤 기쁘신가 보네요? 웬만하면 잘 열지도 않던 연회를 여시고.”
“이 정도는 당연한 대접 아니겠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확실히 사마의의 말대로 나는 연회를 잘 열지 않는 편이었다.
연회란 보통 쉬면서 즐기기 위해 여는 게 아닌가.
근데 나는 연회를 즐길 수가 없었다.
이유야 뭐….
연회가 열리면 이상하게 혼란스러워지더라고.
술을 먹으면 본성이 나오는 건지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시달려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연회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볼까.”
그 제갈량을 직접 마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아무래도 이 세계의 특성상 높은 확률로 여자가 되어있을 것 같긴 한데.
부디 사마의처럼 괴짜가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저도 따라갈게요.”
“응?”
“그래도 되죠?”
허락하지 않으면 몰래 따라오겠다는 기세라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상관없는데….”
“그렇다면 따라갈게요.”
“…그래.”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걸까.
사마의는 무언가가 계속 신경 쓰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제갈 가문이 임시로 머무르는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애초에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여기로 안내하라 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나를 뒤따르는 수행원은 서여와 사마의가 끝이었다.
호위는 서여만 있어도 됐고, 만약 머리 쓸 일이 생기면 사마의에게 맡기면 되니 문제없었다.
가면 갈수록 사마의가 성장하는 게 보였으니 이제 안 그래도 바쁜 가후를 귀찮게 할 일이 줄었다.
내가 제갈 가문이 머무르는 건물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대문이 열렸다.
“…?”
엄청나게 신속한 대응.
나는 입을 열기도 전에 벌컥 열린 대문을 바라보며 순간 얼을 탔다.
이미 내가 찾아온다는 소식이 다 전해진 모양.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제갈 가문의 하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자 흰색 머리가 인상적인 여인이 내게 읍을 올렸다.
“이 제갈근이 대장군을 뵙습니다.”
듣기 좋은 미려한 목소리로 인사를 올리는 여인에게 나는 담담히 말했다.
“예를 표하는 건 좋다만 그것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
“대장군의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내게 한 차례 인사를 올린 여인은 청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마도 저 건물 안에 제갈량이 있겠지.
아직 한참 어린 나이겠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갈근은 앞장서며 나를 넓은 방에 안내하고 가족을 데려오겠다며 잠깐 모습을 감췄다.
“꽤 기대하고 계시네요.”
그때 나를 바라보던 사마의가 볼멘소리를 냈다.
“대체 누구를 기다리길래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가요?”
“어….”
사마의는 여기로 오는 내내 나를 집중해서 지켜봤는지 의문스럽게 물었다.
그 의문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직접 보고 판단해 봐.”
“…그러죠 뭐.”
내 말을 들은 사마의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설마 질투하는 거 아니지?”
“…아, 아닌데요!”
사마의가 얼굴을 붉히며 부정했다.
이거 진짜 재밌네.
마치 콕 찌르면 화들짝 튀어 오르는 작은 동물 같다.
“…….”
서여는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에게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 정열적인 듯하면서도 아닌 듯한 애매한 시선을 느끼며 잠깐 시간을 보내자 제갈근이 한 어린아이를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제갈근은 자리에 앉아있는 내게 곧바로 읍을 올렸다.
“귀한 분을 오래 기다리시게 한 점, 면목 없습니다.”
“괜찮으니 부담 느끼지 마라.”
“감사합니다.”
내 말을 들은 제갈근이 꾸벅 감사를 표했다.
나는 청명한 눈동자를 지닌 소녀를 바라보았고, 그 소녀도 자신의 흰색 눈동자로 내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여쁜 외모가 드러나는 것이 과연 제갈량이라 할 만했다.
…제갈량 맞나?
혹시나 한 나는 질문을 던졌다.
“이 아이가 끝인가?”
“아, 동생이 한 명 더 있기는 하나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이기에….”
“그러면 됐다.”
그 아이가 바로 제갈 가문 셋째 제갈균(諸葛均)이겠지.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이 아이가 둘째 제갈량인 건 틀림없었다.
제갈근이 어서 인사하라는 듯 제갈량에게 살짝 눈치를 줬다.
이 아이가 무슨 사고를 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태도였는데, 마치 그 모습이 아이를 보살피는 부모와 비슷했다.
“…….”
모두가 침묵을 지키며 제갈량만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아이라면 긴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제갈량은 담담하게 내게 몸을 숙였다.
“이 제갈량, 대장군께 첫인사 올리옵니다.”
땅바닥에 손을 대며 공손하게 절을 올린 제갈량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하의 이름 높은 대장군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세상에.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예의 바른 어린아이지.
천연기념물을 마주한 듯한 기분에 나는 감개무량해지는 걸 느꼈다.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예법에 나는 입가에 피어오르는 미소를 참지 못했다.
“??”
곁에 있는 제갈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으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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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ᵔ-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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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ハ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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ヽ [工]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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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つ[工]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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