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58)
EP.158 연회(4)
연회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사실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연회가 열리는 건 내가 낙양에 입성한 이후 처음이었다.
사방팔방으로 사람을 초대하긴 했으나 낙양과 부임지(赴任地, 임무를 받아 근무하는 곳)가 먼 인물은 내 초대를 정중히 거절했다.
대표적으로 저기 서량 끄트머리에 있는 도시, 무위에서 근무하는 한수가 있겠지.
한수가 맡은 무위 방면은 여기서 진짜 더럽게 먼 곳이라 이해할 수 있었다.
무려 거리가 3,000리(1,200km)다. 3,000리.
여기서 멀게만 느껴지는 강동 지방도 2,000리인데 저기 서량 끄트머리가 3,000리인 거다.
고작 연회 한 번 즐기겠다고 오고 갈 수 있는 만만한 거리가 아니라는 것.
낮에 1,000리를 달리고, 밤에 800리를 달린다는 적토마면 이틀 걸리겠네.
근데 그건 적토마가 이상한 거고 평범한 말은 죽었다 깨도 일주일 이상 걸릴걸.
저번에 시찰 명목으로 직접 서량에 간 적이 있으니 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도 병주 출신이라서 말은 나름대로 잘 탄다고 자부하는데 그래도 오래 걸리더라.
굳이 서량에서 찾아온 마등이 특이한 경우였다.
충성심이 너무 무겁다.
사실 제일 신경 쓰이는 인물이 아직 찾아오지 않아 연회 기간을 늘린 것도 있었다.
오겠다고 해놓고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 걸까.
마등이 찾아올 기간이면 진작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내가 신경 쓰는 인물은 결국 연회가 열리는 당일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이곳으로 오다가 무슨 변을 당한 건 아닌지 살짝 걱정될 무렵, 그 인물은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팔팔한 모습으로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걱정한 인물이 바로 누구냐.
“아들! 나 왔어!!”
이 세계에서 나를 낳아주신 친어머니다.
──────────
정원 건양(丁原 建陽).
삼국지 연의에서는 형주자사로 적혀있는데 그건 작가인 나관중이 잘못 적은 거고 사실 정사에선 병주자사를 맡은 인물이다.
본래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사람됨이 거칠었으나 용맹하고 기마와 활쏘기에 능했다고 하는데, 여포와 장료를 알아보고 천거한 인물이 바로 이 사람이다.
그것 말고는 딱히 언급할 게 없지.
기껏해야 병주에서 마적(馬賊,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잡고 다니다가 흑산적으로 위장해 민가를 약탈한 정도?
이후 동탁에게 넘어간 여포한테 죽게 되는, 그냥 삼국지 시대에서 잠깐 등장하다 사라진 흔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그 인물의 자녀로 태어났고.
회색 머리카락을 지닌 어머니는 연회장에 들어오기 무섭게 내게 다가오더니 나를 껴안았다.
“이게 얼마 만이야! 우리 귀여운 아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어머니, 여기 사람이 몇 명인데 조금만 더 체통을….”
“엄마가 자식한테 애정 표현 좀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불만 있으면 나오라고 해!”
내가 낙양에 자리 잡은 이후 얼굴을 자주 못 봐서 그런가?
어머니는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하셨다.
나는 질문을 던졌다.
“생각보다 늦으셨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 별거 아니야. 도적들 좀 잡고 왔거든!”
나보다 스무 살은 많을 텐데도 여전히 젊은 외모를 자랑하는 어머니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내가 본래 있었던 세계였다면 엄청난 동안이라며 텔레비전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어머니를 보고 놀라는 인원은 없었다.
어머니의 사정을 안 나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응?”
“이제 그만 낙양에 정착하시지요.”
어머니께서 용맹하고 무예에 능하다지만 세월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다.
젊은 사람도 아차 하는 사이 죽어 나가는 게 전쟁터인데, 나이를 먹은 인물은 과연 어떻겠는가.
자녀 된 입장으로서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 제안을 들은 어머니의 표정이 살짝 묘해질 무렵 나는 말을 이었다.
“어머니께서 계속 병주에 남아계시는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
여성 혼자 아이를 낳을 수 있을 턱이 없으니 나에게도 아버지가 존재했다.
문제는 아버지가 병주에서 이민족과 도적떼를 막아내다가 전사하셨다는 것.
어머니께서 나를 임신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던 일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뱃속의 태아는 어머니의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던가.
어렸을 때의 기억도 또렷이 기억하는 나로선 참 힘겨웠던 시기였다.
“제가 따로 사람을 보내 아버지의 묘를 관리하겠으니, 부디 자식의 고집을 들어주십시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하렴!”
내가 그리 말하며 무릎을 꿇으려 하자 어머니는 서둘러 나를 만류했다.
“휴우, 내 아들은 너무 어른스러운 게 탈이야.”
어머니께서 한숨을 내뱉었다.
“어려서 이앓이 할 때도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니?”
“…….”
젖니 빠졌을 때를 말하는 건가.
하긴, 평범한 아이라면 울고불고 온갖 난리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때인데 나는 많이 흔들린다 싶으면 담담하게 젖니를 뽑아버렸다.
내가 무서워서 엉엉 우는 걸 기대했던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엄청나게 얼을 타셨지.
“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
그리 말한 어머니는 내게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면 연회가 끝나도 안 돌아가면 되는 거니?”
“예. 원하신다면 기둥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가져오겠습니다.”
“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단다?”
내 말을 들은 어머니가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연회장 내부에 있는 모든 인원이 우리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워낙 존재감 넘치게 행동하긴 했지.
연회장의 분위기를 두 번이나 망친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 뭐 하느냐? 즐기지 않고.”
“…하하하!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군요! 뭣들 하느냐? 어서 마시자!”
내 말을 들은 마등이 분위기를 최대한 띄워줬다.
고맙다.
──────────
무언가 어지러웠던 상황을 대충 수습한 나는 잠깐 연회장을 빠져나와 휴식을 취했다.
현재 연회장은 내가 자리에서 슬쩍 빠져도 괜찮을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가 대충 적당한 곳에 주저앉고 마당을 바라보자 나를 호위하던 서여도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늘 등에 메고 다니는 초천검은 어느샌가 옆에 가지런히 놓아둔 상태였다.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참 불편해 보인단 말이지.
검의 크기가 워낙 커서 어디 앉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았으니까.
저 거대한 검을 젓가락처럼 붕붕 휘두르고 다니는 서여로선 조금 거치적스러울 뿐인 물건이려나.
하긴, 불편한 거로 치면 장비의 장팔사모가 더하겠네.
서여는 늘 그랬듯 주변을 맴돌며 날 지켜주고 있었다.
잠깐 멍하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깥 바람을 쐬고있자 서여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응?”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여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대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여의 말대로 한 인물이 수행원을 대동한 채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를 확인한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지, 수행원의 규모가 이상할 정도로 큰데?
사람을 저 정도로 끌고 다니려면 황제가 아니고서야….
…황제?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자리에서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내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자 서여도 당연하다는 듯 곧장 내 뒤로 따라붙었다.
이미 해가 진 어둑어둑한 날씨였으나 황제의 의복은 멀리 있어도 아주 선명하게 잘 보였다.
황제와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냅다 절을 올리며 황제를 맞이했다.
“대장군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옷이 더러워지지 않느냐. 어서 일어나거라.”
곧바로 손을 뻗어 나를 일으켜 세워준 황제는 칠흑색 눈동자로 날 마주 보았다.
“짐에게 예를 표할 필요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는가?”
“하오나 제가 어찌 감히….”
“그대의 이런 꽉 막힌 면모는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황제는 내게 한 차례 핀잔을 주고 입을 열었다.
“잠깐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연회를 열었다는 소식이 떠올라 잠깐 들른 것뿐이니라. 그렇게 부담가지지 말도록.”
“예. 폐하.”
예를 표한 나는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연회장까지 안내를….”
“그럴 필요 없다.”
황제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짐이 끼어들어봤자 분위기만 이상해지지 않겠느냐.”
“…….”
“잠깐 멀리서 지켜보다가 돌아갈 예정이었거늘…. 아, 그래.”
그때 갑자기 황제가 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그대의 모친이 낙양에 입성했다고 들었는데.”
“…폐하?”
“혹시 좋아하는 선물이라도 있는가?”
그건 왜 물어보는 걸까.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나는 살짝 불안하게 쳐다보았으나 황제는 그저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검성 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ᵕ˘)
노벨피아에서 설날 기념으로 맛난 곶감을 선물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맛있게 드셨읍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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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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