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61)
EP.161 유표(2)
유표는 사신을 보내 대장군의 항복 권유를 거절하는 한편, 뒤로는 대장군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한 가지 계책을 짜냈다.
그 계책이 과연 무엇이냐.
자신의 동맹인 원소와 조조를 끌어들인 다음, 대장군을 세 방향에서 동시에 견제하는 것.
이른바 합종책(合從策)이었다.
과거 일곱 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다퉜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그때부터 내려져 온 이 계책은 규모가 작은 세력들이 하나의 거대한 세력에 힘을 합쳐 대항하는 외교술이었다.
기주의 원소.
연주의 조조.
형주의 유표.
이들 하나하나가 전부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세력이었으니, 이들이 전부 힘을 합친다면 제아무리 대장군의 세력이라고 한들 눈치를 살필 것이 분명했다.
항복 권유를 거절한 이상 대장군이 조만간 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리란 건 자명했으니 유표의 행동은 어느 때보다도 빨랐다.
“지원군 말씀이신가요?”
“예! 몇몇 병사는 지원군을 보내고, 한편으로는 병주를 공격하며 대장군의 주의를 끌어달라고 형주자사께서 부탁하셨습니다!”
“흐음….”
유표의 전령을 맞이한 원소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여유가 되면 형주자사의 말을 따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저희는 한배를 탄 사이니까요.”
원소가 잔잔하게 웃자 기쁜 소식을 들은 전령은 얼굴을 활짝 피면서 돌아갔다.
조조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원?”
“그렇습니다! 저희가 시간을 끄는 사이 연주목께서 대장군의 후방을 어지럽힌다면….”
“그만 설명해도 좋다.”
전령의 말을 도중에 끊어버린 조조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형주자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알았으니,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지원군을 보내리라 약속하지.”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서둘러 돌아가 보도록.”
전령은 조조가 무심하게 손짓하자 한 차례 예를 올리고 자리를 떠났다.
원소와 조조 모두 자신의 지원 요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자 유표는 간만에 체통도 잊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내가 동맹할 세력 하나는 잘 고른 것 같군!”
“…….”
“보아라! 내 말대로 되지 않았느냐! 이제 남은 건 힘을 합쳐 대장군의 세력을 형주에서 몰아내기만 하면 될 뿐이다!”
유표는 침묵을 지키는 제장들에게 그리 말하고 낙양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장군이 지레 겁을 먹고 다시 관문 뒤에 틀어박힐 날이 기다려지는군.”
어두운 감정이 내려앉은 목소리가 관청 내부에 울려 퍼지자 제장들은 더욱 몸을 낮추며 유표의 눈치만을 살필 따름이었다.
──────────
유표를 공격하기에 앞서 행동 방침을 결정하기로 한 나는 똑똑하다 싶은 인원을 전부 불러모았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나게 많아 보이는데 내가 불러모은 인물은 별로 없었다.
가후와 순유.
본래 역사에서 능력이 검증된 책사들이 있는데 굳이 이놈 저놈 다 불러모을 필요가 있겠는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뿐이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굳이 이 꼬마를 데려온 이유가 있나요?”
사마의는 여느 때와 같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고,
“꼬마라니요? 저에게는 제갈량이란 이름이 있답니다.”
제갈량은 나긋나긋한 어조로 사마의의 말을 받아넘겼다.
나는 가후와 순유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둘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봤다.
흰 새의 깃을 모아 만든 부채인 백우선.
흰색 옷을 입은 제갈량은 그 백우선으로 자신의 입가를 살짝 가린 채 웃었다.
“으으….”
백우선을 본 사마의가 이를 갈았다.
무언가 백우선을 살짝 자랑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를 갈던 사마의는 내게 고개를 돌렸다.
“저 부채는 대체 왜 주신 건가요?”
“응?”
내가 의문 서린 목소리를 냈다.
사마의의 말대로 저 부채를 제갈량에게 선물해준 건 바로 나였다.
제갈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럿 있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건 바로 저 부채 아닌가.
제갈량을 볼 때마다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던 나는 대장군의 권력을 활용하여 백우선을 만든 다음 제갈량에게 건네줬다.
무언가 권력을 이상한 곳에 사용하는 것 같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내게 백우선을 선물 받은 제갈량은 그 이후 한시도 부채를 곁에서 떨어트려 놓지 않았다.
선물한 입장에서 받은 사람이 저리도 기뻐하면 건네준 보람이 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냥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물했는데.”
“…….”
내 대답을 들은 사마의의 눈초리가 살짝 매서워졌다.
눈빛 살벌한 거 봐라. 진짜 어린아이 맞아?
사마의가 어째서 이러는지 눈치챈 나는 피식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다, 알았어. 네게도 조만간 선물을 주면 되는 거 아니냐.”
“…알았으면 됐네요.”
사마의는 툴툴거렸으나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을 쳐내지 않았다.
누가 어린아이 아니랄까 봐 질투하는 것도 귀엽네.
가끔 보면 어른보다도 더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어떨 때는 또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또한 매력 아니겠는가.
제갈량이 잠깐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툭 중얼거렸다.
“주군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요.”
“…뭐라고요?”
“아, 저도 모르게 그만.”
사마의를 한 차례 비꼰 제갈량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얼버무렸다.
“말이 헛나왔을 뿐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사마의가 자신을 노려보았음에도 제갈량은 덤덤한 기색이었다.
얘네 진짜 사이 안 좋네.
제갈량이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주군.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배신자의 관상을 지닌 이와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답니다.”
“어….”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왜 여기서 위연과의 일화가 재현되는 걸까.
연의 창작이긴 하지만 위연이 한현을 죽이고 유비에게 투항할 당시 제갈량은 그가 반골의 상이라며 훗날 배신할 거라고 예언한 적이 있었다.
연의에서 나오는 제갈량 선생님은 뭐든지 다 아는 신선과도 같은 인물이라 그 예언은 제갈량 사후 정확히 적중한다.
근데 사실 정사에서 제갈량은 이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위연을 중히 쓰며 높은 자리까지 승진시켜줬다.
오히려 내부에서 불화를 일으키는 위연을 잘 중재하고 자오곡 계책을 반대한 자신을 겁쟁이라 모욕한 사건도 관대하게 넘어갔다.
연의에서 나온 것처럼 제갈량이 정말 그를 안 좋게 봤다면 너 잘 걸렸다 하면서 목을 베어버렸겠지.
내가 물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관상인데?”
“낭고의 상이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잘 알고 있다.”
낭고지상(狼顧之相).
경계심이 많은 이리처럼 등을 돌리지 않고 뒤를 돌아볼 수 있다는 뜻인데,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반골의 상처럼 반역자를 대표적인 관상 중 하나로 꼽힌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충성심 하면 또 알아주는 게 제갈량 아닌가.
본래 역사에서 유선을 끝까지 섬기며 촉나라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제갈량.
조조 가문을 몇 대에 걸쳐 섬기다가 고평릉 사변으로 위나라를 뒤엎어버린 사마의.
이 둘을 비교했을 때 사마의가 손색이 있는 건 사실이지.
“…….”
사마의는 웬일로 침묵을 지키며 우물쭈물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안 그런 척하지만 자신도 살짝 신경 쓰는 내용인가 보네.
하긴, 나도 점은 재미로 본다지만 정작 안 좋은 내용이 나오면 신경 쓰게 되더라고.
나는 사마의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멈추고 피식 웃었다.
“걱정은 고맙다.”
“…….”
“근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계속 걱정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끙끙 앓느니 차라리 죽지.
배신 같은 걸 걱정할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다.
“그러니까 그런 말은 그만해.”
나는 반성하라는 의미를 담아 제갈량의 볼을 잡고 쭉 늘려댔다.
“아, 아하요!(아, 아파요!)”
제갈량은 정말 머리만 쓰는 타입인지 서여나 여포와 다르게 고통을 호소했다.
이건 꽤 신선한 반응이다.
정말 아파하는 것 같아서 볼을 놓아준 나는 제갈량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팠다면 미안하다.”
“으….”
차마 내게 뭐라 할 수는 없었는지 제갈량은 눈가에 눈물을 띄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제갈량이 이렇다면 사마의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지는데.
나는 고개를 돌려 사마의를 바라봤다.
내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사마의가 눈가를 좁혔다.
“…왜요?”
사마의는 내게 물으면서 살짝 거리를 벌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을 경계하는 야생동물 같았다.
붙잡으려 하면 붙잡혀줄 것 같긴 한데 사마의의 눈총에 얼굴이 뚫리는 기분을 맛보고 싶지는 않으니 잠자코 있었다.
그렇게 제갈량(꼬마), 사마의(꼬마)와 잠깐 노닥거리고 있자 내 부름을 받은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후와 순유.
계책을 짜는 것에 대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두 문관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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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볼따구 나눔소는 폐점합니다….
-= ∧ ∧
-=と( ・∀・)
-=/ と_ノ
-=_//⌒ソ
∧ ∧ =-
(・∀・ ) =-
と_ノ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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