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66)
EP.166 유표(7)
성벽 위에 선 유표는 양양성 근처에서 천천히 포위망을 형성하기 시작한 대장군의 군세를 바라보았다.
유표가 근처에 있는 괴량에게 물었다.
“현재 번성 상황은 어떻지?”
“예. 황조 장군이 맡은 번성도 지금 이곳 양양성처럼 포위망이 형성되고 있다 합니다.”
“흠….”
유표는 오른손으로 팔짱을 낀 채 비어있는 왼손으로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과연 그 동탁을 몰아낸 인물이라 해야 할까.
양양성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일단 번성과 양양성의 연계부터 끊어놓아야 한다는 걸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포위망을 형성하는 속도가 느리구나.”
현재 대장군의 군세는 포위망만 형성한 채 진채 내부를 하염없이 보강하며 시간만 보냈다.
대장군이 이곳에 당도한 시간을 생각하면 진작 공성 병기를 완성해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은 날짜.
유표의 의심스러운 물음에 괴월이 대답했다.
“장기전을 바라보는 모양입니다.”
“그렇군.”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저 포위망이 완성된다면 어떻게 될까.
괴월의 의견대로 몇 날 며칠이 되든 공성전에 매진할 수 있는 건 기본에 벌레 한 마리 통과할 수 없는 촘촘한 경계망은 덤으로 딸려오겠지.
그렇게 될 경우 자신에게 남은 미래는 천천히 말라 죽는 것뿐이었다.
이미 양양군 일대는 전부 대장군의 손아귀에 들어갔으니 지원도 받지 못했다.
유표가 말했다.
“저들은 지금 군량을 어떻게 충당하고 있느냐?”
유표 자신이 저번에 말했던 대로 서량과 병주는 농사짓기가 어려운 땅이며, 사례주는 수도의 역할에 충실하느라 먹을 것을 그리 많이 생산하지 못하는 곳이다.
저만큼이나 되는 병사들을 먹여 살리려면 필시 어마어마한 군량이 들어갈 테고 그 군량의 양은 사례주의 생산력만으로 감당하지 못할 터.
괴월이 전혀 어려운 것 없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인에게 돈을 주고 병량을 구매한다 들었습니다.”
수도가 어째서 수도라 불리는가.
나라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행정의 중심지이자 온갖 문화와 경제가 발달한 지역.
그런 지역이 바로 수도라 불리는 것이었다.
생산력이 낮아 병량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돈으로 사 오면 될 뿐이다.
천하 곳곳에서 헐값에 파는 식량을 구입하고 수도에 와서 비싸게 팔기만 하면 된다.
나라에서 직접 거래를 주관해 돈을 불합리하게 떼어먹힐 일도 없으니 상인은 거리낌 없이 병량을 내다 팔았다.
상인을 약탈한다는 건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미래를 내다 버리는 짓이었으니 어지간히 어리석은 게 아닌 이상 상인을 약탈하는 세력은 없었다.
유표가 불편하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쯧. 상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나 이럴 때만큼은 거슬리는군.”
이 드넓은 천하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품들을 사고파는 상인은 나라를 유지해주는 원동력이다.
사람으로 치면 몸 곳곳을 잇는 혈관이라 볼 수 있는 존재이기에 유표는 상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적대 세력을 도와주는 이런 경우만 제외한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뭐지?”
유표의 물음에 괴월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성벽을 높이 쌓고 해자를 깊게 파며 병사와 물자를 한 곳으로 모아 방비를 단단히 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외부의 지원군에 맞춰 유기적으로 행동하는 것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리하겠다.”
유표가 담담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손책이 이끄는 선봉대가 형주를 헤집어 놓는 데도 군을 출진 시켜 대응하지 않은 건 이러한 괴월의 진언이 있기 때문이었다.
저번 강동의 호랑이를 사냥한 계책이 괴월에게서 나왔다는 걸 안 유표는 그 뒤로 괴월을 총애했다.
유표는 아직 공성 병기 조립도 시작하지 않은 대장군의 군세를 지켜보았다.
‘…무슨 계략을 생각하는지 몰라도, 이 형주는 결코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는 유표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
섭현(葉縣).
형주 남양군에 속해있는 여러 개의 현(縣) 중 하나.
섭현은 멀지 않은 곳에 예주 영천군이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발걸음을 옮긴다면 예주와 연주의 경계선이라 볼 수 있는 진류군이 나온다.
진류군에서 살짝 위로 올라간다면 조조가 원술의 군세를 깨트렸던 광정이 나오니 형주와 연주는 바로 이웃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지역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런 섭현에 주둔하며 주변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인물이 있었다.
유비 현덕.
비록 방계라지만 황실의 핏줄을 이은 흑발의 여인은 군세를 이끌며 주변을 철저히 경계하는 상태였다.
유비는 진채에 있는 천막 내부에서 잠시 눈을 감고 대장군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유비 너에게 병사 일부를 붙여줄 테니 예주 근방에서 조조의 지원군이 오는지 살펴보거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자신을 믿고 병사를 붙여준 대장군은 담담하게 말했다.
‘조조의 부대가 보인다면 먼저 공격하지 말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유비의 질문을 들은 대장군이 일순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량이 뭐라고 하더라….’
공적인 자리에서 보여주는 무거운 말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에 유비가 속으로 미소지었다.
‘아, 그래.’
잠깐 고민하던 대장군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을 이었다.
‘조조가 유표와 다를 바 없는 역적인지 시험하기 위해서다.’
‘그 말씀은….’
‘내 세력이 커지는 걸 경계한다면, 조조가 천하 통일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다면 유비 그대를 공격하겠지.’
무거운 말투로 되돌아온 대장군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도 거리낄 게 없으니 공격에 맞서 조조를 무찌르도록.’
마음의 결정을 마친 대장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유비는 듣기 좋은 목소리라 생각하며 물었다.
‘조조가 저희를 공격하지 않을 경우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그 또한 간단하지.’
이미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듯 대장군의 입에서 행동 방침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무언가 특이한 행동을 보일 때까지 대기해라.’
‘…….’
‘대화를 신청할 수도 있고 그냥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군대를 물릴 수 있다.’
그리 말한 대장군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렇게 된다면 굳이 뒤를 쫓지 말도록.’
‘예.’
유비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담담히 대장군의 명을 따랐다.
무언가를 낱낱이 캐묻는 건 미움을 사기 좋은 행동이었기에.
대장군이 그런 것에 반감을 보일 인물이 아니란 건 알지만 유비로서는 만약이란 여지도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의 미움을 받은 적이 없는 건 아니나, 대장군에게 미움받는다고 생각하니 살짝 가슴이 저렸다.
“현덕 언니! 나타났어!”
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갈 무렵 천막 안쪽으로 장비가 뛰어 들어왔다.
유비가 다급한 기색을 보이는 장비에게 물었다.
“뭐가 나타났다는 거니?”
“그 사람 있잖아! 그…!”
“조조?”
“그래!”
장비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순박한 건 좋지만 장비는 그 순박한 면모가 조금 과할 때가 있었다.
유비는 그런 장비를 바라보며 한 차례 쓴웃음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어디 한번 보러 가볼까?”
“같이 가!”
자리에서 일어난 유비가 발걸음을 옮기자 장비는 그 뒤를 따라붙었다.
그렇게 잠시, 진채 대문까지 자리를 옮긴 유비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조조군을 경계하는 관우를 볼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관우는 유비를 보자마자 살짝 예를 표했다.
“운장은 너무 엄격한 게 문제라니까.”
“……현덕 님.”
의자매라 생각할 수 없는 딱딱한 태도에 유비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들이대는 익덕 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더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을래?”
“잠깐, 현덕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무언가 자신을 돌려 까는 듯한 기분에 장비가 물었다.
유비는 살짝 한숨을 내뱉었다.
“익덕의 절반 정도만 운장에게 가면 좋을 텐데….”
“너무해!”
장비는 유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재밌는 반응을 보여줬다.
난감한 태도를 보이던 관우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관우의 질문에 유비는 잠깐 시선을 돌려 조조군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던 원술의 군대를 단번에 깨트렸던 걸 증명하듯 조조의 병사는 매우 질서정연하게 진형을 유지했다.
만약 저 군세와 부딪친다면 어떻게 될까.
대장군이 병사는 넉넉하게 붙여줬다지만, 어쩐지 유비는 반드시 이길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 없었다.
유비는 담담하게 말했다.
“…기다려야지.”
대장군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를 밑에서 받들고, 옆에서 보좌하는 입장으로서 자신은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그것이 비록 얼굴을 마주하기 불편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번 화 번성 관련으로 내용을 살짝 수정했습니다!
진짜 살짝이에오!
∧ミ∧
ミ ・ω・彡
ミ(/ |)
cミ ミ
゙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