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70)
EP.170 유표(11)
조조는 도겸이 쳐들어온다는 이유로 군을 물렸고 원소는 공손찬을 이유로 들면서 아예 침묵을 지켰다.
지원군도 없겠다 이제 거리낄 것이 없어진 나는 군세를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공성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일단 마지막으로 항복 권유부터 해보고.
말 위에 올라탄 나는 뒤에 서여와 여포를 대동한 상태로 양양성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갑작스럽게 군영을 빠져나오자 양양성에 있는 유표군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주인님.”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말을 몰던 나는 서여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더 들어가시면 위험합니다.”
“그래?”
확실히 더 들어가다간 화살에 맞고 비명횡사 할 수도 있었다.
뭐 이 정도 거리라면 대충 들리겠지.
나는 서여 말마따나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최대한 크게 소리쳤다.
“유경승─! 내 자비를 베풀어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이렇게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게 얼마 만일까.
“우리 모두가 한나라 백성이거늘, 여기서 괜히 헛된 피를 흘릴 이유가 있느냐!”
내 목소리를 들은 유표군이 성벽 위에서 웅성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내 목소리가 들리는 모양.
“항복해라!”
그리 외친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이라도 성문을 열고 무릎을 꿇는다면 목숨만은 부지해준다 약속하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처음 유표에게 약속했던 고위 관직은 주지 않을 것이다.
유표에게 약속했던 관직이 뭐였더라?
대사농(大司農)이었나?
지방에서 세금으로 올라오는 금과 곡식을 관리하는 직책.
꿀물 황제와 다르게 재산을 개인적으로 축재했단 기록이 없었던 유표였으니 이놈이 뒤로 재물을 빼돌려 먹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제의한 관직이었다.
무려 삼공(三公) 바로 아래라 부를 수 있는 구경(九卿)의 자리.
그런 고위 관직을 통 크게 제안했는데도 그 제안을 거절한 건 유표였다.
이제 항복해봤자 밑에서 차근차근 승진하는 수밖에 없지.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정말 부지런히 일하면서 충성심을 증명한다면 위로 올려줄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유표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닥쳐라! 이 역적아──!”
어우. 처음부터 심한 단어가 나오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병사들 사이에서도 큰 키를 자랑하는 남성이 성벽 위에 서 있었다.
“내 어찌 황실을 능멸하는 역적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겠느냐!”
혈혈단신으로 한 주(州)를 차지한 남성이 안광을 형형하게 빛내며 외쳤다.
“네놈에게 항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니 그리 알라─!!”
대충 예상했지만 유표는 내게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몸 상태가 안 좋아 낙양까지 오를 수 없다는 분이 왜 저리 팔팔하실까.
자꾸 황실을 쥐락펴락하면서 권력을 휘두른다고 하는데 황제 폐하가 직접 그러시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본인 말로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거라 말씀하시더라.
자제를 안 하면 어떻게 될지 살짝 두려울 지경이었다.
내가 황제를 등에 업은 게 아니라 황제가 혼자 내게 매달려 있었다.
그래. 사람에게 매달리는 아기 판다처럼 말이다.
피부는 희고 머리는 검은색이니 판다 맞네.
“그렇다면야.”
유표의 대답을 들은 나는 짤막하게 반응했다.
지원군도 없는 상태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군대를 직접 목도했으니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기대했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유표는 생각보다 더 타락한 모양이었다.
근데 나를 욕하던 유표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 겁도 없이 성벽까지 다가온 역적을 쏘아죽일 자가 있느냐!”
응?
서여 말마따나 일부러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멈췄는데 이걸 쏘려고 하네.
활을 엄청나게 잘 다루는 장수가 있지 않은 이상….
……어?
나는 우뚝 멈춰 섰다.
이 시기 유표 휘하에 활 잘 다루는 장수?
쉬이익─!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정면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해 뭣하랴.
누가 들어도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였다.
정확히 내 이마를 노리고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
그 속도는 웬만한 장수도 반응할 수 없을 정도였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즉사했겠지만….
나도 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앞으로 나서지 않았겠냐.
깡!
“…감히 주제도 모르고.”
손에 들고 있던 초천검을 휘둘러 화살을 가볍게 튕겨낸 서여가 성벽 위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보았다.
서여의 반응이 꽤 극적이었는데, 곁에 있던 여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새끼가.”
여포는 험한 말을 내뱉고는 자신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대궁을 꺼내 유표를 겨누었다.
“넌 뒤졌어.”
화살을 겨누는 데 1초는 걸렸을까?
유표에게 화살을 겨눈 여포는 망설임 없이 활시위를 놓았다.
얼마나 힘을 준 것인지 화살을 발사한 대궁이 한 차례 부르르 떨렸다.
내게 화살을 쏜 장수는 유표에게 화살이 날아오는 걸 보고 급하게 허리춤에 걸린 검을 뽑아 휘둘렀다.
깡!
저 장수도 무예가 출중한지 유표를 노린 여포의 화살을 어렵지 않게 걷어냈다.
유표는 어지간히 놀랐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뜰 뿐이었다.
여포는 자신의 화살이 막힌 걸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유표에게 화살을 쏘아댔다.
“……! ……!!”
장수는 화살을 튕겨내면서 뭐라 외쳐댔고 그를 들은 병사가 서둘러 놀란 유표를 수습해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쯧.”
유표가 모습을 감춘 걸 확인한 여포가 혀를 차면서 팔을 내렸다.
“생각보다 좀 치는데.”
그를 지켜보던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잘했어.”
“…그래.”
내 칭찬을 들은 여포는 아쉬운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성벽 방향을 지그시 바라보는 서여에게 시선을 돌렸다.
평소와 똑같은 무표정이었는데 내게 활을 쏜 장수를 바라보는 모양새가 살짝 이상했다.
아무래도 화가 난 모양.
서여가 겉모습은 차분해 보이는데 나와 관련된 일에서만큼은 끓는 점이 낮았으니 이리 행동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서여.”
“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서여는 장수를 바라보는 걸 멈추고 내게 시선을 향했다.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만 돌아가자.”
“…….”
자신이 방금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눈치챈 걸까.
내 말을 들은 서여가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서여와 여포를 이끌고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내가 전령을 일부러 놓아줬으니 지원군이 없다는 소식은 유표 세력에게도 전해졌을 터.
만약 가후의 예상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지금 유표 세력 내부는 꽤 혼란스러울 것이다.
분명 얌전히 항복하자는 측도 있을 테고 끝까지 항전하자는 측도 있을 테지.
일단 겁을 주긴 해야 할 테니 최대한 손실이 없는 쪽으로 신경을 긁어보자.
이러다 진짜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괴롭힌다면 망설이는 걸 그만두고 움직이지 않겠는가.
군영으로 돌아온 나는 주변에 있는 고순에게 명령을 내렸다.
“발석거로 성벽을 견제하면서 저들의 신경을 계속 긁어 놓도록.”
“명에 따르겠습니다.”
어머니와 똑같은 회색 머리카락.
그 회색 머리카락을 머리핀으로 고정하여 올림머리로 만든 고순이 공손히 예를 올렸다.
고순은 청록색 눈동자로 나를 한 차례 바라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순이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령을 받은 군대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방패병과 그 방패병 사이사이 전호차(거대한 방패로 앞을 가린 전차)가 살짝 앞으로 나와 유표군에게 겁을 줬다.
해자를 메우는 척하면서 저들의 화살 손실을 강요하는 것.
정말 화살이 닿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유표군의 신경을 긁자 저쪽에서 반응을 보였다.
“어서 불을 준비해라!”
성벽을 방어하는 장수가 주변 병사들을 재촉했다.
유표군이 부랴부랴 준비해둔 불을 화살에 붙이자 그를 지휘하던 장수가 입을 열었다.
“저들을 방패 채로 전부 불태워버려라!”
유표군의 장수는 그리 말하고는 더욱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발사───!!”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성벽 위에 있는 궁수들이 활시위를 놓았다.
슈슈슈슈슈슝──!!
수천에서 수만은 될법한 수많은 불화살이 마치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성벽 위에서 발사된 불화살들은 선두에 있던 방패병과 전호차를 향해 불길을 날름거렸다.
“으악!”
방패를 촘촘히 세우고 있었음에도 불화살이 몸에 박혀든 병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아주 운이 없는 경우에만 그런 상처를 입었고, 불화살 대부분은 방패병과 전호차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전호차의 방패 부분에 말린 동물 가죽을 씌워놓아 불화살이 방패에 박혀 들어도 불이 붙는 일은 없었다.
성벽 위에 있던 장수는 그 광경을 바라보고 혀를 차더니 다시 명령을 내렸다.
“다시 화살을 준비해라! 저들이 해자에 도달하기 전까지 최대한 피해를…?”
유표군의 장수, 장윤(張允)은 명령을 내리다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돌덩어리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악─!”
쾅─!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잽싸게 몸을 굴린 장윤은 무언가를 부수는 듯한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미처 돌덩어리를 피하지 못한 병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피떡이 되어있었다.
“…….”
그 잔혹한 광경에 화살을 준비하던 유표군의 사기가 떨어졌다.
장윤은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지만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지켰다.
“뭐 하느냐! 지금도 적군은 해자를 메우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 서둘러 화살을 준비해라!”
장윤이 그리 외치자 잠깐 얼을 타던 유표군이 정신을 되찾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당황했나 보네. 잘 살펴보면 방패병이 발걸음을 멈춘 걸 알 수 있을 텐데.
화살을 낭비해준다면 나야 고마울 따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헤으응빌런 님 20코인!
티아 님 10코인!
끼에엑거리는새 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 •⌄• )⸝⁺✧
독자님들의 드립을 보면 저도 모르게 놀라면서 이건 작품에 넣어야지 하는 때가 있읍니다….
이게 바로 집단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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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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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ヽ/とノ /つ
メノ\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