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74)
EP.174 유표(15)
전장의 상황을 보고 받은 유표는 여느 때와 같이 사색에 잠기며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무언가…. ……은…. 계책…….”
사색에 잠긴 유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렸는데, 그 행동은 흡사 광인의 모습과 비슷했다.
대장군의 군세가 금방이라도 성문을 뚫어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걱정에 휩싸여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유표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표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거기 누구 있느냐?”
“부르셨습니까.”
유표의 부름에 문 건너편에서 대기하던 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표는 하인이 공손하게 읍을 올리는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부터 바깥이 좀 소란스럽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 하며, 드문드문 들려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까지.
평소와 다른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유표가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인은 그런 유표의 의문에 공손히 대답했다.
“창고가 더러워져 그를 청소하는 것 뿐이오니 심려치 마시옵소서.”
“…그렇다면 상관없다만.”
유표는 하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유표가 말했다.
“알겠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유표의 말을 들은 하인이 다시 한번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
유표는 하인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잠시.
“신경 쓰여서 안 되겠군.”
바깥이 계속해서 소란스럽자 이를 버티다 못한 유표가 몸을 일으켰다.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최근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리가 있다고 했던가.
유표는 그 보고를 들은 이후 가뜩이나 예민한 신경이 더욱 예민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긴 유표가 자신의 방문을 신경질적으로 열었다.
근처에서 대기하던 하인이 유표에게 다가왔다.
“무언가 문제라도 있으신지….”
최근 유표는 이상한 행동을 자주 보이며 병에 걸린 것처럼 기분이 휙휙 바뀌었다.
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유표에게 목이 달아난 하인이 몇 명인가.
유표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챈 하인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유표가 소리쳤다.
“주변이 소란스러운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
“아까부터 자꾸만 내 신경을 건드리니 이제 참을 수가 없다!”
유표의 고함에 그를 모시던 하인은 몸을 움츠렸다.
“며, 면목 없습니다. 제가 지금이라도 청소를 그만두라 이르겠….”
“됐다!”
유표는 하인의 말을 신경질적으로 끊었다.
“내가 직접 말할 테니 앞장서도록!”
“…명에 따르겠습니다.”
유표가 뭐라 하든 하인은 그저 고개 숙일 뿐이었다.
──────────
하인을 앞장세운 유표는 자신을 안내하는 하인을 따라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흠.”
유표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자신을 따르던 유표가 자리에 멈춰서자 하인이 의문스럽게 물었다.
“네놈. 꿍꿍이가 있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시치미떼지 마라.”
그리 말한 유표는 하인에게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부터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구나.”
“그건….”
“이렇게 시간을 끌어서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
하인은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자신의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행동에 유표는 눈을 크게 뜨고 거리를 벌렸다.
하인이 자신의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이상한 점을 느꼈으면 바로 도망치는 것이 좋았을 텐데.”
“…….”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생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네이놈─!!”
상황을 파악한 유표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내가 너 따위에게 죽을 듯싶더냐─!”
“뭐, 뭣?”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오는 유표의 모습.
냅다 도망칠 거로 생각했던 유표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하인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런!”
하인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단검을 휘둘렀고, 유표도 그에 대응했다.
챙!
“아, 아니. 대체 어디서?!”
“네놈만 무기가 있을 줄 알았느냐!”
하인처럼 품에서 고급스러운 단검을 꺼내든 유표가 하인의 공격을 쳐내고 무기를 찔렀다.
푹!
“컥!”
유표의 공격을 대응하지 못한 하인이 가슴에 단검을 찔린 채로 피를 토했다.
하인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쓰러지자 유표는 멈추지 않고 단검을 휘둘렀다.
“이 배은망덕한 놈! 죽어라─! 죽어─!”
“꺽…. 끄륵….”
가슴을 여러 차례 찔린 하인이 피거품을 물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후우…. 후우….”
숨이 멎은 하인을 바라보며 유표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유표는 시체를 내버려 둔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검을 꺼내 들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나를….”
곁에서 자신을 보좌하던 하인마저 변심했으니 이제 이곳에 있는 아랫것 중 믿을 사람은 한 명도 없으리라.
유표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배신.
유표는 자신이 늘 걱정하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자 아슬아슬하게나마 붙잡던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이성을 잃은 유표는 방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하인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기 시작했다.
“끄아악!”
“으아아악─!”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일에 매진하던 하인들은 불시의 습격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콜록, 이게 대체 무슨…. 아버지?”
곳곳에서 하인들의 비명이 들려오자 유기가 방을 나섰다.
유표는 병약한 기색이 만연한 자신의 맏아들을 바라보고 자애롭게 웃었다.
“지금 이곳은 위험하다. 방에 들어가 있거라.”
“…….”
핏물이 잔뜩 묻어있는 의복.
피가 뚝뚝 흐르는 검.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이 끊어진 하인들의 모습까지.
상황을 파악한 유기가 외쳤다.
“아버지! 갑자기 죄 없는 하인들을 죽이다니요!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뭐라? 죄가 없어?”
유기의 말을 들은 유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감히 나를 죽이려 한 놈들을 옹호하다니! 필시 네놈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겠구나!”
“아, 아버지?”
유표의 기색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유기가 뒤로 물러났다.
“자식이란 놈이 부모를 해치려고 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정신 차리십시오! 제가 그럴 리 없잖습니까!”
“시끄럽다!”
유표는 더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칼을 든 채 유기에게 다가갔다.
“왜, 나를 죽이고 권력이라도 승계받으려 했느냐?!”
“아버지!”
“이 금수만도 못한 자식을 오냐오냐 키웠다니, 믿기지 않는군!”
쿵쿵 발걸음을 옮기던 유표가 어느새 유기 코앞까지 다가왔다.
“네놈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
유기는 더이상 입을 열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침묵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정곡을 찔리니 할 말이 없나 보구나!”
“…아버지.”
“닥쳐라! 그 더러운 입으로 나를 아버지라 부르지 말란 말이다!”
유표는 이제 완전히 실성한 채로 소리쳤다.
“죽어라──!!”
──────────
“……??”
계획에 따라 병사들을 이끈 채 유표의 저택까지 도달한 장수.
위연(魏延)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정문으로 들어오자마자 시체들이 이리저리 널려있었다.
늘 굳게 닫혀있던 정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이상하다 여기긴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끄으윽….”
“응?”
그때 근처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위연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가슴을 크게 베인 남성이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건 못 살리겠는데.’
위연은 혀를 쯧 차고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이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으, 으으…. 유표, 유표가….”
“유표?”
여기가 유표의 저택이긴 한데 그 이름이 왜 지금 나온단 말인가.
그때 위연을 따라 종군하던 부관이 외쳤다.
“장군! 위험합니다!”
“알고 있어.”
카앙─!
위연이 창대로 자신에게 짓쳐들어오는 검을 능숙하게 막아냈다.
근처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본다는 건 진작 눈치챈 상태였다.
자신이 방심한 모습을 보이면 무언가 행동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빈틈을 드러냈던 것.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공격을 막아낸 위연이 말했다.
“자, 이제 범인 얼굴이나 한 번 볼ㄲ……?”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위연이 말을 하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네놈이구나! 네놈이었어!”
“……?”
“감히 내 하인을 꼬드겨 나를 죽이려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
순간 어떻게 알았냐는 물음이 위연 목 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본래라면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유표를 자택에 잡아두는 역할이었을 텐데.
하인 혼자 무언가를 도모하다가 일을 그르친 모양이었다.
위연이 입을 열었다.
“무슨 착각이 있으신 듯한데, 일단 진정하시고….”
“시끄럽다!”
깡!
유표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위연은 그를 어렵지 않게 막아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미쳐버린 것 같은데.’
이성적인 판단도 전혀 못하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힘이 강해졌다.
자신이라서 막는 거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를 감당하지 못할 터.
사실 전부터 유표가 좀 이상한 낌새를 보이긴 했다.
이렇게 갑자기 미쳐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을 뿐이지.
‘좋은 게 좋은 건가.’
광인이 된 유표가 먼저 검을 휘둘러와 자신은 그에 대응했을 뿐이다.
대충 변명거리를 생각해낸 위연은 자신의 창을 고쳐 잡으면서 말했다.
“뭐…. 고통 없이 보내주겠습니다.”
“네이년──!!”
창과 검이 격돌했고, 미쳐버린 광인이 허공을 날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표 : 감히 날 배신해!!(아무 생각 없음)
위연 : (…어떻게 알았지?)
∧_∧
(´・ω・)ノ /
⊆( っヘ∠★/
ξ=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