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83)
EP.183 양양성(9)
“딱히 문제는 없겠네요.”
주유의 보고서를 훑어본 사마의가 내뱉은 말이다.
“그래?”
“네. 저희에게 항복한 유표의 병사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게 이리저리 분산 시켜 놓은 것도 그렇고, 물에 익숙한 인원들을 뽑아 수군을 더 강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내가 그리 묻자 사마의는 담담하게 이를 수긍했다.
“뭐,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의견이라면….”
잠깐 말을 흐리던 사마의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유표의 항장들이 단독으로 병권을 잡지 못하게 따로 인원을 붙여 감시하는 거네요.”
“…….”
“당연한 일이죠. 그놈들을 믿을 이유가 어디 있어요? 허튼 생각하지 못하도록 초반에 꽉 붙잡아 놓아야 후환이 없는 법이에요.”
사마의는 항복한 장수들에 대해 가차 없는 평가를 내렸다.
지금 사마의가 언급한 것처럼 주유의 보고서엔 유표 휘하에 있던 장수들 곁에 따로 감시하는 인원을 엄선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감시하는 인원이 과연 어떤 인물이냐.
…나도 자세히 모른다.
내 휘하에 이런 인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이름들이 많이 나오던데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백은 가볍게 넘기는 지휘관들의 이름을 어떻게 다 외우고 다닌단 말인가.
나는 주유의 보고서에 좌르륵 나열되어있는 이름들을 보고 한순간 눈앞이 아찔해졌었다.
손책이 괜히 일벌레라 부르는 것이 아니더라.
항장들의 처우가 좋지 못했던 것은 이 시대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위나라만 하더라도 합비를 지키던 장료에게 이전과 악진을 같이 붙였으며, 장합도 하후연이나 사마의 밑에 종군하게 하는 식으로 혼자 군을 지휘할 수 있는 병권을 주지 않았다.
큰 군공을 세운 장료와 장합이 이러할지언대 다른 평범한 항장들은 어떻겠는가.
강유처럼 항장 출신임에도 크게 대우받은 인물이 있지만 그건 흔치 않은 경우였다.
……근데 이 보고서를 올린 주유도 원술 휘하에 있다가 세력을 갈아탄 항장 출신인데?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항장이 같은 항장을 견제하는 걸 보는 느낌이라 기분이 참 묘했다.
“그 또한 유표 잔존 세력의 힘을 줄이기 위한 계책이옵니다.”
“…?”
근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돌리자 제갈량이 싱긋 미소 짓고 있었다.
“유표가 죽은 이후 형주의 세력은 크게 두 군데로 나누어졌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세력?”
“강하를 지키던 황조 장군과 양양성을 지키던 채모 장군의 세력이지요.”
제갈량은 백우선으로 입가를 살짝 가린 상태로 말을 이었다.
“대장군도 아시다시피 저희에게 항복한 형주 호족들의 세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나는 제갈량의 의견을 수긍했다.
유표가 형주의 실권을 틀어잡는 데 성공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권력이었다.
형주 호족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기회를 살피고 있었을 뿐, 힘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에게 몰리고 몰린 유표가 결국 광증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그를 죽여버리지 않았는가.
제갈량이 차분한 기색으로 내게 설명해 주었다.
“유표의 잔존 세력을 흡수하는 도중 그들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행동에 제약을 걸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군.”
“군을 재편제하는 것과 동시에 형주 호족들까지 견제할 수 있는 훌륭한 안건이옵니다.”
제갈량은 내가 속으로 신경 쓰고 있던 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이를 설명해줬다.
근데 내가 궁금하던 점을 어떻게 알았을까.
제갈량이 눈가에 호선을 그리며 대답했다.
“자신이 모시는 분의 고민도 먼저 눈치채지 못해서야 어디 책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그러자 팔짱을 낀 사마의는 어디 한번 지켜보겠다는 듯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제갈량을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둘이 싸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지?
“공격적인 언사를 일삼으며 주군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 누군가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
이래서였구나.
사마의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든 제갈량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말을 내뱉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자신을 욕하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사마의가 아니었다.
“저기요.”
“응?”
“세상 고고한 척하면서 사람 돌려 까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는데 여기서 나가는 게 어때요?”
눈썹을 꿈틀거린 사마의는 제갈량과 다르게 적나라한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눈앞의 소녀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제갈량은 화난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담담하게 이를 받아쳤다.
“앞으로의 방침을 논하는 자리에서 저리 가벼이 입을 놀리는 인물이 과연 대계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드는군요.”
“…….”
“저 경박한 행동은 분명 주군의 명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겠습니까?”
환장하겠네.
제갈량과 사마의는 마치 여포와 장비처럼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기 바빴다.
차이점이라면 그거지.
여포와 장비는 서로 육체파이기도 하고 복잡한 어휘를 잘 모르니 결국 단순무식하게 무기를 휘두르는 것으로 끝나지만, 저 둘은 근처에 있는 사람의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살벌한 단어를 주고받았다.
“걸핏하면 예의 운운하면서 시비나 트는 당신보다는 괜찮지 않겠어요?”
“금방 끝낼 수 있는 문제를 그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길게 끄는 인물보다는 낫겠지요.”
사마의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연고도 없이 내 근처를 꿰찬 제갈량이 마음에 들지 않고, 제갈량은 내게 늘 투덜거리면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 사마의를 좋게 보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어려서 이렇게 다투는 거지, 성인식을 치르고 조금 더 성숙해진다면 서로 안 싸우지 않을까.
본래 역사에서도 둘은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어째 하는 말이 산골짜기에 틀어박혀 허송세월 책이나 읊으시는 자칭 학자님들과 똑같네요.”
“그들이 내뱉는 현실성 없는 이론과 정말 필요해서 해야만 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시는군요.”
…안 싸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말싸움에 나는 슬슬 둘에게 꿀밤을 날려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그때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장수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군! 이 위연! 주군의 명을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위연이 모습을 드러내자 서로를 바라보던 두 소녀의 눈빛이 위연에게 향했다.
사마의는 화가 엄청나게 난 살벌한 눈초리로, 제갈량은 평소와 똑같은 차분한 눈초리로 위연을 바라봤다.
도저히 어린아이라 생각되지 않는 두 눈빛을 마주한 위연은 살짝 눈치를 살피더니 공손하게 물었다.
“……그, 나중에 오면 되겠습니까?”
“그럴 필요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연을 바라보던 두 소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
사마의는 내 뜻을 알아챘는지 감정을 추스르고는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계속 차분한 표정을 짓던 제갈량은 딱히 달라진 점이 없었지만.
그를 지켜본 나는 다시 위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일이 전부 끝났다고?”
“…그렇습니다!”
내가 그리 묻자 위연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위연 문장(魏延 文長).
촉나라의 후반기를 지탱하던 이 인물은 능력은 출중하나 인성에 살짝 문제가 있던 장수였다.
병졸에서 장군까지 승진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희와 다르다는 무언가 오만한 성격이 있는 인물.
관우는 그래도 같은 세력 장수와는 충돌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위연은 거슬리면 같은 편이고 뭐고 냅다 들이박았다.
흔히 제갈량이 위연을 박대했다는 인상이 있는데 제갈량은 오히려 위연을 높이 사며 그를 두텁게 대했다.
…물론 이건 정사에서 얘기고 연의에서는 반골의 상이라면서 외모 비하를 당하긴 하지만.
자신의 머리카락을 평범하게 날개뼈 부근까지 기른 여인, 위연이 내게 외쳤다.
“더 시키실 일은 없으십니까?!”
“……?”
“저 위연! 언제든지 대장군의 명령을 받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얘 왜 이래.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위연의 눈빛이 엄청나게 반짝이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유표의 목을 든 채 내게 항복할 때도 조금 부담스럽게 쳐다보지 않았나?
할 일이 없다고 하면 엄청나게 시무룩한 모습을 보일 분위기라 나는 잠깐 머리를 굴렸다.
“최근 형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범죄를 일으키는 무리가 있다던데, 그들을 잡아들여 줄 수 있겠나?”
“그런 몹쓸 놈들이 있다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장군의 바람대로 싹 다 잡아들여 감옥에 처넣겠습니다!”
“어…. 그래.”
“그렇다면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내가 얼떨떨한 기색으로 수긍하자 위연은 예의를 차리고 척척 물러났다.
…대체 무슨 일이지.
되게 적극적이네.
위연이 연의에서 보였던 유비 빠돌이의 모습이 뒤틀린 것 같은데.
설마 그 대상이 나로 바뀐 건 아니겠지?
“…반골의 상?”
그때 곁에 있던 제갈량이 툭 중얼거렸다.
외모 차별 하지 마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토리하나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୧(´ᴗ`)୨
여포 일러스트가 나왔습니다!
공지에 가셔서 확인해보세요!
/\
| \
L\゜\ノヽ
WWw> \|
ヽ(゚Д゚) ヽ \ヽ
∠_と) ヽ \
ヽ\ \ |
\ ー、
\ヽ (/⌒)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