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86)
EP.186 형주 호족(3)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호족의 비리를 적발하고 재산을 압수하려던 나는 의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호족 한 명이 직접 찾아왔다고?”
“예. 용건을 물어보니 대장군께 드릴 선물이 있다면서 들여보내 달라 부탁하더군요.”
내 저택 입구 부근을 경계하던 유비가 공손하게 보고를 올렸다.
“선물…. 선물이라….”
나는 자리에 앉은 상태로 생각에 빠졌다.
“유비, 분명 저번에도 이런 놈들이 있지 않았었나?”
“예. 그렇습니다.”
내 질문을 들은 유비가 담담히 대답했다.
“그놈들이 내게 선물을 건네주면서 뭐라고 했었지?”
“형주의 새로운 지배자이신 대장군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니 부디 이 물건들을 받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 하였지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놈들의 행적을 캐보니 죄다 뒤가 구린 놈들뿐이더군.”
“…….”
“이런 짓을 해봤자 의미 없다는 걸 알 때도 됐을 텐데….”
내가 귀찮다는 듯이 말하자 유비는 나를 바라보며 눈웃음쳤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일단 손님으로 찾아왔으니 맞이해주기는 해야겠지.”
나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뭘 가져왔는지나 보자고. 이리로 안내해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유비는 예의를 갖추면서 물러났다.
나는 그런 유비를 바라보다가 눈앞에 쌓여있는 죽간 더미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제갈량과 사마의가 따로 구별해낸 이상한 장부들.
죽간 하나에 한 놈씩이라 쳐도 상당히 많은 숫자였다.
보니까 이리저리 얽혀있는 놈들도 상당히 많던데, 무슨 범죄 조직도 아니고 이렇게 범죄자가 많아?
…그렇다고 해서 그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중앙 정부부터가 비리의 온상이었는데 그 중앙 정부에서 임명하는 지방 관리는 어떨 것이며, 그 지방 관리와 결탁한 호족들은 또 어떠하겠는가?
당연히 끼리끼리 놀면서 아주 개판을 쳐놓겠지.
이번에는 그 규모가 조금 거대해졌을 뿐이다.
내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문이 열리면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밖에 서 있는 남성은 주변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더니 잠깐 머뭇거렸다.
나는 그를 잠시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 하고 있지? 들어와도 된다.”
“아이고! 저도 모르게 폐를 끼쳤습니다 대장군!”
남성은 내 말을 듣자마자 비굴한 기색으로 내 앞에 엎어졌다.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랬지만 내게 찾아온 남성은 외모부터 비열해 보였다.
폭군 옆에서 손을 비비며 아첨을 떨어대는 간신배의 외모가 딱 이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대장군의 위엄 넘치는 용모를 보니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버렸지 뭡니까!”
얼씨구.
처음부터 아부 떨어대는 거 봐라.
내가 관상 같은 건 믿는 편이 아닌데 이놈은 딱 자기 외모처럼 행동하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를 넘기려 했는데 주변에서 내 호위를 서고 있던 여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야. 생각보다 보는 눈은 좀 있는데?”
“…….”
얘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고개를 돌리자 여포는 남성을 바라보며 씩 미소짓고 있었다.
“너는 지금까지 찾아온 놈들과 조금 다르구나?”
그거 콩깍지다.
내 얼굴이 위엄 넘치는 생겼으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장군감일걸.
“그, 그렇습지요! 하하하!”
졸지에 여포의 핏빛 눈동자와 마주하게 된 남성이 살짝 목소리를 떨면서 대답했다.
여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여를 바라보았다.
“…….”
서여의 표정은 평소와 똑같았지만 분위기를 보니 기분이 살짝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왜 너희 기분이 좋아지는 거냐고.
저놈도 꽤 당황스러울 거야.
나한테 점수 따려고 떨어댄 아부인데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서 점수를 땄네?
내 이마에 살짝 손바닥을 얹었던 나는 다시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들어가지.”
“마, 말씀하십시오!”
잠깐 얼을 타던 남성은 내가 입을 열자 곧장 정신을 차리고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나는 그런 남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게 찾아온 용건부터 말해보도록.”
“예!”
남성이 허리를 숙인 상태로 말을 이었다.
“제가 최근 운이 좋아 아주 진귀한 물품을 손에 넣었습니다!”
“진귀한 물품?”
“그렇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좋은 물건을 얻었다 자랑하려는 건 아닐 테고, 내게 선물한다는 게 바로 그 진귀한 물품인가?
내가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듯 침묵을 지키자 남성이 입을 열었다.
“혹시 오석산(五石散)이라고 아십니까?”
“…….”
그리 말한 남성은 품속에서 고급스러운 상자를 꺼내더니 뚜껑을 열었다.
그 상자 안에는 참 기묘하게 생긴 돌덩어리들이 담겨있었다.
…묘하게 반짝이는 걸 보니 평범한 돌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뭘 가져온 거지.
내가 오석산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자 남성이 말을 이었다.
“당혹스러우신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냥 겉모습만 봤을 때는 평범한 돌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하지만 놀라지 마십시오! 이 다섯 가지 돌을 갈아 하나로 합치면 천하에 둘도 없을 뛰어난 약이 됩니다!”
돌을 갈아서 약으로 먹는다고?
듣기만 해도 건강에 엄청 나빠 보인다.
그거 약이 아니라 독 아니냐?
그러고 보니 과거 오석산이란 이름을 접해본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내 생각을 알 리 없는 남성은 가짜 약을 파는 장사꾼처럼 오석산의 효능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이 약의 효과로 말하자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과 동시에 몸이 붕 뜨는 듯한 기분이 들고, 마치 속세를 벗어난 신선처럼 구름 위를 거닐게 되는 체험을 한다고 합니다!”
“……??”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설명에 나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완전 그거 아니냐?
약은 약인데 뭔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빠진 약들 있잖아.
“더불어 머리가 청명해지고, 피부가 아이처럼 변하며,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멀쩡할 정도로 힘이 넘친다고 하니 이게 바로 영약(靈藥) 아니겠습니까?”
“……그게 바로 저 돌들을 갈아 만든 것이고?”
“그렇습니다!”
여전히 약팔이를 하는 남성을 바라보며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복용 방법은?”
“오호, 흥미가 생기셨나 보군요!”
흥미라면 흥미인데, 네가 바라는 그 흥미는 아닐걸.
남성이 아주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복용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물이나 술에 타 먹으시든, 아예 가루 자체를 흡입하시든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면 됩니다!”
약을 왜 술에 타 먹는 건데?
말하면서도 이상하지 않냐?
내 속에서 오석산이란 물품이 단번에 마약(痲藥)으로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대놓고 마약을 추천하는 남성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거기 바깥에 누구 있느냐?”
“부르셨습니까.”
내가 입을 열자 유비가 방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남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장 이놈을 여기서 내쫓아 버리도록.”
“명에 따르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남성이 자리에서 화들짝 놀랐다.
“대, 대장군?!”
“추천할 것이 따로 있지, 어찌 사람 보고 돌을 먹으라 할 수 있느냐?”
짐승들도 잎사귀를 뜯어 먹을지언정 바위를 씹어먹지는 않아요.
내가 되새김질하는 소도 아니고 바위를 왜 먹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잠깐 눈치를 살피던 남성은 내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선물은 이곳에 두고 갈 테니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지 다시 불러주십시오.”
“그래.”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저걸 복용할 일은 없겠지만.
“강제로 끌고 가기 전에 따라오시지요.”
내 명령을 받든 유비가 담담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분명 방 바깥에는 관우와 장비가 대기하고 있겠지.
이 상황을 어찌할 수 있을 턱이 없으니 남성은 유비를 따라 순순히 물러났다.
나는 남성이 두고 간 상자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포야.”
“응? 왜?”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포는 내 부름에 곧장 반응했다.
“걱정돼서 말하는 건데, 저런 이상한 거 함부로 주워 먹으면 안 된다?”
“…으응? 그래. 알았어.”
여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약 같은 것도 허락 맡고 먹으라는 거지?”
“…….”
그게 그런 뜻이 되는 건가?
뭔가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가부장적 남편이 된 것 같은데.
여포가 병에 걸려 골골거리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는 여포의 생각을 정정해줬다.
“그런 말이 아니라 수상해 보이는 물건은 가까이하지 말라고.”
여포가 대답했다.
“알았어. 앞으로 허락부터 받을게.”
왜 대화가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느낌이지.
보통 무언가를 통제받는다고 하면 조금 부정적으로 나오지 않나?
여포는 오히려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서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응?”
“……저도 허락부터 받고 먹겠습니다.”
너까지 왜 그러는 거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후 벨카 님 6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
그리고 공지에 올라온 팬아트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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