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87)
EP.187 형주 호족(4)
대장군은 유표를 몰아낸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비리를 적발하며 형주 호족들의 숨통을 조여 들어왔다.
그 대장군에 대해 대책을 세워놓았던 호족들은 계획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듣기 위해 저번과 다른 장소에서 모였다.
“흠…. 오석산을 거부했다라.”
남성이 그리 중얼거리자 정보를 가져온 다른 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대장군의 심기를 건드려버린 모양이야.”
“…….”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아예 표정을 굳히면서 축객령을 내렸다 하더군.”
“쯧.”
남성이 혀를 찼다.
“자신만만하게 나서기에 일을 믿고 맡겼거늘, 오히려 대장군의 경계심만 올려버렸는가.”
남성의 말을 들은 또다른 인원이 그럴 줄 알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언급하지 않았나. 목소리만 큰 놈들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말이야.”
“…….”
남성은 잠깐 말을 고르더니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우리가 보냈던 그놈은 지금 어떻게 됐지?”
질문을 들은 인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대장군에게 찍혔는데 멀쩡할 리가 있나.”
“…….”
“지금은 자신의 저택에서 두문불출하며 코빼기도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던데.”
“그런가.”
정보를 얻은 남성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호족 하나가 대장군에게 어찌 되든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일시적으로 뭉쳤을 뿐, 평소에는 서로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기 위해 대립하던 사이였으니까.
미래의 경쟁자가 하나 줄었다는 소식은 오히려 그들 입장에서 기꺼운 일이었다.
“하지만 오석산을 거부한 건 정말 의외로군.”
생각을 정리하던 남성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호기심을 못 이겨 한 번쯤은 손을 대지 않을까 생각했거늘.
대장군의 정보력이라면 오석산의 효능이 거짓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어째서 그를 거부했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부작용을 알고 있었는가.’
머리를 맑게 해주고 속세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것은 거짓이 아니나, 오석산을 한 이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건 알 사람만 아는 비밀이다.
극도로 약해진 피부는 옷을 입을 때 생기는 그 자그마한 쓸림조차 버티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이상할 정도로 오석산에 집착하게 되며,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어딘가에서 객사한 상태로 발견되는 일도 흔했다.
보통은 오석산의 재료를 찾기 위해서 산 위를 떠돌다가 죽는데, 그런 경우가 아니어도 오석산을 복용하는 이는 피를 토하고 고꾸라지며 오래 살지 못했다.
자신도 만약 그 광경을 직접 보지 못했더라면 영약으로 이름 높은 오석산의 부작용을 평생 믿지 않았으리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까….”
현재 뛰어난 영약으로 알려져 있는 오석산을 거부한 것을 보니 대장군은 예상보다 훨씬 신중한 인물이었다.
오석산 사건은 철없는 호족 나부랭이의 일탈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이로 인해 대장군의 경계심이 올라가기는 했을 터.
이제 어쭙잖은 수단은 자신의 명줄을 단축할 뿐이었다.
그때 주변에서 한 의견이 나왔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목숨을 걸어야 하지 않겠나?”
“…그게 무슨 소리지.”
남성이 고개를 돌리자 처음 정보를 제공했던 인물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가만히 있어도 죽고, 반항해도 죽는다.”
“…….”
“그렇다면 적어도 뭘 해보기는 한 다음에 죽어야 덜 억울하겠지.”
온갖 비리를 일삼으며 오랫동안 한 지역을 지배해온 것을 증명하는 듯한 대범한 모습이었다.
그 인물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여기 모인 얼굴들을 보니 꽤 지독한 놈들만 남았는데, 혹시 이상한 마음을 먹은 놈들은 없겠지?”
악질적으로 빚을 늘리면서 힘없는 이들을 수탈해 재산을 불린 악질 사채업자도 있었고, 자신들만이 아는 물길을 이용하여 온갖 물품을 몰래 들여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밀수꾼도 있었다.
자신이 파는 생필품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 원성이 자자한 악덕 상인도 있었으며, 그들에게 뇌물을 받고 범죄를 모른 척해준 탐관오리까지 있었으니 용서받긴 틀렸다.
전부 어느 분야에서든 한탕씩 해먹은 놈들인데 대장군 입장에서 목을 베면 베어버렸지 이들의 항복을 받아들여 줄 이유가 하등 없었다.
기껏 받아들여 준다고 해봤자 일이 끝난 다음에는 토사구팽 일화처럼 처리당할 터.
여기 있는 놈들도 얼간이는 아니었으니 그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판돈을 걸어야 할 때는 확실하게 걸어야 하고,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
말을 잇던 인물이 고개를 돌려 회의를 주도하던 남성에게 물었다.
“넌 어찌할 것이지?”
“…웬만하면 안전하게 처리하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군.”
남성은 어쩔 수 없다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별 차이가 없다면 도박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런 남성의 말에 호족들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회의가 끝난 이후, 그로부터 머지않아 한 가지 내용을 담은 서신이 대장군에게 전달됐다.
내용은 간단했다.
자신들이 성대한 연회를 열려고 하는데, 조만간 대장군을 그곳에 초대하겠다는 문장만이 적혀있었다.
───────────
“이놈들이 먼저 움직이네.”
나는 최근 예의주시하던 호족들이 내게 초대장을 보낸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하여간 눈치도 좋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단체로 잡아넣을 수 있었는데.
이를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던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근처에 있던 가후를 불렀다.
“가후.”
“부르셨습니까.”
차분한 것을 넘어서 아예 감정이 없다고 착각할 만한 인상의 여인이 내 부름에 답했다.
가후 문화(賈詡 文和).
정사 삼국지에서 그가 건의한 계책은 실패한 적이 없다 하여 후세에서도 참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동탁이 죽은 이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꾀를 내어 왕윤과 여포를 격파하고, 당시 세력 규모에서 상대조차 되지 않았던 장수(張繡)와 함께 조조의 목숨을 위협한 인물.
삼국지 팬들 사이에서는 조조의 호위 장수인 전위(典韋)와 맏아들 조앙(曹昻)을 죽인 계책을 낸 것으로 유명한 모사다.
그런데도 그 또라이 조비(曹丕) 밑에서 천수를 누리고 간 처세술은 가후를 따라올 자가 없겠지.
자신과 함께 조앙을 죽였던 장수(張繡)가 조비에게 계속 나쁜 말 듣다가 자살한 것을 떠올리면 천지차이다.
구체적으로 뭐라 욕을 했더라?
내 형 죽인 놈이 왜 아직도 뻔뻔하게 아버지에게 녹봉 받으면서 사냐고 했던가?
……어우, 조조에게서 그런 아이가 나온다는 말이지?
상상만 해도 무섭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서신을 펄럭이면서 가후에게 물었다.
“형주 호족들이 아주 성대한 잔치를 열겠다며 그곳에 나를 초대하겠다 하는데, 어떻게 행동하면 되겠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내 질문을 받은 가후가 잠깐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호족의 초대에 응해 연회에 참석하시는 방법과 초대에 응하지 않고 그들의 숨통을 계속 조여드는 방법이지요.”
나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한 설명이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초대에 응하시면 위험에 처하실 수도 있지만 호족들을 금방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거절하신다면 신변에 위협은 없겠으나 호족 처리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호족 처리에 시간이 끌린다고?”
“예.”
내가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가후가 이를 수긍했다.
“만약 대장군께서 초대를 거절하신다면 그들은 곧장 형주 내부에서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
“사병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든, 재산을 챙겨 어딘가로 도주하든, 저희에게 위협은 되지 않겠지만 번거로운 일이 일어나겠지요.”
…둘 다 가후 말마따나 번거롭기는 하네.
아직 형주를 완전히 손에 넣은 것은 아니라서 반란을 일으킨 놈들이 성벽 뒤에 숨어 버티기라도 한다면 귀찮아지고, 재산을 챙겨 달아난다고 한들 중국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다시 마주치게 될 텐데 그때도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질 가능성이 컸다.
“연회에 응했을 때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건 무슨 뜻이지?”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다음 질문을 던지자 가후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도 이제 모든 것을 걸고 일을 도모하여 대장군을 해하려 할 겁니다.”
“…….”
즉, 현행범으로 호족들을 구속하거나 모가지를 따버리면 된다는 것.
이러면 다른 호족들의 반발도 없을 테니 매혹적인 제안이긴 했다.
가후는 마치 바다를 품은 듯한 파란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장군께서는 어떤 방법을 원하십니까?”
나는 그를 지켜보다가 갑자기 우스워졌다.
나를 해하려 한다고?
어떻게 할지 참 기대되네.
어디 요술이라도 부려서 번개를 떨어트리는 게 아닌 이상 내가 죽을 일은 없었다.
삼국지에서 요술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장각도 번개를 부릴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만약 진짜 떨어진다면 이거 억까라면서 죽어야겠지만.
근데 그럴 일은 없으니 내 결정은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현재 주인공 상황 –
딥따 큰 미국 바퀴들과 영혼의 한타 vs 몇 년 동안 평범한 바퀴벌레들과 함께 살기
작가는 둘 다 해봤는데 개인적으로 전자가 더 힘들더군요.
손가락만 한 놈이 푸드드득 날아오는데 그때 공포 게임 주인공이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_,,∧
(`・ω・´)
Uθ U
/ ̄ ̄| ̄ ̄\
|二二二二二二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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