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90)
EP.190 형주 호족(7)
기이할 정도로 평화로운 이동 끝에 나는 별다른 사고 없이 강릉성에 도착했다.
내가 성문 앞에 당도하자 경비병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예를 올리며 길을 열어주었고, 나는 아무런 방해 없이 강릉성에 들어갔다.
그때 여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으음. 뭐지?”
“왜 그래?”
“아니, 그냥 뭔가 좀 이상해서.”
여포는 그리 말하고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여포의 눈빛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백성들에게 향해있었다.
“저기 중간중간 눈깔을 이상하게 뜨는 새끼들이 있는데?”
“…새끼?”
나는 손을 뻗어 불그스름한 색깔이 감도는 여포의 볼때기를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여포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으앗?!”
내가 올라탄 말의 덩치가 커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토마 위에 올라탄 여포의 볼을 잡아당길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런 말투 쓰지 말라고 했지.”
나는 그리 말하며 여포의 볼을 쭉쭉 늘려댔다.
내게 한쪽 뺨을 붙잡힌 여포는 으브브브 소리를 내면서도 요령좋게 말했다.
“미, 미아하니카 나저!(미, 미안하니까 놔줘!)”
“…어휴.”
이 걸핏하면 험한 말을 내뱉는 소녀를 어찌해야 할까.
말은 평소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말투가 나빠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성격도 같이 이상해진단 말이지.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평소 욕설을 하고 다니는 모습을 사람들이 좋게 볼 리 없으니 나는 여포의 말투가 많이 거칠어졌다 판단되면 계속 제재를 가했다.
이러면 확실히 며칠 동안은 눈에 띄게 욕설 빈도가 줄어들더라고.
그 며칠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 문제였지만.
내가 손을 놓아주자 여포는 비어있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으으…. 아프지 않지만 역시 기분이 이상해.”
“그러니까 조금 더 말조심하라고.”
“…….”
내 말을 들은 여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욕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자의식 과잉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어렸을 때 형성된 말버릇이 쉽게 고쳐질 리 없지.
여포는 어렸을 때 자라온 환경이 쉽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입담도 거칠어졌을 뿐이다.
“…….”
여포와 똑같이 내 옆에 딱 붙어 오추마를 몰던 서여가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꾹 닫았다.
설마 여포처럼 관심 좀 끌어보겠다고 나쁜 말 하려 한 건가?
부탁이니까 그러지 마라.
“대장군.”
그때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아는 나는 고개를 돌려 유비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한 여인이 대장군을 만나 뵙고 싶다 합니다.”
“여인?”
이 근처에 내가 아는 사람은 없는데 누굴까.
혹시 호족들이 미인계라도 쓰려는 건가?
남자가 아름다운 여성에게 약한 건 사실이니 나쁜 선택은 아니다만….
나는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않고 유비에게 물었다.
“나를 만나고 싶다는 것 말고 다른 말은 없었나?”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장예와 아는 사이라 하면 대장군께서 눈치채실 거라고 언급했습니다.”
장예?
내가 아는 장예는 지금 천하에서 단 한 명밖에 없는데.
장예는 장각이 쓰고 있는 가명(假名, 가짜 이름)이다.
굳이 여기서 그 이름을 언급했다는 건 두 가지 경우밖에 없지.
장각이 이끌었던 황건군의 잔당이거나, 장각이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던 인물이거나.
둘 중 어느 경우라도 내 궁금증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유비에게 말했다.
“데려와 보도록.”
“예.”
내 명령을 받든 유비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지금 눈앞에 있는 여인은 나와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다.
백발 청안이라는 속세와 동떨어진 듯한 신선과 같은 외모.
제갈량과 똑같은 색상의 흰색 머리카락을 비녀로 꽂아 가지런히 정리하고 그 푸른색 눈동자는 마치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를 호위하는 이들은 의문스러운 눈초리로 여인을 바라봤으며, 극소수나마 여인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나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인은 그런 주변의 눈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며 내 앞에 다다랐다.
여인이 내게 예를 올리면서 말했다.
“이 화타(華陀), 대장군께 인사 올립니다.”
“…그래.”
화타 원화(華陀 元化).
삼국지에서 신의하면 바로 떠오르는 유명한 인물이다.
삼국지 같은 옛날 시대에서 병을 치료한다고 하면 보통 침 몇 개 박고 약 마신 다음 드러눕는 것이 끝이지.
근데 화타는 거기서 한 발짝…. 아니, 몇 발짝이나 더 나아간 인물이다.
무려 자신이 특별하게 지은 마비산(麻痹散)이라 불리는 마취제를 환자에게 먹이고 외과 수술까지 병행한 의사.
동시대의 다른 의사가 약초를 찧고 있을 때 화타는 현대 의학에서나 볼법한 수술 방식을 행한 것이다.
그냥 아픈 부위를 활짝 열어버리고 병의 근원을 제거해버리는데 그를 지켜본 옛날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겠는가.
마치 불을 처음 본 원시인처럼 비이성적인 감탄사를 내며 그를 신의라 띄워주겠지.
그렇다고 화타가 외과 수술만 잘하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그는 약을 처방하는 것과 침술, 뜸질에도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한 인물이 민물고기로 만든 회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그를 마구 퍼먹다가 악성 기생충에 감염된 적 있는데, 화타가 지어준 탕약을 먹고 잠시 기다리니 무려 세 되나 되는 기생충을 토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 기생충들이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였다 하니 엄청나게 징그러웠겠지.
문제는 그 인물이 거기서 교훈을 얻지 않고 또 민물고기 회를 먹다가 죽어버린 거지만.
……역시 회는 바다에서 나오는 물고기로만 먹자.
생각이 잠깐 다른 곳으로 빠졌는데 과거 손견을 치료하기 위해 의원을 물색하던 시절 나는 장각의 소개로 화타와 잠깐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예상도 못한 인물을 만난 나는 속으로 무척이나 당황했고 화타는 그런 내 모습을 평온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 화타와 나눴던 대화가 어땠더라.
‘오늘 그대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부탁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말씀하시지요.’
내 부름에 응한 화타는 차분한 몸짓으로 내게 예를 올렸다.
내가 말했다.
‘저기 형주 남양군으로 내려가서 손견을 치료해줄 수 있겠는가?’
‘…….’
‘맨입으로 부탁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내 의뢰를 들어준다면 후한 보상을 약속하지.’
‘알겠습니다.’
정말 짧디짧은 대화.
나는 화타에게 일을 하나 의뢰했고, 화타는 담담한 태도로 그를 수락했을 뿐인 과거의 기억.
이후 나는 손견을 치료했다는 소식을 듣고 화타에게 보상을 내리려 했으나 화타는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서신만 남긴 채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길 바람과 같은 인물이라던데 그 인물평이 딱 들어맞았다.
그때 내가 느꼈던 얼떨떨한 감정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소리가 대체 무슨 뜻인지 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내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만났던 이후로는 오랜만이군.”
“그렇습니다.”
나는 화타의 대답을 듣자마자 재차 질문을 던졌다.
“듣자 하니 나와 만나는 것을 청했다던데, 이유라도 있나?”
“장예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장예가?”
화타는 장각의 가명을 언급했고, 내가 그에 의아한 기색을 보이자 화타가 말을 이었다.
“대장군께서 조만간 잔치에 참여하신다는 소문이 사실인지요?”
“그렇다.”
“그것과 연관이 있는 부탁입니다.”
화타가 자신의 청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강릉성에 있는 삿된 무리가 대장군께 해를 끼치려 하는지 지켜봐 달라 하더군요.”
이걸 도와주네.
장각 본인이 늘 말했던 것처럼 천기(天機)를 통해 미래라도 엿본 것일까.
나는 시기적절하게 찾아온 도움의 손길을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 때마침 잘 와주었다.”
“…….”
“내가 지금 연회에 참여하려 하는데 따라와 줄 수 있겠는가?”
내 질문을 들은 화타가 공손하게 답했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확실히 화타가 곁에 있다면 뭐 잘못 먹어서 큰일 나는 상황은 없을 터.
이 세계는 살짝 무협스러운 분위기가 있어서 호족들이 별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독을 가져왔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화타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예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흰색 머리카락에는 무언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단 말이지.
화타도 그렇고. 제갈량도 그렇고.
이 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속세와 연을 끊은 다음 신선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관우에게 말했다.
“아직 연회 장소까지는 거리가 좀 있으니 말이라도 한 필 가져다줘라.”
“예.”
관우는 여느 때와 같이 엄격한 표정으로 내 명령을 받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ノ”′∧∧∧∧、ヽ、
((と(゚Д゚三゚Д゚)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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