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96)
EP.196 형주 호족(13)
호족들은 대장군을 초대하기에 앞서 이런저런 계획을 많이 준비해 놓았다.
만약 독살 시도도 들통나면 곧장 저택에 불을 질러 대장군을 태워 죽이겠다는 것.
자신이 포섭한 도적들이 대장군을 붙잡고 늘어지는 동안 저택과 함께 그를 묻어버리려는 계획이었다.
그 과정 중 대장군을 호위하는 장수에게 죽어 나갈 인원이 몇 명일까?
또 미처 탈출하지 못한 채로 대장군과 함께 깔려 죽을 놈들도 있을 텐데?
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문제점을 신경 쓰지 않았다.
호족들은 주변의 호위를 받으면서 무사히 달아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도적들은 곁에 있는 아군이 죽으면 그놈의 몫까지 자신에게 떨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참 안이한 태도였지만, 그들이 그런 얼빠진 모습을 보일 정도로 강릉성에 모인 도적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저택에 불을 지르겠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약해빠졌네.”
건물 안쪽에서 어마어마한 길이의 창을 든 여인이 입을 열었다.
여인 주변에는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숨이 끊어져 있는 도적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더 가관인 것은 건물 내부의 모습이었다.
주변에 놓여있던 물건들은 전부 박살나 정상인 것이 없었으며, 나무로 만든 벽들조차 흡사 짐승이 찢어발긴 것처럼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부하에게 대장이라 불리던 남성은 그 광경을 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말해 뭐할까.
지금 건물을 이 모양으로 만든 건 눈앞에 서 있는 저 여인이었다.
창처럼 길이가 긴 장병기들은 건물 내부에서 쉽게 다룰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건물 내부에 놓인 온갖 물건들이 무기의 경로를 방해하는 장해물이고, 심지어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과 벽들조차 무기를 휘두르는 걸 방해하는데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이 저택이 비록 다른 건물보다 거대하다고는 하나 눈앞에 있는 여인처럼 장병기를 휘둘러댈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하물며 저렇게 기다란 창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여인은 그게 뭐 어쨌냐는 것처럼 길이가 1장 8척(약 4m)은 될법한 무기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저 뱀처럼 생긴 날에 걸리면 그게 어떤 물건이든 평등하게 잘려 나갔으며, 그게 사람이라고 한들 예외는 아니었다.
남성은 주변에 이리저리 널려있는 토막 난 시체에 눈길을 돌리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흑발을 옆으로 묶은 장수가 핏빛과도 같은 눈동자를 빛내면서 말했다.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네?”
“…….”
“이리 와. 나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 하니까.”
여인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면서 남성에게 접근해왔다.
부하를 전부 잃어 이제 대장이 아니게 된 남성이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응? 뭐야.”
남성이 입을 열기 무섭게 남성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던 창이 바로 옆에서 우뚝 멈춰섰다.
무기에서 아직도 피가 뚝뚝 흐르는 살벌한 모습에 남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남성이 잠깐 침묵을 지키자 여인은 한쪽 눈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왜 부른 건데?”
여인이 창으로 남성의 목 옆쪽을 툭툭 쳤다.
그 서늘하고도 날카로운 감촉에 남성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이에 불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남성이 살고자 하는 욕망을 담아 외쳤다.
“나한테 정보가 있소!”
“무슨 정보?”
“호족들이 어디로 도망칠지 알고 있소이까?!”
“으음?”
남성의 말을 들은 여인이 고개를 잠깐 갸웃거렸다.
“대장군이 부패한 호족들을 처리하려 한다는 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소!”
“그래서 뭐 어쩌라고?”
“호족들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도주 경로 하나 안 만들었겠냐 이 말이오!”
“…….”
잠깐 생각에 빠져있던 여인은 남성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자기를 살려주면 호족들이 어디로 어떻게 도망가려는지 알려주겠다?”
“그렇소!”
“필요 없어.”
“……뭐라ㄱ….”
촤악!
남성은 얼빠진 표정을 지은 그 상태 그대로 목이 달아났다.
목을 잃은 몸은 잠깐 기우뚱거리더니 자리에 쿵 쓰러졌다.
“이미 현덕 언니한테 언질 받은 게 있어서 말이야.”
여인이 어깨에 무기를 걸치면서 말했다.
“이미 죽은 놈 앞에서 할 말은 아닌가?”
유비의 의자매, 장비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현덕 언니가 정확히 뭐라고 했더라.
호족들의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둥 이상한 거래를 하려는 놈들은 무시하라 했던가?
괜히 애매한 정보를 믿고 살려주는 것보다 후환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었다.
───그냥 화나서 죽이라 하는 건 아니지?
───음…. 살짝?
───언니??
그런 알 수 없는 대화도 한 차례 오고 갔지만.
유비가 살며시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익덕도 마음에 들지 않잖니.
───…….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철부지들은 혼쭐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런가?
순박한 성격을 지닌 장비는 유비의 주장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지.
이 심심풀이도 안 되는 것들이 감히 누구를 노려?
시체만이 남아있는 저택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던 장비의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까앙! 깡!
─죽어라!!
무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살기 가득한 함성.
어떻게 들어도 사람들이 한바탕 붙는 게 확실한 소음에 장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쪽은 분명 우리 부대가 있는 방향인데.
장비는 발걸음 속도를 올려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 도착했다.
그랬더니 이게 웬걸.
운장 언니가 말에 올라탄 채로 적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푸르릉!
말이 콧김을 내뿜으며 힘차게 달릴 때마다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휘둘러지며 대여섯 명씩 목숨을 잃었다.
“으아악!”
그저 간단한 날붙이만 든 도적들은 전장을 질주하는 관우를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고, 나름대로 훈련을 받은 호족들의 사병도 변변찮은 저항 하나 하지 못한 채 죽어 나갔다.
여러 병법가는 기병들에게 진형이 돌파당하면 그 전투는 패배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홀로 만 명을 대적할 수 있다 일컬어지는 만인지적(萬人之敵)의 장수가 적군의 진형을 휘젓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장비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니, 운장 언니 혼자 날뛰고 있네!”
장비는 그리 중얼거리곤 다리에 힘을 주며 재빠르게 달렸다.
“익덕, 이제 왔구나.”
병사들을 독려하며 이들을 지휘하던 유비가 장비를 보고 싱긋 웃어 보였다.
장비는 달리면서 외쳤다.
“현덕 언니! 나도 잠깐 다녀올게!”
“그러렴.”
마치 산책이라도 가는 듯한 가벼운 말투에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의 수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비는 곧바로 자리에서 튀어 올라 담장 위에 자리 잡았다.
담장 위에 쭈그려 앉은 장비를 보고 도적들이 중얼거렸다.
“뭐, 뭐야?”
“왠지 예감이 안 좋….”
그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장비는 다시 담장 위에서 튀어 올랐다.
장비도 관우가 그랬던 것처럼 땅에 착지하기 무섭게 장팔사모를 한 바퀴 휘둘렀다.
“커억!”
장팔사모는 마치 허공을 베는 것처럼 사정거리 안에 있는 적들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압도적인 길이의 무기를 이용해 동시에 여러 명을 쓰러트린 장수.
장비는 장팔사모의 손잡이를 땅에 박은 채로 크게 외쳤다.
“여기 연인(燕人) 장비가 있다! 나와 붙어볼 용기 있는 자가 있느냐!”
“…….”
“이 겁쟁이들아! 안 올 거면 내가 간다!”
기다릴 시간도 아까웠는지 장비는 말에 타지도 않은 상태로 적진 한복판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누가 뭐라 해도 홀로 전장을 뒤바꿀 수 있을 만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관우와 장비.
그 둘이 아군 한복판을 어지럽히는 광경에 장수는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여, 여포는 분명 연회에 참여했다고 하지 않았나? 저년들은 도대체 뭐냐!”
장수를 보좌하던 부관이 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호로관에서 힘을 합쳐 여포를 몰아냈다고 한 장수입니다!”
“여포를 몰아낸 장수들이라고?!”
그런 정보는 들은 적이 없다!
자신은 단지 대장군의 호위를 물리치라고만 전해 들었을 뿐, 호로관에서 그 천하무쌍을 몰아낸 장수들이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호로관에서 여포를 몰아냈다는 것을 보면 분명 서로 적이었을 텐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
“허수아비도 너희보다는 잘 싸우겠다! 겨우 이 정도야?!”
묵묵히 적군의 숫자를 줄여나가는 관우와 아주 소란스럽게 움직이며 온갖 관심을 끌어모으는 장비.
저 둘은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지치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무기를 계속해서 휘둘러댔다.
호족의 장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수수 죽어 나가는 아군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천하무쌍은 대체 뭐지?
저런 괴물 같은 년들이 힘을 합쳐 몰아냈다고 한 여포는, 대체 어떤 힘을 지녔다는 말인가?
한 가지 의문이 든 장수는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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