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98)
EP.198 형주 호족(15)
슬슬 달이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떠오르는 때.
각자의 말에 올라탄 우리는 망설임 없이 거리를 질주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작 잠자리에 들고도 남을 시간이라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없었다.
만약 잠에서 깨어났다 한들 눈치가 있다면 바깥으로 나오지 않겠지.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는지 거리를 급하게 내달린 말 발자국이 남문 방향 쪽으로 어지러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통금 시간이라 닫혀있어야 할 성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저것들은 왜 성문을 안 닫은 거지.
성문이 닫았어도 도로 열면 그만이지만, 그걸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엄청날 텐데.
오히려 너무 대놓고 흔적을 남기니 내가 속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나를 유혹하는 건가?
이러다가 매복에 당해 손견처럼 골통이 깨지지는 않겠지?
나는 살짝 의문이 들면서도 계속해서 말을 몰았다.
참 다행스럽게도 호족은 내가 걱정한 것처럼 항구로 오는 길에 매복을 숨겨두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했다고 보는 편이 맞나?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남쪽에 있는 항구는 강릉성과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남문으로 나온 다음 말을 타고 달리면 불과 몇 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
안 그래도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매복을 숨겨둘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애초에 매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병력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음.
역시 놓칠 것 같은데.
나는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항구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안 그래도 도적들에게 꽤 발목을 오래 붙잡혔거든.
그래도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는 것보단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마음에 항구로 온 것이다.
적막만이 감도는 항구에 발을 들인 나는 곧장 부두로 향했다.
부두에는 얌전히 정박한 채 주인을 기다리는 배들만 있었다.
흔적이 남아있는 걸 보면 여기로 온 것이 확실한데.
그렇지만 이미 사람 그림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
“아, 대장. 이제야 왔구나?”
……있었네?
근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나는 눈앞에 있는 인물을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손책의 머리카락 색깔과 똑같은 적갈색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보아하니 이놈들 쫓아온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아?”
감녕은 부하들을 시켜 밧줄에 꽁꽁 묶인 사람들을 보여줬다.
이 못나지도 않고 뛰어나지도 않은 얼굴들은 방금 연회장에서 봤던 호족들이 확실했다.
나는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외모를 천천히 확인한 다음 감녕에게 물었다.
“맞긴 맞다만…. 여긴 대체 어떻게 찾아온 거지?”
“응? 적당히 작은 배 골라타고 왔는데?”
과거 내게 임관할 당시 존댓말을 썼던 감녕은 그 짧은 기간 동안 무슨 심정의 변화가 있었는지 매우 친밀한 말투로 말했다.
“그런 다음 몰래 헤엄쳐와서 이놈들을 확!”
감녕은 거기까지 말하고 실실 웃었다.
누가 수적 출신 아니랄까 봐 한두 번 해본 태도가 아니었다.
“그…. 누구였더라?”
감녕이 살짝 정돈되지 않은 자신의 다갈색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말했다.
“우리 세력 군사님이 이러라고 했거든.”
“…….”
“분명 물길로 도망치는 놈들이 있을 거라면서 전부 생포하라더라고.”
과연 누가 감녕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을까?
가후? 순유? 주유?
그도 아니라면 맨날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는 꼬꼬마 책사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
“생김새가 어땠나?”
“그냥 전체적으로 하얗던데.”
그러면 제갈량이네.
어쩐지.
내가 양양성에서 떠나기 직전에 제갈량이 이렇게 말하더라고.
‘대장군. 원래 생각하셨던 도착 예정 시간을 하루만 늦춰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째서지?’
백우선을 든 제갈량은 자신의 입가를 살짝 가리면서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완벽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갈량의 의견을 수용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그것뿐이면 되는가?’
‘네. 제 계산대로라면 완벽합니다.’
‘그렇다면야.’
제갈량이 왜 하루를 더 달라고 했는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양양성의 한수(강 이름)와 강릉성의 장강이 서로 이어져 있기는 한데, 조금 빙 돌아가야 하는 길이더라고.
도착 기간을 겨우 하루 늦췄을 뿐인데 제갈량 말마따나 완벽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는 감녕에게 말했다.
“그래. 고생했다. 나중에 따로 보상을 내리도록 하지.”
“역시 통이 크시다니까!”
감녕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씩 웃었다.
──────────
감녕의 도움으로 호족들을 생포하는 데 성공한 나는 일행들과 함께 다시 강릉성으로 돌아갔다.
생포된 호족들은 배에 내버려 뒀으나 감녕에게 이들을 감시하라고 일러뒀으니 그들이 몰래 탈출할 걱정은 없었다.
나는 제일 먼저 연회장 주변을 경계하던 유비를 향해 움직였다.
방금 멀리서 봤을 때는 관우와 장비의 활약에 힘입어 잘 밀어붙이는 것 같던데, 지금은 어떨까?
사실 강릉성을 떠나기 직전에 여포를 저기로 보내놨거든.
여포는 내 신변이 걱정되는지 근처에서 떨어지기 싫은 기색을 보였으나 내가 거듭 부탁하자 한숨을 내쉬면서 전투에 끼어들었다.
관우와 장비도 어찌하지 못하던 놈들이 여포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뭐, 말할 필요도 없지.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만인지적 세 명은 자기 세력의 몇 배나 되는 적들을 순식간에 와해시켜버렸다.
그때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군! 아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나도 알고 있다!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만…!”
뭐지.
적군의 지휘관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네.
진형이 무너져서 자리를 옮긴 건가?
좋은 기회인 건 확실한데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서여와 함께 전투에 뛰어들기라도 해야 하나?
내가 잠깐 고민에 빠질 무렵 익숙한 여인이 말에 올라탄 채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네놈이 이들을 지휘하는 장수로군.”
“언제 여기까지!?”
적군을 지휘하던 장수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관우는 망설임 없이 적장의 목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근처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군 병사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관장군께서 적장을 죽였다!”
“뭐, 뭐라고?!”
지휘관의 죽음을 눈치챈 적군이 한 차례 술렁거렸다.
“도, 도망쳐라─!!”
“후퇴─! 후퇴──!!”
안 그래도 사기가 낮아져 있던 적군은 더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근데 저것들 이쪽으로 오는데?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저들이 내게 접근하는 것을 순순히 허락할 서여가 아니었다.
오추마에서 내린 서여는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인님. 제 뒤로.”
“그래.”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서여 뒤에 자리 잡았다.
서여는 나를 힐끔 확인한 다음 근처로 다가오는 모든 적을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커허억!”
“으악!”
이거 완전 믹서기네.
그냥 무언가가 번뜩일 때마다 적군이 우수수 죽어 나갔다.
졸지에 또다른 재앙을 만난 병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저년은 또 뭐야──!!”
너무나도 처절한 목소리로 외치는 모습.
그 모습을 본 나는 순간 적들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그때 눈치 빠른 적군이 주변 병사들에게 외쳤다.
“근처로 다가가지 마! 다가가면 무조건 죽는다!”
나를 지키는 서여가 일정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 걸 눈치챈 모습이었다.
그 외침을 들은 적군들은 마치 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것처럼 좌우로 나누어져 도망쳤다.
무슨 영화 보는 줄 알았다.
그때 저 멀리서 여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안 꺼져───!!”
뭔가 굉장히 화난 목소리인데, 무슨 일이지?
“너희 누굴 노리는 거야아아───!!”
아하.
아무래도 적들이 단체로 나를 노린다고 착각한 모양.
여포는 적토마로 사람들을 마구 치어대면서 방천화극을 휘둘러댔고, 그 살벌한 광경에 결국 도망치는 걸 포기하는 인원까지 속출했다.
……참 무시무시하네.
──────────
내게 이빨을 드러낸 호족들을 완전히 정리한 이후 나는 본격적인 뒷정리에 나섰다.
도망치는 것도 포기하고 내게 항복한 인원들에게 시체를 수습하게 하고, 피투성이가 된 강릉성 곳곳을 청소하게 했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놈들이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광경은 꽤 재미있었다.
아주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저택을 열심히 청소하는데, 그 광경을 보면 당분간 허튼 마음을 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
“주군.”
“음?”
내게 다가온 관우는 척하고 상자를 내밀었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적군을 이끌던 적장의 목입니다.”
“…….”
“받아주십시오.”
……필요 없는데.
관우가 어떤 의도로 내게 이걸 내밀었는지는 알겠다.
대충 이 영광을 당신께 돌리겠다는 뜻이 아니겠냐.
솔직히 그 오만한 관우가 타인에게 자신의 공을 돌린다는 것이 놀랍지만, 그래도 목을 받는 건 조금 그랬다.
저걸 받아서 어디다 써?
소금 절임을 한 다음 방에 장식하고 싶은 게 아닌 이상 나는 관우를 잘 타일러야 했다.
“…그 선물은 마음만 받을 테니, 도로 가져가거라.”
“알겠습니다.”
관우는 평소와 같은 냉정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를 지켜보다가 말했다.
“고맙다.”
“…이 정도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가끔 튀어나오는 오만한 말투는 여전하네.
나는 쓴웃음을 지었고, 관우는 평소와 다르게 그런 내 눈빛을 살짝 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ora 님! 격려의 말씀과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 ╹◡╹ )
오늘 유통기한 지난 우유 잘못 먹고 온 작가입니다!
유제품 잘못 먹으면 배가 그렇게 아플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저를 독살하려고 하신 할머니….
잊지 않겠읍니다.
∧_∧ (⌒(
(Д゜ ) ∩∩ (⌒≡
⊆⊂´ ̄ ̄ ソ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