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206)
〈 206화 〉 봉추(??)(1)
* * *
낙양에 오자마자 한 차례 커다란 이벤트를 겪은 나는 내가 없는 동안 사례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장군께서 형주에 계시는 동안 큰일은 없었습니다.”
갈색 머리와 호박빛 눈동자를 지닌 장각이 잔잔한 태도로 보고를 올렸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장각의 보고를 들은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반응을 지켜보던 장각이 말했다.
“다만….”
“다만?”
또 무슨 일이래.
큰일은 없지만 날 귀찮게 만들 일은 있다는 건가?
환장하겠네.
아주 일이 끊이지가 않아.
나는 그러한 생각을 겉으로 티 내지 않고 장각의 대답을 기다렸다.
장각이 내게 공손하게 예를 올리면서 말했다.
“과거 대장군께서 삼보 지역으로 초대한 인물 중 하나가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아, 그거였구나.
내 일을 더 쪼개줄 인재가 왔다는 소식에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확히 어느 지역의 호족이더냐?”
“예. 최근 대장군께서 역적을 물리치신 형주 지역 호족입니다.”
내가 초대한 형주 출신 호족이라….
그러고 보니 몇몇 호족은 유표의 부름에 불응하고 자취를 감췄다고 하는데, 그 안에는 내가 초대한 호족도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변고에 휩쓸리지 않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숨을 죽이며 몰래몰래 움직인 모양.
한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 지역의 치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
지금은 적당한 인원이 병사를 몇 명 이끌면서 형주에 남아있는 도적을 토벌하기 위해 정찰을 돌고 있었다.
눈치가 있는 놈이라면 도적질을 그만두고 적당히 새로운 삶을 살겠지만, 어디서든 눈치 없는 놈은 꼭 있는 법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가문 이름은?”
“방덕공(???)입니다.”
“그렇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공(?)자가 붙어서 헷갈릴 수 있는데 관우에게 화살을 꽂은 그 방덕(??)과는 다른 사람이다.
…뭐지. 왜 한자까지 똑같냐? 이건 진짜 동명이인이네.
하여튼 방덕공(???)의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평이 갈린다.
뒤에 붙는 공(?)이란 글자가 그저 누군가를 높여 부를 때 붙는 칭호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공(?)을 칭호가 아니라 아예 하나의 이름으로 붙여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근데 칭호로 공(?)을 붙일 때는 이름 뒤에 붙이는 게 아니라 성씨 뒤에 붙이는 게 보통이니 후자의 주장이 옳지 않을까.
관우를 관우 공이 아니라 관공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이 세계에서는 방덕공(???)이라는 이름이 하나로 굳어져 있었다.
나는 입을 열어 물었다.
“방덕공의 가문 인원이 전부 찾아왔느냐?”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내가 방덕공을 왜 불렀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내 질문에 대답한 장각이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대장군께서 당부하신 대로 방덕공은 가문의 일원 모두를 데리고 왔습니다.”
“좋아.”
방덕공(???).
양양성 출신의 그는 형주에서 이름이 드높은 명사이자….
그 방통(??)의 숙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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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
삼국지를 어떻게든 접해본 적이 있다면 매우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제갈량이 누운 용이라는 뜻의 와룡(??)이라 불린다면, 방통은 새끼 봉황이라는 뜻의 봉추(??)라고 불린다.
사마휘가 유비에게 말하기를 천하에 두 명이 준걸이 있으며 그 준걸들이 바로 제갈공명과 방사원이라 평했다.
사실상 그 둘을 동급으로 봤다는 건데, 유비 휘하에 들어간 제갈량이 어떤 활약을 펼치면서 그를 보필했는지 생각하면 방통이란 인물도 엄청나게 뛰어난 인물인 건 확실했다.
정사 삼국지의 저자인 진수도 방통을 왕좌지재 순욱과 동급으로 평가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비교 대상이 그 제갈량과 순욱인 것을 보면 진짜 완벽한 인재지만, 문제는 방통이 파촉 정벌을 하는 도중 갑자기 눈먼 화살에 맞아 죽어버린다.
유비도 방통의 능력을 알고 있었던지라 그 소식을 듣고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
제갈량은 아마 그때부터 자신이 촉나라를 떠받들다가 과로사할 것이란 걸 눈치채지 않았을까.
방통은 일단 승리를 위해서라면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급진적인 계책도 꺼리지 않았다.
유비가 유장의 지원 요청을 받았을 때 낸 계책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지.
유장이 유비를 환영하면서 서로 만나려 할 때 그의 책사로 종군하던 방통이 계책을 낸다.
───지금 유장은 방심하고 있으니, 주군과 만남을 가질 때 그를 포획하면 앉아서 익주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방통이 어떤 인물인지 확 드러나는 계책 아닌가.
서주 대효자인 조조라면 얼씨구나 하면서 받아들였을 계책이지만 유비는 이렇게 대답하며 거절한다.
───아직 은혜와 신의를 드러내지 못했으니 그럴 수 없소.
한평생 조조와 대립하면서 그와 대비되는 행적만 걸어온 유비다운 모습이었다.
결국 유장 세력과 본격적으로 싸우는 도중에 방통이 전사하지만 그것도 여러 의견이 갈리니 넘어간다 치고….
과연 이 세계의 방통은 어떤 인물일까.
나는 기대심을 감추지 못했다.
“내 부름에 응한 손님들을 조만간 잘 대접해 드려야겠군.”
“…….”
장각은 내 목소리에 담겨있는 감정을 눈치챘는지 잔잔하게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약소하게나마 잔치를 열겠습니다.”
“그래. 저번처럼 너무 크게 열 필요는 없다.”
연회 규모가 커지니까 뒷수습이 만만치 않게 귀찮더라고.
그냥 적당한 규모로 열어서 이야기만 나누고 해산하는 게 훨씬 나을 듯싶었다.
저기 서주나 강동 지역 인재들은 언제 오는 걸까.
흔히 강동이장(??二?) 중 하나라 불리는 장굉은 내 예상대로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호출을 거절했다.
장굉이 과거 낙양에 머무르던 것을 떠올리면 아마도 썩어빠진 조정을 보고 나랏일에 환멸을 느끼지 않았을까.
장굉은 손책이 직접 찾아간 다음 눈물을 흘리면서 부탁하고 나서야 관직에 올랐던 인물이니 그럴 수 있었다.
……나도 가서 눈물 좀 흘려야 하나?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뭐….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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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덕공(???)에 대한 방침을 결정한 나는 그다음으로 형주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훑어봤다.
보고서를 보면 유표가 능력이 있기는 해.
아무런 도움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형주를 차지하는 데 성공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형주 호족들의 힘을 잘 억제했으며, 물자도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쌓아 놓았다.
딱 한 가지 문제점을 들자면 그거지.
전임 형주자사(였던 것)이 형주를 잘 다스렸다지만, 권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몇몇 호족들의 일탈(?)을 눈감아줬기에 치안 상태는 좋지 않았다.
내가 강릉성에서 호족들을 처리할 때 모인 도적들의 수를 보면 대충 예상이 가지.
족히 다섯 자리는 될법한 도적 무리?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청주와 서주에서 일어났던 여섯 자리 도적들에 비하면 적은 숫자였다.
거기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수십 만이나 되는 도적이 나타난 걸까.
하여튼 나는 낙양으로 돌아가기 전 여러 인물에게 도적들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양양성을 떠났다.
현재 보고서를 보면 도적들을 퇴치하는 데 아주 혁혁한 공을 세우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감녕 흥패(?? ?).
범죄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인물이 바로 더 힘센 범죄자라고 하던가.
현재 감녕은 내가 붙여준 병사들과 함께 장강을 떠돌아다니면서 수적들을 보이는 족족 때려잡았다.
평범한 병사들과 원체 섞이지 않던 성깔 더러운 놈들만 붙여줬는데 기강을 대체 어떻게 잡았는지 걸핏하면 문제를 일으키던 병사들은 현재 순한 양이 되어 감녕을 따르고 있었다.
듣기로는 감녕의 군영 내부에서 늘 매타작 소리와 비명이 들린다는데, 대충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짐작한 나는 그곳을 자세히 살펴볼 마음이 들지 않았다.
‘병사가 죄수 출신이라거나, 조금 과하게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나한테 넘겨줘!’
‘…….’
‘내가 그런 놈들 다루는 것 하나는 자신 있거든!’
그래. 그 장료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인물이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나는 자신의 가슴을 쿵쿵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던 감녕의 모습을 떠올렸다.
감녕은 현재 그 장료를 제치고 전공 1위를 달리는 상태였는데, 형주의 수적들은 금범적(???)이 돌아왔다며 벌벌 떨고 있었다.
금범적(???).
꽤 멋있는 이명이지만 감녕이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별거 아니다.
감녕이 수적으로 활동한 시절 비단으로 돛을 멨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 것뿐.
그러니까 낭비벽이 심해서 붙은 거다.
최근에는 그런 기행을 벌이지 않는 것 같지만….
감녕은 금범적이라는 이명을 들을 때마다 흑역사를 보는 것처럼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래도 어쩌겠냐.
이미 한 번 굳어진 별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한 나는 보고서를 옆으로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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