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211)
〈 211화 〉 봉추(??)(6)
* * *
“이것 참 훈훈한 광경이군요.”
내가 방통을 중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방덕공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대장군께서 인재를 보는 안목이 아주 뛰어나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 다행입니다.”
솔직히 내 안목이 뛰어나다는 것보단 미래의 지식으로 주워 먹는 것에 가깝지.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선 저렇게 평가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높이 평가할 것 없다. 나는 그저 그대의 추천을 받았을 따름이니.”
“하하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내 이야기를 들은 방덕공이 시원스럽게 웃었다.
“신령한 동물은 결코 아무 자리에나 앉지 않는 법입니다.”
“…….”
“산해경(山??)에 따르면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몸을 기대어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예천에서 나오는 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하지요.”
되게 까탈스러운 동물이네.
예천(??)이 뭐냐 하면 그거다.
중국이 태평할 때 단물이 솟는다고 하는 전설의 샘.
현대에서 봉황이 실존했던 새란 주장도 있는데 만약 실존했다 쳐도 멸종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다.
아름답고 신령스러운 동물이면 뭐하냐.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을.
저번에 있었던 짐독(??) 사건으로 미루어 볼 때 지금 이 세계에서는 짐조(??)가 있는 모양이던데, 봉황도 잘 뒤져보면 한두 마리쯤은 나오지 않을까.
한 번은 보고 싶네.
내가 이상한 잡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방덕공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새끼 봉황이 드디어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았는데 이게 대장군의 능력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으음….”
내가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방덕공이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제 조카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군요.”
“저, 저요?”
조금 전과 비교해서 조금 자신감을 되찾은 듯한 소녀가 화들짝 놀랐다.
그 모양새가 마치 이 영감네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기색이었다.
방덕공은 자신의 조카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네게 묻겠다. 너는 관직에 오를 수만 있다면 아무 인물이나 섬길 수 있겠느냐?”
“그건…….”
숙부에게 질문을 받은 방통은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나로서도 신경 쓰이는 질문이었기에 방통을 바라보았고, 내 눈빛을 마주한 방통은 부끄러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아, 아뇨…. 제 기준에 차지 않으면 아마도 하야(下?,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남)했을 거예요….”
비록 말투는 소심했지만 강단 있는 대답이었다.
방통이 나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고, 방덕공도 어떻냐는 듯 나를 바라봤다.
사람 참 난감하게 하네.
평소 주변에서도 나를 계속 띄워주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도 이러니 이제 나도 조금 헷갈릴 지경이었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위를 올려다보던 방통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으아아?!”
방통은 갑작스러운 접촉에 또 화들짝 놀랐다.
“그래.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지, 진짠데….”
내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눈치챘는지 방통이 소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그래. 나도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한단다.
그렇게 훈훈한 광경이 펼쳐지자 방덕공이 내게 예를 올리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저는 자리에서 물러나야겠군요.”
“응?”
“모쪼록 제 조카와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길 바랍니다.”
저것 봐라.
일하기 싫다고 몰래 도망치려 하네.
나는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방덕공을 멈춰 세웠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예?”
오늘 계속 신사적인 모습만 보이던 방덕공이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방통을 등용한 것만 해도 방씨 가문을 초대한 보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방통 한 명만 데려가는 건 좀 아쉽잖아?
“나는 아직 그대에게서 관직에 오르겠다는 확답을 못 받았네만.”
“…….”
내가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눈치챈 방덕공의 눈동자가 순간 떨렸다.
들린다. 들려.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나는 여전히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 방덕공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처럼 어린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편히 쉬겠다는 마음은 아니겠지?”
“마, 맞아요! 진짜 그러시려는 건 아니죠?!”
방덕공에 이어 방통도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곁에서 지원을 시작했다.
이야. 이렇게 똘똘한 아이를 누가 둔하다고 했대?
방덕공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ㅇ, 얘야. 이 숙부는 나이가 많아서 나랏일을 하기에는 조금….”
“만약 그렇다면 가족한테 다 이를 거예요!”
“크흐흠…!”
이제 방통은 협박까지 했다.
확실히 자신의 어린 조카를 관직에 올린 다음 자신만 슝 빠져나왔다는 걸 알게 되면 주변 사람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방덕공의 가족이라면 평소 방덕공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고 있을 테니, 방통이 이를 일러바친다면 고운 눈길을 받긴 힘들 것 같은데.
───아무리 관직에 오르기 싫어도 그렇지 어떻게 저리 어린아이를….
수군수군.
───역시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으니까 저리 행동하는 게 아니겠어요?
속닥속닥.
조금 각색이 들어가긴 했지만 대충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방덕공도 그 광경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는지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식은땀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안빈낙도(????,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킴)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방덕공이 말했다.
“대, 대장군. 외람된 말씀이오나 저는 나이가 많아 건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음…. 그런가?”
“그렇습니다!”
자신의 변명이 통한다고 생각한 방덕공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군.”
“…예?”
“형주에 있던 시절 매일 녹문산(?門山)을 타면서 약초를 캐고 다닌다 들었는데.”
“…….”
“심지어 자택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까지 했던가.”
내가 아직 팔팔하지 않냐는 어투로 중얼거리자 방덕공은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방덕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를 보면 아직 정정하다고 판단되는데, 내 말이 틀리나?”
“그, 그건….”
방덕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식은땀을 흘리는 광경은 유쾌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내가 능력 있는 인재에게 약 한 첩 지어주지 못할 만큼 소인배로 보이더냐?”
주유한테 오래오래 살라고 의원과 온갖 진귀한 약재들을 지원한 것이 그 일환이다.
그 이후 주유의 눈빛이 나를 바라볼 때마다 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 눈빛에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자신이 일 더미에 파묻히리란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모양.
나만 해도 오래오래 일해달라면서 보약 한 첩 지어주는 상사를 보면 참 애매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조만간 화타를 찾아가서 주유의 건강 검진도 해달라고 부탁해야지.
화타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낙양에 정착한 뒤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근처에서 들리는 말로는 천하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바람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라던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뭐, 낙양에서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 나야 좋다만….
“……아!”
그때 방통이 무언가 잊고 있었다는 듯 소리를 냈다.
“그, 그러고 보니 이렇게 되면 내 용돈은….”
용돈?
무슨 용돈?
방통이 무언가를 애걸하는 눈초리로 방덕공을 바라보았으나 이미 때는 늦은 뒤.
한 차례 내 편을 든 방통의 부탁을 들어줄 만큼 방덕공은 자비롭지 않았다.
“…….”
“으아아….”
방덕공은 조카의 애절한 눈초리를 무시했고, 이를 본 방통이 넋이 나간 소리를 냈다.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용돈과 관련된 문제인가?
나는 갑자기 방덕공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방통에게 질문을 던졌다.
“방통.”
“……?”
“방덕공과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용돈이라도 잃었나?”
내 질문을 받은 방통이 잠깐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ㄴ, 네. 무려 제 반년 치 용돈이….”
“난 또 뭐라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의 두 배를 주지. 이러면 됐나?”
“……!”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방통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활기차게 외친 방통은 곧바로 방덕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숙부님! 이렇게 자비로우신 분이라면 분명 숙부님 마음에도 드실 거예요!”
“…아이고…….”
그를 바라본 방덕공이 골이 아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은 길다. 연회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 자리에 앉아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봄이 어떠한가?”
나와 방통에게 몰릴 대로 몰린 방덕공은 결국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예.”
좋아.
이걸로 사마휘와 버금가는 안목의 소유자를 얻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