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224)
〈 224화 〉 조운(4)
* * *
조운이 대장군의 교위가 된 다음 어딜 가든 그와 함께하는 광경.
능력 있는 장수가 같은 편이 된다는 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관우와 장비는 왠지 모르게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이 살짝 불편해졌다는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관우와 장비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잠깐 혼란스러워할 무렵 유비가 입을 열었다.
“보통 그렇게 얌전해 보이는 사람이 먼저 앞서나가는 경우가 많거든.”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아, 이 말은 조금 빨랐나?”
관우의 반응을 본 유비가 후후 웃고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가자.”
“…….”
“대련 한 번만 하고 와.”
“대련?”
유비의 말을 들은 장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조운과 대련을 치르라니 무슨 소리일까?
그런 의문이 든 건 관우도 마찬가지였는지라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매우 흥미진진해질 테니까.”
유비는 평소와 똑같이 속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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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현덕 언니의 생각은 늘 알 수 없단 말이지.”
유비와의 만남이 끝난 다음 건물을 빠져나온 장비가 툭 중얼거렸다.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런데, 조금 전은 되게 수상해 보였어.”
“…….”
평소라면 이에 대답하면서 장비의 말투를 훈육했을 관우도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때 자리에 우뚝 선 관우가 고개를 살짝 들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응?”
관우가 발걸음을 멈추자 곁에서 같이 움직이던 장비의 움직임도 덩달아 멈췄다.
장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운장 언니? 왜 그래?”
“…….”
장비의 물음에도 관우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관우 머릿속에 한 광경이 떠올랐다.
‘정말 대련을 할지 안 할지는 동생들 맘대로 하렴.’
여느 때와 같이 빙긋 미소 지으며 말을 잇던 유비의 모습.
‘근데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그리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단다?’
그 뜻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잠시 고민하던 관우는 장비를 불렀다.
“익덕.”
“응?”
관우를 멀뚱히 바라보던 장비가 왜 부르냐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관우가 물었다.
“너는 조자룡과 대련해 볼 예정인가?”
“어? 응. 그럴 건데?”
장비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애초에 한 번 붙어보고 싶기도 했고, 현덕 언니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거리낄 건 없잖아?”
“…….”
“…설마 안 된다는 건 아니지?”
장비가 관우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며 말했다.
“아니, 지금 일이 상당히 많긴 한데 대련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응?”
그렇게도 한 판 붙고 싶은 모양인지 장비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빌었다.
“아무리 길어도 얼마 안 걸릴걸? 한 번만 봐줘!”
이를 지켜보던 관우가 한숨을 내뱉었다.
“그냥 물어본 것뿐이다.”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네.”
장비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관우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장비도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관우는 앞으로 움직이면서도 계속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의동생은 최근 특이한 행동들을 자주 보였다.
아니, 구체적으로는 훨씬 이전부터 특이해졌다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한 때 관우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장비를 보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익덕, 네가 웬일로 속에 갑옷을 받쳐입고 있느냐?’
자신의 의동생이 옷 안에 갑옷을 받쳐입은 모습.
그저 귀찮고 거치적거린다는 이유로 전장에서도 갑옷을 입지 않던 모습을 떠올리면 정말 특이한 상황이었다.
‘아, 이거?’
장비도 관우가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를 대충 눈치챘는지 멋쩍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장군께서 선물로 주셨거든.’
‘……흠.’
‘척 봐도 날 걱정해서 내려준 선물인데 거절하기에는 모양새가 좀 그렇고, 받은 선물을 안 쓰고 다니면 또 아깝잖아.’
장비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이 기회에 나쁜 버릇이나 고쳐봐야지.’
‘나쁜 버릇?’
‘그 뭐냐. 내가 평소에 귀찮다면서 전장에서도 갑옷을 안 입고 다니잖아.’
심지어 이 기회에 자신의 나쁜 버릇을 고쳐보겠단다.
자신이 아무리 꾸중해도 그 순간에만 입을 뿐, 결국 원래대로 돌아오던 그 왈가닥 동생이 말이다.
부모 말은 죽어라 안 듣다가 자신의 연인이 한 차례 꾸중하자 그때야 말을 듣는 여인이 연상되는 것은 과연 착각이었을까.
‘아야!’
뭔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 관우는 눈가를 살짝 좁히면서 장비의 머리에 꿀밤을 꽂았었다.
장비의 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운장 언니! 나 논어 다 외웠다!’
‘…뭘 외웠다고?’
‘논어!’
평소에 명사(名?,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를 동경했으나 서적을 읽으라 하면 학을 떼던 녀석이 이제 공부까지 시작했다.
그를 본 관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주군께서 논어를 읽어보라고 권유라도 하셨느냐?’
‘응? 어떻게 알았어?’
장비는 당당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옛날이야기에는 별로 틀린 점이 없더라고! 내가 내 성격을 조금 되돌아봤다고 해야 하나?’
‘…….’
글쎄.
그게 과연 옛 성현의 말씀 덕분일까, 아니면 조금 점잖게 지내라는 어느 누군가의 꾸중 덕분일까.
관우는 확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닌가.
결국 관우도 자신의 의자매와 대장군의 권유로 춘추좌씨전만 읽겠다는 고집을 꺾고 다른 서적을 손에 들었으니 말이다.
사대부(?大?, 벼슬이나 문벌이 높은 집안의 사람)는 온갖 행패를 부리며 악행을 일삼는다는 선입견도 벗겨진 지 오래였다.
관우는 장비를 바라보았다.
“어디 있으려나….”
지금도 대장군이 내린 갑옷을 걸친 의동생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조운을 찾고 있었다.
관우가 장비를 도와줄 요량으로 말했다.
“현덕 님의 말씀대로라면 교위가 되기 위해 주군 곁에 자리 잡고 있지 않겠느냐?”
“생각해보니 그러네!”
장비는 타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홱 돌렸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쪽이야!”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주군이 이쪽에 있을 거라 자신하는 걸까.
가끔 짐승과도 같은 육감을 발휘하는 장비였기에 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뒤를 따랐다.
그렇게 잠깐 방향을 바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비가 외쳤다.
“찾았다!”
“…….”
장비는 정말 기가 막히게도 대장군을 찾아냈다.
그 천하무쌍이라 불리는 여포도 대장군을 찾는 것에 대해서 기묘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보이던데, 장비도 이와 똑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장수라는 년이 그렇게 힘이 약해서야 되겠어?’
‘시끄러워! 이 밤톨만 한 년아!’
‘뭐?! 뒤지고 싶냐!’
관우는 호로관 전투 때 여포와 장비가 나눴던 대화를 어렴풋이 떠올렸다.
역시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건가?
그때 연무장을 향해 발걸음을 척척 옮기던 장비가 대장군과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무렵 우뚝 멈춰 섰다.
관우가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저거 봐.”
“……?”
와아아아──!!
그때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대체 어떤 일인가 하니 파란색 머리카락을 지닌 장수가 장료의 옆구리에 창을 댄 채 서 있었던 것.
“강하시네요.”
“당신이야말로.”
누가 봐도 둘이 대련을 펼친 끝에 조운이 승리를 쟁취한 모습이었다.
장료는 조운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몸을 탁탁 털고 뒤로 물러났다.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우는데?”
장비는 그에 호승심이 자극받았는지 장팔사모를 든 채 앞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관우가 말했다.
“지금은 그만둬라.”
“응?”
장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왜?”
“이제 막 대련이 끝난 상대에게 곧바로 도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아….”
장비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비록 패배했다지만 장료도 초창기부터 정릉군을 쭉 떠받쳐온 고참들 중 하나다.
아무리 자신이라 한들 가볍게 상대할 수 없는 장수 중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조운의 몸 곳곳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지친 것이 분명한 조운에게 대련을 거는 것은 장수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냥 내일을 노려야겠네.”
장비는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신이 든 장팔사모를 어깨에 걸쳤다.
그때 관우와 장비의 눈빛을 느낀 조운이 고개를 돌렸다.
마치 맑은 하늘이 연상되는 푸른 눈동자.
그 청명한 눈빛을 마주한 장비가 말했다.
“…역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중얼거린 장비는 몸을 홱 돌려 자리에서 떠났다.
관우도 한동안 그 자리에서 조운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다.
“…….”
조운은 그런 둘이 자신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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