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230)
〈 230화 〉 당도고(??高)(5)
* * *
구강군(九??).
아니, 지금은 회남윤(???)이라 불러야 할까.
그곳은 현재 자신을 중나라의 황제라 칭한 인물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제 궁궐이라 불러야만 할 거대한 건축물.
“…흐흐.”
이를 지켜보던 남성의 입에서 실없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당도고(??高).
참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그 누구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
그런 자신을 시기하면서 달려드는 모든 이들을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정정당당히 무찌른다.
이미 망해버린 한나라를 부르짖는 자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주고, 이윽고 천하 만민의 만세 소리를 들으며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옥좌에 앉는….
“황제 폐하! 큰일 났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팔을 서서히 들어 올리던 남성은 불현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우뚝 멈춰 섰다.
남성이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자 그를 따르는 문관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폐하…?”
“…쯧. 무슨 일이냐?”
중나라의 자칭 황제, 원술은 자신의 상념이 방해받은 것이 몹시 불쾌한 듯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급보입니다!”
원술의 사촌인 원윤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서 있는 원술에게 보고를 올렸다.
“한나라의 대장군과 연주목이 각각 서쪽과 북쪽에서 진군해오고 있단 소식입니다!”
“뭐라?”
“명분은 역적 토벌!”
원윤이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제위에 오른 가짜 황제를 토벌하겠다 나섰습니다!”
“가, 가짜 황제?”
보고를 들은 원술이 잠깐 황망한 표정을 짓다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기 시작했다.
“감히 이 잡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원술이 몸을 돌리면서 고함을 내지르자 그를 마주한 원윤은 몸을 움츠렸다.
“지, 진정하십시오! 폐하!”
“네놈이라면 진정하게 생겼느냐!!”
“그저 무지한 멍청이들의 헛소리일 뿐입니다! 귀담아듣지 마시지요!”
“크으윽…!”
원술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떠올린 원술이 갑작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래, 그런 거였군!”
“……?”
원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원술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이 또한 내가 걸어나가야만 하는 길!”
자신의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일단 첫 번째로 자신을 시기하며 달려드는 적들을 물리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병사들을 전부 소집시켜라! 총력전(?力戰)이다!”
“ㅇ, 예?”
원술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원윤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총력전(?力戰)이라니?
원윤이 그리 생각할 때에도 원술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장강에 있는 병사들과 장수들도 전부 불러들이도록!”
그를 들은 원윤이 자신의 의견을 열었다.
“허, 허나 그러면 유요가 물러나는 아군을 쫓아올 수 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원술이 원윤의 걱정을 단번에 일축했다.
“그놈이 알아서 장강을 넘어온다면야 우리가 좋은 일 아니겠는가!”
“…….”
“나와 제대로 붙는 것이 두려워 물줄기 뒤에만 숨어있는 놈을 두려워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원윤은 서둘러서 대답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지? 빨리 이 명령을 전군에게 전달해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왠지 심상치 않은 원술의 모습에 원윤이 재빠른 발걸음으로 물러났다.
원술은 그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적을 정정당당히 무찌르고, 나라를 잃고 울부짖는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선구자(??者)의 길.
지금은 모두가 자신의 길을 미쳤다고 말하겠지만, 분명 후세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위대한 발걸음이라 칭송받으리라.
“…조조.”
원술은 한때 자신에게 쓰디쓴 패배를 안겨줬던 인물을 떠올렸다.
마치 장인이 은을 녹이고 한 땀씩 정성스레 짜 올린 듯한 머리카락과, 마치 빨려들 것만 같던 속을 알 수 없는 은색 눈동자.
그 무엇보다 원술의 눈에 아름답게 비쳤던 그 외모를 떠올리며 원술이 웃음을 흘렸다.
“네년도 결국엔, 나를 따르게 될 것이다….”
──────────
“원양.”
“응?”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욕이라도 했느냐?”
“…갑자기 뭔 소리야?”
조조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하후돈이 이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한창 군세를 이끌고 있던 조조는 그 표정을 보고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흠. 이상하군. 분명 아주 잠깐 기분이 불쾌해졌는데 말이지.”
“…아니, 거기서 어떻게 하면 내가 맹덕을 욕했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지?”
하후돈이 아주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조는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원양이 그런 것이 아니라면 범인을 찾기 애매해지는군.”
“거 진짜 너무하네.”
그 둘은 누가 봐도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눈에 띄는 명검을 허리에 두 자루나 찬 조조가 하후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어느 정도 왔지?”
“음…. 이제 슬슬 도착했을걸.”
“그런가.”
조조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를 본 하후돈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맹덕도 낭군님 만날 생각에 신이 나는 거야?”
“음? 낭군님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엥?”
조조와 하후돈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
“…….”
잠깐 조조를 바라보던 하후돈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대장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렇지.”
“막 노리고 있다며.”
“그 또한 맞다.”
조조의 대답을 들은 하후돈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낭군님 아니야?”
“…아하. 그렇군.”
하후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챈 조조가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원양. 내가 분명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응?”
“나는 부인보다 더 사랑받는 여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
“이런 미ㅊ….”
아 참.
고운 말. 고운 말.
하마터면 심한 말을 내뱉을 뻔한 하후돈은 뛰어난 무인답게 자신의 심신을 재빨리 다스렸다.
그런 하후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조의 말은 계속됐다.
“굳이 부부의 연을 맺지 않아도 아기는 낳을 수 있지 않겠느냐?”
“…….”
“흠, 분명 이와 비슷한 단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특이한 취향이 조조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아, 그렇군. 두 집 살림이었나?”
“아이고….”
그를 들은 하후돈은 자신의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입에서 나오는 말만으로 사람의 정신을 이렇게 뒤흔들어 놓다니.
한 번 조조를 놀려보려 했다가 제대로 반격을 맞은 하후돈이 지금이라도 조조의 입을 막아야 할까 고민했다.
“언니!”
그때 저 멀리서 조조와 똑같은 머리카락을 지닌 은발의 소녀가 말에 올라탄 채로 다가왔다.
조조가 그 소녀의 자(?)를 입에 담았다.
“자렴(子?, 조홍의 자)이구나. 무슨 일이냐?”
“척후병이 부대 하나를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부대?”
조조는 궁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부대를 이끄는 인물이 누구냐?”
“어어…. 아! 깃발에 정(丁) 글씨가 적혀 있었어요!”
조홍의 설명을 들은 하후돈이 중얼거렸다.
“정(丁)이라면….”
“그렇군.”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군의 부대구나.”
누군가는 한나라의 마지막 희망이라 부르고, 어느 멍청한 놈들은 다른 군웅과 똑같은 역도들 무리일 뿐이라며 업신여기는 군대.
분명 자신 휘하에 있었던 포신이라는 장수가 후자에 속했었다.
호로관 전투 때 천하무쌍이라 불리는 여포에게 자신의 동생이 죽은 원한 때문일까.
포신은 대장군과 연관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며 계속 대장군과 대립하려 했었다.
조조가 그런 포신의 태도를 지그시 바라본 이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도적을 토벌하던 도중 포신이 불행히도 전사했다고 한다.
어찌나 격렬한 전투였는지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 이를 들은 자신은 쓸만한 장수가 죽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후하게 장례 치러줬지.
그가 정말 도적에게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죽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
조조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면서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겠군.”
“직접 만나게?”
하후돈이 묻자 조조는 곧장 대답했다.
“이상한 질문을 하는구나. 당연히 만나야지.”
“…그래. 마음대로 해.”
방금 조조에게서 심상치 않았던 말을 들은 하후돈은 앞으로의 일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정릉이라는 인물이 조조를 꽉 붙잡아주길 바랄 따름이었다.
대장군도 조조의 군세를 발견했는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고, 조조도 이에 호응하며 부대를 지휘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일 무렵,
“호오.”
조조는 무언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를 지켜본 하후돈이 말했다.
“또 무슨 일이야?”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보이는군.”
그리 말하는 조조의 눈길은 대장군이 아니라 그 옆쪽에 있는 장수에게 박혀었었다.
아주 살짝, 정말 아주 살짝만 밀어주면 알아서 앞으로 달려나갈 듯한 모습.
말 그대로 인내심의 한계가 온 듯한 여장수를 바라보며 조조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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