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238)
〈 238화 〉 구름과 비(3)
* * *
서여는 조금 전 보였던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지금은 내게 얌전히 안겨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내 뜻에 맡기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몸을 일으키려 하면….
꾸우욱.
이렇게 힘을 줘서 내가 일어나지 못하게 막았거든.
진짜 꼼짝도 못하겠네.
무림에서 나오는 천근추에 당하면 이런 느낌일까.
서여가 지닌 엄청난 힘을 생각하면 삐끗하는 순간 그대로 쥐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다치지 않도록 절묘하게 힘 조절을 하는 모습이 살짝 놀라웠다.
이것만 들으면 마치 온몸을 봉쇄당한 것 같지만, 지금 내 양팔만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어찌보면 이게 마지막 시험일 터.
여기서 내가 양팔을 이용해 벗어나려 하는 순간 그 양팔조차 봉쇄당할 것이다.
그런 다음 ‘괜찮습니다. 금방 끝날 테니.’ 이러면서 직접 움직이겠지.
…상상하니까 살짝 무섭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까.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현재 나는 섹스….
…음.
조금 더 고풍스럽게 표현하자면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아버지를 닮아서 엄청날 거라고 하시지만 글쎄.
훌륭한(?) 아비 밑에서 꼭 엄청난 아들이 나오지는 않는 법.
지금은 나도 잘 모르는 육체 잠재력에 의지하기보단 머리를 굴릴 때였다.
이제 두뇌를 빡세게 굴려보자.
내가 어디선가 주워듣긴 했는데 여성은 잠자리에서 무엇보다 이것에 약하다고 들었다.
그것은 허릿심도 아니고, 성기의 크기도 아니다.
체위는 당연히 아니었으며 애무도 아니었다.
바로 분위기.
물론 그 네 가지 요소가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인 건 확실하고, 개인차도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위 요소에 엄청난 문제점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여성은 보편적으로 분위기에 제일 약하다 하더라고.
뭐라더라.
보통 시각 자극과 촉각 자극에 약한 남성과 달리 여성은 주변 분위기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무언가가 있다 하는데….
에이, 모르겠다.
지금은 부딪쳐 보는 수밖에.
일단 서여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분위기는 살짝 달아오른 상태.
그를 확인한 나는 서여에게 말을 걸었다.
“서여.”
“…네.”
현재 내 얼굴 바로 옆에 고개를 박은 서여는 내가 시선을 돌려도 옆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귀가 아주 시뻘겋네.
막상 들이대기는 했는데 이 이후 어찌할지 모르고 그저 부끄러움만 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내가 입을 열었다.
“고개 들고 나 좀 바라볼래?”
“…….”
귓가에 곧바로 내 목소리가 꽂힌 서여는 몸을 움찔 떨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걸 바라봤다고 할 수 있을까?
서여는 고개를 정말 쥐꼬리만큼 움직였다.
즉 내게 눈동자만 살짝 보인 채, 여전히 얼굴 대부분을 침대에 묻은 상태라는 것.
나는 이를 타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움직인 거야? 조금 더 확 돌리라고.”
“…조, 조금만 더 시간을.”
얼씨구.
자기가 먼저 들이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부끄러워?
조금 전까지 나를 잡아먹을 기세로 들이대던 육식 동물은 어디 가고 초식 동물이 나타났을까.
평소 말을 떨지 않던 얘가 목소리까지 떠는 걸 보면 거짓말은 아닌데 말이다.
내 기색이 달라진 것을 눈치챈 걸까?
나한테 이다지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별 수 없단 기색으로 말했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가, 감사합니….”
그때 양팔로 서여의 몸을 꽉 껴안은 내가 몸을 홱 돌렸다.
서여는 내가 갑자기 움직이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꺅?!”
오,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침대에서 몸을 확 뒤집은 결과 내 위에 올라타 있던 서여는 밑으로, 밑에 있던 나는 서여 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걸 믿었어?”
나는 유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여의 반사 신경을 생각해보면 내 행동에 얼마든지 반응할 수 있었을 텐데 얌전히 당해주네?
사실 서여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런 상황을 원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너무 당황한 나머지 대처할 생각을 못한 거겠지.
“으, 읏….”
그 진위가 어찌 됐든 서여는 나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 모르는 반응을 보였다.
눈에 띌 정도로 홍조가 떠오른 볼,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눈동자, 불규칙적으로 내뱉는 자그마한 호흡까지.
비록 그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평소 좋은 일이 있어도 아주 미미한 반응만을 보이던 서여에게 이건 무척이나 커다란 반응이었다.
아주 잠깐 서여를 바라본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들이밀어 서여와 입을 맞췄다.
“…!”
이에 깜짝 놀란 서여가 일순간 눈을 크게 떴으나, 잠시 후 놀란 마음을 추스른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열적으로 혀를 섞지는 않았다.
그저 서로를 느끼며 묵묵히 입술만을 맞댈 뿐.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 지나간 뒤 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자 서여는 아쉬운 목소리를 흘렸다.
내 입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서여의 감정이 느껴진 나는 살짝 웃어 보였다.
“어때? 괜찮았어?”
“…….”
그런 내 질문에 서여는 살짝 눈빛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내 미소가 더욱 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간질간질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렇다면 더 해봐야지.”
“읍…?!”
나는 서여의 말을 끊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살짝 입을 벌린 내가 혀를 입술 사이로 집어넣은 것.
“……!”
이에 화들짝 놀란 서여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으나 이미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내 혀가 서여의 이빨을 톡톡 두드리는 상황이었다.
한동안 몸을 떨던 서여는 결국 내 혀를 이겨내지 못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이후는 간단했다.
서여의 입속으로 무사히 침입한 나는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는 혀를 마구잡이로 희롱했다.
내 기교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는데, 그런데도 서여는 변변찮은 저항을 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면 당하는 쪽도 조금씩 혀를 움직이는 게 정상일 텐데 무슨 일일까.
나는 숨을 고를 목적으로 잠시 입술을 뗐다.
“…후우.”
“…….”
서여와 내 입술에서 실선이 잠깐 이어지다가 뚝 끊어졌다.
서로 혀를 섞기는 했지만 잡아먹을 듯 달려들지는 않았기에 입가 주변은 그리 더럽지 않았다.
나는 서여에게 다시 물었다.
“이제는 어때? 알 것 같아?”
“…….”
“…서여?”
얘 갑자기 왜 이래.
무언가 멍한 눈초리로 숨만 고르는 서여의 모습에 나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고, 잠시 서여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서여의 하반신이 축축하게 젖어있었기 때문.
원래 여성이 성적인 교감을 나누면 애액이 나오는 건 알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
이건 단순히 애액이 분비되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세상에.”
나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
겨우 입 좀 얼마나 맞췄다고 절정에 이른 서여의 모습.
혹시나 한 나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살짝 벌려져 있는 서여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그렇게 혀와 혀가 뒤섞이는 소리가 나기를 잠시.
“……!!”
서여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던 나는 서여가 몸을 움찔 떨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조금 전은 키스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손을 뻗어 살짝 확인해보니 애액이 엄청나게 흥건했다.
“이, 이거…. 뭔가 이상….”
“…….”
그 와중 허벅지 안쪽에 손이 닿자 서여는 또 몸을 떨며 말했고, 그를 확인한 나는 침묵을 지키면서 서여의 앙증맞은 가슴을 옷 위로 주물러 봤다.
“~~!!”
내가 말랑말랑한 감촉을 즐기기 무섭게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이른 거지?
입맞춤으로 두 번, 방금 허벅지를 스칠 때 한 번, 가슴으로 또 한 번.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난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이야.
서여의 방어력이 나에 한정해서 한없이 낮아지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민감함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이거 내가 이상한 거야? 서여가 이상한 거야?
아니면 둘 다?
…오히려 좋은 건가?
서여의 신체 능력은 무척이나 뛰어난 편이니 이런 핸디캡이라도 없으면 내가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기세를 몰아야지.
전투에서도 공격할 때를 아는 장수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법이다.
비록 수비하는 쪽이 툭 치면 우수수 무너져내릴 모래성이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절정에 연달아 오른 서여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릴 무렵 나는 서여가 입은 옷을 천천히 벗겨 냈다.
서여는 계속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손길에 저항하지 않았다.
잡티 하나 없는 백옥 같은 피부.
전혀 흠잡을 곳 없는 유려한 곡선.
마치 꽃봉오리처럼 풋풋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슴까지.
객관적으로 봐도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서여의 나신을 바라보며 나도 옷을 벗었다.
내가 옷을 벗기 무섭게 무언가가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 무언가를 목격한 서여가 탄성을 흘렸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을 떠올렸다.
‘우리 아들도 그이를 닮아서 분명 굉장할 거야! 내가 보증해!’
‘……그거 성희롱입니다.’
‘그런가?’
어머니의 말씀이 틀리지 않은 것을 증명한 무언가….
나는 자지를 세운 채로 서여에게 다가갔다.
서여와 나는 정상위 자세로 서로 마주 보았다.
“서여.”
“…네.”
“괜찮겠어?”
그런 내 질문에 서여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예전부터 쭉 바라왔던 일입니다.”
마치 그 말에 호응하듯 삽입을 코앞에 둔 서여의 균열이 움찔거렸다.
그 대답을 들은 내가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야.”
나는 허리를 쑥 앞으로 내밀었다.
쯔즉!
“히윽?!”
그러자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서여는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냈다.
나는 삽입과 동시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이른 서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