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246)
〈 246화 〉 수춘(5)
* * *
다음 날 아침.
또 광란의 밤을 보낸 나는 상체를 일으킨 다음 멍한 눈초리로 허공을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그런 내 근처에는 어젯밤 나를 상대했던 조조와 서여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품에 안은 여자만 벌써 세 명이네.
왠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은데.
마치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의 모습.
과거 여러 인물에게 호감을 사놓았던 나는 지금 매우 긴장한 상태였다.
생각해봐라.
지금 내게 이성적인 관심을 표하는 인원이 몇 명이고, 살짝 애매한 인물까지 포함하면 또 몇 명인가.
나는 불안한 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세 명쯤이야 뭐, 이 시대에선 권력 좀 있다 하면 당연하게 치는 숫자였으니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열 명…도 괜찮다. 본래 역사에서 조조의 부인만 무려 열다섯 명이었는데 열 명쯤이야 대수겠는가.
…뭐지?
나 의외로 괜찮은 것 아닌가?
내가 거리낌 없이 여자를 늘려도, 비록 호색한이란 소리는 들을지언정 규탄받을 것 같지는 않은….
‘짐이 늘 그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마라.’
아.
그분이 있었네.
과거 동탁을 낙양에서 쫓아낸 이후 나를 쭉 지지해줬던 인물.
‘어허, 단둘이 있을 때는 내 자(?)를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
‘…폐하.’
‘어서.’
한나라의 황제, 유변(??)을 떠올린 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몰려도 내 모가지는 서여가 지켜주겠지만….
이걸 진짜 어떻게 한담.
내가 그렇게 고민에 빠질 무렵, 곁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조가 몸을 일으켰다.
“…흐음? 고민이 꽤 많아 보이는구나.”
몸을 일으킨 조조는 자연스럽게 내게 달라붙어 왔다.
어제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던 조조의 상태는 당연히 알몸이었다.
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에 툭 중얼거렸다.
“그렇게 달라붙지 마라. 내가 또 음심이라도 들면 어쩌려고?”
“후후, 그러면 또 한바탕 뒹굴면 되는 것이지.”
“…….”
조조는 그게 뭐 어쨌냐는 듯 아양을 떨어댔다.
그래.
조조는 원래 이런 인물이었지.
온갖 성희롱을 하면서도 그에 대해 일절 부끄러움이 없는 인물.
그날 밤 이후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갈 때마다 흠칫 놀라던 서여나 여포와는 천지차이였다.
“어제 내가 몇 번이나 의식을 잃었는지 모르겠군.”
“…….”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어.”
참 호색한다운 말을 읊조린 조조는 다시 한번 내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고민을 그리했느냐?”
“…으음.”
이 내용을 말해도 될지 고민하기를 잠시, 이제 완전히 한배를 탔다 결론을 내린 나는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 내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고 계신다.”
“호오…. 이건 또 흥미롭구나.”
몇몇 꽉 막힌 고관대작들이 들었다면 놀라 뒤집어졌을 말이었으나 조조는 아무렇지 않게 이를 수긍하며 눈을 반짝일 뿐이었다.
“근데 그 뭐냐…. 내가 이미 여러 여성을 품지 않았나.”
“흠. 그래서?”
“이에 황제 폐하께서 무슨 행동을 보일지 몰라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지켜봐 온 황제의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내가 물러난다고 한들 포기하실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그렇다면 결국 폐하께서 내게 들이댄다는 결론밖에 안 나오는데, 이 과정 중 내가 다른 여인과 맺어졌다는 걸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걱정됐다.
‘짐의 것을 탐낸 그 도둑년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단순하게 분노를 드러내실 수도 있고,
‘그대를 죽이고 짐도 죽겠노라.’
아예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이리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 두려울 따름이었다.
“그런 것이었나.”
내 걱정을 들은 조조가 피식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니까.”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그래.”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리 되묻자 조조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넘어트리거라.”
“…….”
이게 무슨 소리지.
상상도 못한 대답에 내 머리가 생각하는 걸 멈췄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조조의 말은 계속됐다.
“아, 그쪽에서 먼저 덮쳐올 수도 있겠군.”
“…그리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일단 나는 끝까지 들어보겠다는 요량으로 대답을 독촉했다.
그래도 그 조조가 하는 말이니 무언가 깊은 뜻이 있지 않겠나.
나는 삼국지 관련 매체에서도 늘 뛰어나게 묘사되는 조조의 두뇌를 믿었다.
“어떻게 하기는. 판이 깔렸으니 이제 짐승처럼 날뛰면 되지 않나?”
조조가 말했다.
“어제 그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나도 어디 가서 꿇리는 편은 아니라 생각한다만…. 그대는 수준이 다르더군.”
조조는 내 당혹스러운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밤일을 잘하면 다음 날 반찬이 달라진다던가.”
내게 자신의 몸을 더더욱 밀착시킨 조조가 속삭였다.
“병사들이 농지거리로 하는 말 중에 제일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이다.”
어느 군대든 음담패설을 즐기는 건 똑같나 보네.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여성이 자신의 애인이나 남편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뭔데?”
“사랑이다.”
너무 두루뭉술한 단어 아니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말하는 걸까.
내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조조는 귀엽다는 듯 말했다.
“손을 마주 잡고, 눈을 응시하며, 애정 어린 단어를 끊임없이 속삭여주는 것.”
“…….”
이건 확실히 마음에 새겨둘 가치가 있는 충고였다.
조조는 자신이 했던 말처럼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그대가 어젯밤 그랬던 것과 똑같지 않나.”
왜 또 성희롱이야.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어째서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빠지는 거지?”
“후후,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바로 그때니까.”
조조는 정말 대수롭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행복에 겨울 정도로 꼭 껴안아주거라.”
“음….”
“자신이 없다면 일단 근처에 있는 여성들로 시험해봐도 좋고.”
무슨 게임 경험치 쌓는 것처럼 말하네.
레벨 업이라도 하란 소린가.
……조조 말마따나 연습을 해야 하는 건 확실했다.
어릴 때부터 온갖 정치 싸움을 겪어온 황제 폐하께서는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잡아채는 솜씨가 뛰어났으니까.
과거, 내가 서량에 있을 때 보낸 편지가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고 꾸중을 들은 적이 있지 않나.
그걸 생각하면 황제는 지도자의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볼 수 있었다.
적어도 간신배의 농간에 놀아날 일은 없다는 뜻이니까.
즉, 제일 중요한 점은 이거였다.
내가 진실로 아름답다 여기는 점을 찾고, 끊임없이 애정 어린 말을 속삭이는 것.
…황제 폐하의 꽃봉오리 같은 외모를 생각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네.
나는 조조가 했던 말처럼 연습을 위해 입을 열었다.
“조조, 그거 알고 있나?”
“음? 무얼 말이더냐?”
“내가 지금까지 부끄러워서 말은 못했다만, 맹덕 그대가 늘 아름답다 느끼고 있었다.”
“…!”
내 말을 조조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흐으, 과연. 틱틱대는 남자의 매력이란 것이 바로 이거였는가.”
갑자기 뭔 소리래.
“그래.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구나. 사랑을 속삭인다는 것에 미사여구는 별로 필요 없다.”
그리 말한 조조는 한층 더 열기가 오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글솜씨가 뛰어나다면 시를 짓는 것도 나쁘지 않다만….”
“…….”
“그저 아름답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이런 단순한 표현이 제일 중요한 것이지.”
조조가 몸을 더욱 깊게 파묻자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살내음도 더욱 진해졌다.
어제 땀을 그렇게 흘려댔는데도 악취가 안 나네.
오히려 은은한 꽃향기가 풍기는 게 나와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지경.
“그대의 솜씨를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조조는 그 상태로 내게 살며시 속삭였다.
“……한 번 더 하겠느냐?”
와, 진짜 강적이네.
어제 몇 번이나 의식을 잃었다는 조조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엄청난 쾌감을 느낀 건 확실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 달려드는 건가?
하지만 움찔거리면서 물러나는 서여나 여포의 경우를 보면 그냥 조조라는 인물 자체가 색(色)을 즐기는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본래 역사에서 부인이랑 자녀가 그렇게 많았지.
이런 욕구를 지녔으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처녀로 산 걸까.
“그땐 막연하게 알고 있었을 뿐이고,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가.”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하구나.”
내 의문에 대답한 조조는 내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정도나 되는 성욕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떻게 여성에게 손을 대지 않고 살았느냐?”
“…글쎄.”
그건 나도 궁금하다.
판타지나 무협에서나 나올 법한 화타의 약 때문에 성욕이 강해졌긴 했지.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그냥 내가, 처음부터 이런 인물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모르겠다. 그냥 한 번 더 하자고.”
“으응…!”
고개를 대충 휘저은 나는 조조를 껴안으며 자리에 뒹굴었다.
서여는 조금 전 잠에서 깼음에도 괘씸하게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그거 안 통한다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