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270)
〈 270화 〉 소동(2)
* * *
“참 웃겨. 같은 성씨끼리 누구를 죽이느냐 마느냐 하면서 싸우는 게 말이야.”
자리에 쭈그려 앉아 남성과 눈높이를 맞춘 장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
동씨 일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지 않은 기억을 품고 있을 색깔.
여포와 닮은 붉은색 눈동자가 남성을 응시했다.
남성은 마치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듯 이를 빠드득 갈면서 소리쳤다.
“닥쳐라! 네깟년이 이 원한을 어찌 이해하겠느냐!”
“어쭈? 소리 지를 힘은 남아있나 보네.”
장비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전혀 상관없다는 모습으로 남성이 외쳤다.
“네년도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터!”
“…….”
“가족을 해한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갈 수 없는 법이다!”
“그렇구나.”
남성의 주장을 잠자코 듣고 있던 장비가 툭 중얼거렸다.
“원래였다면 이런 소리도 하지 못하고 목이 잘려나갔을 텐데.”
“뭐라고…?!”
“그냥 혼잣말이야 혼잣말. 신경 쓰지 마.”
장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씩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남성은 알 수 있었다.
그 웃음 뒤에 조롱과 경멸이 담겨있다는 것을.
차분하게 묻는 억양과 정 딴판인 실실 웃는 표정.
눈앞의 여자가 처음부터 자신을 놀려먹을 의도였다는 걸 눈치챈 남성이 분노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네 이년…!”
“어? 갑자기 왜 그래? 화났어?”
남성을 똑바로 응시하던 장비가 눈가에 호선을 그렸다.
“근데 거기서 뭘 어떻게 하게? 화나면 힘이라도 세지나?”
“닥쳐라─!!”
“조용히 시키고 싶으면 일단 감옥에서부터 나와야지?”
관우는 어린아이처럼 경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장비에게 한숨을 내쉬었다.
“익덕, 그쯤 하거라.”
“응? 왜?”
“너무 방정스럽게 행동하면 주군의 위신에 손상이 간다.”
“아….”
관우의 눈빛을 마주한 장비는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여기서 말을 더 안 들으면 그 무서운 주먹이 또 자신에게 꽂히리란 것을 말이다.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멍청해지면 아마도 운장 언니 때문일 거라 생각한 장비는 순순히 물러났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비가 물었다.
“이제 궁금증은 다 풀었니?”
“…대충?”
장비는 살짝 애매했지만 일단 유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놈이 상당히 멍청한 건 알겠어.”
“뭣…!”
“설명해봤자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아서 말은 안 하겠지만.”
끝까지 성질을 긁는 장비의 말에 남성은 더욱 얼굴을 붉혔다.
저벅. 저벅.
그때 저 멀리서 여러 명이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던 관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온 것 같군.”
“…누구?”
“지켜보거라.”
관우와 장비가 한 차례 대화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살펴봐도 정예병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병사들.
그 병사들을 선두에 이끌고 있는 아리따운 미모의 여인.
“…여러분.”
초선.
“죄수들에게 볼일이라도 있으신지요?”
그 여인은 같은 여성이 들어도 감탄할 만한 아름다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네, 네년은…!”
그때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던 남성이 눈을 크게 뜨곤 창살에 달라붙었다.
남성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 배신자 년아─!! 대체 무슨 낯짝으로 나타난 것이냐─!!”
“응?”
무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 장비는 의문을 드러냈다.
지금 저놈이 배신자라 부를 인물은 장비 머릿속에서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배신자?”
그런 장비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한 소녀가 남성의 외침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듯한 앳된 외모.
어깨까지 오는 새하얗게 탈색된 머리카락.
거기까지 본 장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 소녀가 바로 어제부터 소문이 자자한 당사자였다.
듣자 하니 대장군의 호위 장수가 나서기도 전에 저놈들을 전부 때려눕혔다던가.
대장군의 호위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장비는 정말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했다.
그 호위 장수가 직접 나섰다면 한두 명의 목숨으론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소녀는 자신의 까칠한 눈초리로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신자는 너지. 이 얼간아.”
“뭐라고?”
“네가 생각 없이 저지른 일 때문에 다른 사람 목까지 날아갈 수 있었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녀는 매우 앙칼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성인식도 치른 놈이 왜 그렇게 애새끼처럼 구는 거야?”
“…뚫린 입이라고 맘대로 지껄이는군.”
“어머나,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는 건 너겠지.”
거기까지 말한 소녀는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
“…….”
입이 꽤 까칠하네.
고양이를 닮은 매서운 눈초리를 볼 때부터 대충 예상했지만 소문의 주인공도 한 성깔 하는 것 같았다.
소녀의 기세에 눌린 남성이 순간 입을 다물자 초선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형장으로 데려가시길.”
“예!”
병사들은 절도 있는 행동으로 차례차례 갇혀있던 죄수를 이송하기 시작했다.
아직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인원을 질질 끌고 나가는 광경에 유비가 물었다.
“저들은 이제 어찌 되는 건가요?”
“극형에 처할 예정입니다.”
초선은 냉정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읊었다.
“대장군 암살 미수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지요.”
“…….”
“이 아이 말마따나 저들이 은혜를 저버린 것은 사실이니까요.”
초선의 대답을 들은 유비가 죄인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대장군이 초선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 있었다.
만약 시간이 흘러 황제 폐하께 이 일이 넘어갔다면 저들의 끝은 좋지 않았을 테니까.
대장군과 연관된 사건일수록 황제의 손속이 더욱 잔인해지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적어도 자비롭게 단칼에 목을 날려버리시진 않을 터.
형주 지방 호족들에게 그랬고, 사사건건 대장군의 발목을 붙잡아오던 원술에게도 그러시지 않았는가.
“많이 쳐줘도 약관(??, 20세)일까요.”
유비는 감옥 안에 갇혀있는 일행들을 바라보곤 중얼거렸다.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너무 큰일을 저질렀네요.”
그 말을 들은 장비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쟤들이 원하던 거 하나는 이뤘잖아.”
“…그게 무슨 소리더냐.”
관우는 이 천방지죽이 또 무슨 소리를 할지 걱정됐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원수와 사는 일은 없어졌잖아?”
“…….”
“잘 됐네. 적어도 눈은 편히 감을 수 있을…. 꺄악!”
장비의 말을 듣던 관우는 다시 한번 장비에게 꿀밤을 꽂았다.
평소보다 더욱 묵직한 타격에 장비의 비명도 한층 더 커졌다.
“내가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으으….”
장비도 자신이 너무 깐족거렸다는 걸 알기는 아는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관우와 장비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시 초선에게 고개를 돌린 유비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
너무 이질적으로 차분한 초선의 모습.
사람의 감정을 눈치채는 데에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닌 유비는 이에 살짝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용기를 냈던 게 정답이었나 보네.”
“응? 현덕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란다.”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후발 주자가 생긴 상황.
당연하게도 유비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전부 목을 베었다고?”
“그렇습니다.”
나를 암살하려 했다는 시종들이 전원 극형에 처해졌다는 보고에 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분간 황궁에 자주 호출당하겠군.”
나는 황제 폐하께 이런저런 질문을 들을 것을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대충 무슨 대화를 나눌지는 예상이 간다.
분명 너무 자비로운 처벌을 내렸다는 둥 듣기 살벌한 말씀을 하시겠지.
상황을 정리하던 나는 초선과 똑같은 자세로 예의를 보이고 있는 소녀에게 물었다.
“하여튼, 나를 암살하려던 시종들을 혼자서 쓰러트렸다고?”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소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지만 대단한 일 맞았다.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아이가 장정 여러 명을 쓰러트린 거니까.
이름이 분명 동백이라고 했던가.
내 기억으론 그 동탁의 손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흠….”
나는 고양이를 닮은 앙칼진 외모의 소녀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듣자 하니 집안에 있는 탁자로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켰다던데….”
“읏.”
백발의 소녀, 동백은 자신이 저질렀던 품위 없는 행동이 언급되자 몸을 움찔 떨었다.
한동안 동백을 뚫어지라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까이 와보거라.”
“예.”
내 말을 들은 동백이 나와 거리를 좁히자 나는 고개를 쭉 뻗어 동백의 새하얀 머리카락을 자세히 살펴봤다.
“…?!”
“으으음….”
머리카락과 똑같은 흰색 눈동자.
살짝 곱슬거리면서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
머리 모양만 만두 머리로 만들면 딱 거기서 나오는 캐릭터인데.
힘도 세다고 했으니 철퇴까지 들려주면 완벽하겠네.
” ……. ”
너무나 익숙한 외모에 정신이 팔린 나는 미처 주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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