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08)
〈 309화 〉 한중 공방전(4)
* * *
현재 양평관의 수비를 맡은 장위는 아주 생고생을 하며 대장군의 군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장군! 우측 성벽이 위험합니다!”
“새롭게 보수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위험해진다는 것이냐!”
“하, 하오나 공성 병기가 그쪽만 집요하게 노려대는 바람에….”
장위를 보좌하던 부관은 면목없다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변명은 됐다! 인력을 서둘러 투입하여 위험한 곳을 보수하도록!”
“예!”
부관은 재빨리 읍을 올리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위는 전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성 병기라….”
현재 아무런 방해도 없이 돌과 화살을 쏟아붓는 공성 병기들.
저것들을 막는 방법 자체는 간단했다.
자신들도 똑같이 병기로 대응하거나, 아니면 진형이 흐트러진 틈을 타서 재빠르게 기습 공격을 펼치던가.
하지만 장로군은 둘 다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명중률인지 병기는 적군의 집중포화로 인해 전부 박살이 난 상태였고, 저들이 방심한 틈을 타 기습을 감행하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반드시 승전보를 가져오겠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외치면서 본인에게 병사를 붙여달라 요청한 양앙(?).
‘가자! 모든 병사는 나를 따르라!’
양앙은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에 기병들을 이끌고 나아가 당당히 야습을 가했고….
‘커헉!’
청색 머리카락을 지닌 장수에게 일합도 버티지 못하고 목이 날아갔다.
그 이후 양앙(?)의 목은 죄인처럼 효수당했고, 지금도 대장군의 군영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양앙(?)의 목이 혀를 쭉 내민 볼품 없는 모양새로 창대에 꽂혀있었다.
그 참혹한 광경을 마주한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졌으리란 건 당연했다.
장위로서도 양앙이 일합도 버티지 못한 채 목이 달아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대장군의 군세를 천하에서 으뜸으로 친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 강할 줄이야.
‘형님도 거의 모든 병사를 양평관에 지원해주셨기에 이제 여유가 없을 터.’
점점 더 꼬여만 가는 상황에 장위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굳건히 버티는 것뿐이다.’
저들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하는지 대놓고 성벽에 붙을 낌새는 보이지 않는 상황.
이대로 몇 달이고 버티면서 저들이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면 이길 수 있는 전투였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중앙 놈들에게 우리의 끈기를 보여줄 때다!”
“장군! 급보입니다!”
“또 뭐냐!”
걸핏하면 급보라면서 자신을 귀찮게 구는 부관들에게 장위가 화를 벌컥 냈다.
그런 장위의 신경질적인 행동에 부관은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천천히 이어나갔다.
“한녕이 적군에게 함락당했습니다!”
“뭐, 뭐라고?!”
장위는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기세로 놀랐다.
“이곳으로는 벌레 새끼 하나 지나가지 못했는데 어떻게 한녕이 함락당했다는 것이냐!”
“물길입니다! 저들이 한수(??)를 이용해서 몰래 급습을…!”
“양동 작전이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침입 경로에 장위가 뒤통수를 맞은 표정을 지었다.
장위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형님은 무사히 탈출하셨나?!”
“그, 그게….”
부관은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 우물쭈물 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양송(??)이 저희를 배신하고 적장에게 길을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 탐욕스러운 돼지 놈이 감히!”
어째 처음부터 항복을 주장하는 꼴이 수상하기는 했다!
그래도 오랜 세월 같이 일해온 것을 참작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거늘…!
땅바닥에 검을 내동댕이치며 분통을 터트리던 장위가 물었다.
“…그래서 형님은 어찌 되셨지?”
“끝까지 저항하려는 주변 무장들을 제지하고 몸을 굽히셨다 합니다.”
“허어….”
자신의 주군이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에 장위가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부관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저희는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병사들을 먹일 곡식이 다 한녕에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저항할 수 있겠느냐?”
병사를 굶주리게 하면 없던 불만도 생기는 법이고, 그런 불만이 쌓이면 결국 내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무엇보다 사람이 배를 곯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던 형님이니만큼 순순히 항복하는 것이 나을 터.
괜히 자존심을 세우겠답시고 끝까지 저항하다간 좋지 못한 꼴을 볼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장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병사와 장수에게 알려라. 저항을 그만두고 성문을 열겠다.”
“예!”
부관은 공손하게 읍을 올린 다음 곧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천혜의 요새라 불리는 양평관과 한중의 저항은 한 달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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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성 병기를 이용해 정말 거슬릴 정도로 멀리서 깔짝거리며 장로군의 심기를 박박 긁었다.
수상할 정도로 영점을 잘 잡는 고순의 지휘 덕분에 양평관에 있던 수성 병기는 진작 박살 난 상태였고, 어둠을 틈타 야습을 강행하던 적 장수는 백마에 올라탄 조운이 단합에 목을 날려버렸다.
지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성벽이 무너지지 않게 보수하는 것뿐이었으니 장로군 입장에선 참 답답할 거다.
원래 싸울 때 가장 속 터지는 상황 중 하나가 뭘 하지도 못하고 얻어맞기만 하는 것 아닌가.
성벽에 붙으면 반격이라도 하겠는데 멀리서 뭘 날리기만 하니 모기가 근처에서 윙윙거리는 것처럼 거슬려서 잠이 안 올 것이다.
물론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선 성벽에 붙고 충차를 움직여야겠지만….
지금 내가 할 일은 시선을 끄는 것뿐이니까.
아직 익주 전체가 남아있는데 한중을 점령하겠답시고 너무 큰 피해를 감수할 순 없었다.
그렇게 양평관 공격을 시작하고 며칠.
“…성문이 열리네요.”
“그러게.”
내게 끊임없이 맞던 양평관은 난데없이 모든 저항을 멈추고 순순히 성문을 열기 시작했다.
비록 계속 처맞기는 했지만 끝까지 가드를 올리며 정말 죽을 기세로 저항하던 놈들이 성문을 여네?
이게 무슨 일일까.
혹시 한중이 벌써 점령당한 건가?
너무 빠른데?
나는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혹시 공성계(???) 같은 건 아니겠지?”
“네? 공성계요?”
내 걱정을 들은 사마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굳이 지금 수성을 멈추고 공성계를 펼칠 이유가 없는데요?”
“…그런가?”
공성계(???).
적을 성 깊숙한 곳까지 유인한 다음 퇴로를 차단하고 그대로 들이치는 계책.
아니면 적군으로 하여금 복병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순순히 군을 물리게 하는 계책인데….
“지금 우리 병사가 훨씬 많은데 걱정하실 필요가 있어요?”
“…….”
제갈량의 공성계에 속아서 군을 물렸던 인물이 이렇게 말하다니.
기분이 참 묘했다.
“정 걱정되신다면 선발대부터 보내보세요.”
사마의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정말 공성계라면 그대로 들이쳐서 점령해버리면 되죠.”
“그러지.”
의견을 받아들인 나는 근처에 있던 조운에게 눈빛을 보냈다.
조운은 척하면 척이라는 듯 내 눈빛을 보자마자 먼저 양평관에 입성했고, 그로부터 머지않아 양평관을 수비하던 장수들을 밧줄에 묶은 채 줄줄이 이끌고 나왔다.
나는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엮여있는 장수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한중이 함락당하니 마음이 바뀌기라도 했나?”
“…….”
내가 툭 찔러본 말에 장수들은 몸을 움찔 떨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거 점령당한 거 맞네.
대체 배를 어떻게 몰았길래 양양에서 한중까지 벌써 도착한 거지?
지도를 보니까 강이 엄청나게 구불구불하던데….
역시 그 금범적은 뭔가 다르다는 건가?
나는 감녕에게 무슨 상을 내릴지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순순히 항복한 것을 고려해서 최대한 좋은 처우를 내리도록 하지.”
“…대장군의 자비에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장위는 그런 내 말에 몸을 넙죽 숙이면서 감사를 표했다.
역시 살아남는 것이 장땡이구나.
이 인물이 며칠 전까지 나보고 도적놈이라 하던 그 인물이 맞나?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여포와 서여의 모습을 확인했다.
“…흥.”
여포는 손이 근질거린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장위에게 시선을 향했고,
“…….”
서여도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장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저 모습을 보면 동일 인물 맞는 것 같은데.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가도록 하지. 익주의 광경이 어떨지 궁금하군.”
“예! 최선을 다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장위도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대답했다.
마치 서여와 여포의 눈빛을 최대한 피하는 모양새.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것을 직감했는지 장위는 한중으로 향하는 동안 계속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이상한 말을 해가지고….
이제 추한 것보다는 조금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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