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13)
〈 314화 〉 목록대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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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만족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군대를 깨부수고 기세등등하게 진군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쳐들어온 이민족은 한나라를 점령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하는 또 다른 산을 마주했다.
바로 성벽.
평지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북방 이민족들도 공성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
말이 성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 몽골의 칭기즈 칸도 처음 금나라를 공격할 때 공성전에 익숙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니까.
…물론 금방 적응하고 관문을 전부 박살 내며 정복 활동을 이어나가긴 했다.
칭기즈 칸도 이러는데 저 멀리 남쪽 밀림에서 사는 이민족들이라고 다르겠는가.
남만족은 현재 익주를 향하는 요충지를 금방 밀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지만 몸을 추스르고 반격할 시간은 있다는 뜻.
그렇다고 너무 여유를 부리면 남만족에게 요충지가 뚫릴 가능성이 컸다.
유탄과 누반은 마치 충성을 증명하겠다는 듯 서로 앞다투어 남만족의 발을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두 명도 자세히 따지고 보면 항장 출신이니 이상할 건 아니지.
아마 남만족들도 상당히 화가 날 거다.
벽 하나를 넘지 못하고 며칠 동안 같은 곳에서 머무르는 상황이니까.
그곳을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방법도 있겠다만 요충지가 왜 요충지라고 불리겠는가.
적을 동태를 살피기 유리하니까 요충지라 불리는 거다.
더럽고 치사하다면서 안 뚫었다간 훗날 보급로가 끊기거나 아예 뒤통수를 맞는 등 더 더럽고 치사한 짓을 당할 수 있었다.
남만족이 그것까지 판단할 수 있나 싶겠지만, 맹획도 삼국지 연의에서 상당히 지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다.
이 싸움은 무효라면서 억지를 부리는 게 이미지를 다 깎아 먹어서 그렇지.
하여튼 유탄과 누반의 눈물 나는 분투 덕분에 나는 완전히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출진할 수 있었다.
이제 말로만 듣던 판타지 군대를 직접 마주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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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주(??) 건위군(??) 자중현(?中?) 근처.
남만군은 현재 그곳에 세워진 성을 며칠째 공격하는 상황이었다.
“진짜 짜증 나네! 이놈들 왜 이렇게 질겨?!”
자신을 만왕(?王)이라 호칭한 맹획이 제 검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관문이나 성을 여러 개 점령하기는 했지만 이놈의 공성전은 할 때마다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았다.
한 번 쾅 붙으면 우수수 쓸려나갈 놈들이 벽 뒤에 숨어 화살만 날려대니 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고향에서 부족을 통일할 때도 이런 답답한 상황은 없었다면서 맹획이 울분을 토했다.
그때 맹획을 전체적으로 줄여놓은 듯한 인상의 소녀가 물었다.
“언니, 이곳에 그리 목을 매는 이유가 뭐야? 그냥 무시해도 되지 않아?”
“안 돼! 이걸 보라고!”
제 여동생의 질문에 맹획은 근처 성에서 마구잡이로 뜯어온 파촉 지형 지도를 힘차게 펼쳤다.
맹획이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여기거든?”
“응.”
“지금 우리가 공격하는 성은 여기고.”
그리 말하는 맹획의 손가락은 정확히 지도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 우리가 익주 한가운데 있는 성을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나중에 뒤를 공격당한다?”
“바로 그거야!”
역시 똘똘한 내 동생이라면서 지도를 아무렇게나 구겨넣은 맹획이 말을 이었다.
“지금도 고향에서 끊임없이 먹을 것을 보내주기에 싸울 수 있는 건데, 저놈들이 뒤를 쳐서 그 길을 뚝 끊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역시 언니야! 대단하네!”
“그렇지?!”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자매는 서로를 향해 꺄르르 웃었다.
이곳이 전장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태도.
“…어휴.”
한 여인은 조금 가까운 곳에서 이를 지켜보다가 한숨을 푹 내뱉었다.
모든 부족을 하나로 만들었으면 그 모습에 어울리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능력이 있으니 모든 부족을 통일했겠지만 저런 가벼운 모습을 볼 때마다 모자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록 다른 부족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녀와 함께한 여인이 시선을 돌렸다.
익주 정중앙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성.
그곳에 있는 적들…. 그러니까 한족(??)이라 해야 하나?
그들도 이곳이 뚫리면 익주 전체가 우리의 손에 들어갈 것을 아는지 매우 필사적인 태도로 수비에 임했다.
“절대 물러서지 마라! 야만인들의 손에 우리 가족이 유린당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하하하! 이 나이를 먹어도 전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군!”
언뜻 지켜봐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리라 느껴지는 장수들.
유탄이 요충지의 수비를 맡긴 장임(??)과 엄안(?)이 성벽을 올라오는 남만족을 무기로 꿰뚫었다.
“…시간이 너무 끌리는데.”
여인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이러다가 지원군이 오기라도 하면 한층 더 어려운 싸움이 될 터.
여인의 혼잣말을 들은 맹획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뭐 어때! 지원군이 오면 그놈들도 박살 내면 되지!”
“…그래. 속 편해서 좋겠다.”
“엥? 그게 무슨 소리야?”
맹획은 눈을 깜빡이면서 자신의 친구에게 물었다.
그때 등나무 갑옷을 가볍게 걸친 남만족 장수 한 명이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
“대왕! 좌측에서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적들의 지원군이 나타났다는 소식.
여인이 걱정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으나 맹획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진짜 오네?”
“…….”
“뭐, 상관없지.”
연이은 승리에 콧대가 높아지기라도 한 걸까.
맹획이 옆구리에 손을 얹으면서 힘차게 외쳤다.
“전부 오라고 해! 죄다 박살 내줄 테니!”
“역시 대왕이십니다!”
“그치?!”
으하하 웃는 맹획의 모습에 여인은 또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저 오만함이 조만간 아군에게 쓰디쓴 패배를 안겨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
“일단 저들의 기세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지요.”
“기세?”
출진하기에 앞서 제갈량의 의견을 듣던 나는 의문을 드러냈다.
“남만족은 지금까지 별다른 패배를 겪지 않고 익주 중앙까지 올라온 상황입니다.”
“…….”
“그 와중에 남만족의 우두머리는 자기 자신을 만왕(?王)이라 칭하기까지 했으니….”
차분한 목소리로 남만족을 어떻게 상대할지 읊던 제갈량은 살짝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보나 마나 오만해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군.”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임을 할 때도 자신이 유리하답시고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나.
그러다가 죽고 역전당하면 키보드를 쾅쾅 두드리다가 부숴버리겠지.
그를 생각하면 제갈량의 주장은 이상하지 않았다.
“비록 우두머리의 명령은 잘 듣는 것 같지만…. 군의 편성을 보아하니 부족들끼리 따로 노는 것이 보이더군요.”
아마 틀린 말은 아니겠지.
맹수 부대, 독사 부대, 등갑 부대 등등….
그렇게 개성이 강한 놈들을 한 부대에 묶어놓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이를 보면 맹획이 무능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터.
제갈량은 백우선으로 입가를 가린 채 말을 이었다.
“저희가 꼬리를 살살 흔들면 이를 추격한답시고 홀로 튀어나올 부대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튀어나온다고?”
제갈량의 의견을 듣던 나는 또다시 의문을 드러냈다.
“예. 가령 사람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는…. 그런 부대 말입니다.”
“아.”
나는 곧바로 이해가 됐다.
맹수 부대를 지휘하는 목록대왕은 공성전에서 별다른 활약을 못할 가능성이 컸다.
코끼리와 호랑이가 성벽에 다가가서 뭘 하겠나.
기껏해야 성벽 근처에서 울음소리만 내다가 그대로 고슴도치가 되겠지.
아마 손가락만 빨고 있던 목록대왕은 공을 세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를 추격할 터.
제갈량은 지금 코끼리나 호랑이가 있는 맹수 부대를 먼저 유인해 각개격파하겠다는 뜻이었다.
“뛰어난 장수에게 기마 부대를 붙여주시지요.”
제갈량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들을 근처 숲까지 끌어들이면 네 발로 걷는 짐승은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알겠다.”
변수가 큰 짐승들부터 어떻게 하면 아마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타사대왕이 부리는 독사 부대라던가 올돌골이 부리는 등갑병 부대는 별로 무섭지가 않거든.
정면 힘 싸움에선 잘 훈련된 우리 병사들조차 상대가 안 되는 짐승들이 문제일 뿐이다.
제갈량의 의견을 들은 나는 이번 정벌에서 기필코 공을 세우겠다며 군사를 이끌고 따라온 청은색 머리카락의 장수를 떠올렸다.
아마 그들이라면 내 기대에 부응해 잡힐 듯 말 듯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지.
판타지에는 판타지로 대항하는 법.
‘…아니, 이 이상한 병기는 뭐에요?’
‘나도 모르니까 제갈량에게 물어봐라.’
그 사마의조차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제갈량의 발명품이 나설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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