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15)
〈 316화 〉 목록대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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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육식동물의 이동속도는 초식동물보다 훨씬 빠른 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지.
고기를 먹고 사는 육식동물이 초식동물보다 느리면 그냥 굶어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겠는가.
이리와 같이 무리를 이뤄 지능적으로 몰이 사냥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폭발적인 각력으로 방심한 초식동물을 덮쳐 쓰러트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흥!”
후방에서 병사들을 호위하던 마초를 순식간에 따라잡은 호랑이 한 마리가 크게 도약하며 제 육중한 앞발을 휘둘렀다.
평범한 사람이 한 방이라도 맞는다면 단번에 치명상을 입을 공격.
후웅─!!
“이크!”
하지만 마초를 향해 휘둘러진 호랑이의 앞발은 살벌한 소리를 내면서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마초가 식겁한 소리를 내며 몸을 옆으로 확 틀었기 때문.
양다리로 한혈마의 옆구리를 꽉 붙잡은 채 거의 직각 수준으로 허리를 튼 그 모습은 마치 곡예를 부리는 것 같았다.
공격을 하고 생겨난 찰나의 빈틈을 마초는 놓치지 않았다.
“꺼져! 이 미친 짐승 새끼야!”
“크와악──!!”
마초가 들고 있던 창에 몸을 꿰뚫린 호랑이가 쿠당탕 구르면서 지면에 나자빠졌다.
그로 인해 생기는 크나큰 반동은 마초에게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시 어렵지 않게 자세를 되돌린 마초가 병사들에게 외쳤다.
“더 빨리 달려! 슬슬 따라잡히고 있잖아!”
“이미 이게 최대 속도입니다!”
“그러면 계속 그 속도로 달리던가! 짐승 뱃속에 들어가도 난 책임 안 진다!”
힘차게 외친 마초는 다시 후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호랑이와 표범, 이리와 승냥이가 인간의 지시에 따르며 적들을 향해 돌진하는 상황이라니.
마치 옛날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상황에 마초가 헛웃음을 흘렸다.
“크헝─!”
“너는 또 뭐야?!”
마초는 이번에 자신이 아니라 한혈마를 노리는 호랑이의 행동에 기겁하며 무기를 휘둘렀다.
“커허헝─!!”
“참 희한하게 우네! 아프냐?!”
재빠른 반응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마초는 피가 뚝뚝 흐르는 창을 크게 휘둘러 동시에 달려드는 표범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쳐냈다.
마치 무언가에 치인 것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표범들의 모습에 주변 맹수들이 일순간 주춤거렸다.
마초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쯧, 기마병과 정면충돌을 할 때나 느껴지는 손맛인데.”
아마 다른 평범한 병사들은 맹수와 무기를 부딪치는 순간 균형을 잃고 자리에 나자빠질 터.
그나마 자신이니까 맹수와 부딪치고도 이렇게 멀쩡히 서 있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이라면 병사들이 매우 잘 버티고 있다는 점일까.
“맹수와 직접 부딪치지 마라! 활을 쏘면서 최대한 거리를 벌려!”
“예!”
강족들은 어렸을 때부터 단련해온 기마 궁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맹수들을 견제했다.
비록 화살 몇 대 맞는다고 해서 쓰러질 맹수가 아니었지만, 운 나쁘게 급소를 명중 당한 맹수 몇 마리는 그 자리에 쓰러지며 목숨을 잃었다.
강족 병사 한 명이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중에 제 가족한테 호랑이를 잡았다며 자랑이나 해야겠습니다!”
“여유 보일 시간에 활이나 한번 더 당겨라!”
“겁먹어서 벌벌 떠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습니까?!”
그 말대로 강족들은 목숨이 오가는 전쟁터에서도 전혀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한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오기에 오히려 전투를 일상으로 여기는 강인한 민족들.
타고난 본능으로 마초가 가장 강한 것을 눈치채고 다른 병사를 노리는 맹수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능숙하게 대처하며 맹수 부대를 더욱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였다.
이제 목표 지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
“왔네.”
경사가 조금 높은 언덕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저 멀리 흙먼지가 일어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
선두에는 마초가 이끄는 강족 기병들이 있었고, 그 뒤에는 기병들을 뒤쫓는 온갖 맹수 무리가 있었다.
호랑이, 표범, 승냥이, 이리….
뭐가 저렇게 종류가 많아.
무슨 동물의 왕국이라도 찍냐?
코끼리도 있다고 들었는데 걔네는 상당히 느린 동물이다 보니 못 쫓아온 모양이었다.
하긴, 그만한 파괴력에 속도까지 빠르면 다른 동물들도 더럽고 치사하다며 욕할걸.
추격전을 바라보던 제갈량이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맹수들이 상당히 지친 모양이군요.”
“저놈들도 계속 달렸을 테니까.”
육식동물이 초식동물보다 속도가 빠르다지만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체력.
초식동물은 작정하고 달리면 끝도 없이 달리는데 육식동물은 그러지 못한다.
장거리 선수와 단거리 선수라고 비교하면 되려나.
물론 이리처럼 예외인 경우도 있었다.
걔네는 사냥감을 며칠 넘게 따라다니며 지독하게 사냥을 하는 동물이라….
덕분에 다른 육식동물과 비교해 사냥 성공률이 매우 높다고 했다.
육식동물이 너무 오랫동안 전속력으로 달리면 과도한 혈액 공급을 이기지 못한 심장이 팡 터진다는 무서운 과학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넘어가자.
우리 병사를 쫓는 맹수들도 지능이 있는지 나름대로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 같았으나, 그들이 지금 쫓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말(馬).
오래 달리는 동물 중에서도 대표 주자로 꼽히는 초식동물.
초반에 기세가 좋았을 때 전부 처리하지 못했으면 결과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지.
맹수들이 지쳐 한결 여유가 생긴 마초는 용케 내가 있는 곳을 눈치채고 활짝 웃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좋다, 그런 뜻인가?
맹수들을 유인하던 강족 기마 부대는 넓은 숲 안쪽으로 쑥 들어갔고, 진작 조련사와 떨어진 맹수들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들을 뒤쫓아 숲으로 들어갔다.
이제 끝났네.
“적색 깃발을 올리세요.”
“알겠습니다!”
제갈량의 명을 받은 병사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커다란 적색 깃발을 세웠다.
마초가 들어간 숲 건너편에 있던 부대는 이를 확인하고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주군, 부디 조심하시길.”
“그래. 다녀와라.”
“예.”
내 곁에 있던 조운도 병사 일부를 이끌고 숲 일부를 포위했다.
아무래도 보병이라 그런지 포위망 형성 속도가 느렸지만, 병사를 사방으로 넓게 퍼트려 놓아서 시간에 쫓기는 일은 없었다.
곧 마초가 튀어나올 숲 북쪽은 고순이 맡았고, 숲 남쪽은 조금 전 병사를 이끌고 떨어진 조운이 맡았다.
숲 동쪽과 서쪽도 각각 서황과 장료가 맡았으니 문제 될 게 없지.
맹수들의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 내 병사의 숫자가 그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휴, 겨우 빠져나왔네!”
마초를 비롯한 강족 기마병이 숲 북쪽에서 튀어나왔다.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강족들의 숫자는 상당히 줄어있는 상황.
맹수들은 살짝 지쳤으나 여전히 기세등등한 기색으로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마초가 고순을 스쳐 지나가며 외쳤다.
“이제 알아서 해요!”
“예. 고생하셨습니다.”
힘든 추격전으로 말투가 살짝 거칠어진 마초의 언행을 고순은 담담히 받아주었다.
“모두 준비해라.”
“예!”
병사들은 제갈량이 발명한 병기를 앞으로 끌고 나와 맹수들과 마주했다.
나무로 깎은 정교한 호랑이 형태의 병기.
그리고 호랑이의 입에 달린…. 원통형의 막대기.
자신의 검을 맹수들에게 겨눈 고순이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발사!”
콰아아아───!!
고순이 명령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병기 앞쪽에서 불이 확 뿜어져 나왔다.
그래.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말이다.
크와아악───!
제일 선두에 있던 맹수들이 온몸에 불이 붙은 채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내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는가.
판타지에는 판타지로 맞서는 법이라고.
‘후후. 상상만 해봤는데 정말 되는군요.’
‘……이 병기의 이름은 뭐로 할 거지?’
‘외형을 호랑이로 깎았으니 호전차가 어떻겠습니까?’
나는 제갈량이 싱긋 웃으면서 병기에게 이름을 붙이던 광경을 떠올렸다.
…이게 바로 동양에서 만들어진 그리스의 불인가.
동로마가 그렇게 비밀로 감싸고 돌았다는 비장의 무기를 제갈량이 뚝딱 만들어 버렸다.
커헝──!!
난데없이 화염방사기를 눈앞에서 맞닥뜨린 맹수들은 마치 우는 것 같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숲으로 달아났다.
나는 숲에 불이 붙는 광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굳이 맹수들을 숲으로 유인하는 이유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 병기라면 그냥 정면에서 대적해도 맹수 부대를 물리칠 수 있지 않나?’
불에 겁먹은 맹수들은 곧장 뒤로 도망치며 제 아군들을 덮칠 것이고, 우리는 그에 호응하면 목록대왕을 간단하게 물리칠 수 있다.
그런 내 질문에 제갈량은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익주에 주인 잃은 맹수들을 풀어놓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제갈량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랑이 같은 맹수들은 보통 산에서 생활하는 편이다.
그리고 익주에 널리고 널린 것이 산이고.
오죽하면 호환(虎?, 호랑이에게 당하는 재앙)이라는 단어가 생겼겠는가.
익주를 오가는 행인들을 호랑이 밥으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닌 이상 조금 피해를 입더라도 이곳에서 일망타진하는 것이 옳았다.
‘역시 다 계획이 있군. 믿음직하다.’
‘과찬이십니다.’
내 칭찬을 들은 제갈량이 몸을 낮추고, 사마의가 그를 살짝 흘겨보던 광경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슬그머니 자신의 존재감을 죽이고 숨어있는 방통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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