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21)
〈 322화 〉 봉황(??)(3)
* * *
남만군의 최정예 병사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등갑병 부대.
방통이 이끄는 군대는 그 이후로도 올돌골과 몇 번 부딪치기를 반복했다.
“뭐야? 나무로 만든 갑옷이 왜 이렇게 단단하지?”
“으하하! 그딴 칼질로는 우리를 쓰러트릴 수 없다!”
갑옷의 빈틈을 공격하는 게 아닌 이상 등갑병이 걸친 갑옷의 방어를 뚫고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인물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 갑옷과 같이 으스러트려주마!!”
“으아악?!”
무거운 창을 맹렬한 기세로 휘두르는 위연.
“커헉!”
뛰어난 활 솜씨로 급소만을 노리는 황충.
“이야, 여기서 또 만나네?”
“죽어라──!!”
전투가 일어날 때마다 올돌골을 붙잡아놓는 감녕….
얼핏 지켜보면 대장군의 군세가 불리하다 착각할만한 상황.
하지만 대장군의 군세가 입는 피해는 매우 미미했다.
장수들이 최선을 다해 전열을 유지하다가 뒤로 물러나는 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했고, 또….
“이 야만인들아! 너희만 좋은 갑옷을 입는 줄 아느냐!”
“으하하! 갑옷 하나 베지 못하고 쩔쩔매는 꼴이 아주 볼만하구나!”
공격이 통하지 않는 남만병처럼 남만족의 공격도 대장군의 군세에 별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래 대장군 휘하에서 명령을 받던 직속 부대이니만큼 그들도 무장을 철저히 한 상태.
측면이나 후방을 공격당하지 않고, 진형을 갖춘 채 정면 힘 싸움을 벌이면 제아무리 등갑병이라고 한들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천하에 대적할 군대가 없다는 대장군의 병사와 정면 힘 싸움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는 등갑병의 저력이 놀라운 편이었다.
맹획이 남만족을 통일하기 전 부족끼리 다투는 일이 흔히 일어나서 그런 걸까.
올돌골이 이끄는 등갑병 군대는 전투에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던 방통이 중얼거렸다.
“예, 예상은 했지만 정직하게 맞붙으면 피해가 크겠네요….”
필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병사도 많이 잃을 터.
그래서야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었다.
주황색과 녹색이 뒤섞인 인상적인 머리카락을 목덜미 부근에서 양갈래로 묶어내린 군사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본래 계획대로 가겠습니다…. 후퇴를 지시해주세요.”
“예!”
곁에서 방통을 보좌하던 부관이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징을 울려라! 저들이 함부로 쫓아오지 못하도록 질서 있게 물러나도록!”
징─ 징─ 징─
이미 앞서 몇 번 전투를 겪었던 양측 군대는 전장에 징소리가 울려 퍼지자 욕을 내뱉었다.
“퉤! 오늘은 운이 좋았구나! 야만인!”
“날이 지날 때마다 한 번씩 도망치는 놈들이 말은 많군!”
남만족의 말대로 방통이 이끄는 군대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만족은 그들을 뒤쫓아 격돌하고, 서로 끝을 내지 못한 채 지쳐서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상황.
이 지지부진한 전투는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
올돌골의 군영.
핏물이 뚝뚝 흐르는 짐승의 생고기를 뜯으며 배를 채우던 올돌골에게 한 인물이 인사를 올렸다.
“저, 아회남이 오과국(??國)의 국왕께 인사 올립니다!”
“…무슨, 일이지?”
맹획이 자신에게 붙여준 장수가 찾아오자 올돌골은 궁금하다는 눈길을 지어 보였다.
아회남은 올돌골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
“만왕(?王)께서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함정이 있을 수 있으니, 적을 너무 깊숙이 뒤쫓는 일은 그만두시라고….”
타당하다면 타당한 명령이었다.
맹획은 올돌골의 전진밖에 모르는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언젠가 그러한 성격 때문에 큰 화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태였다.
아회남의 말을 듣던 올돌골이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나?”
“……예?”
“우린, 이미, 덫에, 걸렸다.”
그 말을 들은 아회남이 어리둥절한 기색을 보였다.
이미 덫에 걸렸다는 게 무슨 뜻이지?
“여기서, 추격을, 멈추는 순간, 적들이, 사방에서, 공격할 것이다.”
“…….”
비록 적들과의 힘 싸움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은 몇몇 등갑병이 후방과 측면 경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었다.
적들에게는 있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것.
“네놈도, 어렴풋이, 깨달았지 않았나?”
“그건….”
바로 빈틈을 찌를 수 있는 정예 기병대의 유무였다.
이미 몇몇 기병대가 올돌골의 군영 바깥을 크게 돌면서 묘한 포위망을 형성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어쭙잖게 군을 물리다간 틈을 찔려 패배할 것이다.
맹획도 최근 익주에서 생포한 말들을 통해 기병을 육성한다고 들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라 들었다.
본인 말로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될 일이 아니라고 하던가.
기병이란 병종을 육성하는데 상당히 오래 걸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적들처럼, 빈틈을, 드러내지 않고, 물러나는 방법 따위, 모른다.”
전선에서 도끼를 직접 휘두르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기도 하고, 자신은 적들처럼 병법을 줄줄 읊지도 못한다.
비록 군량은 넉넉하게 챙겨왔다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
계락 같은 것과 거리가 있는 올돌골이었지만 오랜 경험으로 지금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적들을 깨부수느냐, 아니면, 우리가 패배하느냐.”
“…….”
“이미, 남은 선택지는, 그것밖에, 없다.”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상대의 움직임을 눈치채는 것이 늦었다.
…아무래도 적군에게 머리를 잘 굴리는 인물이 있는 모양.
올돌골이 아회남에게 말했다.
“믿어라. 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예!”
그 당당한 선언에 아회남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들은 지금까지 어떠한 전투에서도 패배하지 않은 무적의 군사들.
상대가 이상한 계략을 부려도 능히 정면에서 깨부술 수 있으리라.
그들이 평소 품었던 자신감과 자부심은 연달은 승리로 인해 어느덧 오만함으로 바뀐 상태였다.
그렇게 날이 지나고, 다음날이 찾아왔다.
“…또, 물러났군.”
잠에서 깬 올돌골은 어제와 같이 바깥으로 나와 적들의 동태를 살펴보다가 중얼거렸다.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근처에 있던 적의 군영이 더욱 멀리 물러났다.
상당히 널찍한 협곡 건너편까지 적의 군영이 자리 잡은 상황.
“나를, 우습게 아는구나.”
자신이 적진 깊숙한 곳까지 돌격하는 것을 두려워할 듯싶더냐.
벌써 일곱 번 이상 뒤로 물러나기만을 반복하는 적들에게 겁을 먹을 이유는 하등 없었다.
“밥을, 든든히, 먹어둬라.”
적 진영을 지켜보던 올돌골이 전군에게 명했다.
“오늘이야말로, 끝을 보겠다.”
“예!”
그리 말하면서 적을 노려보는 올돌골의 모습은 흡사 야수를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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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제 진짜 머지않았네요….”
유약한 인상의 군사는 눈앞에 놓인 지형 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말했다.
남만군의 최정예라고 불리는 올돌골을 물리치기 위해 방통이 낸 계략 자체는 간단했다.
적을 달아날 곳 없는 협곡까지 유인하고, 매복을 통해 전멸시킨다.
말로만 하면 참으로 간단한 계책이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포위망을 조금 더 완벽하게 하고자 적들과 여러 번 부딪히면서 시간을 끌고, 군을 물리는 과정 중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병사들을 지휘했다.
혹여나 있을 적의 지원군은 대장군께서 막아주시기로 하였으니 문제는 없을 터.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이 계획을 성공시키는 것뿐이었다.
“으아아…. 진짜 잘 해야 할 텐데….”
관문착적(?門??), 적을 포위하여 길을 막는다.
교병필패(?兵必?), 싸움에 이기고 뽐내는 군사는 반드시 패한다.
기동력이 빠른 부대를 이용해 자신들을 쫓아 들어온 등갑병 부대를 넓게 포위했고, 적들은 연이은 승리로 인해 교만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잘 엮어낸다면 승리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닐 터.
“이제 여기에 매복지계(??之?)까지 섞으면….”
무언가를 생각하며 중얼거리던 방통이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뱉었다.
“…이것도 일종의 연환계(???)라 볼 수 있을까요…….”
만약 안 되면 어떡하지.
자신감 없이 중얼거린 방통은 고개를 한 차례 털어내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 안 되면 되게 만들어야죠!”
자기 딴에는 굳센 표정이랍시고 지은 것 같았으나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방통은 대장군과 처음 마주했을 때를 떠올렸다.
───흔히 봉황이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해질 징조라고 하지.
숙부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높이 평가하지 않던 자신을 믿어주시던 분.
대체 자신의 어떠한 점을 보고 그리 말씀하셨을까.
───걱정하지 마라, 봉추(??).
봉추(??).
봉황의 새끼를 일컫는 단어.
───넌 언젠간 천하를 평화롭게 만드는 봉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를 떠올린 방통은 입술을 꾹 다물고 결의가 서린 눈빛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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