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81)
EP.381 예주(9)
갑작스럽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한나라의 수도인 낙양을 오가는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이나 될까?
얼마나 되기는.
당연히 엄청나게 많지.
수도가 어째서 수도라 불리겠는가.
교통이 원활하고 모든 소비 활동이 집중되는 곳이니 수도라 불리는 것이다.
외세의 침입이나 내부의 분열로 나라가 난장판이 되어 급히 도망치는 게 아닌 이상, 수도는 보통 그런 특징을 띈다.
당연히 그런 곳을 오가는 노동자는 얼마나 많을 것이며, 또 상인은 얼마나 많이 들어올까.
그렇다 보니 성문에서 이들을 검사하는 병사는 말 그대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다.
“정지! …신원을 확인하겠소!”
봐라.
교대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 않나.
낙양에 출입하려는 백성이 워낙 많다 보니 검문 방법도 간략해졌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대, 대장군. 무슨 용무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아. 그거?”
내가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성문을 지그시 바라보자 한 남성이 내게 공손한 태도로 다가왔다.
갑옷의 모양새가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이 척 봐도 낙양 동문을 책임지는 관리자였다.
조조가 몽둥이로 십상시의 친척을 때려죽였던 낙양북부위(落陽北部尉) 관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가도 군사적 출입을 관리하는 직책의 권한은 상당하지.
막말로 황제조차 통금 시간을 어긴다면 내일 들어오라며 성문을 닫아버릴 수 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성문을 감시하는 관리가 통금 시간이라면서 황제의 출입을 막아버린 사건이 정말 있었으니까.
…물론 어지간한 인물이 황제였다면 뒷감당을 못했겠지만, 그 사건의 주인공이 후한을 건국한 광무제였던지라 눈치를 보지 않고 직무에 충실했던 FM 교위는 더 높은 관직에 올랐다.
오히려 광무제를 알아보고 성문을 열어버린 관리가 강등당했지.
황제라 할지라도 법에 예외는 없다…. 그런 교훈을 보여주는 일화였던가.
관리를 바라본 나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별일 아니다. 그저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말이야.”
“확인…. 말씀이십니까.”
내 대답을 들은 관리는 자신이 일을 잘하나 불심 검문이라도 하러 온 줄 알았는지 인상이 창백해졌다.
음…. 현대로 예를 들면 별 여러 개가 갑작스럽게 위병소에 죽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건가.
나라도 벌벌 떨겠네.
“뭐야. 결국 일이란 거네.”
“대충 비슷하지.”
조금 전 내게 뭐 하러 이곳에 왔느냐며 질문을 던졌던 여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흥. 그건 또 무슨 애매한 대답이야?”
“일이라면 일인데….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 물으면 그것도 아니라서.”
그저 내 궁금증 반, 업무 반이라는 생각으로 찾아온 것뿐이다.
───백성들이 조만간 낙양으로 찾아갈 것입니다.
지금은 예주에서 장료와 함께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장각의 서신.
───아, 가는 길에 황(黃)이라는 약재를 발견해서 이를 동봉하겠습니다. 부작용이 심한 약재이니 꼭 의원의 처방에 따라서만 사용하시길.
그 서신에는 황(黃)이라 불리는 약재가 동봉되어 있었다.
‘겨우 이거?’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적은 양.
무언가 뜬금없는 서신이었던지라 의학적 지식이라면 누구보다 뛰어날 화타에게 찾아가 물어보니 이 약재가 마황(麻黃)이라 불리는 약재라더라.
‘감기나 오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종종 처방하는 발한(發汗, 땀을 내게 함) 약재입니다.’
‘…그래?’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약재입니다만…. 이 정도로 적은 양이면 문제없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약이었잖아.
세상에 안 그런 약이 어디 있겠느냐만 이 약재도 함부로 오남용하면 꼴까닥 저승으로 가는 무서운 물건이었다.
한 가지 의문점이라면 왜 마황을 황이라 썼느냐는 것.
장각이 비록 화타에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약재 명칭을 헷갈릴 정도로 미숙한 의원이 아닌데 말이다.
화타도 딱 정량으로 맞춰졌다며 담담하게 평을 내리지 않았는가.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예상이 가긴 했다.
백성이 조만간 찾아갈 것이라는 말과, 굳이 그 뒤에 붙인 황(黃)이라는 글자.
아무리 생각해도 황건군(黃巾軍)을 뜻하는 문장이 아닌가.
장각은 혹여나 다른 인물이 서신을 훔쳐보지 않을까 염려해서 말을 빙빙 꼰 것이다.
“…….”
이걸 참 사려가 깊다고 해야 하나.
대장군에게 전해지는 서신을 훔쳐볼 간 큰 놈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렇게 성문을 감시하는 관리와 병사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검문에 힘쓰고 있을 때 난 여포에게 말을 걸었다.
“여포.”
“응? 뭔데?”
“저 백성 중에서 조금 치는 것 같은 사람들 구별할 수 있겠어?”
“조금 치는 사람…? 아하.”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여포는 이윽고 내 말을 이해한 듯 질문을 던졌다.
“잘 싸우는 놈들 말하는 거지?”
“그래.”
“흐흥! 당연한 질문을 하네!”
여포는 자신만만한 표정과 몸짓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누군데! 나 정도 되면 걸음걸이만으로 다 구별해낼 수 있어!”
“오호.”
역시 천하무쌍이라 불리는 인물이라 해야 할까.
삼국지 연의에서 조조는 동탁 암살에 실패하자 왕윤에게 받은 칠성보도를 바치는 기지를 발휘해 슝 달아났는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여포는 아무리 봐도 저놈이 당신을 암살하려 한 것 같다며 정확히 꿰뚫어 본다.
여포의 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던 동탁은 조조에게 다시 돌아오라며 그를 시험하고, 조조가 말을 탄 채 도시를 빠져나가자 정말 자신을 암살하려 했음을 깨닫고 노발대발하면서 수배령을 내렸지.
그 다음에는 진궁과 만나고 조조의 인성을 엿볼 수 있는 여백사 사건이 일어나는 등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대충 넘어가자.
하여튼 그런 사건이 있을 만큼 여포의 눈썰미가 굉장하다는 뜻이다.
난 그런 여포에게 부탁을 한 가지 했다.
“그렇다면 백성을 지켜보면서 특이한 사람들을 구별해줄 수 있어?”
“…특이한 사람?”
“예를 들면 수상할 정도로 무예가 뛰어나다던가.”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내 말을 들은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구별하기만 해? 안 붙잡아도 되겠어?”
“그냥 멀리서 지켜보고 싶을 뿐이야.”
“으음…. 하여간 특이하다니까.”
여포가 내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내 근처에 있는 서여에게도 이런 부탁을 할까 생각했지만, 서여는 내가 잠깐이라도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탐탁지 않아 해서 거절할 가능성이 컸다.
“…….”
지금 내 품 안에 안겨있는 서희도 어머니의 그런 기질을 물려받은 게 문제지.
둘이서 시선 보내는 거 봐라.
나한테 무슨 레이저라도 쏠 기세네.
“아부아!”
“그…. 주군, 외람된 말씀이오나….”
그때 제 아이에게 얼굴이 주물럭거려지던 관우가 슬그머니 내게 다가왔다.
난 나를 바라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는 관평이 모습을 확인하곤 피식 웃었다.
“그래. 건네줘.”
“며, 면목없습니다.”
졸지에 아기 두 명을 품에 안은 내 모습은 대장군이 아니라 육아 등쌀에 시달리는 아버지 그 자체였다.
…적어도 당분간 팔 운동 걱정은 덜었네.
아기가 무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 떨어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힘이 빡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거든.
그래도 이 따스한 꼬물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나.
“부우우….”
“앗. 여화 삐졌다.”
그때 여화를 품에 안고 있던 여포가 그런 소리를 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둘까지는 어찌저찌 커버해도 셋은 힘들어.
해적 만화에 나오는 검객도 삼도류 중 하나는 입으로 물고 다닌다고.
“…….”
그렇다고 서희를 제 어머니에게 건네주자니 또 옷을 붙들고 늘어질 것 같아서 방법이 없었다.
바깥에서 그러다 다치면 어떻게 해.
난 죽어도 그런 광경은 못 본다.
“…응?”
그때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던 장비가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저기 척 봐도 수상한 사람 있네.”
“진짜?”
“응. 저기.”
그를 들은 나는 잽싸게 고개를 돌려 장비가 가리킨 방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난 볼 수 있었다.
“어…. 무슨 용무로 낙양에 온 거지?”
“흐으음─! 이 근육이 보이지 않나!”
덩치가 산만한 근육질의 남성이 제 근육을 과시하는 장면을.
“나는 대현량…. 아니! 이 나라에 충성을 바치고자 병사로 지원하러 왔다─!!”
“…….”
“그 눈빛은 뭐지! 날 못 믿겠다는 건가!”
머리 위에 삿갓을 쓴 알 수 없는 남성은 아주 사방으로 자기 존재감을 뿜어냈다.
“…살짝 특이한 인물이군요.”
“살짝 특이한 수준이 아닌데.”
근처에서 나를 따르던 유비의 말에 난 그리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당당하면 오히려 수상하다는 생각도 못하겠네.
“이 미친 새끼….”
“…….”
근육질의 일행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또 다른 남성은 팔짱을 낀 채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장각.
참 특이한 인물들을 휘하로 데리고 다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