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9)
EP.39 시찰(1)
가후의 말대로 내정에 집중하던 나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할 일은 많았다.
병주.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이민족 근황을 살펴보던가, 백성들이 정착은 잘했는지 농사의 상황은 어떤지 확인했다.
이민족에 의해 산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투항한 흑산적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자신의 가족과 재물들을 지켰다.
최근 이민족을 규합하는 우두머리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충분히 경계할만한 문제였다.
낙양.
황제를 알현하며 무슨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고, 혹여나 어디선가 뒷돈을 챙기는 놈이 있는지 눈을 부라리며 감시했다.
기존에 있던 부패한 관리들을 쳐내자 낙양은 서서히 수도라는 이름값을 하며 번영하고 있었다.
인재 난이 점차 해결되면서 일의 효율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그만큼 녹봉은 더 들어갔지만.
장안.
……일이 제일 많은 지역이다. 낙양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을 대도시가 하루 만에 폭삭 주저앉았는데 일이 적을 리가 없지.
그래도 인력과 재물을 계속 투입하며 복구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 시간만 지난다면 분명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그 시간이라는 게 얼마나 필요한지는 나도 모르지만 거의 모든 힘을 다해서 복구 작업에 매진하고 있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서량.
동탁을 토벌할 때 지레 겁을 먹은 서량 반란군들이 항복하면서 편입된 지역이라 정보가 적다. 보고서를 봐도 아리송하다.
대충 알아보니까 강족과 융화 정책을 펼치며 이민족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잘 모르겠네. 확실히 침공이 적은 걸 보면 효과는 있는 것 같은데.
그를 제외하면 솔직히 이 서량이라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예 알 수가 없다. 내 휘하에 있는 지역인데 내가 몰라서야 안 되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여와 함께 방 바깥으로 나섰다.
“뭐? 갑자기 어딜 가자고?”
“서량.”
그리고 할 일 없이 도시에서 놀고만 있던 여포를 붙잡고 같이 도시를 빠져나왔다.
목적지는 서량.
말해 뭣하랴. 지금 내가 하려는 건 깜짝 시찰이었다.
내가 온다는 소식을 만약 한수가 듣는다면 자기가 있는 곳을 아예 한바탕 뒤집어놓을 것이다.
근데 그러면 평소 서량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잖아.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백성에게 불합리한 처우를 강요하는지, 관리들이 부패해서 뒷돈을 챙긴다든지 그런 걸 확인할 계획이었다.
만약 그런 부정부패를 했고, 그걸 들키게 된다면 나를 도시에서 죽이려 들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곁에 서여랑 여포가 있는데 뭐가 무서울까. 만약 그런다면 역으로 멱을 따버릴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서량이 돌아간다면 그냥 구체적으로 무슨 계획이 있는지만 듣고 다시 돌아올 생각이다.
그리고 마초도 개인적으로 어떤지 궁금하고.
아직 어린아이겠지만 한 번 봐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위로 향하는 여정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사예주는 내가 치안을 빡세게 잡아놔서 단 3명으로 돌아다니는 데도 도적이 안 보였다.
하기야 흑산적과 백파적의 건으로 내가 도적만 보면 눈이 돌아간다는 평가가 돌고 있으니 딱히 이상할 건 아니었다.
소수나마 살아남은 도적들은 아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얌전히 도시에 융화됐다거나 그러지 않았을까.
장안 수복을 위해 사람들을 대량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분명 거기서 새 출발을 하려는 놈들도 있을 것이다.
사예주에는 도적이 없다.
나는 그에 뿌듯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판 붙자니까?”
싸움이 없자 여포는 늘 심심해했고 언제 한 번은 대련하자며 서여를 꼬드긴 적이 있었다.
“…….”
그리고 서여는 그런 여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무시로 일관했다.
분명 대련하는 동안 내가 무방비 상태가 되는 걸 염려에 둔 행동이었다.
“역시 안 되네.”
여포도 그걸 알고 있는지 대놓고 무시당해도 어깨를 으쓱였다.
서량에 발을 들이고 며칠.
여포가 기다리던 싸움이 찾아왔다.
강족임이 분명한 이민족들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위협했다.
“어디 수도에서 온 부잣집 주인인가? 아직 여기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구만.”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이민족일까. 아니면 이를 알면서도 방관하는 걸까.
나는 한수에게 물어볼 것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민족은 자기 할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교훈이라 생각하고 가진 거랑 여자들은 전부 여기다 두고….”
“그냥 죽어.”
“커억!”
입을 열던 이민족의 배를 여포의 방천화극이 꿰뚫었다.
우리를 포위한 다른 이민족들이 눈을 부릅떴다.
“하여간 얌전히 들어주면 꼭 선을 넘는다니까.”
여포는 한쪽 팔로 들고 있던 방천화극을 살짝 위로 올렸다.
“끄아악─!”
여포에게 꿰뚫린 이민족은 방천화극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단번에 죽여버릴 수 있음에도 일부러 급소를 피한 걸 보면 어지간히 화가 난 것 같았다.
근데 힘이 얼마나 센 거지. 갑옷도 걸친 성인 남성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네.
“사, 살려….”
꿰뚫린 이민족이 양쪽 팔로 창대를 붙잡으며 최대한 저항했으나 결국 숨이 끊어지며 축 늘어졌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여포가 말했다.
“뒤졌네.”
“고운 말 쓰라니까.”
여포가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말을 정정했다.
“……죽었네.”
여포는 시체가 꿰인 방천화극을 휘둘러 시체를 털어냈다.
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때 이민족이 고함을 질렀다.
“이것들이 우리를 놀리는 거냐!”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여포가 한쪽 어깨를 돌리면서 몸을 풀었다.
“확실히 서량은 날 모르는 사람이 많나 봐.”
“그게 무슨 소리….”
여포를 보던 이민족이 갑작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문 이민족은 여포의 머리 색깔과 눈동자 색깔을 확인하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어, 뭐야. 알고 있었어? 그러면 왜 덤볐대.”
여유만만한 여포의 모습에 이민족이 이를 악물었다.
“…기껏해야 한 명이다! 전부 달려들어라!”
“늘 듣던 말이네.”
고개를 끄덕인 여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달려들던 이민족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나 하나밖에 없다는 둥 그런 말 하는 놈들 전부 죽었어.”
“……동요하지 마라! 거짓말이다!”
“진짠데.”
그렇게 말하며 휘둘러진 방천화극은 이민족 서넛 명을 가볍게 죽여버렸다.
이민족의 수를 가늠하던 여포가 말했다.
“대충 백 명쯤인가? 그때 생각나네.”
“그때라니?”
“너하고 처음 만날 때 말이야.”
“아.”
여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도 여포가 이민족을 홀로 백 명 정도 죽여버렸던가. 그걸 본 내가 냅다 데려와서 여포를 임관시켰지.
“무기를 아무거나 주워서 쓸 때도 백 명을 잡았는데, 지금이라고 못하겠어?”
“오. 방금 좀 멋있었다.”
“…아무튼! 보고 있어!”
이거 듣는다고 부끄러워하네.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적토마를 탄 여포가 정면으로 달려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족들은 마무리되었다.
이민족은 이민족이었던 것이 되었다.
그 후에도 이민족의 습격은 계속됐다.
“가진 거 전부 두고…. 으악!”
“그런 놈 말고 우리랑 노는 거…. 끄억!”
“크헤…. 끼엑!”
곳곳에서 사방팔방 튀어나오는 이민족들.
나를 인질로 잡을 속셈으로 달려오던 놈들이 서여에게 목이 달아나는 걸 바라보며 생각했다.
좀 과하게 많은데.
호위를 받는 나는 위험하지 않았지만 길이 이래서야 평범한 백성은 도시 바깥으로 나갈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할 거다.
나름대로 소규모라 할 수 있는 이민족 강도들.
아마도 토벌군이 보일 때마다 그 뛰어난 기동력으로 몰래 도망치는 거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바뀐 나는 입을 열었다.
“서여. 여포.”
“네.”
“응?”
서여와 여포가 각자의 무기를 든 상태로 내게 반응했다.
각자의 무기가 피를 머금고 스산하게 빛나는 모습이 좀 무서웠다.
“무위 가는 건 좀 미루고 이민족 토벌이나 좀 다니자.”
“뜻이 그러하다면 따르겠습니다.”
내 말에 서여는 공손히 대답했다.
“나야 상관없지만…. 그럼 여기 꽤 오래 있어야 할 텐데?”
여포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으나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관없어.”
이런 상황을 위해 내가 그렇게 인재 수집에 열을 올리지 않았는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서량에 다녀오겠다 말했으니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었다.
좀 오랫동안 안 오면 쓴소리는 듣겠지만….
“지금 우리 소식이 서량에 안 퍼졌을 때 최대한 수를 줄여야 해.”
내가 여포와 함께 서량에 왔다는 소문이 퍼지면 지금 이 발밑에 널브러져 있는 강도와 비슷한 놈들은 몸을 꼭꼭 숨길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돌아가면 슬그머니 눈치 좀 보다가 또 분탕 치겠지.
“도적만 보면 눈이 돌아간다라….”
천하에 돌고 있는 나에 대한 소문.
도적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면 좀 더 외진 곳으로 들어가 볼까.”
거기라면 더 많은 도적이 미끼에 낚이겠지.
나는 서여와 여포를 이끌며 도적 토벌에 몰두했다.
말이 시찰이지 그냥 도적 토벌 떠나는 기분이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야 독하다 독해! 드디어 연재분 따라잡았네!
비축분 연참 빅데이터 계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