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91)
EP.391 유총(4)
이유를 알 수 없는 암살자의 습격.
그런 암살자의 습격은 주변을 요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심지어 암살 목표가 나네?
한나라의 대장군이자 황제의 남편이기도 한 나를 죽이려 했다고.
사실 암살 시도 자체는 지금까지 여러 번 당했으니 별생각은 안 드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지.
내가 아무리 정치적 안목이 어둡다지만, 이 사건이 무슨 후폭풍을 불어올지 예상도 못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적어도 낙양이 공중에서 두 바퀴 회전한 듯한 충격과 공포가 조정에 들이닥칠걸.
이상하고 해괴한 비유였지만 지금 이 상황을 표현하는데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나는 지금 내 곁에서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린 서여를 바라보았다.
“…….”
눈을 희번덕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서여의 모습은 인간 터렛 그 자체였다.
일정 범위에 누군가 들어오면 총을 쏴서 죽여버리는, 게임에서 나올 법한 무서운 것들 있잖아.
지금 서여가 딱 그랬다.
다른 인물이 내 근처로 섣불리 다가오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아.
난 그런 서여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말을 걸었다.
“서여.”
“…네. 주인님.”
“일부러 안 죽인 거야?”
비록 사람 몸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를 내며 날려버리긴 했지만 나는 그조차도 서여가 살짝 힘 조절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을 조금만 더 강하게 실었다던가.
아니면 타점을 바꿔 몸통이 아니라 머리를 찼다면 암살자는 끽소리도 하지 못하고 절명했을걸.
몸이 곤죽이 나든 머리가 박살이 나든 사람이 죽기엔 충분했다.
그 암살자가 내 목을 분질러버리기 위해 맨손으로 달려들었던 것처럼, 서여도 무기 없이 사람을 죽일 만한 역량이 있었다.
“…….”
내 질문을 받은 서여는 내게 고개를 돌렸다.
언제 봐도 무표정한 얼굴이구만.
내가 저 표정을 꿰뚫고 서여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렇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서여는 내 예상 그대로 입을 열어 대답했다.
“이 자리에서 죽이는 것보다 배후를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힘이 더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예상보다 튼튼해서 다행입니다.”
예상보다 튼튼하다니.
꽤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나.
그 말을 들은 난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배후가 없고 독단적인 소행이라면?”
과거, 내가 거둬들인 동탁 일가 중 몇몇이 나를 암살하려 하지 않았나.
서여는 그때도 방을 먼저 빠져나가며 그들을 마주했었지.
결국 동백이 암살자를 먼저 때려눕혔지만.
“그렇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째서?”
“단칼에 고통 없이 보내주는 건 너무 자비롭지 않습니까?”
…아하.
정말 무서운 이유였군.
평소에는 워낙 조용해서 몰랐는데 서여도 폐하와 비슷한 과였다.
자신이 적이라 판단한 인물에게는 매우 거칠고 잔인한 손속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내게 죄수를 찢는 것이 취향이나 삶는 것이 취향이나 물어보셨던 폐하.
단칼에 보내주는 건 자비롭다며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내려주려는 서여.
…진짜 오래오래 살아있어야지.
내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어 이 두 명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지금 암살자 추적은 어떻게 된 거지.
여포가 찾았다면서 주변에 폭탄 터지는 소리를 낸 이후 묘하게 잠잠한데….
설마 진짜로 죽었나?
슈우웅─!
“응?”
쿵─!
내가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방천화극을 든 여포가 창문으로 날아들면서 등장했다.
깜짝이야.
무슨 닌자처럼 나타나네.
저 작은 창문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꺄우─!”
내 품 안에 안겨있던 여화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재밌다는 듯 방긋방긋 웃어 보였다.
“어무아!”
“응? 왜 그래 우리 아기…. 가 아니라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 맞지?!”
여화의 부름에 거의 본능적으로 대답했던 여포는 재빠르게 정신을 되찾고 나와 훅 거리를 좁혔다.
“…….”
여포를 오랜 세월 지켜보며 그녀가 아군이란 걸 알고 있던 서여는 그 행동을 딱히 저지하지 않았다.
만약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었다면 초천검을 무섭게 들이대며 위협하지 않았을까.
난 여포에게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완전히 엄마 다 됐네?”
“물론이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괜찮은 거 맞냐고!”
“그래. 다친 곳 하나 없으니 걱정하지 마.”
나는 여포가 옷을 갈아입혀 뽀송뽀송해진 여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얘가 이렇게 편안히 있었겠어?”
“바우!”
여화는 무슨 대화인지 이해 못한 기색이었지만 일단 내 말에 무조건 맞장구쳤다.
아이고 귀여워라.
누구 딸이길래 이렇게 귀여워?
“으음…. 그런가?”
여포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서희와 친화력이 뛰어나고 잘 울지 않는 관평.
전혀 아기답지 않은 둘과는 달리 여화는 말 그대로 아기하면 떠오르는 성격을 지녔다.
불편한 거 있으면 울고, 부모만 보면 안아달라면서 울고,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울고….
아기니까 당연히 보이는 행동.
조앙은…. 어…. 지켜본 기간이 별로 길지 않아서 뭐라 평을 못 내리겠네.
한 가지 확실한 건 엄청나게 유순한 성격을 지녔다는 걸까.
사람을 죽이는데 전혀 거리낌없는 조조의 자녀라곤 믿어지지 않을 지경.
본래 역사에서 조조의 뒤를 이었던 조비가 아버지의 성격을 쓸데없이 닮아서 온갖 패악질을 부린 걸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제 아버지를 닮아 이렇게 착한 것이 아니겠나?’
‘…나 말이야?’
‘그렇다. 자녀는 부모를 닮는 법이니까.’
조조는 조앙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면서 그리 말했었지.
‘겉모습은 나를 닮았고, 하는 행동은 그대를 닮았으니 이 어찌 사랑의 결실이 아니겠는가.’
‘아부부.’
‘후후. 귀엽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건 솔직히 부끄러웠다.
콩깍지가 씌어도 제대로 씌었어.
만약 그 말이 맞다면 훗날 태어날 조비도 인성에 문제 있는 사이코패스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제 자녀가 그리되지 않도록 잘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겠지만.
나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여화와 놀아주고 있는 여포를 바라보며 물었다.
“암살자는 어떻게 됐어? 혹시 죽이진 않았지?”
“흥, 내가 누군데! 그런 허접한 놈 하나 놓칠 것 같아?”
여포는 아주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손가락을 아기한테 붙잡힌 채 그리 외치니까 상당히 깨는구나.
“갑자기 자기 혼자 죽으려 했을 땐 상당히 놀랐지만 말이야!”
자결이라니.
누가 암살자 아니랄까 봐 자신의 목숨에도 별로 미련이 없는 것 같았다.
“쯧, 훈련을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칼 든 사람이 맨손한테 기절당하는 거야?”
“…….”
“돌아가면 다 죽었어.”
그건 그 암살자가 굉장한 게 아닐까.
비록 힘 조절을 했다지만 서여한테 한 대 얻어맞고도 병사를 제압한 암살자라니.
이런 놈이 어째서 원술 밑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상대를 괜히 잘못 만나 지옥 훈련이 예정된 병사들에겐 애도를 표하겠다.
“꺄우.”
“하여튼! 생각보다 힘이 더 들어가긴 했는데 잡는 건 성공했어!”
여포도 서여처럼 본래 의도보다 세게 때렸구나.
어디 한 군데는 진짜 개박살이 났겠네.
이쯤되면 그 암살자의 능력은 인정해줘야겠다.
암살 대상에게 다가가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린 인내심,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도 긴장하지 않는 차분함, 자기 목숨도 내버리는 과감함, 암살에 필요한 뛰어난 신체 능력과 기량까지.
본래 역사에서 유총과 낙준을 동시에 암살한 인물답구만.
이런 암살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참으로 놀라웠다.
나는 여포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암살자는 어디 있어?”
“어…. 지금쯤 병사가 밧줄로 묶어서 데려올 텐데.”
잠시 주변을 휘휘 둘러보던 여포가 말했다.
“아, 저깄다.”
“음?”
난 여포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여가 암살자를 차버리면서 한 번 부수고, 이어 침상까지 던지며 완벽히 너덜너덜해진 문 너머.
“…….”
밧줄로 꽁꽁 묶인 암살자가 의식을 잃은 채 짐짝처럼 끌려오고 있었다.
뭘 저리 발끝까지 둘둘 묶어놨냐.
무슨 애벌레 보는 것 같네.
“대, 대장군!”
“그래. 고생했다.”
“감사합니다!”
암살자를 운송(?)해온 병사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남긴 나는 눈앞에 놓인 밧줄 애벌레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평온하게 눈을 감은 채, 입가에서 피를 흘리는 암살자의 모습.
주검이라 불러도 믿을법한 암살자의 모습에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안 죽인 거 맞아?”
“지, 진짜야! 진짜 안 죽였어!”
여포는 잠깐 암살자를 살펴보다가 말을 덧붙였다.
“…아마도.”
확신을 못한다는 것부터 문제가 있는 거잖아.
뭐…. 저놈 입장에선 지금 죽는 게 오히려 행운이겠지.
황제 폐하께서 손수 물을 올리는 것보단 두드려 맞아서 사망하는 게 더 자비롭지 않겠나.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