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4)
EP.4 병주(4)
항연(項燕)의 손자인 항량(項梁)은 별동대를 이끌고 양성(襄城)을 함락했다.
이 과정에서 양성의 주민들이 결사 항전을 해 피해가 커지자, 이에 항량(項梁)은 분풀이로 5,000명 모두를 구덩이에 넣고 파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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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의 주력군을 이끌던 장한(章邯)을 항복 시켜 사실상 진나라의 군대를 와해시킨 항량(項梁)은 진나라의 수도 함양으로 향했다.
항량(項梁)은 함양으로 진격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허난성(河南省) 뤄양시(洛阳市)에 있는 신안(新安)에서 진나라 포로 20만 명을 생매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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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량(項梁)은 3만의 군세로 56만의 군세를 향해 돌진하여 병사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이에 공포에 질린 장수와 병사가 달아나니 동쪽인 곡수(穀水)와 사수(泗水)에서 10만 명, 남쪽으로 도망친 병사들도 수수(睢水)에서 10만 명이 학살당해 강이 시체로 가득 차 물이 흐르지 못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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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내린 항량(項梁)이 기병 5,000명을 이끌던 관영(灌嬰)의 추격군에 맞서니 홀로 수백 명을 베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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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楚)의 전사들은 한 명이 열 명을 당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고, 부르짖는 소리는 천지(天地)를 흔들었으며, 제후들의 군사들은 서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이미 진(秦)의 군사를 깨뜨리고 항량(項梁)은 제후들의 장수들을 불러 보았는데, 원문(轅門)으로 들어오는 제후들의 장수들 중 무릎으로 기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감히 올려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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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덮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상한 점이 느껴지는가?
그렇다.
항적(項籍)이 아니라 항량(項梁)이다.
어째서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까.
“근데 난 아직도 서여의 진짜 이름을 모르네. 비밀로 해줄 테니 저번에 안 말해줬던 이름 나한테만 알려줄 수 있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과를 보내던 나는 주변에서 경호를 서고 있는 서여에게 질문을 던졌고,
“항적입니다.”
이에 서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게 숨겨왔던 자신의 본명을 말해줬다.
“뭐라고?”
“항적입니다.”
“…….”
그래.
아주 경솔한 질문이었다.
그놈의 궁금증이 대체 뭔지 나는 자신도 모르게 폭탄 스위치를 눌러버렸다.
알아서 뭐하려고? 어차피 평생 서여로 부를 거잖아!
이에 나는 서책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로 향해 역사를 집필한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펼쳤고, 원래 역사와 무언가가 다른 구절을 찾을 수 있었다.
본래라면 항적의 업적이 되어있을 일들이 전부 항량으로 바뀌어 있었다.
항량.
원 역사에서는 항적의 숙부였나? 기억이 안 나네.
서여가 거짓말을 할 애는 아니지만 이러면 정말 믿을 수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아주 뒤집어질 서여의 본명.
“혹시 다른 사람에게 이름 말해준 적 있어?”
걱정이 담긴 내 질문에 서여는 고개를 저었다.
“제 본명을 알 수 있는 건 정릉(丁陵) 님뿐입니다.”
“그건 다행이네.”
나는 서여의 본명을 듣고 어째서 처음 데려왔을 때 서여가 이름을 숨기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항(項)씨.
확실히 듣고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다.
만약 이걸 들키게 된다면?
글쎄. 잘 모르겠지만 핏줄을 중요시하는 이 시대 특성상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거다.
…들키지 않으면 되겠지.
서여가 초나라를 재건하겠다 하면서 대놓고 깽판을 부리지 않는 이상 서여의 본명이 들킬 일은 없을 거다.
“그러면 됐어. 앞으로도 쭉 둘만의 비밀로 하자.”
“둘만의 비밀…. 알겠습니다.”
묘하게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서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내가 만약 거리를 두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사기(史記)를 제자리에 되돌려놓은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자결하려고 했습니다.”
“응?”
그 말에 놀란 나는 뒤를 돌아봐 서여를 바라봤다.
서여는 평소와 똑같은 무표정으로 담담히 읊었다.
“이미 한 번 구원받은 목숨. 폐가 될 바에야 제가 먼저 끊어버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만둬.”
서여의 마음이 무겁다.
진시황(秦始皇)의 행렬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를 차지해야지!’하던 그 항적이 맞나?
여포와 대련할 때 보이던 무예를 생각하면 분명 맞는데.
지금이라도 명령하면 정말로 자결할 듯한 모양새에 나는 서여를 말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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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일찍 여읜 여포는 넓디넓은 천하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홀로 남은 여포에게 사람들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핏빛 머리카락.
핏빛 눈동자.
‘불길한 색깔이야.’
‘가까이하면 안 된다.’
‘재앙에 휩쓸릴 수도 있어.’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 곳.
힘없는 사람들은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길 비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곳.
그런 곳이기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신 같은 걸 믿으며 자신을 멀리했다.
솔직히 자신도 이 색깔이 썩 보기 좋지 않다는 건 자각하고 있으니까.
여포에게 남은 재산이라곤 몸뚱아리 하나가 전부였고 여포가 할 줄 아는 것도 하나밖에 없었다.
찌르고 베고 부수는 것.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 땅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밖에 없는 여포에게 많은 일거리를 안겨주었다.
전란의 시대.
질리지도 않고 찾아오는 성가신 놈들을 죽인 다음 주민들에게 두려운 눈빛을 받으며 보수를 받는다.
그걸 반복한다.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투쟁밖에 없는 삶.
가면 갈수록 정신이 피폐해지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여포는 그만둘 수 없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남을 죽이는 것밖에 없는데 그걸 그만두면 어떻게 살아남지?
머리 굴리는 것과 연이 없던 여포는 그저 묵묵히 무기를 휘둘렀다.
하루가 갈 때마다 안에서 뭔가가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저 자신만 보면 죽이려고 달려드는 놈들.
점점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곤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려던 순간이었다.
“출세에 관심 있니?”
이상한 놈.
자신이 베어버린 놈들의 피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하고 있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다가온 놈.
늘 그랬듯 두려운 뭔가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라 자신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는 놈은 처음이었다.
“…신경 쓰지 마.”
자신에게 이렇게 다가와 준 사람은 처음이었던 지라 여포는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대답을 내뱉고 말았다.
그런데도 남성은 선선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그러면 이름이 뭐야?”
“…….”
그게 정릉(丁陵)과 여포(呂布)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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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무예를 모두에게 선보인 여포는 병주자사의 후원 아래 병사를 이끌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먼저 꿰뚫고 들어가서 난리를 피우면 뒤를 따르던 병사들이 호응한다.
그것만으로도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쓸려나갔다.
솔직히 말해 규모가 좀 다를 뿐 하는 일은 예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 있었다.
“역시 장군님! 평생 믿고 따르겠습니다!”
“여포 님이라면 분명 천하를 호령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을 따르는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있었고,
“왔어?”
병사를 이끌고 관청으로 돌아가면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남성이 있었다.
일하고 돌아온 여자를 웃으면서 반겨주는 남자.
좀 부부 같기도 하고…?
순간 부끄러운 생각을 한 여포는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비웠다.
“또 살짝 베이고 왔네?”
그렇게 말한 남성은 여포의 팔을 붙잡고 능숙하게 상처를 치료했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기껏해야 약 발라주고 붕대 감는 거라니까? 다치면 의원부터 가라고 얘기했지?”
또박또박 잔소리를 내뱉으면서도 상처를 치료하는 남성의 손길은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남성의 말에 여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치를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성에게 치료를 받으러 일부러 여기부터 찾아온 거니까.
만약 살짝 다친 것도 실수가 아니란 걸 안다면 남성이 아주 뒤집어질 걸 알기에 여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잔소리하는 남자와 그에 쩔쩔매는 여자.
역시 부부 같….
왜 방금부터 이상한 생각이 나는 거지?
“이제 끝.”
붕대를 감아준 남성은 여포의 팔을 놓아주었다.
팔에서 느껴지던 남성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자 아쉬웠….
…….
아오 진짜.
머리를 살짝 부르르 떤 여포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요즘 분위기 이상한 거 알고 있어?”
“무슨 분위기?”
여포는 최근 부쩍 자주 보이는 수상한 무리를 떠올렸다.
“뭐라더라. 푸른 하늘이 지고 누런 하늘이 서리라? 사람들이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다니던데.”
“…….”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느낌이 안 좋아서.”
직감만큼은 타고 난 여포였기에 조만간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설명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아무튼…. “
“괜찮아. 난 믿어.”
남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여포가 그런 곳에서 감 하나는 좋잖아?”
“…….”
믿음이 담긴 남성의 말에 여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서로를 걱정하면서 믿어주는 사이.
…….
부부?
…왜 자꾸 방향이 이쪽으로 가는 거냐고!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헤집는 여포의 행동에 남성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남성의 뒤에서 호위를 서고 있던 서여는 그런 여포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