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439)
EP.439 랑(郞)(2)
손책과 주유.
이 두 명은 본래 역사에서도 외모를 인정받은 정사 공인 미남들이다.
손책은 미남을 뜻하는 사내 랑(郞) 글자를 붙여 손랑(孫郞)이라 불렸고, 주유는 거기서 한술 더 떠 아름다울 미(美)까지 붙인 미주랑(美周郞)이라 불렸지.
오죽하면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편들을 얻은 강동이교 자매가 더 이득이라며 손책이 웃었다는 일화가 있겠는가.
두 명 다 나라에서 으뜸가는 미모였다던 대교 소교 자매를 보고도 그리 말할 정도라니….
손책이 제 외모에 얼마나 자신감이 넘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말해봤자 결국 약탈혼이었지만 말이야.
“준비는 끝난 것 같군요! 이제 마실 시간입니까?”
“…백부, 조금만 더 예의를 지켜.”
봐라.
저 엄청나게 빛나는 외모들을.
물론 얼굴에서 정말 빛이 났다는 뜻이 아니고 비유적인 의미로 꺼낸 말이다.
말 그대로 조각 같은 외모가 있다고 하면 이런 느낌일까.
어디 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곳이 없는 이목구비.
듣는 이의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목소리.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흰색 피부와 흠잡을 곳 없는 몸매까지.
이 두 명은 현재 남성은 물론이고 같은 여성에게조차 수상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인물이었다.
특히 주유는 방향성만 다를 뿐, 그 미모 자체가 거의 초선과 견줄 정도였으니 말이야.
이런 이들을 못 생겼다고 외치기엔 내 양심이 너무나도 깨끗하지.
솔직하게 말하면 저 두 명이 나보다 더 잘생기지 않았을까.
“아낌없이 마십시다! 쭉 들이키자고요!”
내게 찾아온 손책은 준비가 끝나자마자 호방하게 웃으면서 술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벌써 저리 마시면 내일은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지.
다 생각이 있는 걸까?
나는 입을 열어 말했다.
“적당히 조절하면서 마시도록. 숙취는 힘들지 않나.”
“괜찮습니다! 제가 몸 하나는 튼튼하니까요!”
“…으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보통 다음 날 아침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좀비처럼 앓는 소리만 내던데….
내일 아침 손책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상이 간 나는 속으로 잠깐 걱정됐다.
난 고개를 돌려 손책 근처에 있는 주유를 살펴봤다.
“…….”
뭔가 좀 과할 정도로 호방한 모습을 보이는 손책과 달리 주유는 아주 조신한 태도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야. 앉아있는 것조차 한 폭의 그림 같네.
정말 사기적인 외모긴 하구만.
거의 탈색된 것에 가까운 백금발과 청명한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여인은 매우 엄숙한 분위기를 지켰다.
…서로 친목 좀 다지자면서?
근데 왜 가까이 다가오면 베어버리겠단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거냐.
한 쪽은 부어라 마셔라를 외치며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듯한 모양새고, 다른 한 쪽은 너무나도 엄격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풍겨댔다.
“대장군, 그거 아십니까아?”
내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에 빠진 사이 손책이 입을 열었다.
“…무엇이 말이지?”
나는 벌써 혀가 살짝 풀린 손책의 모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제 둘도 없는 친우인 공근은 말이죠. 부끄러움을 진짜 엄청나게 탄답니다.”
“…….”
내 물음에 손책은 샐쭉하게 웃어 보였다.
“하여간 겁쟁이 아닙니까?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팍팍 들이대야….”
“조, 조용히 안 해?!”
짜악!
“으윽?!”
주유는 손책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등짝을 시원하게 후려쳤다.
이번에는 좀 눈치 없게 행동하긴 했지.
솔직하게 말해서 주유가 내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볼 때 대충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다.
주유는 저번에 약속을 잡을 때도 나만 봤다 하면 이상할 정도로 머뭇거리지 않았는가.
평소 나만 봤다 하면 빠꾸 없이 적극적으로 돌진하는 여성들만 보다가 이런 여인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주인님. 부탁드립니다.’
‘정릉─! 어디 갔어──?!’
…진짜로.
사랑은 용기 있는 자가 쟁취하는 거라고들 흔히 말하는데, 얘네는 그 용기가 조금 과한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왜 쳐다봐?”
“그냥.”
나는 이제 부끄러움도 없이 적극적으로 돌진해오는 대표 주자들을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 손책과 주유를 바라본 나는 의외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직 내게 덤비려면 멀었어!”
손책이 어느샌가 주유를 완벽하게 제압한 것.
“으그극…! 힘만 쓸데없이 세가지곤…!”
손책의 옆구리에 끼인 주유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삼국지 연의에서 손책의 옆구리에 끼인 채 끌려오다가 질식사한 장수 한 명 있지 않았나?
주유는 저 살인 헤드락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지.
슬슬 자리가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던 나는 담담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제는 난감하기보단 어떤 일이 일어날지 흥미진진하더라고.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네.”
“뭐, 뭐?”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게!”
자신의 품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주유와 잠깐 힘겨루기를 하던 손책은 해맑은 목소리로 외쳤다.
손책이 제 앞에 있던 술병을 집어 들고 주유에게 내밀었다.
“자! 용기가 솟아나는 물이야! 쭉 마셔!”
“…….”
나는 손책의 표현에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어…. 확실히 용기가 솟아나는 마법의 물이긴 하지.
그게 좀 과하게 솟아난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야.
주유도 나와 비슷한 심정을 느꼈는지 어이없단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그냥 술…. 으브븝?!”
“어허, 부끄럼쟁이처럼 빼지 말고 그냥 마시라니까?”
손책은 제 압도적인 힘으로 술병을 주유의 입가에 억지로 가져다 댔다.
…저것도 술버릇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주유가 하도 답답하게 행동해서 강압적으로 움직이는 걸까?
“먹을 만하군.”
뭐가 어찌 됐든 구경하는 입장에선 흥미로웠으니 난 그저 안줏거리로 나온 음식을 집어 먹으며 두 명을 바라봤다.
“으, 끄윽…!”
“어라. 벌써 다 마셨네.”
이윽고 술 한 병을 주유의 위장에 전부 털어 넣은 손책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어때, 용기가 막 솟아나지?”
“…거, …라.”
“으응? 뭐라고?”
고개를 푹 숙이고 무어라 중얼거리는 주유의 모습에 손책은 몸을 살짝 숙였다.
그와 동시에 주유가 고개를 번쩍 들면서 외쳤다.
“이거, 놓으라고──!!”
“우와아악?!”
콰앙!
“…….”
“오, 제법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어렵지 않게 방금 상황을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주유가 양팔로 손책의 허리를 감쌌고, 그다음에는….
아. 그래.
하반신에 힘을 빡 주더니 손책을 뒤로 던져버렸다.
…헤드락이 걸린 상태에서 수플렉스를 하는 게 가능한 짓이었나?
이걸 끼리끼리 논다고 해야 할까?
주유도 손책처럼 평범한 사람보다 무력이 훨씬 뛰어났다.
하긴, 그러니까 손책과 함께 전열에서 산월족을 베어 넘겼겠지.
“…….”
나는 뒤로 슝 날아가 땅바닥에 꽤 꼴사나운 모습으로 처박힌 손책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잡기 기술을 아무렇지 않게 거는구나.
이게 바로 강동 출신 여인들의 호방함인가.
“…딸꾹!”
“응?”
그때 근처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용기…. 용기라.”
“주유?”
“좋아! 보여주면 될 거 아니야─!”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던 주유는 아주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어…. 큰일 났네.
아무리 봐도 취한 것 같은데?
내가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주유는 쿵쿵 소리를 내며 힘찬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자신의 치명적인 외모를 휙 들이댄 주유가 외쳤다.
“주구운─! 저를 안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
아주 몸쪽에 꽉 찬 돌직구를 던지는구나.
현재 주유가 어떤 상태인지 고려한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만, 일단 술부터 깨고 이야기하는 게 낫겠….”
“만약 거절하신다면 콱 죽어버릴 겁니다─!”
“…….”
그만해.
흑역사를 더 이상 만들지 마.
내가 간절하게 빌었음에도 주유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알겠습니까?! 저, 저 진짜로 맨땅에 머리 박고 죽을 거예요──!!”
술을 마시면 감정 조절이 안 되는 타입인지 주유는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면서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 자세야!!”
판을 벌여놓은 손책은 어느샌가 몸을 일으킨 채 얼씨구나 하며 이에 호응하는 상태였고.
그때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서여가 말했다.
“…저희는 잠깐 나가 있겠습니다.”
“응?! 지금 이 상황에서 나가야 하는 거야?!”
여포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외치다가 서여에게 뒷목을 잡힌 채 질질 끌려갔다.
“자, 잠깐만! 이거 맞아? 이거 맞냐고!”
“…….”
“아오!! 다른 사람한테 입 안 여는 건 진짜 한결같네!!”
그렇게 나를 따르던 두 호위가 모습을 감추고, 나는 셋만 덩그러니 남겨진 방 안을 살펴보았다.
사람은 술을 과하게 마시면 개가 된다고들 이야기하지.
“으끄윽…. 진짜…. 죽을….”
“가자─!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개가 된 사람 두 명이 있었다.
…이 두 명은 술버릇이 지독하다고 메모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