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47)
EP.47 연합군(1)
188년의 겨울이 지나고 189년이 찾아왔다.
삼국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초반 메인 이벤트인 반동탁 연합.
18로 제후들이 모여 결성한 연합이 동탁을 쳤던 연도가 바로 190년이었다.
190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동탁에 비하면 천사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지만 분명 나를 적대시하는 놈들이 있을 것이다.
이유야 전부 다를 것이다.
자신의 권력을 빼앗길까 봐 두려운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야망에 방해될까 봐 거슬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최근 황제를 끼고 승승장구하는 내가 그냥 아니꼬워서 적대할 수도 있지.
지금 천하에 있는 모든 군웅이 내 행동을 주목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주 하나 못 먹어서 끙끙거리고 있을 때 나 혼자 주를 세 개나 먹고 있으니 당연한 일.
비록 그 세 개 중 두 개가 지리적 요소도 안 좋고 개발도 덜 됐으며 허구한 날 이민족이 몰려오는 구린 땅이라지만 충분히 경계할 만한 요소는 되었다.
……되겠지?
생각하니까 좀 비참해졌다.
“최근 우리 내정이 어떻지?”
“전부 문제없이 순탄합니다.”
내 곁에 있던 가후는 내가 던진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한 보람은 있었는지 병주랑 서량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이민족을 정리하면서 백성들에게 땅을 빌려주고 농사를 짓게 했다.
3년 정도 지나니까 슬슬 도시 발전에 속도가 붙는 느낌이었다.
사예주는 장안이 동탁에게 큰 피해를 입어 폐허가 됐다지만 제일 번영한 도시인 낙양이 남아있었다.
동탁이 약탈하고 천수에 비축해놓았던 장안의 재물들도 전부 폐허 재건에 투입됐다.
거기에다 황제가 풀어준 황실의 재산과 전란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백성들.
이 모두가 폐허가 된 장안에 몰려드니 도시 복구는 예상보다 더욱 빨리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황실의 보물고.
돈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면 그냥 재산을 쏟아부어 복구에 박차를 가했다.
저승에 있을 영제가 이 광경을 본다면 아마도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될 것 같나?”
“아마…. 천하를 크게 뒤흔들 사건이 일어날 겁니다.”
큰 사건이라. 가후가 이렇게 말할 정도의 사건이 뭘까.
“연합군.”
“…….”
“머지않아 주군을 경계하는 군웅들이 서로 연합을 맺고 공격해오겠죠.”
나는 궁금한 점을 물었다.
“연합을 맺는 명분은?”
전쟁에는 명분이 중요하다.
그냥 누가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를 때린다면 그걸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당연히 그놈에게서 거리를 두겠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같은 도의적인 얘기가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인 것.
그놈에게 이유 없이 얻어맞는 사람이 훗날 자신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명분이야 저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만들어내면 됩니다.”
그런 내 의문에 가후가 담담히 말했다.
가후가 말했던 대로 이 어지러운 시대에서 명분이라는 건 그냥 억지로 만들어내면 됐다.
“대장군 자리를 단번에 꿰차고, 황실의 재산도 사용하시는 그 모습은 물어뜯기를 좋아하는 자에게 걸맞은 명분이죠.”
가후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 모든 것들을 주군께서 폐하를 겁박해 얻어냈다고 하면 역적을 친다는 명분으로 군을 일으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 먼저 내려주신 건데도?”
“아무리 거짓이라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으면 진실이 되는 법이죠.”
비겁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다니.
정정당당하게 팩트로 승부해라!
“진실을 알고 있는 군웅들도 눈 감고 모르는 척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아마도 그렇겠지요.”
그렇게나 내가 싫은 건가.
인간의 악의가 두렵다.
뭐가 됐든 곧 다가올 거대한 전투를 피해갈 길이란 요원해 보였다.
병사들이 얼마나 있더라.
최근 모병에 힘을 쓰고 있었지만 병주와 서량이라는 지형의 특성상 모든 병사를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었다.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족에게 약탈당하는 걸 감수하고 싸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내가 계속 패배해 그렇게까지 안 하고서야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그냥 얌전히 항복하는 게 나을 것이다.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반동탁 연합군은 조조와 원소가 주도해서 일어나던데, 결국 내 뒤통수를 치고 서로 싸우게 되는 운명인 걸까?
──────────
189년 형주 남양군.
어느 날 황제의 조서를 받은 한 남성이 연신 씩씩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들고 있던 조서를 땅에 내던진 남성, 원술이 분을 삭이지 못했다.
“병주 출신 촌놈이 대장군을 받고, 사대삼공 원가의 적자인 이 몸에게는 후장군이라고?!”
“…….”
원술의 곁에 있는 인물은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출생만으로 인물을 단정 짓는 오만방자한 태도.
자신이 내세울 만한 장점이 그것밖에 없는 것인지 원술은 늘 사람의 출생에 과도하게 집착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원술이 사방장군(四方將軍)의 한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고귀한 출생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새였다.
동탁에게 회유되지 않고 달아난 걸 높이 산 중앙 관료들의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는 걸 모르는 걸까.
본인이 예상하고 저지른 일은 아니겠지만 만약 원술이 동탁에게 회유됐었다면 원소의 반항은 예정보다 더욱 빨리 정리됐을 것이다.
그래. 어쩌면 동탁을 막아낸 지금의 대장군이 대책을 세우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났을 수도 있었겠지.
“말이 후장군이지 결국 병주 촌놈의 관직인 대장군의 밑이 아닌가!”
그렇다면 신하로서 최고봉의 관직인 상국이라도 내려줘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 만약 정말 황제가 미쳐서 원술에게 상국을 내린다고 한들 원술은 무능한 황제의 밑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든다며 분통을 터트릴 인물이었다.
황궁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엄청나게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건물.
거대한 마차에 금박을 입히고 그를 끌고 다니는 말들까지 화려했다.
지금 이 천하에서 가장 사치스럽게 사는 사람을 고르라면 자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원술을 고를 수 있었다.
“기주에 자리 잡은 원소 그년도 마음에 안 들고, 전투 한 번 이겼다고 대장군 자리를 꿰찬 정릉이라는 놈도 마음에 안 든다!”
불평. 불만. 투정.
원술은 자신의 야망에 비해 지니고 있는 능력이 형편없는 남자였다.
자신의 오만함에 잡아먹혀 오래 못 가고 패망할 전형적인 인물.
같이 죽고 싶지 않다면 한시라도 빨리 원술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그놈의 세력이 현재 가장 강성한 건 부정할 수 없겠지.”
원술이 웬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원소 년이야 언제든 짓밟을 수 있지만 지금 그 촌놈의 세력을 혼자서 맞설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
정릉을 제외하면 현재 천하에서 가장 세력이 강성한 원술.
하지만 그 원술의 세력조차 정릉의 세력과 비교하면 한참 밀리는 게 사실이었다.
“최근 내정을 잡느라 정신없다고 들었는데 이때를 놓치면 격차가 더욱 벌어질터. 좋은 계획이 있느냐?”
“…주군.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수염을 꽤 간사하게 기른 문관이 앞으로 나섰다.
원술이 반색하며 문관의 말을 받아주었다.
“오. 양홍이 아닌가? 좋다. 한 번 말해 보아라.”
“감사합니다.”
원술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인 양홍이 말했다.
“지금 주군께서 걱정하시는 바는 이 천하에 있는 모든 군웅의 걱정거리일 것입니다.”
“그래. 아무리 나보다 못하다지만 그 정도 파악할 머리는 있겠지.”
저놈은 한시라도 남을 깎아내리지 않으면 죽을병이라도 걸렸나.
원술의 곁에 있던 인물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천하에서 가장 강성한 세력을 억제하고 기회가 된다면 뿌리를 뽑는다.”
“…….”
“이러한 목적이 같다면, 이 천하에 있는 군웅들과 연합을 맺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훌륭하다!”
원술은 무릎을 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내가 연합군 창설에 앞장선다면 자연스럽게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 놈들도 내게 합류하겠지!”
“그렇습니다 주군.”
그야 위험 부담을 자기가 알아서 짊어져주는데 어느 멍청한 놈이 참여를 안 하겠는가.
그래도 만약 토벌에 성공한다면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 테니 아예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지금 천하에 있는 모든 놈에게 격문을 돌려라!”
자리에서 일어난 원술이 큰소리로 외쳤다.
“황제를 겁박하여 대장군 자리를 얻어내고 황실의 재산을 탕진하는 어리석은 역적 놈을 이 원술이 친히 징벌하겠다고 말이다!”
애초에 원술은 대장군에게 전쟁을 걸기 위해 벼르고 있었는지 이미 거짓 명분까지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금 이 명분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대장군의 세력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다는 것이고, 그를 다른 모든 세력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관직 이름 어감이 참 그렇군요.
후장 군 원술 공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