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565)
EP.565 요동(3)
유주(幽州) 요동군(遼東郡) 양평현(襄平縣).
명목상으로는 유주에 속해있으나 거리가 너무나도 멀기에 중앙 정부의 영향력이 쉽게 미치지 못하는 구역.
“대장군은 주군의 의사가 어떻든 현 상황에 개입하겠단 뜻을 보였습니다.”
“…그런가.”
몇 년 동안 요동을 다스리며 제 권위를 점차 확고히 하던 중년의 남성은 전령이 가져온 보고를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이야.
자신의 계획이 일그러지는 걸 느낀 남성, 공손도가 고민에 빠지자 그의 곁에 있던 또 다른 인물이 입을 열었다.
“아버님, 이제 어찌하시겠습니까?”
“중간에 그만둘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주변에 자리한 이민족들의 국가를 굴복시키고 한사군(漢四郡)조차 집어삼켜서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겠다는 계획.
왕위를 되찾으면 기필코 은혜를 갚겠다면서 자신을 도와달라 부르짖던 이민족.
그 별 볼 일 없는 한낱 이민족에게조차 병사 삼만을 선뜻 내어줄 정도로 공손도의 세력은 강성한 편이었다.
반란이 성공해서 왕위를 찬탈해도 좋고, 전투에서 패배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해도 좋다.
결과가 어찌 됐든 이민족들의 국가는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테니.
“허나 아버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대장군과 정면으로 맞서는 건 아무리 저희라 한들….”
“중원에서 싸운다면 그렇겠지.”
지금 중원은 한나라를 통일한 대장군의 손아귀에 있는 상황.
적이 지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곳에서 싸운다면 아무리 자신이라고 한들 백 번 싸워 백 번 패배하는 결말만이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나라의 중심부인 낙양에서 무려 3,500리(약 1,400km)나 되는 지역.
사실상 한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교주 지역만이 이 거리와 비벼볼 만한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한사군까지 손길을 뻗친다면 최악의 유배지라 불리는 교주 일남군과 비등한 수준일 것이다.
이렇게나 먼 곳까지 군대를 끌고 오려면 족히 1년은 넘게 내다봐야 하는 엄청난 진군 계획을 짜야 할 터.
또 그렇게 해서 겨우 도착한다고 한들 보급을 유지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겠지.
심지어 대장군은 교주자사 사섭이 맥없이 항복하면서 엄청난 거리를 행군해야 하는 원정 경험이 전무한 상황.
이런 의외의 약점을 찌른다면 공손도 자신의 야망을 이루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대장군이 무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무능했다면 불과 20년도 안 되는 세월 안에 혼란스러운 나라를 수습하지 못했겠지.
그러나 오히려 유능하기에 발목이 붙잡히는 때도 있는 법.
그는 요동과 한사군으로 원정을 떠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터.
“한사군(漢四郡)의 준비는 전부 끝났느냐?”
“예. 아버님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좋아.”
본래 역사에서도 관도대전에 승리한 조조를 얕보며 자신이 언젠가 중원의 패자로 군림하겠단 포부를 보인 인물.
이미 옛적부터 자신을 요동의 왕이라 칭하고 한나라와 독자적인 노선을 걷던 요동 공손씨 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러나 공손도를 따르는 자녀이자 후계자인 공손강(公孫康)은 왜인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거리가 매우 멀고, 제아무리 초행길이라 한들 대장군 세력은 어렵지 않게 이를 극복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 좋은 분위기에서 초를 칠 수 없는 노릇이기에 그는 잠자코 침묵을 지킬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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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가죠.”
“…응?”
“청주(靑州) 북해군(北海郡)이나 동래군(東萊郡)에서 한 번 재정비를 거친 후 요동에 상륙하면 끝이잖아요?”
공손도가 위치한 요동 방면에 어찌 상륙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꼬꼬마 군사가 내뱉은 말에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육로는 사용하지 않고?”
“흥,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사마의는 여느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당연히 기주목에게 전령을 보내서 군사를 이끌게 해야죠.”
“…….”
“육로와 해로, 두 가지 경로를 이용해 동시에 몰아치면 공손 뭐시기가 설령 이상한 짓을 한다고 해도 금방 해치울 수 있을걸요.”
그러니까 한무제가 고조선을 멸망시킬 때 썼던 전략을 그대로 사용하겠단 거네.
흉노를 쥐어팬 전한의 한무제는 육군과 해군을 동시에 사용해서 고조선을 똑같이 쥐어팬 끝에 결국 멸망시켰다.
그리고 이제 여기도 자기 땅이라면서 한사군(漢四郡)이란 행정 구역을 설치했는데….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언급하기로 하자.
역시 본래 역사에서도 요동 공손씨 세력을 한순간에 멸망시킨 사마의다운 모습.
그녀는 어떻게 해야 공손 뭐시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구체적으론 가는 데 100일, 돌아오는 데 100일, 공격하는 데 100일.
마지막으로 휴식하는 데 60일이 걸린다 했던가.
사실상 진군할 때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4달 만에 왕을 자칭할 정도로 세력이 강성했던 공손 뭐시기를 토벌했다.
심지어 본래 역사의 위나라와 달리 우리는 해전에도 익숙하니까.
이게 다 손책과 주유처럼 뛰어난 인재들 덕분이었다.
육군밖에 없던 상황에서 승리했던 사마의에게 좋은 패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으니 요동 정리에 쩔쩔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상황.
“오오….”
“구, 군략을 논하면서도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 역시 대단해….”
꼬꼬마 군사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그녀들에게 가르침을 받던 강유와 등애는 사마의의 모습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데 이제 제갈량조차 어엿한 성인이 됐는데 꼬꼬마 군사들이라 계속 부르는 건 어폐가 있으려나?
으음….
하지만 이 별명이 입에 착착 감기는걸.
애초에 몸집도 여전히 자그마하고.
이제 와서 군사들이라 부르면 너무 정없이 느껴지니, 너희는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꼬꼬마 군사들이라 불릴 거다.
물론 이 생각을 알아채면 꼬꼬마 군사가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댈 기세로 노려볼 터.
난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입단속을 철저히 했다.
사마의가 군략을 논했으니 이제 정세를 파악해야겠지.
고개를 돌린 나는 곧장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요동 공손씨가 어떤 행동을 보일 것 같아?”
세력이 본격적으로 거대해지자 한나라에 줄줄이 항복하기 시작한 군웅들처럼 제 분수에 만족할 것이냐.
아니면 본래 역사대로 위나라 오나라 전부 다 엿이나 먹으라면서 연왕(燕王)을 자칭할 것이냐.
“그야 간단합니다.”
제갈량은 백우선으로 입가를 가린 채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손도, 그자는 헛된 야망을 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인물이지요.”
“…….”
“첩보에 의하면 이미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요동의 왕이라 칭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 뭐야.
왕을 자칭했다고?
…이미 선을 넘었던 놈이었네?
왕(王)이라는 단어에 엄청 예민하게 반응하던 한나라의 특성을 생각하면 공손도는 이미 무언가를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요동으로 첩자를 언제 보낸 거지.
역시 내정의 귀재인 제갈량다운 모습이라 해야 하나.
“그러면 공손도가 대적한다 쳤을 때 어떤 방법으로 우리에게 대응할까?”
“그, 그것도 간단해요….”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방통이 앞으로 나서며 설명했다.
“먼 거리를 행군한 군사들이 이미 충분히 지쳤을 거라 판단한 공손도는 요수(遼水) 건너편에서 진을 친 채 기다릴 거예요….”
요수(遼水)라.
확실히 공손도가 위치한 양평으로 향하기 위해선 그 강을 건너야만 하지.
먼 거리를 행군해서 안 그래도 지친 병사들이 강까지 건너야 한다?
누가 봐도 몰살당하기 딱 좋은 상황 아닌가.
수나라의 100만 대군이 고구려한테 어떻게 박살 났는지 생각하면 만만히 볼 게 아니지.
“또 어떻게든 요수가 뚫린다 쳐도 양평으로 물러나 굳게 지키기만 하겠죠….”
“으음….”
도하 작전 다음에는 공성전인가.
참 징글징글하게도 싸우는구만.
“그러니까 제가 수군을 언급한 거 아니겠어요?”
“…그러네.”
그때 사마의가 기세등등하게 나서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요수를 사이에 끼고 강을 건너는 걸 막아?
배 타고 지나가면 그만이지.
애초에 요수를 건너고 말고 할 것도 아니라 양평 근처에 상륙하면 끝나는 일.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본래 역사의 사마의는 적의 시선을 끌어놓고 요수를 은밀하게 건넌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군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기주목을 맡은 원소가 강을 건널까 말까 약 올리는 상황에서 상륙군이 들이닥친다?
공손도가 흐아악 비명을 지르며 박살이 나는 미래밖에 안 보이네.
배를 타고 가면 기주에서 출발한 원소와 비슷한 시기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터.
“…폐하께 상소를 올려야겠군.”
황제 폐하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만 요동을 정리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어째 공손씨하고는 죄다 적이 되는 기분인데.
너희 도대체 왜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