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657)
EP.657 태양과 달(1)
누가 몽골 제국 대칸의 혼례식 아니랄까 봐 잔치는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었다.
적어도 사흘 이상은 쭉 지속될 거라든가.
그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의외로 간단하더라고.
몽골에서는 결혼을 신청한 쪽이 자신의 부족으로 남편이나 부인을 데려가기 위해 상대방한테 방문하는데, 그렇게 방문한 사람은 사흘간 상대방 부족에서 머무르며 잔치를 즐기다가 제 운명의 짝을 데려온다고 한다.
아마 제 부족과 이별하게 될 상대방을 배려해서 사흘간 머무르는 풍습이 생긴 것 아닐까.
조금 전 칭기즈 칸이 이야기했던 ‘부부는 사흘밤낮 동안 함께해야 한다’란 주장은 여기서 착안된 것 같기도 했다.
뭐…. 이런 뒷사정이 어찌 됐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지.
“이쪽입니다.”
내가 테무진을 품에 안은 채 발걸음을 옮기자 그녀를 호위하던 케식 중 일부가 날 익숙한 모습으로 안내했다.
아마도 지금 같은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언질이라도 받은 모양.
“…….”
“흥.”
내 근처 여인들은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듯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 광경을 담담히 바라보았고, 수부타이는 여전히 국수를 먹으려다 우뚝 굳은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박물관에 국수 먹는 수부타이란 이름으로 전시해도 되겠어.
저렇게 신기한 자세로 굳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 것도 힘들 텐데 말이야.
이것도 수부타이가 얼마나 강한 장수인지 드러내는 건가?
하긴, 그러니까 저번 전쟁 때 안량과 문추를 동시에 상대했음에도 밀리지 않은 거겠지.
어쨌든 몽골 병사의 안내에 따라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잔치장에서 생각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거대한 천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몽골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이라면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몽골의 전통 거주지 게르(гэр).
조금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자면 유목 민족에게 딱 걸맞은 이동 저택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저렇게 큰 게르는 처음 보는 것 같아.
아무리 조립이랑 분해 방식이 쉽게 되어있는 이동식 주택이라지만 크기가 저리 거대하면 장점도 퇴색될 텐데 말이지.
뭐, 칭기즈 칸으로선 긴 고생 끝에 처음 올리는 결혼식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황제 폐하만 하더라도 자신의 결혼식 때 아주 성대하게 연회를 여셨으니까.
─덜컹.
“이제 진짜 둘만 남았네.”
“…….”
그렇게 칭기즈 칸은 자신을 뒤따르는 케식을 뒤로 한 채, 나는 늘 내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서여와 여포를 뒤로 한 채 덩그러니 떨어졌다.
이제 서로 푹신한 이불 위에서 분위기 좀 잡다가 맺어지면 끝인데….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ᠲᠠ ᠮᠢᠨᠦ ᠦᠯᠢᠭᠡᠷ ᠢ ᠣᠢ᠌ᠯᠠᠭᠠᠵᠤ ᠴᠢᠳᠠᠬᠤ ᠤᠤ ?(내 이야기 이해할 수 있어?)”
“엇.”
늘 우리 근처에서 대화를 통역해주던 사람이 사라지자 말이 통하지 않기 시작한 것.
제아무리 대화를 번역하는 통역사라고 해도 이런 비밀스러운 자리까지 끼어들 수는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게 일어날 일이었다.
“…….”
“…….”
그러고 보니 본래 역사에서도 몽골 제국의 높은 사람들은 문화적 동화를 위해 통역사를 아주 중요시했다던가.
우리는 마치 일부 다문화 가족처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이러면 결국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 역사에 존재했던 의사소통 방식밖에 없겠군.
나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증명하겠단 말을 실천하기 위해 품안에 있던 테무진을 이부자리 위에 천천히 눕혀놓았다.
아직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원시인들조차 온갖 몸짓을 해가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는 원시 회귀를 하는 것이다.
나는 원시인이다…. 나는 원시인이다….
“…!”
아마 로마 제국한테서 강탈해온 것이 분명한 고급스러운 재질의 이불.
그 이불 위에 얌전히 누워있던 테무진은 내 손길이 자신의 살결을 스치자 흠칫 몸을 떨었다.
으음….
예상은 했지만 몸이 단련된 수준이 나와 비교조차 할 수가 없네.
저번 전쟁 때 서초패왕이라는 무시무시한 인간 병기를 만나 맥없이 붙잡힌 게 문제였을 뿐, 테무진도 엄연히 목숨을 건 전투가 일상인 몽골 초원에서 자라난 인물이다.
심지어 그녀는 전투 민족인 유목민조차 아차 하면 목숨을 잃었을 치열한 전장을 몇 번이고 직접 헤쳐온 군주.
왜, 현대에서 칭기즈 칸이 등장하는 여러 게임을 보면 통솔과 무력을 무척 높게 주지 않나.
꽤 유명한 삼국지 시리즈 게임만 보더라도 통솔은 100, 무력 90대 초반이라는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자랑하지.
말 그대로 한신이 감탄하고 조조가 무릎을 치며 놀라워할 능력치.
만약 이 두 개를 한 가지 능력으로 칠 때에도 아예 급이 다른 수준으로 묘사되고 말이야.
허구한 날 ‘사고’라면서 가문 구성원이 죽어나가는 게임 속에서도 그는 경악할 만한 능력치를 지녔었다.
심지어 본래 역사에서도 그 수부타이를 가르친 인물이 바로 칭기즈 칸.
그러니까 몽골 제국에서 가장 으뜸가는 장군은 칭기즈 칸이었다.
보통 이런 주제에서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수부타이조차 칭기즈 칸에 비하면 한 수 아래란 뜻이지.
본래 역사의 테무진이 낙마 사고 후유증으로 상당히 이른 나이에 사망한 것이 다른 나라들 입장에선 참 다행이겠군.
특히 유럽 말이야.
수부타이 한 명한테도 엄청나게 얻어맞았는데 그보다 더한 칭기즈 칸이 얼굴을 비췄다면 아주 난리가 났겠어.
…그러니까 이 세계의 로마 제국이 몽골 제국한테 그리 얻어터진 건가?
내가 진짜 어마어마한 폭탄을 보내버렸네.
“흐극…!”
생각이 길었지만 어쨌든 그녀도 엄연히 만인지적(萬人之敵)에 속하는 인물.
비록 개인의 무력은 안량과 문추를 동시에 상대하던 선봉장, 수부타이에게 밀릴 수 있겠으나….
그렇다 해서 그녀가 약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육체 능력이 뛰어난 여인일수록 한 가지 통용되는 지식이 있지.
“…민감하네.”
“──?!”
바로 내가 어디에 손을 대든 기분이 좋다며 자지러지는 것.
누가 숫처녀 아니랄까 봐 양쪽 손으로 입을 꾹 틀어막은 테무진은 내 손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바들바들 떨어댔다.
내가 만일 경험이 적었다면 단순히 그녀가 긴장해 몸을 떠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난 지금껏 수많은 여인을 이불 위에서 상대해오며 단 한 번의 패배도 겪지 않았던 백전불패의 남성.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겠네.”
나는 상당히 벗기기 쉬웠던 의복을 치워버린 다음 피식 웃어 보였다.
그야 그녀의 은밀한 부위가 이미 몇 번이고 가버린 듯 흠뻑 젖어있었으니까.
“아, 안 돼…. 보지 마….”
“응?”
내가 눈앞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할 무렵 테무진이 입을 열었다.
비록 어색하긴 하지만, 내가 알아듣기엔 문제가 없는 미숙한 발음으로.
“뭐야, 우리 언어 할 줄 아네?”
“서, 서쪼게 있는 동안…. 열씨미 연습해써….”
이미 그때부터 나와 맺어질 생각이 있었구나.
비록 발음은 어눌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녀의 어벙한 매력을 더욱 살려줄 뿐이었다.
난 힘없는 손짓으로 내 가슴팍을 꾹꾹 밀어대는 테무진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옛날부터 나와 맺어질 생각이 있었다니, 그건 또 감동적이네.”
“…….”
“좋아. 그렇다면 나도 제대로 움직여야겠지.”
그리 말한 나는 더이상 질질 끌 것도 없이 본격적으로 성행위에 돌입했다.
“으, 으응…?”
나는 몇 번 어루만진 사이 절정에 이르면서 힘이 쭉 빠진 테무진의 육체를 잠시 희롱하다가….
그녀가 미처 눈치채기도 전에 매우 능숙한 몸짓으로 성기를 찔러넣었다.
“───?!”
아직 절정의 여운에 빠져있는 듯 살짝 흐리멍덩한 표정을 짓고 있던 테무진은 갑작스러운 감각에 눈을 번쩍 뜨면서 몸을 다시 한번 떨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성을 받아들인 적 없는 질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날 곧장 자극해왔다.
“…….”
내가 한층 더 허리를 찔러 넣을수록 내 성기를 끊임없이 자극해오는 질내.
그 울퉁불퉁하면서도 오돌토돌한 감촉과 나를 끊임없이 꾹꾹 조여오는 감촉이 동시에 느껴지는 건 아무리 나라도 참기 힘들었다.
허리를 왕복할 때마다 머릿속을 뒤흔드는 강렬한 자극.
“흐극, 흣, 으응…!”
테무진은 이미 이성을 놓은 듯 끊임없이 헐떡이며 연신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자극이 강한 상황에서 테무진이 가버리면서 질내를 강하게 압박해오니 나도 얼마 버티지 못했다.
“───?!”
그렇게 우리는 동시에 절정했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되찾은 테무진은 나를 꼭 껴안은 채 여운을 즐겼다.
“괴, 굉장해써…. 이게 아기 만들기구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난 테무진의 혼잣말을 듣고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벌써 끝난 것처럼 이야기해?”
“…으, 으응?”
“네가 말했잖아. 부부는 사흘 밤낮 동안 함께해야 한다고.”
내 이야기를 들은 테무진은 잠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가 아직 자신의 뱃속에서 고동치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눈동자를 떨어댔다.
“아직 첫 번째 밤도 안 지나갔다.”
“잠시, 잠시만. 안 돼…. 안…. 흥아앗?!”
호위를 서던 여포는 자신과 사흘 밤낮을 함께하자 이야기하던 테무진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지.
‘그러다가 큰일 날 텐데’라고.
이제 그게 무슨 뜻인지 눈앞의 여인에게 알려줄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