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71)
EP.71 의외의 방문(3)
감옥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낙양의 외딴 지역.
발걸음을 옮기면 병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군영이 먼저 나오고, 거기서 조금만 더 움직이면 백성들이 왁자지껄하게 일상을 누리고 있는 거리가 나온다.
여전히 눈치를 살피는 옥지기에게 인솔되며 감옥에서 풀려난 세 명의 여인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유비가 제안을 수락하자마자 감옥에서 풀려난 장비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정말 풀어주네.”
관우는 오랫동안 묶여있어 살짝 뻐근했던 몸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풀고 있었다.
죄수들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치도 긴장을 놓지 않는 간수들.
감옥의 허름한 부분을 끊임없이 보수하면서 혹여나 있을 탈옥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인부들.
조금 전까지 자신이 갇혀있던 감옥을 바라보던 관우가 말했다.
“적어도 자신이 내뱉은 말은 지키는 성격 같더군.”
“그건 확실히 마음에 드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관우는 그렇게 말하더니 장비를 바라보곤 난데없이 스산한 표정을 지었다.
냉기가 풀풀 날리는 관우의 행동에 장비는 오이를 본 고양이처럼 화들짝 놀랐다.
“우, 운장 언니? 갑자기 왜 그래?”
“내가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
장비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로 조금씩 물러났지만 관우는 전혀 개의치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장비는 식은땀을 흘리며 저 무서운 언니가 또 왜 저러는지 머리를 팽팽하게 굴렸다.
성격이 저돌적일 뿐 머리 자체는 꽤 똘똘했기에 장비는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설마 방금 놀린 것 때문에 그래?”
“…….”
침묵은 곧 긍정이라고, 관우는 장비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 눈치챈 장비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
“에이! 내가 진짜 진심으로 말했겠어?”
“말했지.”
관우는 이미 장비의 속내 따위 다 알고 있다는 듯 확실하게 단언했다.
장비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다시 변명을 내뱉었다.
“아이참! 그냥 장난이었다니까?! 애정이 담긴 장난!”
“…….”
“이것도 다 내가 운장 언니를 좋아하니까 한 짓이야!”
장비가 관우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평소 잘 부리지 않는 애교도 부려봤으나 화가 난 관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관우에게서 서서히 멀어지던 장비는 어느샌가 벽까지 몰려 더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때 장비에게 다가가던 관우가 말했다.
“나도 다 우리 익덕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빛살같이 꽂히는 관우의 주먹을 바라보며 장비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
유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 어지러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옥이 외딴곳에 있어 이런 난장판을 목격한 사람들이 적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
“으으….”
왼쪽 손으로 머리에 난 혹을 어루만지며 장비가 신음을 흘렸다.
진짜 아프다.
그리 생각하던 장비가 살짝 옆을 곁눈질하자 장비의 머리에 혹을 낸 장본인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길을 걷는 걸 볼 수 있었다.
대놓고 자랑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자신이 몸 하나는 튼튼한 편이다.
길을 가다가 시비가 붙어 싸움이 시작되면 오히려 자신을 후려친 놈이 비명을 지르면서 아파하는 강골.
하지만 관우 언니는 자신의 머리에 주먹을 여러 번 내다 꽂았음에도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연 자신의 언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자신의 머리가 으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됐다.
관우 언니에게 혼날 짓을 안 하면 된다는 걸 알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평소에는 늘 냉정한 척 엄격한 척 표정을 굳히고 다니는 관우 언니의 표정이 깨지는 순간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장비는 이런 즐거움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장비는 앞서가고 있는 유비를 천천히 뒤따라가면서 평화로운 거리를 휙휙 둘러보았다.
대장군이 다스리고 있는 낙양이란 도시는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낙양에 있는 백성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근심 걱정 없는 표정으로 하하 호호 웃고 떠들었다.
과거 자신의 언니들과 유주를 떠돌았던 시절 주린 배를 부여잡고 힘없이 늘어져 있던 백성만을 봐왔던 장비로선 썩 적응이 안 되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이 천하에서 제일 힘이 없을 백성들이 내일은 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걱정하며 침침한 분위기를 보이지 않았다.
마치 유비 언니가 현위로 부임하던 시절의 마을을 보는 것 같았다.
힘겹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그런 마음가짐이 이곳 사람들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응?”
그때 도시를 둘러보던 장비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감옥에 갇히면서 압수당했던 무기를 돌려받은 장비는 어깨에 천을 둘둘 감은 사모를 걸친 채 유비에게 말을 걸었다.
“현덕 언니.”
“응?”
장비가 말을 걸자 앞서가던 유비는 발걸음을 멈추고 장비를 바라보았다.
자애로운 미소를 입가에 띤 모습.
맨날 보는 거지만 여전히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이라 생각한 장비는 턱짓으로 한 남성을 가리켰다.
“쟤 소매치기하는데?”
“진짜?”
유비가 눈을 크게 뜨며 장비가 가리킨 남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장비의 말대로 마른 몸집을 가진 남성이 일부러 사람들과 툭툭 부딪히며 물건들을 은밀히 훔치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해온 짓인지 남성은 사람들이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자그마한 물건들만 쏙쏙 가져갔다.
“재주도 좋네.”
소매치기 광경을 바라보던 장비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놈은 무섭지도 않나.
대충 떠돌아다니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조금 전 우리와 만났던 대장군은 도시의 치안에 대해 아주 극성맞을 정도로 완벽함을 추구한다 했다.
병사들을 통해 야간 순찰도 자주 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공을 세운 인물에게는 보상을 내리니 자연스럽게 치안이 잡혔다고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행동이지만 그 당연한 행동을 안 해서 치안이 박살 나는 다른 도시들을 보면 장비는 한숨만 나왔다.
오히려 저렇게 대범한 놈이라 지금까지 안 잡힌 건가.
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운 없이 들켜버렸으니 저런 범죄 행각도 오늘까지였다.
장비가 자신처럼 소매치기범을 바라보고 있는 유비에게 질문을 던졌다.
“현덕 언니. 잡아버려도 되지?”
“그래.”
유비는 장비의 제안을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하자 장비는 곧바로 소매치기범에게 다가갔다.
누가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소매치기범은 여전히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데 열중했다.
장비는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남성의 뒤에 서서 말을 걸었다.
“야.”
“?!”
소매치기범은 화들짝 놀라면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장비가 손을 뻗어 남성을 붙잡는 게 더 빨랐다.
장비에게 팔을 붙잡힌 남성은 자신의 팔이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녀린 체구에서 나오는 거라고 믿어지지 않을 어마어마한 괴력.
장비에게 붙잡힌 소매치기범의 머릿속에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놔, 놔라!”
“어허.”
팔을 붙잡힌 남성은 급한 대로 자유로운 반대쪽 손을 휘둘러봤으나 부질없는 노력이었다.
“그렇게 함부로 사람을 때리려 하면 어디다 쓰겠어?”
“크헉!”
남성은 어어 하는 사이 장비에게 양쪽 팔을 모두 봉쇄당하고 땅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소매치기범은 최대한 버둥거리며 장비에게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했으나 자신을 위에서 짓누르는 여성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거리 한복판에서 이런 짓을 했으니 자연스럽게 주변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시선 모두가 남성에게 집중됐다.
남성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급하게 입을 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죄 없는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네가 죄가 없긴 뭐가 없어.”
장비는 너 같은 놈들을 처음 보겠냐는 표정으로 소매치기범의 품을 뒤적거렸다.
소매치기범은 자신의 옷 속으로 파고든 장비의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런 미친! 다 큰 여성이 남성을 추행하다니 부끄럽지 않소?!”
“내가 뭐가 아쉬워서 너같이 만들어지다 만 놈을 추행해? 나도 기분 더러우니까 좀 닥쳐봐.”
“…….”
사실에 기반한 장비의 폭언은 남성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비는 계속해서 남성의 품을 뒤적거렸다.
“쭉 지켜보니까 분명 이쯤에 훔친 물건들을 집어넣던데…. 아, 찾았다.”
쩔그렁!
장비가 남성의 품에서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를 열어 남성이 훔친 물품들을 살펴보던 장비가 피식 웃었다.
“그냥 종류 가릴 것 없이 손에 잡히는 건 전부 훔쳤구나?”
“…….”
“뭐야. 불리해지니까 입 다무는 거야?”
“…….”
장비의 물음에 남성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계속 침묵을 지켰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넌 현행범이니까.”
장비는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를 위로 던졌다가 다시 받으면서 말했다.
“어, 어?! 내 돈이 어디로 갔지?!”
“나도 사라졌다! 누가 훔쳐 갔어!”
그때 하나둘씩 소매치기를 당한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소매치기범은 지금이라도 도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여전히 위에 있는 여성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상황을 눈치챈 경비병들이 저 먼 곳에서부터 달려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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٩( ᐕ)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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