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726)
EP.726 일상(11)
한나라의 대장군이 상방검(尙方劍)과 가황월(假黃鉞)을 휘두르면서 직접 신하들을 숙청한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나라 전역으로 퍼졌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몸을 바짝 엎드린 채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잠자코 기다렸지만, 자신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겠지.
평소 유순한 성정을 지녔기로 평이 자자한 그 대장군이 직접 칼을 뽑을 정도의 죄목이라고?
대체 얼마나 악독한 짓을 저질렀고, 또 그런 죄를 저지른 인물들이 얼마나 많길래 저토록 죽어 나가는 것인가.
누군가는 단순히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또 다른 누군가는 언젠가 대장군의 칼날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정보를 얻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얻어낸 정보 하나.
───…면신례(免新禮)라고?
───아니, 그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황실은 구태여 숨길 이유도 없다는 듯 관리들을 대규모로 숙청한 까닭을 벽보에 써넣어 곳곳에 붙여놓았으니까.
───아직 경험을 쌓지 못한 관리들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불합리한 폭력을 행사했다….
───으음, 확실히 문제가 되는 행동이로군.
최근 대장군이 과거 제도(科擧 制度)라는 것을 만들어 인재들을 지방 곳곳에서 선별하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 제도로 선발된 신참 관료들에게 되도 않는 이유로 온갖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다고?
이러한 핍박과 모욕을 견디며 큰일을 이루고자 하는 인물은 없을 터이니 자연스레 관직을 다시 내려놓는 경우가 생겨났고, 이는 곧 대장군의 뜻과 반대되는 상황이었으니 그가 이토록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쯧쯧. 하급자를 이유 없이 괴롭히는 건 중앙 정부도 다르지 않았나.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몇몇 일부를 제외한다면 모두가 하급자였던 시절이 존재했으니, 벽보를 본 인물 대부분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숙청 명단에는 천하에 명성을 떨치는 거대한 가문의 귀족도 존재했고, 누구도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대부도 존재했다.
그들에게 딱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숙청의 칼날이 주변 사람들에게 향하지 않았다는 것일까.
이번 숙청은 이례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본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을 냈다.
그들은 부정부패를 저지른 관료들이니, 마음만 먹으면 가문까지 엮어 줄줄이 박살 낼 수 있겠지만….
그러면 규모가 워낙 거대해지기 때문일까.
지금 벽보에 붙은 이름만 헤아려 보더라도 수십 명은 거뜬히 넘긴 상황이었고, 일이 끝날 즘엔 수백 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었다.
이들과 연관된 가문까지 전부 베어버린다면 수천, 어쩌면 수만 명까지 피를 흘릴 터.
대장군은 쓸데없이 너무 많은 피를 흘리는 걸 원치 않았다.
아마 이 사건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
기존에 자리를 차지한 관리들이 기강을 잡는답시고 신참 관료들에게 이상한 짓을 하는 일은 사라지겠지.
이제 그런 짓을 했다간 저들처럼 목이 달아나리란 것을 직접 확인했으니까.
물론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이니, 훗날 이 말도 안 되는 관습이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대규모 숙청을 벌인 장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숙청으로 인한 대규모 행정 공백?
그건 어쩔 수 없다.
호수를 정화하기 위해선 기존에 고여있던 썩은 물들을 어떻게든 빼내야 했으니까.
원래 나라를 개혁할 때는 한 차례 진통을 겪는 법.
이제 연못을 차지하던 썩은 물이 사라졌으니 비어버린 곳을 깨끗한 물로 채우면 되는 일이었다.
───한(漢)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이라….
───사람들이 그리 평하는 이유를 알겠군.
누군가는 나라의 정세를 살펴보며 담담히 감상을 내뱉을 뿐이었지만, 누군가는 다른 반응을 내보였다.
“이, 이를 도대체 어찌해야 하느냐!”
“지금이라도 따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남몰래 두려움에 떨며 의논을 나누는 모습.
그들이 무엇 때문에 이토록 두려워하는지,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터였다.
──────────
내가 본래 예상했던 것처럼 이번 사건과 엮인 관리의 숫자는 상당했다.
나한테 제일 먼저 목이 잘렸던 그놈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외치던 이유가 있단 말이지.
아무렴, 공범이 이렇게나 많은데 없던 자신감도 불쑥불쑥 솟아나지 않겠나.
그리고 나는 참 수고롭게도 문제 인물들의 집에 일일이 찾아가 차례대로 벌을 내렸다.
───쿠당탕!
“크아악─!”
“전부 붙잡아라!”
물론 휘하 장수들을 먼저 내보낸 뒤에 말이야.
낙양은 한나라의 수도답게 매우 넓은 크기를 자랑했는데, 이런 곳에서 관리의 자택을 일일이 찾아가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장수들에게 명령해 부대를 이리저리 찢어놓은 거지.
아마 내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광경이 잔뜩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관리들이 마지막 반항을 한답시고 병사들과 칼부림을 벌이는 일이 없다는 걸까.
하긴, 병사들과 칼부림을 벌일 정도면 개인 사병 조직이 존재한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겠냐.
나라의 수도에 조정의 허락을 받지 않은 개인 사병 조직이 존재한다고?
그 정도면 한나라는 망했지.
아, 이미 한 번 망했었나?
물론 중앙 정부의 입김이 제대로 닿는 수도 지역 내부에서만 이렇지, 내가 훗날 지방을 순회하면서 여러 관리들을 숙청할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무장 조직이 튀어나올 것이다.
흔히 범죄 영화에서 조폭 무리가 칼이나 몽둥이 들고 패싸움 벌이는 장면들 등장하잖아.
그거와 딱 비슷하네.
정부 관리와 결탁한 범죄 조직들이라….
참 그럴싸하게 들리지 않나?
───뭐야, 이건?
───누구냐?!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미 만나도 여러 번 만났지만 말이야.
저번 지방 순회를 돌 때 어느 관리가 폭력 조직과 손을 잡고 소금 밀수를 벌인다는 정보를 받은 다음 곧장 쳐들어간 적이 있지.
한 가지 더 가관인 건 나쁜 놈들끼리 무언가 의견 충돌이 있었는지 이미 한바탕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와 도적 떼나 쓸법한 낡아빠진 무기들.
사실 지방에선 이와 같은 패싸움이 상당히 흔하다는 게 문제였다.
이를 계투(械鬪)라고 표현하던가.
평범한 백성도 수틀리면 집단 패싸움을 벌이는데 범죄 조직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지.
───얼씨구. 뭔데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냐?
───…관군이다! 죽여!
한창 서로 죽이고 있던 상황에서 또 다른 적이 출현하자 몇몇 밀수꾼은 서슬 퍼런 눈빛을 지으며 달려들기도 했으나….
───웃기네. 누가 죽어준대?
───으아아악!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 여포한테 사지가 부러졌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너무 뻔했지.
자신의 변호사를 데리고 다니는 어느 우람한 풍채의 아저씨처럼 여포도 자기가 늘 데리고 다니는 변호사를 이용해 범죄자들과 법정 공방을 치렀다.
왜, 전 변호사와 주 변호사로 유명한 무서운 아저씨 있잖아.
───안 그래도 막 굴려 먹을 일손들 없어서 곤란했는데, 여기 딱 좋은 놈들이 있네?
───끄으윽….
───우리 서방님 명령이야.
방 변호사….
그러니까 방천화극을 휘두르면서 밀수업자들을 무력화시킨 여포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죽이지는 않겠지만 평생 삽질이나 하면서 살자.
───…이 망할….
───고운 말!
빠악!
───끄으읍!! 으으으읍!!
───…….
어우, 지금 상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네.
악에 받친 채 입 잘못 놀렸다가 옥수수를 대부분 수확 당한 밀수꾼의 모습은 다시 떠올려도 아주 고통스러워 보였다.
“주군! 목표를 붙잡았습니다!”
“그래? 내 앞으로 데려와.”
눈앞의 자택이 한바탕 뒤집어지던 걸 바라보던 나는 부관인 손권에게 이야기했다.
“이놈은…. 뇌물을 안 받았네.”
“읍! 으으읍!”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던 건지, 아니면 아직 그럴 만한 경력이 되질 않아서 자제한 건지 모르겠다만 일단 눈앞의 관리는 후배한테 뇌물을 받지 않았다.
근데 뇌물을 받아 챙기는 부정부패만 저지르지 않았을 뿐 온갖 불합리한 폭력을 행사한 게 문제란 말이지.
난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던 꼬꼬마 군사들에게 물었다.
“사람이 사람을 때렸을 때 보통 무슨 형벌을 집행 받더라?”
“손과 발을 사용했느냐, 아니면 도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횟수는 달라지지만….”
홀로 팔짱을 낀 사마의가 잠시 말꼬리를 흐리자 백우선으로 입가를 가린 백발의 군사는 눈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태(笞, 긴 막대기)로 형벌을 집행하는 건 변함 없습니다.”
“그래?”
그래도 곤장으로 얻어터지는 건 아니네.
하긴, 그걸로 얻어맞으면 사람이 죽으니까 웬만하면 다른 걸로 때리는 거겠지.
이에 내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관리에게 태형(笞刑) 판결을 내리려는 순간 방통이 내 옷자락을 슬그머니 잡아끌면서 이야기했다.
“하, 하지만 궁궐에서 중죄를 저지른 죄인들은 곤(棍)을 사용해요….”
“…….”
뭐지.
마치 태(笞)가 아니라 곤장을 치라는 듯한 뉘앙스로 들리는데.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할 말은 하는 소심한 인상의 군사를 바라보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