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733)
EP.733 청주 제남국(靑州 濟南國)(3)
내가 백성에게 심상치 않은 규모의 비리가 일어난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며칠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한나라의 대장군이 지닌 권력을 열심히 활용해 여러 가지 준비를 했지.
───호오, 그건 또 흥미로운 소식이구나.
평소와 다름없이 신하들의 기강을 잡던 황제 폐하께 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달했고,
───알겠다. 조만간 짐과 함께 순시(巡視)를 떠나도록 하지.
무엇보다 같이 여행을 떠날 준비도 끝마쳤다.
지방에 있는 관리들의 목에 서슬 퍼런 칼날이 드리우는 때이자, 낙양에서 일하는 관리들에게는 잠시나마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
말해 무엇하겠나.
나는 조만간 대숙청 시즌 2를 개최할 생각이었다.
…대숙청 시즌 2가 아닌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이제 숙청을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제남국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끝마쳤어요.”
내게 정보를 전달받은 후 며칠 동안 서류를 뒤적거리던 사마의가 차분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제남국에서 온 조세와 함께 장부를 면밀히 살펴봤는데, 딱히 누락된 건 없더라고요?”
“…누락된 것이 없다니.”
나는 사마의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부에 이상이 없고, 조세에도 누락된 물품이 없다면 남은 경우는 한 가지뿐인데.
내가 열심히 생각을 이어 나갈 무렵 사마의가 흑우선을 살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마 조세에서 자기 몫을 챙기지 않고 백성에게 필요 이상의 재물을 거두는 거겠죠.”
“…….”
“하긴, 조세에 누락된 물품이 있었다면 진작 저희 눈에 걸리지 않았겠어요?”
그건 그렇다.
아무렴 지금 나라를 다스리는 책사들이 누군데 장부 조작된 것 하나 눈치채지 못하겠나.
보통 이런 경우에는 지방 감찰관이 비리를 적발하든, 정직한 심성을 지닌 관리가 슬쩍 내부 고발을 하든, 그곳에서 사는 백성들이 정보를 전달하든지 해야 비리를 눈치챌 수 있다.
사마의가 설명을 끝마치자 다음은 방통이 눈치를 살피면서 이야기했다.
“이, 일정 주기마다 청주로 파견했던 부자사(部刺史)를 호출해 조사한 결과 부정(不正)을 저질렀다는 게 확인됐어요….”
부자사(部刺史).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지방 행정에서 비리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중앙 정부에서 파견하는 감찰관이다.
근데 그 감찰관이 비리를 저질렀다네.
이야, 제남국은 대체 얼마나 썩어있는 거지?
“이에 그들의 재산을 국고에 더하고, 적절한 처우를 내렸으니…. 이제 거,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거예요.”
“…….”
…방통이 언급한 그 ‘적절한 처우’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이 의문을 입 바깥으로 꺼내진 않았다.
평소 주변 사람에게 소심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할 말은 전부 하는 소녀가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대충 예상이 됐으니까.
최근 저잣거리에 나도 모르는 시체가 여럿 늘어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터.
“청주자사(靑州刺史)는?”
나는 삼국지 관련 게임을 한 사람이라면 아마 익숙하게 느껴질 관직을 언급했다.
왜, 게임에서 주(州)를 전부 점령하면 황제 폐하 어쩌고 하면서 주자사에 임명한다고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나.
거기서 나오는 주자사가 맞다.
결국 주자사(州刺史)도 지방 행정 감찰관이거든.
부자사(部刺史)든 주자사(州刺史)든 일 자체는 비슷한 편이지.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라면 주자사(州刺史)는 주(州) 전체를 감찰해야 한다는 것.
만약 주자사까지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관료들과 한 편일 경우, 이게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어쩌면 제남국뿐만이 아니라 청주 전체가 썩어 문드러진 상태일 수 있다는 거지.
내 물음을 받은 제갈량은 평소와 똑같이 백우선으로 입가를 가린 채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기에 아직 확실한 정보는 전해지지 않았으나….”
“…….”
“청주자사가 지역 유력자(有力者, 세력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연회를 자주 즐기는 것은 확인됐습니다.”
유력자들과 연회를 즐겨?
이건 즉 지역 호족이나 조정 관료할 것 없이 한곳에 모여서 하하 호호 잔치를 즐겼다는 뜻인데.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보이지 않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이용만 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부 알고서도 모르는 체해주는 건지 알 수 없다만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용만 당한 거라면 무능을 이유로 파직하면 되는 일이고, 만약 부정부패를 일으킨 관리들과 같은 편이라면….
“…….”
굳이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그땐 제남국뿐만 아니라 청주 전체로 숙청 범위가 확대되는 거지.
제국(齊國), 제남국(濟南國), 낙안군(樂安郡), 북해군(北海郡)….
청주에 있는 군(郡)과 현(縣)이 전부 뒤집어지는 거야.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뒤집어엎을 계획이었지만.
다른 곳 전부 물갈이했는데 청주만 내버려두는 건 형평성에 안 맞잖아.
“결국 내가 할 일은 정해진 모양이군.”
꼬꼬마 군사들에게 모든 정보를 전달받은 나는 고개를 한 차례 주억거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논의만 나눠봤자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 내가 직접 청주로 향하겠다.”
“예.”
내가 이야기하자 꼬꼬마 군사를 비롯한 주변 관리들이 내게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아마 제남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리란 것은 예상했을 거야.
이제 남은 건 인재들을 적절한 곳에 투입하는 것뿐.
“…….”
나는 순시 일행에 누구를 포함해야 할까 생각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최근 청주와 관련된 것 말고 내가 신경 써야만 하는 일이 있었나?
아마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나는 이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지.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문제가 터지리란 것을 말이야.
이 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역사적 시기가 제대로 뒤틀려 있었다.
…이쯤 되면 날 폭발물 처리반으로 보고 폭탄을 휙휙 떠넘기는 것 같아.
남화노선의 언급에 따르면 천지(天地, 하늘과 땅)에게 의지가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데 이런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 동안 분주하게 움직인 나는 이윽고 황제 폐하와 함께 순시(巡視)를 떠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남겨지지 않았네요.”
“크흠.”
나는 진류왕 전하의 혼잣말을 듣고 멋쩍은 표정으로 잠시 시선을 피했다.
저번 순시 때는 황제 폐하께서 자리를 비운 동안 낙양을 다스릴 인물로 진류왕 전하를 선택했는데 그때 그 결정이 어지간히도 서운했던 모양.
“…….”
황실의 핏줄을 상징하는 흑발과 검은색 눈동자를 지닌 여인은 내가 시선을 피했음에도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멍!
그리고 단발머리를 한 진류왕 전하의 품에 꼭 안겨있는 복슬복슬한 강아지.
───헥헥!
그 귀여운 강아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해맑은 표정만 짓고 있었다.
…꼬리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는군.
저러다 하늘도 날 수 있겠네.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돼. 알겠지?”
“우응?”
거대한 마차 한구석에선 유정(劉桯)이 자신의 동생 유간(劉侃)을 붙잡아두고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었다.
“꺄아아!”
“아앗! 뛰지 말라니까!”
…그 가르침이란 게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지만.
내 유일한 아들인 유간은 누나의 가르침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제 막 2살이 된 아기답게 아장아장 뛰어다녔다.
“후후, 사이가 좋아 보여서 다행이구나.”
황제 폐하는 이 상황이 그저 유쾌하다는 듯 웃기만 하셨고 말이야.
마차라고 하면 보통 사람 한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좁디좁은 이동 수단을 떠올리는데, 이게 황제쯤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거든.
침대는 물론이고 온갖 가구까지 함께 구비된, 웬만한 작은 집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수준의 초대형 마차.
이 정도 크기의 마차를 움직이기 위해선 사람이든 짐승이든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으나 황제에게 이를 동원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마도 생각해 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가마는 사람이 직접 들어서 옮기는 수단이다 보니 속도가 느리거든.
딱히 도로가 닦여있지 않아서 가는 길이 불편한 것도 아니었으니 가마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마차를 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이참! 얌전히 있어!”
“꺄우아!”
유정은 자기 앞에서 열심히 아장거리던 유간을 쫓아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기가 열심히 아장거려봤자 얼마나 빠르겠나.
그렇기에 유정은 유간을 어렵지 않게 쫓아갔으나 제 동생을 어떻게 멈춰 세워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부모였다면 그냥 옆구리에 손을 얹고 쑥 들어 올려서 안아주면 해결되는 일이었지만, 이제 막 6살이 된 아이에겐 상당히 버거운 방법 아닐까.
“…무언가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응? 아니, 아무것도.”
유비가 창문 너머에서 질문을 던지는 걸 보면 마차가 상당히 시끄러웠던 모양.
“재미따!”
“…이거 놀이 아니야!”
확실히 시끄러울 만하네.
나는 여전히 진류왕 전하의 눈빛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우당탕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