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739)
EP.739 청주 제남국(靑州 濟南國)(9)
금송아지.
금처럼 귀한 송아지라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금으로 만든 송아지를 이르는 단어.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온갖 진귀한 물품들을 봐왔던 나조차 금송아지를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대장군에 앉은 나조차 보지 못했던 이유는 무척 간단하지.
그냥 금송아지라는 물건 자체가 돈 낭비의 끝판왕이잖아.
크고 화려한 궁궐을 짓겠답시고 온갖 난리를 떠는 것보단 낫겠지만 금송아지도 그렇게 저렴한 물건은 아니었다.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정말 송아지와 비슷한 몸무게로 금을 사용하면 약 2,000억에 가까운 값어치를 자랑한다던가?
막 태어난 송아지는 40kg쯤 나가지만, 거기서 몇 달만 지나도 쑥쑥 자라나서 몸무게가 세 자릿수는 거뜬히 넘긴다.
그걸 같은 무게의 금으로 만들면 당연히 이 정도 가격이 나올 터.
나라 전체를 다스리는 황제도 아니고, 단순히 한 주(州)를 점령한 사이비 종교가 이만한 금을 사용하며 사치를 부린다?
하다못해 왕(王)이 사치를 부리는 것이었다면 이해하겠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경제 개념이 박살 날 수밖에 없었다.
“응? 이거 생각보다 가볍네?”
“…그래?”
“이것 좀 봐! 조그마하잖아!”
하지만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장비 말마따나 눈앞의 금송아지는 덩치와 무게까지 송아지와 비슷하게 만든 물건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마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만들고 속은 텅텅 빈 작은 금송아지가 아닐까.
…근데 만드는 난이도만 따지자면 그게 더 힘들 것 같은데.
──퉁퉁.
“흠.”
맞네.
소리 들어보니까 이거 속 비어있는 거 맞다.
내 하반신에도 오지 못하는 크기니 어림짐작으로 10, 20kg쯤 나가려나.
확실히 그 정도면 단 수십억에 금송아지를 만들 수 있….
…어이가 없네.
이것도 많은데?
주먹으로 금송아지를 퉁퉁 두드려본 나는 여전히 얼이 빠지는 액수에 한숨을 푹 내뱉었다.
수백 년 동안 청주 일대에서 위세를 떨치던 사이비 종교다운 면모라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그 사이비 종교에 탐관오리들까지 달라붙으니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말해야 하나?
성경에서 금송아지한테 신앙을 바치던 사람들에게 게거품을 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우상 숭배도 문제였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한 취급을 받는 금이 이런 곳에 쓰이는 걸 보면 나라도 눈이 돌아갔을걸.
“이놈들…. 그건 신께 바치는 제물이다….”
“…….”
그때 여포한테 얻어맞고 용케도 안 죽은 광신자 중 한 명이 어기적어기적 기어 오면서 말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안 죽인 건가?
비록 두 다리가 완전히 박살 나기는 했지만 그를 제외하면 멀쩡해 보였으니.
“당장 손을 떼지 않으면 천벌이 내릴 것이야…!”
“신께 바치는 제물이라고?”
나는 마치 피를 토하는 것처럼 외치는 신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저기 서쪽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들었다면 뒷덜미를 붙잡고 쓰러질 소리.
중세 시대였으면 이단 판결을 받고 화형대에 묶여서 화끈하게 불태워질 놈이었다.
딱 한 가지 궁금한 점이라면 그거겠네.
이놈들은 어쩌다가 금으로 송아지를 만들어 신께 제사를 올릴 생각을 했을까?
보통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 귀한 물품을 사용하고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걸 떠올려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금과 송아지.
두 가지 전부 옛날부터 아주 귀한 물품 취급받았으니까.
‘이 두 개를 합쳐 더욱 귀한 걸 만들자!’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진 않겠지.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도 성양경왕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 신자를 마주한 나는 잠시 웃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그래. 좋은 생각이 났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금송아지는 종교의 위세를 드러내기 위한 상징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청주의 수십 개 현(縣)이 전부 금송아지를 보관하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딱 하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겠지.
청주에서 성양경왕 신앙이 무너졌음을 모두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
“저놈은 죽이지 말고 붙잡아 둬라.”
본래였다면 진작 목숨을 잃었어야만 할 남성을 눈앞에 두고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조만간 이놈에게 아주 좋은 구경을 시켜줄 테니.”
“…뭐라고?”
어허, 그 못 믿겠다는 표정은 뭐야?
진짜 좋은 구경이라니까?
──────────
청주 제남국 동평릉현(靑州 濟南國 東平陵縣).
연주와 청주를 가로지르는 경계 지역인 역성현(歷城縣)과 매우 가까운 제남국의 중심 지역.
제남국의 중심 지역이라는 건 이 지역을 다스리는 제남상이 부임하는 위치란 뜻이었고, 조정에게 왕(王) 작위를 하사받으며 제후로 봉해진 황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란 뜻이기도 했다.
즉 제남국의 고위 관료들이 옹기종기 모이는 곳이기도 한 셈.
그러면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보자.
청주에 자리 잡은 탐관오리들의 대가리….
…표현이 조금 과격해졌네.
어쨌든 우두머리를 잡는다면 이곳보다 더 완벽한 장소는 없었다.
“흐음, 좋다.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주변을 경계하도록 하지.”
내 계획을 전달받은 조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수족과 함께 호표기를 이끌면서 제남국을 한 차례 초토화한 상황.
…초토화했다고 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그녀는 어디까지나 문제를 일으킨 인물들만 처리했다.
본래 역사처럼 부모님께 봉양한답시고 죄 없는 백성들까지 효도 행렬에 동참시킨 게 아니야.
취향에 따라 그때그때 바뀌는 건지 절영과 조황비전을 번갈아 가며 올라타던 조조는 이번에 절영을 몰고 있었다.
이놈도 본래 역사처럼 흘러갔으면 조조의 헛짓거리 때문에 죽었을 텐데 말이야.
나는 아직도 조조와 가후가 같은 자리에 있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절영을 몰면서 천천히 뒤로 돌던 조조는 그때 무언가가 생각난 듯 내게 말을 걸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질문을 하지 않았군.”
“…?”
질문이라니?
혹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라도 생긴 건가?
하지만 지금 상황 자체는 한때 제북상에 부임했던 조조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살짝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지만 조조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소와 똑같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이야기했다.
“셋째의 이름은 무엇으로 하는 게 좋겠나.”
“…어엉?”
그게 무슨 소리야.
상상도 못했던 질문에 잠시 버퍼링이 왔던 나는 이윽고 경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너 설마….”
“후후, 마음대로 생각하거라.”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을 떨어트린 조조는 한 차례 싱긋 웃어 보인 다음 휘하 장수들과 함께 이 근처를 벗어났다.
확실히 이건 나도 놀랍긴 하네.
조비를 낳고 이제 막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셋째를 임신했다라….
본래 역사에서 조조의 셋째가 누구였더라.
…조창(曹彰)이었나?
첫째인 조앙은 사실 돌연변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성이 좋았고, 둘째인 조비가 조조의 이상한 성격을 쏙 빼닮았다면 셋째 조창은 아버지의 군사적 재능을 물려받은 경우였다.
위청과 곽거병 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면서 맹수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고 하지.
조조의 수많은 자식 중 유일하게 글공부를 싫어한 아이라고 하니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갈 터.
사실 조삭(曹鑠)이라고 해서 조비보다 먼저 태어난 조조의 자녀도 있지만,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단명했는지 기록이 무척 적었다.
조삭까지 포함하면 본래 역사에서 조창은 넷째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
조비는 셋째고 말이야.
어쨌든 조조의 질문을 들은 주변 여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진 불 보듯 뻔한 상황.
“…….”
“…또?”
서여는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볼 뿐이었고, 여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분하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몸을 겹친 횟수로만 따지면 이 두 명이 가장 많을 텐데 첫째를 낳은 이후 이상할 정도로 소식이 없더라.
으음….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아무래도 내 명중률이 상당히 낮은 편인가 봐.
훗날 내 자녀가 나라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으니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후대를 이끌어 갈 능력 있는 인재가 줄어드는 거니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따지고 보면 나도 결국 외척이니까.
훗날 나와 연관이 없는 인재들을 대거 등용해 높은 관직에 앉히며 권력 구도를 알아서 손보긴 하겠다만, 그래도 세력이 더욱 커지는 건 경계해야지.
“…….”
“헉!”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 나갈 무렵 근처에서 무엇을 본 것인지 장비가 화들짝 놀라며 관우에게 속삭였다.
“운장 언니, 저기 좀 볼래?”
“갑자기 무슨 소리를….”
오늘도 어김없이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던 관우는 장비의 부름을 받고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다가 우뚝 굳었다.
“봐봐, 현덕 언니 지금 어떤 것 같아?”
“…….”
“되게 기분 안 좋은 거 같지?”
“…조용히 해라.”
유비의 기분이 안 좋다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관우가 부정하지 못하는 걸 보면 단순한 착각은 아닌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유비가 바라보는 방향을 똑같이 지켜보던 나는 이윽고 그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훗.”
조조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유비에게 비웃음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
빠드득.
“아! 진짜 화났다! 도망쳐─!”
“…….”
나는 장비가 냅다 달아나고 관우조차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는 광경을 바라보며 머리를 짚었다.
쟤들은 대체 뭐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