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74)
EP.74 의외의 방문(6)
잘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온갖 노고를 겪었을 유비 자매를 곧바로 도시에서 내보내는 건 좀 매정하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돈이 없을 테니 꽤 오랜 기간 동안 노숙을 했을 거고, 그렇게 낙양에 도착하자마자 병사들에게 붙잡혀 감옥 생활을 했을 테니까.
감옥 생활이라고 해봤자 몇 시간 안 되겠지만 원래 감옥이란 곳은 잠깐만 있어도 기운이 엄청나게 빠지는 곳이다.
말을 고를 때 봤던 유비 일행의 그 꼬질꼬질한 행색이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더라고.
대놓고 꼬질꼬질한 게 아니라 묘하게 꼬질꼬질한 그 모습이 내 동정심을 더욱 자극했다.
그래서 난 가기 전에 푹 쉬고 가라고 유비 자매에게 숙박할 곳을 알려준 다음 돈을 대신 내줬다.
이러한 내 행동에 유비는 대표로 나서서 내게 감사를 표했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관우와 장비도 내 호의가 고마운 모습이었다.
그런 도원결의 자매의 모습을 보니 은혜를 입게 만들자는 내 의도가 통한 것 같았다.
자신이 받은 은혜는 결코 쉽게 잊지 않을 이들이니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먹튀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렇게 시간이 지난 다음 날.
나는 푹 쉬어 한결 뽀송뽀송해진 유비 세 자매 앞에 서서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제 진짜 가봐라.”
말도 주고 돈도 주고 노곤한 몸을 푹 쉬게도 해줬으니 이젠 유비 자매가 약속을 이행할 차례였다.
“마음 같아서는 며칠 더 쉬다 가라 하고 싶은데 많이 급한 문제거든.”
가후가 전에 말해줬는데 유우를 구하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얼마 없다고 알려줬다.
공손찬을 상대로 유우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고, 공손찬이 유우를 붙잡아서 얼마나 살려둘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막말로 성 바깥에서 서로 한 판 붙다가 대판 깨지고 유우가 하루 만에 붙잡힐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공손찬이 유우를 붙잡자마자 너 잘 걸렸다는 듯 바로 목을 베어버릴 수도 있었다.
유비도 내 말에 딱히 이견은 없는지 공손하게 몸을 숙이며 대답했다.
“대장군의 은혜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잘 모셔와라.”
적로에 올라탄 유비는 살짝 고개를 꾸벅여 인사를 하고 성문 쪽으로 천천히 멀어져갔다.
이제 천하의 판세는 나도 모르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유주자사가 공손찬에게 패배하면 공손찬이 유주 쪽을 전부 차지하게 되겠지.
그 이후에 일어날 계교 전투가 과연 어떻게 될지 난 알 수 없었다.
본래 역사처럼 원소가 승리할 수도 있겠고, 그도 아니라면 세력이 훨씬 커진 공손찬이 승리할 수도 있었다.
만약, 진짜 만약에 공손찬이 승리한다면….
천하의 판도가 내가 알고 있는 것 자체와 크게 달라지겠지.
본래 역사를 참고는 할 수 있으나 아예 맹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되는 바는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우리 세력에 어떤 인물들이 포진해있는데.
힘 싸움? 여포와 장료, 고순 등이 포진해있다.
두뇌 싸움? 모략에는 가후가 있고 계책에는 순유가 있다.
조금 운 요소가 강하긴 해도 요술을 부리는 장각이 있고, 조건을 많이 타긴 하지만 일단 투입하면 무조건 이기는 전술 핵폭탄 서여까지 있다.
저번에 있던 연합군처럼 온 천하가 나를 패러 오는 초유의 사태가 아닌 이상에야 다른 세력이 덤비는 족족 개박살을 내줄 수가 있었다.
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이기 전에 일단 회유할 수 있는 인물들은 회유하는 게 낫겠지.
이미 이 나라는 오랜 부정부패와 반란으로 인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있었다.
전쟁이란 것은 결국 자기 살을 깎아 먹는 최악의 선택지였으니까.
결국 지금 시대는 난세.
군웅들이 각기 다른 야망을 품고 자신만의 세력을 일구는 때지.
그래도 아군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은 전부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낫지 않을까.
──────────
“지나가시오.”
성문의 경비병들은 이미 얘기가 전부 되어있었는지 유비 세 자매를 보자마자 길을 열어주었다.
유비는 적로에 탄 채 성문을 지나치다가 눈에 띄는 인물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척 봐도 지휘관이라는 걸 상징하는 갖가지 무장들.
유비는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비 대장에게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구속 안 하시나요?”
“…크흠.”
경비 대장은 멋쩍은 듯 헛기침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비 세 자매를 알아보고 붙잡은 것이 바로 그였으니까.
호로관 전투 때 나름대로 공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던 병사는 살짝 눈치를 살폈다.
“나는 내 할 일에 충실했을 뿐이오.”
호로관 전투에 참여했던 병사라면 그때 그 광경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
마치 이야기 속에서나 전해지던 전설적인 싸움을 직접 목격한 기분.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본 경비 대장이었기에 유비 세 자매를 알아보고 즉시 포박할 수 있었다.
솔직히 경비 대장은 그때 경비를 서다가 성문을 넘으려는 유비 세 자매를 봤을 때 죽는 걸 각오했었다.
비록 이 한목숨 이곳에서 쓰러지더라도 낙양은 쉽게 통과시킬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러나 그 사명감 가득한 마음가짐이 현실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일은 없었다.
“그것보다 나는 그대들이 우리에게 순순히 잡혀준 것이 의외였소만.”
그 천하무쌍 여포 장군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무예다.
분명 거리를 좁히면 손에 들고 있는 살벌한 병장기들을 번쩍이며 자신을 단칼에 베어버릴 거라 예상했거늘.
근데 예상과 달리 유비 세 자매는 포박 당할 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경비 대장의 질문에 유비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애초에 그럴 마음으로 왔으니까요.”
“…영 이해할 수가 없군.”
속을 알 수 없는 유비의 대답에 경비 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나갈 사람들이 많으니 빨리 지나가기나 하시오. 다음엔 부디 적으로는 안 만났으면 좋겠군.”
“네.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경비 대장이 손을 휘휘 젓자 유비는 살갑게 웃으면서 낙양을 벗어났다.
낙양을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비를 뒤따라오던 장비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현덕 언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한다니? 설마 대장군에게 받은 은혜를 그대로 무시할 속셈이냐?”
관우의 무감정한 눈초리에 장비는 화들짝 놀라면서 급하게 부정했다.
여기서 긍정하는 낌새라도 보였다간 꿀밤 같은 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날아올 거다!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일단 유우는 확실히 데려와야지!”
“유우가 아니라 유주자사라 불러라.”
“아무튼!”
눈초리를 흘기긴 했지만 그래도 관우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모습을 취했다.
장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늘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는 관우 언니도 가끔 자신처럼 이상한 곳에서 확 흥분하는 면모가 있었다.
이런 건 자매끼리 닮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유주자사인가 하는 사람을 구한 다음에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한 거야.”
“…….”
“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거야?”
“……으음.”
장비의 질문에 유비는 천천히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그걸 안 물어봤네.”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는 듯 무언가를 떠올린 장비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다.
장비가 질문을 바꿔 유비에게 다시 물어봤다.
“연합군은 어땠어? 현덕 언니 눈에 차는 사람이 있었어?”
“…….”
유비는 그때 연합군 군영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던 인물들을 떠올렸다.
제일 가관이었던 욕심에 눈이 멀어있던 맹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백성의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던 군웅들.
회의할 때마다 자신을 부담스럽게 바라보던 은발의 소녀, 맹주와 제일 먼저 대립하며 자리를 벗어나던 황금의 여인.
유비는 장비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감스럽지만 없더라.”
“헹. 내 그럴 줄 알았지.”
장비는 콧방귀를 뀌었다.
“연합군 놈들을 처음 봤을 때부터 전부 예상했다고.”
분명 그 안에는 능히 천하를 호령할만한 영웅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영웅들 중에 유비와 같은 이상을 꿈꾸고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비참한 전란의 시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이 일어나는 그러한 시대에서 제일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이 누굴까?
바로 백성이었다.
분명 나라는 백성들, 민초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인물들은 이를 대부분 모르고 있었고, 몇몇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자신의 야망을 우선시했다.
백성을 멀리하는 순간 그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는데 왜 백성들을 핍박하는 걸까?
지금 이 한나라만 해도 백성들이 일으킨 황건적의 난으로 인해 크게 휘청거리지 않았는가.
유비는 힘없는 이들의 불행을 좌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마음먹었다.
그들이 그리도 무시하는 백성의 힘이 어떤 것인지, 유비는 직접 알려주고자 했다.
“……연합군이 그렇다면, 대장군은 어땠어?”
장비가 물었다.
그러한 장비의 물음에 유비는 웃으면서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익덕은 어땠는데?”
“…어, 나는…….”
장비는 조금 전까지 보고 있었던 낙양의 풍경을 떠올리는지 잠깐 말을 흐렸다.
이윽고 생각을 마친 장비가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은, 딱히 다투고 싶지 않더라고.”
백성들이 평화롭게 일상을 누리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천하를 돌아다니며 온갖 도시를 봐왔던 장비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뭔가 묘하게 둥실둥실한 기분이라 해야 하나.
그렇지만 결코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운장은 어때?”
그런 장비를 보던 유비가 이번에는 관우에게 물었다.
관우는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 담담하게 답했다.
“저도 익덕과 같습니다.”
유비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정해진 거 아닐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흑흑 확실히 공모전이 아닌 자유 연재에 있으니까 조회수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네요.
이 작가 많이 슬픕니다.
혹시 플러스 간 다음 보셔서 정산금을 조금이라도 더 주시려는 큰 그림인가?
헉 이 멍청한 작가는 그것도 모르고!
٩( *˙0˙*)۶
근데 그냥 봐주셔도 됩니다 독자님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