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743)
EP.743 청주 제남국(靑州 濟南國)(13)
혹시나 한 마음에 일부러 인적이 드문 길만을 골라 돌아다니던 나는 정말로 누군가가 공격해 온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한나라 군부의 일인자를 골목길 안에서 대놓고 암살하려 한다?
이건 누가 봐도 멍청한 짓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이런 행동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날 적대하는 세력의 규모가 상당히 거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래 세력이 거대하면 생각이 짧은 무능력한 인물도 어느 정도 섞이잖아.
사람이 다섯 명 이상 모이면 쓰레기가 반드시 한 명은 있다는 누군가의 명언처럼, 조금 규모가 있다 싶은 세력은 그 세력 내부에서도 자기들끼리 편을 갈라가며 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행동은 세력 내부에 존재하던 몇몇 강경파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겠지.
특히 종교와 관련된 세력이다 보니 더욱 과격한 성정을 지녔을 터.
아무렴, 아무리 사이비 종교를 추종하는 단체라지만 모든 사람이 멍청하진 않을 테니까.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도 똑똑해야 가능한 것 아니겠나?
내가 오래전에 처리했던 몇몇 귀족들만 하더라도 고리대금, 밀수, 노예 등등 자기 사업에 따라서 파벌이 존재했었다.
비록 지금은 내 주도하에 모두가 화해하고 사이좋게 저 멀리 알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지만 그들이 한때 서로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분명했지.
원래 외부에 있는 적보다 내부에 있는 적이 더욱 두려운 법.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몇몇 강경파의 돌발행동 덕분에 나는 무엇보다 확실한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은 자신의 신(神)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이 참 궁금했다.
“제대로 설명 안 해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아시죠?”
“예.”
“죽지 않게 조심히 다뤄요.”
여포가 방천화극으로 암살자의 우두머리를 기절시킨 이후, 곧 사마의가 병사를 이끌고 등장해 주변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아이가 있는 몸이니만큼 낙양에 남아있는 것이 어떨까 했지만, 그녀는 내 제안을 단박에 거절하며 이번 순시 행렬에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이야기하더라.
‘제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을 벌일 줄 알고요?’
‘…….’
‘괜히 이상한 행동이나 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보단 얌전히 따라가는 편이 훨씬 낫죠.’
과연 나에 대한 사마의의 인식은 어떻게 된 걸까.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은 듯한 부모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내 고민은 곧 근처에서 대기하던 방통에 의해 금방 해소될 수 있었다.
‘그, 그러니까 주군이 근처에 없으면 밤잠도 못 이룰 정도로 걱정된다는 뜻이에요….’
‘…뭐라고요?’
‘사실 안 그런 척하지만 중달도 상당히 의존적인 성격…. 뺘아악!’
와, 방통한테서 병아리 울음소리가 나네.
과연 봉추(鳳雛, 봉황의 새끼)란 이명이 어울리는 비명소리로군.
늘 내 곁에서 사마의의 말을 통역(?)해주는 방통이 그녀에게 육체적으로 응징당하는 광경은 처음 봤었지.
‘제가 분명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죠?!’
‘나, 나는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걸 이야기할 뿐이야…!’
사마의에게 위에서 아래로 짓눌려지는 와중에도 꿋꿋이 할 말은 하는 게 놀라울 따름.
저러다가 방통이 쭈글 소리를 내며 납작해지는 게 아닐까 싶은 광경에 제갈량도 한마디 거들었다.
‘무어라 반박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입을 막으려 드는 모습이 추하군요.’
‘시끄러워요! 아직 아이도 없는 주제에!’
‘…….’
그 이후 제갈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비겁하게 필살기를 쓰다니….
평소였다면 제갈량이 설전에서 이겼을 텐데 말이야.
본래 역사에서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몇 번 패배했더라도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되었던 것처럼, 지금 이 세계에서도 사마의가 제갈량을 뛰어넘는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아, 아이….’
또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던진 핵폭탄은 근처에 있던 방통에게도 범위 피해를 입혔다.
이게 바로 일거양득인가?
‘집중 안 하시죠?’
‘꺅!’
결국 팔을 부들거리며 사마의에게 필사적으로 대항하던 방통조차 힘없이 쭈그러졌다.
옳은 말만 하던 정의가 부조리 앞에 쓰러지는 가슴 아픈 순간.
제갈량은 돌이라도 된 것처럼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못했고, 방통은 사마의의 힘을 이기지 못해 자리에 쭈그러졌다.
…쭈그러졌다고 해봤자 다리에 힘이 풀려 힘없이 쓰러지는 것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쓰러진 건 맞잖아.
두 꼬꼬마 군사를 물리친 사마의는 흔치 않게 목소리를 떨면서 이야기했다.
‘저, 절대 귀담아들을 필요 없는 이야기에요! 아시겠죠?!’
‘그래. 알았어.’
그 제갈량과 방통을 단번에 쓰러트린 군사님의 말씀인데 믿어야지.
내가 전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자 사마의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진 건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아무리 안전하다 생각해도 그렇지! 적진 한복판을 막 돌아다니면 어떻게 해요?!”
“…….”
“제가 몇 번이고 말씀드리는 거지만 지휘관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확실히 최근 잔소리를 내뱉는 경우가 많아지기는 했어.
아무런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잔소리를 듣는 모습이 부인한테 잡혀 사는 남편 같구나.
…아니, 나와 사마의는 부부 사이가 맞잖아.
겉으로는 살짝 툴툴거리면서 챙겨줄 건 전부 챙겨주는 부인에게 잡혀 사는 남편이라니!
나쁘지 않을지도?
“…뭐야, 갑자기 왜 웃어요?”
“그냥.”
“그, 그렇게 실실 웃어도 안 봐줄 건데요!”
왠지 조금 흔들린 것 같은데.
이래서야 잔소리는 끝까지 내뱉을 수 있겠냐는 생각에 나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
“…….”
“…….”
그래서 지금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처한 걸까.
사마의가 내뱉던 잔소리는 방통의 활약으로 어떻게든 벗어났으나, 내 귀여운 꼬꼬마 군사의 잔소리보다 더한 시련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무언가 할 말은 없는가?”
“그것이….”
내가 뒷수습을 마치고 아군 진영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날 호출하신 황제 폐하는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내가 과연 무엇을 잘못했길래 황제 폐하께서 이렇게나 기분이 나쁘신 것일까.
사실 해답은 금방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니까.
“…면목 없습니다, 폐하.”
나는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이야기했다.
다른 신하였다면 이럴 때 넙죽 절을 올리고 눈물도 펑펑 쏟으면서 살려달라고 빌어야겠으나, 내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건 오히려 황제 폐하의 기분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행위였다.
안 그래도 날 사랑하고 의존하는 폐하인데 내가 그 폐하를 두려워하며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고?
상상만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두근두근한걸.
물론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무엇이 면목 없다는 뜻이지?”
“호위병 대부분을 일부러 때어놓고 독단적으로 행동했지요.”
“그래, 다행히 잘 아는 모양이군.”
마치 어린아이를 꾸중하는 것처럼 무엇을 잘못했는지 물어보던 황제 폐하께서는 내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 혹시 기분이 조금 풀렸나?
“…그걸 모르고 저지른 게 아니라는 점이 더욱 악질적인 것이지.”
“…….”
아니었네!
혹시 이대로 잘 흘러간다면 이번 사태도 잘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다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 와중에 자기 아이들이 두려워할까 봐 잠시 다른 마차로 자리를 옮기신 건 참으로 모성애 넘치는 모습이었다.
내가 아이에게는 밝은 모습만 보여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게 통한 모양.
“짐은 시간이 빌 때마다 누군가의 충고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잊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하는 편이다.”
“…….”
“한데, 짐의 반려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나는 그 물음을 받고 두뇌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이럴 때 꼬꼬마 군사들이었다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내가 머릿속에서 그녀들을 상상하자 2등신 SD 캐릭터가 된 꼬꼬마 군사들이 나타나며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잘못이 맞는데요?’
일단 사마의는 패스.
‘나라를 이끄는 인물이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행위는 결코 상책(上策)으로 부를 수 없습니다.’
…제갈량도 넘어가고.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라며 이야기하는 것이…. 네? 이, 이미 하셨다고요? …그건 좀 심한데….’
왜 방통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프지.
그녀의 소신 발언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건가.
나는 그 꼬꼬마 군사들마저 고개를 가로젓는 상황에 다른 인물들을 상상해야 할까 생각했으나 그 생각은 머지않아 끊겼다.
───빼애앵!
“엄마! 아빠! 큰일났어!”
“…유정(劉桯)?”
그야 우리딸이 자기 동생을 품 안에 안고 마차 안으로 불쑥 들어왔는데 어떻게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겠나.
나는 큰일이라 외치는 유정의 모습에 살짝 동요하면서 이야기했다.
“큰일이라니, 천천히 설명해보거라.”
“유간(劉侃)이 배고프대!”
“…….”
음….
확실히 배가 고픈 건 중요하지.
나는 아직 한참 울음이 많을 시기인 조그마한 아이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봐라.
황제 폐하께서도 진지한 분위기가 박살 나자 더 이상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역시 내 아이들이 최고라니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