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75)
EP.75 의외의 방문(7)
계.
유주자사 유우가 현재 자리 잡은 곳.
병주와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가까운 도시에서 유우는 머리를 짚었다.
“공손찬이…. 무엇을 하고 있다고?”
“북평 태수 공손찬이 현재 저희 영토의 마을을 침입하여 약탈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이 고얀 놈이…….”
전령의 보고를 들은 유우가 주먹을 쥐고 팔을 부르르 떨었다.
“내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만 이렇게나 무도한 놈일 줄이야.”
위에서 아랫사람들을 다스리는 자의 도리로서 지도자는 자신을 믿고 따라와 주는 백성을 보살펴줄 의무가 있다.
백성들은 나라의 운영을 위해 자신의 재물을 바치고, 도시를 지키는 병사가 되어 생명을 바친다.
지도자는 그런 백성들이 외부의 침입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배를 곯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상생 관계.
백성이 없으면 지도자는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백마장군이라 칭하며 주제넘게 폭정을 일삼는 공손찬이란 놈은 어떠한가?
이민족과 싸우기 위해 군비를 충당한다는 목적으로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영토를 마구잡이로 착취한다.
막대한 세금을 부과해 백성의 삶을 가난하게 만들고, 성을 증축한다며 백성들을 전부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
그야말로 민심을 저버리는 행위.
이제 그걸로도 모자라 다른 지도자가 다스리고 있는 영토까지 침범하여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하고 있으니 유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전쟁을 준비해라.”
유우는 주변에 있는 제장들에게 엄숙한 목소리로 고했다.
“북평 태수가 인의를 저버렸으니, 나도 그에 맞춰서 행동하겠다.”
공손찬의 도발 행위에 유우가 결국 군을 일으키니, 그 무리가 수만을 넘겼다.
──────────
유우가 군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은 공손찬은 입가가 찢어져라 크게 웃었다.
“하하하──! 드디어 그 빌어먹을 자식이 직접 행동에 나섰구나!”
겁쟁이처럼 성벽 뒤에 숨어 큰소리나 떵떵 치는 놈을 징벌할 때가 왔다.
“사, 살려주십….”
콰직!
그때 공손찬의 밑에서 삶을 구걸하던 백성이 공손찬이 타고 있는 백마에 짓밟혔다.
말도 잇지 못할 참혹한 꼴로 목숨을 잃은 백성을 바라보며 공손찬이 차갑게 읊조렸다.
“거슬리니까 입도 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미 공손찬이 타고 있는 백마는 수많은 피가 튀어 본래의 색깔을 잃은 지 오래였다.
공손찬의 주변에 있는 수많은 건물이 불타며 무너져내렸고, 백마의종은 희열에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마을을 약탈하고 있었다.
힘이 없는 자는 모든 걸 빼앗긴다.
힘이 있는 자는 모든 걸 빼앗는다.
그리고 자신은 후자에 속해있었다.
“그래. 이게 올바르게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 아니겠나.”
지금 같은 시대에는 강한 자가 정의였다.
힘이 없으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죽을 죄가 되는 시대.
역으로 힘이 있으면 모든 것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의 시대.
막대한 재물. 아름다운 여성. 대대손손 울려 퍼질 명예.
공손찬은 금방이라도 손에 쥘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하며 소름 끼치는 웃음을 흘렸다.
“일단 유우. 너부터다.”
과거부터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의군자? 황실의 대들보?
이런 난세에 그딴 칭호 따위가 뭐라고.
“네놈이 그리도 중요하다 주장하는 인의라는 것이 널 지켜줄 수 있을까.”
그리 말한 공손찬은 말의 고삐를 쥐며 능숙하게 말을 몰았다.
타다남은 잿더미와 시체만이 남은 마을.
백성들이 흘린 피로 대지가 붉게 물들었다.
──────────
유비를 풀어주고 관청으로 돌아온 나는 복도를 걷다가 가후와 딱 마주쳤다.
“…….”
가후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여도 서여였지만 가후도 감정 표현이 영 드물단 말이지.
늘 알게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가후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곁에서 내 어리숙한 모습을 오래 지켜봤을 가후는 지금 날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가후.”
“네.”
“네가 보는 나는 어떻지?”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가후는 잠깐 놀란 기색을 보였다.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요?”
“아니 뭐, 다른 사람 시선에서 생각해보면 나 많이 모자라잖아.”
내가 지금까지 해온 짓 중에는 가후로서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만 해도 어떤가.
한때 적이었던 이들을 일부러 살려주고, 아군으로 회유할 수 있다면서 억지를 부렸다.
현재 자기 병사들의 상황이 어떤지 판단하지도 못하고 다른 이를 돕고자 하는 멍청한 모습도 보여줬다.
내가 품고 있는 이상은 드높다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비현실적이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만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결국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놈.
자기 주제도 모르고 바보 같이 이상만 내세우는 얼간이가 지금의 나였다.
한 세력을 이끄는 지도자의 역량을 판단하자면 나는 어떻게 봐도 탈락이다.
군주의 역량 자체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인재들은 내게서 등을 돌리고 다른 군웅에게 떠났겠지.
그런 이유로 내게 실망한 인재들은 높은 확률로 조조나 원소에게 향하지 않을까.
나와 비교하면 아예 급이 다른 능력자들이니까.
나는 가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그건….”
“내가 쓴소리 좀 듣는다고 앙심 품는 놈은 아니라는 거 알잖아.”
가후가 혹여나 걱정하고 있을 점을 떠올린 나는 말을 덧붙였다.
“서여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내 명령이 없으면 자신이 먼저 나서는 경우는 없거든.”
서여가 내 명령도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경우는 단 한 가지.
그 다른 사람이 먼저 나를 해치려 들었을 때뿐이었다.
가후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청색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냥 의견을 물어본 것뿐이니 정말 대답하기 힘들다면 안 해도 된다.”
솔직히 상관이 ‘나한테 실망했지?’ 이 난리를 피우는데 어떻게 부하가 거기에 대놓고 긍정할 수 있을까.
정말 목숨을 내걸 각오를 하고 날 걱정해주는 게 아니라면 그냥 얼버무리면서 살짝 자리를 피하는 게 전부일 것이다.
심지어 그 상관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면 더욱 조심하겠지.
그리고 내가 물어본 대상이 그 가후다.
자신의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라 볼 수 있는 처세술의 대가.
아마도 제대로 된 대답을 못 들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도 내가 가후에게 의견을 물어본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 내게 냉정하게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인물이 가후밖에 없다고 판단했거든.
서여와 여포는 그냥 내가 무엇을 하든 좋다면서 따라올 애들이라 제외.
막말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미쳐버려서 백성들을 학살하더라도 나를 따라올 인원들이다.
장료와 고순, 서황 같은 장수들은 충성심이 원체 높아서 내게 쓴소리를 못할 타입이고.
장각도 나를 다독이면 다독였지 냉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순유? 이 세력에 들어온 지 별로 안 된 인물이라 나에 대한 평가를 구하기 어려웠다.
지금 물어봤자 저번에 나눴던 문답처럼 나를 비행기 태워주지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가후에게 의견을 구했다.
나를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가후라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려줄 거로 생각했다.
그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가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장군. 대장군께서는 어째서 군사(軍師)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째서 존재하냐고?”
나는 가후의 질문에 잠깐 고민하고 대답했다.
“그야…. 의견을 내놓고 주군을 돕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내 대답에 가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분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점을 알려주고, 더 나은 의견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
“제가 역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대장군께서는 지금까지 제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도 없지 않을까?”
나는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슬쩍 가후의 눈치를 살폈다.
가후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
“아마도 없는 게 아니라 없습니다.”
가후는 그런 내 걱정을 단번에 일축했다.
“자신이 부족하다며 겸손하게 행동하시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당당한 태도를 보이시길 바랍니다.”
“겸손한 게 아니라 사실인데….”
“대장군.”
가후가 새파란 눈동자로 내 눈을 응시했다.
그 시리도록 차가운 분위기에 나는 살짝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군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늘 경청하시고, 그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주장도 거리낌 없이 포기하십니다.”
“…….”
“그건 분명 대장군께서 지니신 뛰어난 능력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말한 가후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대장군께 제가 실망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어쩌면 일종의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내 능력이 부족한 건 정말 사실이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가후에게 이런 평가를 들을 줄은 정말 몰랐다.
“대장군이 정말로 무능했다면, 아무리 운이 좋으셨더라도 이곳까지 오지 못하셨습니다.”
가후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그런 가후를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고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 소설이 플러스에 갔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플러스 기념 연참이요?
…….
C= C= C=(っ°Д°;)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