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89)
EP.89 군웅할거(3)
나는 화웅 10명, 안량 10명, 문추 3.3명이 장각과 대화를 나누는 걸 바라보았다.
“하의와 하만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여전합니다. 지금 영천군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유격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더군요.”
관해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장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공도와 황소는요?”
“하의, 하만과 비슷하게 여남군에서 유격전을 펼친다 들었습니다.”
영천군과 여남군.
두 곳 전부 다 예주 지역이다.
현재 유대와 조조가 다스리고 있는 연주 지역 바로 아래.
지금 예주자사를 맡고 예주를 통치하는 인물은 공주라는 묘한 이름을 가진 인물이었는데, 딱히 그렇게 신경 쓸만한 놈은 아니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결국 연주를 잡아먹고 원술을 몰아낸 조조에게 홀라당 삼켜지겠지.
삼국지 관련 매체에서도 예주자사라는 작위와 다르게 진짜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라 얘가 뭐 하는 놈인지 나도 전혀 몰랐다.
관해의 말을 들어보니까 현재 황건군 정예 잔당들은 전부 다 예주 지역에 몰려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방금 말한 공주란 놈이 뭐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지금은 엄청 신나다 못해 아예 돌아가실 지경이지 않을까.
황건군이 본래 역사보다 훨씬 유능한 편이었으니 잘하면 예주자사 공주도 연주자사 유대처럼 황건군에게 죽어 나갈 가능성이 컸다.
장각은 한 곳에 몰려있는 황건군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관해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전부 예주에 몰려있는 거죠?”
“…음. 그게…….”
장각의 질문에 관해가 살짝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혹시나 대현량사님이 원하시면 모셔가기 위해서….”
“…….”
“아, 아니! 원하시지 않으면 계속 머무르셔도 됩니다!”
장각을 바라보던 관해의 얼굴이 아주 시퍼레졌다.
뭐지?
장각 표정은 그대로였는데 뭐가 그리 무서워서 새파랗게 얼굴이 질린 걸까.
잠깐 당황하던 관해는 천천히 심호흡하고 말을 이었다.
“……애초에 그 누가 감히 대현량사님의 노력을 폄하하겠습니까.
“그건….”
“저는 아직도 눈만 감으면 그때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과도한 의무감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던 장각의 모습을 떠올린 걸까?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시지요.”
관해는 그리 말하면서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모두는 지금 대현량사님의 행복을 바라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백성들을 외면하지 못했던 장각은 이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백성들의 웃음을 보았다.
잠시 입을 달싹이던 장각이 물었다.
“제가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아신 거죠?”
“아. 그러고 보니 그걸 말씀 안 드렸군요.”
관해가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제일 궁금했던 것이 그거다.
지금 장각에 대한 천하의 인식은 거록 공방전을 끝으로 행방불명 된 정체불명의 반역도당 우두머리였다.
하늘로 솟은 건지 땅으로 꺼진 건지 행방이 묘연한 장각의 모습에 관군이 단체로 얼을 타는 광경은 꽤 재미있었다.
분명 거록에서 장각을 몰래 빼내 올 때 이를 눈치챈 인원들은 없었다.
만약 한 명이라도 눈치챘다면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달려들었을 테니까.
황건군조차 얼굴을 모르고, 기묘한 요술까지 부리는 인물.
괴력난신(怪力亂神).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을 이르는 말.
장각 같은 경우에는 둘 다 해당됐다.
옛날 사람들은 기이하고 이상한 일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크다 보니 이를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상한 현상을 과학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소행이라며 공물을 바치고 기도만 올리는 거지.
장각만 사라졌다면 모를까, 그의 동생들인 장보와 장량의 모습마저 사라졌으니 군영의 분위기가 매우 묘했을 것이다.
결국 관군은 한 달가량 거록을 수색하더니 장각의 행방을 찾는 걸 포기하고 군을 물렸다 들었다.
내가 무슨 대답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을 때 관해의 입이 열렸다.
“어느 날 한 도시의 광경이 꿈에서 나오더군요.”
“꿈이요?”
“네. 모두가 평화롭게 일상을 누리는 꿈.”
상상도 못한 대답에 장각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고, 나는 일단 끝까지 들어보고자 침묵을 지켰다.
“그런 꿈속에서 한 소녀가 웃으며 얼굴이 흐릿한 사내를 쫓는 꿈이었죠.”
“…….”
“저뿐만이 아니라 대현량사님과 오래 지냈던 인원들은 전부 이 꿈을 꿨습니다.”
진짜 괴력난신이네.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일이었다.
아무리 요술을 부리는 장각이라 해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군가가 말하더군요. 자신이 낙양 출신이라서 아는데, 도시의 모습이 딱 낙양이었다고.”
“그렇다면….”
“네. 저희는 백성으로 위장해 낙양에 몰래 들어온 다음 도시를 쭉 둘러봤습니다.”
관해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낙양을 쭉 둘러본 다음 느꼈죠.”
“여기는 꿈에서 나온 것처럼 모두가 평화롭게 일상을 누리고 있다.”
“모두가 한시라도 바삐 군비를 증강하기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을 때 이곳은 달랐습니다.”
“그걸 눈치챈 때가 바로 연합군이 한창 활발하던 시기였죠.”
그리 말하고는 관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연합군 놈들 건물에 불 질러버렸습니다.”
“……?”
머리가 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갑자기 너무 극단적인 쪽으로 대화가 치우쳐졌는데.
“그 대현량사님이 선택하신 곳입니다.”
그런 우리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관해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 곳에 해를 끼치면 그분을 따르는 저희가 당연히 행동에 나서야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종교 집단이라 그런가.
행동력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관해의 말을 듣던 장각이 호박색 눈동자로 관해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쭉 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그리 말하는 관해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비열한 놈들이 결코 발 뻗고 편히 자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괴롭힐 겁니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이제 유격전이라면 도가 터서 붙잡힐 일은….”
“관해.”
장각이 관해의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끊어버렸다.
방 안에 침묵이 깔리며 무거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감정에 잡아먹히시면 안 됩니다.”
장각의 말에 일순간 관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저는….”
“…하아. 제가 몇 번이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장각이 한숨을 내쉬자 관해가 움찔 몸을 떨었다.
“늘 이성을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행동하세요.”
“…죄송합니다.”
관해가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불러들이고 싶지만 그건 힘들겠죠?”
“그래.”
장각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천하에서 황건군은 아예 교섭 자체가 불가능한 세력으로 보고 있었다.
금을 주면서 회유하려고 하면 ‘우리가 네놈 같이 재물을 탐하는 놈으로 보이더냐!’ 하면서 무시.
병량을 주겠다며 회유하려고 하면 ‘돼지 같은 놈들아! 우리는 알아서 자급자족할 터이니 썩 물러나라!’ 하면서 또 무시.
영토를 약속하면서 회유하려고 하면 ‘그 땅도 결국 백성들의 것이 아니더냐! 마치 자신이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니 우스울 따름이군!’ 하면서 또또 무시.
적어도 사신으로 보낸 이를 죽이지 않고 돌려보내니 교섭은 불가능해도 아예 미친놈들은 아니라는 평이었다.
근데 그런 놈들이 갑자기 모습을 감추고 사라진다?
군웅들은 분명 이를 이상하게 여겨 조사에 나설 거고, 분명 세력 하나쯤은 이들이 모두 낙양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이렇게 생각하겠지.
‘황건군은 교섭 자체가 불가능한 놈들인데 어떻게 회유한 거지?’
‘이 미친 종교 집단을 회유할 수 있었다고?’
‘대체 어떻게?’
우리 세력은 거록 공방전에 참여한 세력이며, 흑산적이 쳐들어온다며 관군이 도시를 수색하는 도중 먼저 병주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거록 공방전을 끝으로 행방불명 된 장각.
교주인 장각을 제외하면 결코 말을 듣지 않는 과격 종교 집단.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그 종교 집단을 회유한 세력.
군웅들도 멍청이가 아니니 이만한 단서가 모이면 전부 눈치챌 것이다.
장각이 우리 세력에 있다는 걸.
한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반란군 수괴를 황실을 보호한다던 세력이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후폭풍이 어찌 되겠는가.
난 상상만 해도 두려울 지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각의 걱정에 나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괜찮아. 현재 천하 정세 상 황건군은 쉽게 토벌할 수 없는 위치니까.”
“…?”
길을 지나가는 군웅들만 보면 눈이 뒤집히고는 계속 유격전으로 갉아먹는 성가신 놈들.
무고한 백성과 상단을 약탈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도적들에게서 보호해주는 유협 집단.
황건군은 이렇듯 상반되는 행동을 보이다 보니 이놈들을 대체 어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군웅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이놈들을 퇴치하기가 쉬우냐? 하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황건군 얘네는 보통 높은 산 속에서 머무르는데, 그런 놈들이 황건적의 난 이후 몇 년 동안 구르다 보니 아주 유격전의 스페셜리스트가 됐다.
대군을 이끌고 오면 산 깊숙이 숨어버려서 소모전을 강요한다.
똑같이 발이 날랜 인원을 뽑아 대적하려고 하면 황건군이 잘 싸워서 또 골치 아프다.
심지어 이들을 퇴치한 이후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백성들을 보호하다 보니 백성들의 의견이 안 좋아지는 건 물론, 황건군이 퇴치하고 다니던 도적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보니 군웅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황건군이 정말 거슬리지만 쉽게 토벌을 나설 수가 없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세력이 잠재적인 적인데 무슨 여력으로 산 깊숙이 진군해 황건군을 토벌하겠는가.
똑똑한 장각이라면 분명 혼자서 생각해낼 수 있을 내용.
나는 그러한 점을 장각에게 설명했다.
“정말 군대를 이끌고 도시를 공격하는 게 아닌 이상 몰살당할 위험은 적어.”
“……고마워요.”
내 의견을 들은 장각은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관해를 바라보았다.
“잘 들으셨죠?”
“예.”
“부디 때가 될 때까지 꼭 무사히 있어주세요.”
그리 말한 장각은 관해의 손을 살포시 붙잡았다.
잔잔히 미소 짓고 있는 장각을 바라보며 관해는 입을 열었다.
“대현량사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 말하는 관해의 목소리에는 신념이 담겨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이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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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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