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92)
EP.92 군웅할거(6)
황제 폐하에게 허락을 받은 다음 조조에게 연주목 관직을 내렸다.
아직 칙사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조조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기주로 진군한 공손찬은 아직 한복과 열심히 다투고 있었다.
말이 다투고 있다는 거지 사실상 공손찬이 한복을 일방적으로 쥐어패는 그림이었지만.
한복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조만간 원소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현재 완에 자리 잡은 원술은 아주 도시의 기둥뿌리까지 뽑아가면서 군비를 늘리고 병사를 징병한다고 들었다.
분명히 이 군사들을 토대로 예주를 전부 점령할 계획이겠지.
이런 원술의 행동에 조조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역사대로 간다면 원술을 박살 내서 아예 강동 부근까지 쫓아내 버리고 자신이 허창을 차지하겠지만….
생각을 이어나가던 나는 피식 웃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내가 할 일은 결국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걸 손뼉 치며 구경하는 것뿐이다.
시간이 지나고 군웅할거의 중반쯤 들어서면 결국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연합이 둘로 갈라지게 된다.
그때 가면 내가 호로관을 넘어 중원에 진출하더라도 감정의 골이 깊어 연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어떻게 갈라지더라.
규모가 거대한 세력만 따져본다면 원소, 조조가 팀을 맺고 원술, 공손찬, 도겸이 팀을 맺던가?
아마도 맞을 것이다.
도겸이 저기에 왜 끼냐? 라고 할 수 있겠는데 지금 도겸의 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비록 성정에 문제가 있어 서주를 잘 다스리지 못해 30만 도적떼가 들고 일어났다지만 그에 휘청거리지 않는 걸 보면 강성한 세력이 맞았다.
서주 자체가 되게 부유한 지역이다보니 세력이 강성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가서 서주 대효도를 나선 조조에게 다 짓밟히는 게 문제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술, 공손찬 팀에 도겸 대신 유비가 합류하고 그 이후 유비의 뒤통수를 친 여포가 합류하는 등 변동이 일어나기는 한다.
근데 이러나저러나 결국 원소와 조조 팀이 승리한다.
북방 깡패와 강동 꿀물이 원소, 조조를 이긴다고?
그거 신기하네. 어떻게 이길지 나도 한번 보고 싶다.
그때 자택 바깥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군! 저 마등이옵니다!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또 왔네.”
서량을 정리할 때 한수와 같이 정식으로 태수에 임명된 마등.
그 이후 마등은 여유가 있을 때마다 일부러 먼 낙양까지 발걸음을 옮겨 나를 종종 찾아왔다.
자주 오가기에는 왕복 거리가 정말 어마어마하기에 진짜 가끔 찾아오는 정도였다.
나는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하인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하인을 부르자마자 곧장 내게 찾아온 초선을 바라보며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행동 되게 빠르네.
초선은 요즘 내가 하인을 호출할 때마다 귀신같이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늘 내 곁을 맴도는 게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상황.
관직에 올라 여유로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 나는 초선에게 부른 이유를 말했다.
“나 하나 보겠다고 먼 곳에서부터 찾아온 손님이다. 잘 안내해주도록.”
“알겠습니다.”
초선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등 수성.
한수의 언급에 의하면 마등은 분명 나를 자신의 은인으로 생각할 거라 말했다.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금성에서 이리도 먼 낙양까지 발걸음을 옮길 이유가 없으니까.
마등과 비슷한 입장이라 볼 수 있는 무위 태수 한수가 내게 서신으로 보고만 올리는 것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업무는 열심히 하는 모양이니 딱히 터치하진 않았다.
장부를 살펴보니 횡령도 안 하고 서서히 치안도 안정시키고 있다는데 굳이 삐딱하게 굴 이유가 있나.
아예 풀어지지는 말라고 가끔 서량에 감찰관을 보내긴 했다.
“하하! 대장군! 오늘도 인물이 훤하십니다!”
초선의 안내를 받고 방에 들어온 마등은 나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마등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굳이 내게 아부할 필요 없다.”
“아부라니 당치도 않은 말씀을!”
그리 말한 마등은 껄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저는 보고 느낀 그대로를 말했을 뿐입니다!”
내가 못 말린다는 뜻을 담아 고개를 살짝 저었다.
“하여튼 그 입담은 죽지를 않는군. 자리에 앉게나.”
“감사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등은 자리에 앉았다.
그를 지켜본 나는 마등에게 물었다.
“그래.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찾아왔지?”
“오늘도 여느 때와 같습니다!”
마등이 품 안에서 술병 하나를 꺼냈다.
“제가 오늘 아주 귀한 술을 구했기 때문이지요!”
“귀한 술?”
“그렇습니다! 혹시 두강주(杜康酒)라고 아십니까?”
“두강주라고?”
중국에서 술의 기원이라고 알려지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두강(杜康)이다.
근데 그 인물의 이름이 붙을 정도면 엄청 귀한 술이라는 뜻.
옛날 많은 시인이 이 술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 노래를 불렀다.
지금 연주에 있는 효자 조조도 두강주를 주제로 시를 읊은 적이 있을 정도.
“이번에도 좋은 술을 구해왔다는 건 그냥 구실일 줄 알았는데 말이야.”
원래 마등이 내게 찾아올 때마다 술을 가져오기는 했는데 어디까지나 나와 만남을 가지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귀한 술을 가져오기는 했으나 진짜 엄청나게 귀한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는 것.
“하하! 이번에는 진짜입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마등은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혹시 드셔본 적 있으십니까?”
“아니. 나도 마셔본 적 없다.”
천하의 온갖 곳이 모이는 수도 낙양.
그리고 그 수도를 통치하고 있는 황제의 총애.
구하려면 구할 수는 있겠으나 내가 딱히 술을 즐겨 마시는 취향이 아니라서 굳이 구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한잔 어떻겠습니까?”
“좋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등과 함께 술을 마셨다.
비록 한 병밖에 없었지만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귀한 술이라는 건지 맛도 향기도 나쁘지 않더라고.
그렇게 서로 친목을 다지고 있을 때 마등이 다른 주제를 꺼냈다.
“대장군. 사실 제가 찾아온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더 있다고?”
이건 또 의외인데.
“과거 대장군께서 제 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내가 서량에 있을 때 마초를 눈여겨봤던 건 사실이다.
근데 그걸 좀 이상하게 말하는데?
마등은 무언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어투로 말을 이었다.
“제 딸도 대장군에게 관심을 보였으니 저로선 참 다행인 일입니다.”
“…….”
누가 들으면 내가 마초를 유혹하는 줄 알겠다.
마등의 성향을 고려하면 일부러 그리 말하는 건 아닐 텐데.
나는 살짝 뒤에 있는 서여를 살펴보았다.
평소와 똑같은 무표정을 짓고 있어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살짝 화났다.
알게 모르게 스산해진 분위기를 마등도 느꼈는지 마등이 살짝 몸을 떨었다.
“음. 분명 술을 마셔서 몸이 따뜻해야 할 텐데 살짝 으슬으슬하군요.”
“…그렇군.”
과연 전선에서 뛰는 무장이라는 건지 지금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모습.
살짝 몸을 떨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던 마등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제가 좀 몸이 허한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먹는 양을 더 늘려서 몸을 든든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
그거 아닌데.
마등은 자신이 나이를 먹어 오한을 느끼는 거라 착각한 모양이었다.
“대장군도 조심하십시오! 젊을 때 관리를 열심히 해야 나중에 안 힘듭니다!”
“걱정 고맙다.”
그래도 이런 순박한 모습이 마등이라는 인물의 매력이겠지.
나는 한 번 실없이 웃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마등은 하늘에 달이 떠 있는 걸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돌아가는 건가?”
“…끙. 아쉽지만 그렇습니다. “
마등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당분간 낙양에서 머물 계획이니 자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지.”
“감사합니다!”
마등은 여전히 큰 목소리로 내게 작별 인사를 하며 물러나려고 했다.
뭔가 잊어버린 게 있는 것 같은데….
아.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두 번째 용건이 뭐였지?”
“…아!”
반응을 보아하니 마등도 잊고 있었던 모양.
우리 둘 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제 딸이 낙양으로 올라오고 싶다 말하더군요!”
“…음?”
“하하하! 아주 아름다워졌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마등은 그리 말하면서 호탕하게 웃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나는 마등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이제 금마초가 정식으로 우리 세력에 들어온다는 소리지?
……좋은데?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여전히 냉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서여를 가까이 오게 했다.
“…?”
서여는 갈고리를 띄우면서 내 앞에 다가왔고, 나는 그런 서여를 앉아있는 상태로 꼭 껴안아 주었다.
“…….”
그러자 서여는 기분이 풀린 듯 살짝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얌전히 앉아있었다.
기분 풀어주기 참 쉽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상한 사내 님 3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