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95)
EP.95 총호(冢虎)(2)
사마(司馬)씨 가문.
이 가문에는 매우 뛰어난 정치가인 첫째 사마랑과 통솔, 계책, 내정 등 거의 모든 능력이 평균 이상은 가는 셋째 사마부가 있다.
그 외에 모두 고위직을 연임한 인물들이 많이 포진해있는데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을 언급해보라면 모두가 입을 모아 한 인물을 말할 것이다.
사마의 중달(司馬懿 仲達).
흔히 삼국지 매체에서 사마의는 제갈량의 호적수로 묘사되는데 정작 호적수치고는 제갈량을 단 한 번도 야전에서 이긴 적이 없다.
기껏해야 우주 방어를 시전하면서 제갈량 속을 뒤집어놓는 정도?
근데 학소 같은 인물이 아닌 이상 제갈량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턱이 없는데 사마의는 그걸 또 해냈다.
애초에 북벌군의 약점을 파악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허점을 찌른 것부터가 사마의의 뛰어난 능력을 증명하는 거지.
사마의가 제갈량을 상대로 수세를 굳힌 건 제갈량이 워낙 뛰어난 놈이라 그런거고 제갈량만 제외하면 사마의는 자신과 싸웠던 모든 인물을 일순간에 박살 내면서 기동전의 끝이 뭔지 보여준다.
제갈량이 천천히 안전하게 나아가며 적을 압박하는 스타일이라면, 사마의는 적의 빈틈을 찌르는 속전속결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
또 내정적인 측면을 보면 또 어떠한가.
광대한 토지를 그가 직접 관할하며 개간했고, 토목 공사 같은 개발 분야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인재 등용에서도 제갈량처럼 뛰어난 안목을 발휘하며 많은 인재와 가까이 지냈다.
…그래봤자 내정 측면에서도 제갈량과 비교해보면 결국 밀리긴 한다.
그래도 위나라 내에서는 사마의와 비견될 만한 인재가 없었다.
사마의가 최고의 인재인 건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마의라는 인물에게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나라에 대한 충성심.
좋게 바라보자니 그놈의 고평릉 사변이 발목을 붙잡고, 그렇다고 아예 부정적으로 바라보자니 사마의가 보였던 여러 가지 행동들에 또 의문이 든다.
조정의 권신이었던 사마의는 분명 더 높은 관직에 올라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지위에서 승진을 멈추고 자연사한다.
비록 사마의의 아들들이 위나라를 멸망시키기는 했지만, 사마의 본인은 위나라를 멸망시키지 않고 권력을 독점하지 않으며 위나라의 관료로 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뜻.
확실히 난 놈이기는 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평이 뒤바뀔 수 있는 인물이라니.
자칫 잘못하면 사용하는 사람마저 상처 입히는 날카로운 무기.
그게 바로 사마의라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그 사마의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으으….”
“…….”
가후에게 바둑을 지고 끙끙대고 있었다.
역시 아직은 어린아이인 모양.
내가 그 광경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자 곁에 있던 사마방이 입을 열었다.
“사마의에게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 대국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
나는 가후와 사마의가 두고 있던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결국 사마의가 한 번 허를 찔려 패배하기는 했으나 바둑판의 돌을 보면 중반까지는 상황이 서로 팽팽하게 유지됐다.
나도 가후와 바둑을 둔 적이 있으나 바둑에서 승리하는 기준인 집(家)을 몇 개 만들지도 못하고 아주 박살이 났다.
주군이라고 봐주는 거 없더라.
내가 진짜 몇 분은 끙끙거리면서 겨우 둔 한 수를 가후는 몇 초 만에 파훼했었지.
이거 생각하니까 또 쓴웃음이 나네.
역시 수 싸움은 다른 사람들에게 얌전히 맡기는 편이 낫겠다.
나는 사마방에게 말을 걸었다.
“둘째가 저 정도면 아버지인 그대의 실력은 과연 어떨지 두렵기만 하군.”
“아닙니다. 이미 바둑 실력은 사마의가 저를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정말인가?”
“예. 바둑뿐만 아니라 글짓기와 암송 실력도 그에 버금갑니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지금 둘째가 몇 살이라고?”
“이제 12살입니다.”
“아직 지우학(15세)도 되지 않았는데 그 정도라니.”
12살에 저 정도라면 진짜 다 큰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좋은 승부였습니다. 그럼 이제….”
“…한 판. 한 판만 더 해봐요.”
가후가 사마의의 실력을 칭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사마의가 가후를 붙잡았다.
“…….”
어찌하면 좋겠냐는 가후의 눈빛에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후는 살짝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지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저야 바라던 바죠.”
아직 어려서인지 감정을 숨기는데 미숙한 사마의는 승부욕으로 활활 불타올랐다.
“이번에도 속기로 두겠습니다.”
“예. 부탁드릴게요.”
속기(速碁).
천천히 두면 적어도 1시간은 넘게 걸리는 바둑 대국을 30분 안에 끝내겠다는 규칙이다.
그의 반대말로 바둑을 세월아 네월아 두는 장고(長考)가 있는데….
장고는 진짜 오래 걸리면 바둑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둘 수 있는 규칙이라 소위 말하는 ‘진짜’들이 아니면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지.
그렇게 다시 시작된 대국을 지켜보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사마방이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사마의가 총명하기는 하나 아직 나이가 어려 바쁘신 분을 이리 붙잡는군요. 제가 나중에 엄히 꾸짖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나는 상관없으니 괜찮다.”
사실 상관있다.
내 머리로는 저 둘의 대국을 따라갈 수가 없으니 좀 지루하거든.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거로라도 점수를 따야지.
“……아.”
그때 가후와 대국을 두던 사마의의 표정이 굳었다.
또 무언가 허를 찔린 모양.
가후는 사마의가 그러든 말든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
잠깐 침음을 흘리던 사마의는 결국 바둑알 두 개를 동시에 올려놓았다.
불계(不計).
바둑 용어로 승리 조건인 집(家)의 숫자를 계산하지 않고 그냥 항복한다는 뜻이다.
대국을 시작하고 서로 거침없이 두던데 금방 끝나네.
아무래도 사마의가 바둑 규칙으로 속기를 선호하는 건 속전속결을 즐겨 쓰는 본인의 성향이 반영된 게 아닐까.
그렇게 치면 안전하게 나아가며 천천히 압박하는 걸 선호하는 제갈량은 장고를 선호하려나?
사마의하고 제갈량의 대국이라….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네.
대국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대국을 같이 지켜보고 있던 사마방을 불렀다.
“사마방.”
“예.”
“조만간 첫째가 관직에 오를 것이라 했지?”
“그렇습니다.”
사마의는 아직 나이가 한참 어리니 오늘도 어디까지나 눈도장만 찍으러 왔다.
애초에 명성이 드높은 사예주의 명문 가문 사마씨와 사이가 친해져서 나쁜 건 없으니까.
사마방을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기대하겠다.”
“백달도 관직에 오르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성한 자녀가 관직에 오르는 게 기쁜 모양인지 사마방은 살짝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슬슬 날이 어두워지니 쉬어야겠군.”
“예.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마방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앞장서기 시작했다.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가후가 곁으로 다가왔고, 서여와 여포를 비롯한 나를 호위하던 인물들도 모두 따라붙었다.
──────────
대장군 일행과 사마씨 가문의 어른 사마방이 모습을 감춘 방안.
자택의 그 거대한 규모는 사예주에서 사마씨 가문이 얼마나 강성한 세력인지를 보여줬다.
바둑판을 앞에 두고 천천히 대국을 복기하던 사마의의 곁으로 한 인물이 다가왔다.
“으음…. 이때 이 수를 여기에 뒀더라면….”
“의야.”
자신을 부르는 가느다란 목소리에 사마의가 고개를 들었다.
“……백달 언니?”
자신과 비교해 여러 의미에서 훨씬 커다랗고 아버지를 닮아 상당히 엄격한 맏언니.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여동생이 넘쳐나는 이 집안에서 사마의가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자매였다.
“왜 그래?”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사마랑이 짐짓 화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가 모셔야 할 분 앞에서 계속 바둑만 두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해할 수 없다는 사마랑의 어투에 사마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거 일부러 그랬는데.”
“뭐라고?”
“나 일하기 싫어.”
“…….”
그게 무슨 어린애 같은 소리….
어린애 맞구나.
“분명 이렇게 밉상인 모습을 보이면 능력이 좋아도 날 부려먹을 생각은 하지 않겠지?”
“의야….”
이 사마 가문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뛰어난 재능.
하늘이 내린 천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자신의 동생은 관직에 오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어찌 보면 파격적인 행보.
학자들이 벼슬에 오르는 걸 영광이라 생각하는 시대에서, 사마의는 당당하게 일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조정에서 관직에 오르라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으음….”
사마랑의 질문에 사마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고민에 빠졌다.
사마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사마 가문 특유의 보랏빛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관절통이 심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다고 할까?”
“…….”
그게 통할 거로 생각하는 걸까.
사마랑은 철없는 여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마의 외모에 대해서는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보라색 머리는 포기 못하겠더라고요!
WA! 사마의와 보라색! 완전 어울리잖아?!
기존에 있는 보라돌이 두 사마의와 캐릭터가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이미 겹치는 것 같다고요?
( ´•̥̥̥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