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ftop Elf RAW novel - Chapter 133
EP.133 133. 좋아 승부닷!
133. 좋아 승부닷!
호기롭게 승부를 승낙한다는 나의 답변을 들은 그녀가 여유만만한 태도로 내게 손을 내밀어왔다.
“뭐 이렇게 만나게 되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박유미’라고 해요. 김형식 씨.”
“!!!… 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편의점 조끼에는 어떠한 명찰도 달려 있지 않은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라는 생각에 당황한 나의 심정이 얼굴로도 나타나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혹시 그녀도 나처럼 ‘음침한 눈길’과 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있나 싶었지만, 이내 퀘스트창에 그녀의 이름이 떠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이름도 표시 되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마 박유미도 그것을 보고 내 이름을 부른 것이리라…
갑작스런 사용자와의 대면과 ‘승부’라는 퀘스트의 등장으로 인해 여러모로 정신이 어지러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나의 당황스런 심정을 꿰뚫어 보는 듯이 박유미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을 건네왔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내가 뭐 잡아 먹는 것도 아니고… 아닌가? 후훗”
나를 달래는 듯 싶다가도 자연스럽게 농락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말.
흔히 상위 포식자인 맹수가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니, 지금 당장의 여유 넘치는 태도만 봐도 그녀가 나보다 아주 높은 수준의 시스템 사용자라는 것이 느껴지면서도 괜히 지기 싫다는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은근히 신경을 긁어대는 듯한 그녀의 웃음소리를 끊어내고, 바로 장소와 시간을 정하자는 말을 꺼내는 나.
“일단 장소랑 시간부터 빨리 정하시죠. 제가 아직 근무중이라서요.”
“그래요. 이번주 토요일 저녁 시간 어때요?”
“괜찮습니다.”
“그럼 토요일 저녁 7시에 요 근처 XX호텔 로비에서 봐요.”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그때 봐요”
내 대답을 들은 그녀가 카운터 위에 올려져 있던 캔을 들곤 모양새 예쁜 커다란 엉덩이를 씰룩이며 출입문 쪽으로 향하다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뉴비를 바라보는 고인물의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여는 박유미.
“토요일에 시간 잘 맞춰서 와요. 늦어서 패배 처리 당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한껏 나를 놀리던 그녀는 마지막엔 말까지 살짝 놓으며 그대로 편의점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초반 기싸움부터 지고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
그와 동시에 이번주 토요일로 잡힌 승부에서 내가 이기기 보다는 질 것 같다는 생각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
박유미와의 갑작스러운 대면 이후로도 나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특히 나와 대화를 하는 내내 보이던 그 ‘여유로움’은 그야말로 ‘강자’, ‘고인물’만이 내보일 수 있던 종류의 것이었다.
게임으로 따지면 마스터 티어의 유저가 실버 티어를 상대하게 되었을 때 보일 수 있는 태도랄까?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에게 호기롭게 승부를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한 나 자신이 약간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박유미는 그런 내가 얼마나 가소로워 보였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이미 승부를 승낙한 상황에서 내가 거절하면 그대로 나의 패배로 처리되니, 남자가 되서 칼도 뽑지 않고 패배를 인정할 수는 없는 노릇.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당일에 어떤 종류의 승부가 주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여유로움 가득하던 박유미의 얼굴에 당혹감을 새겨주자는 다짐을 하는 나였다.
****
날이 지나며 토요일에 가까워질수록 부담감이 점점 더 커지던 가운데, 박유미와 약속했던 결전의 날인 토요일 저녁이 되었다.
그녀와의 승부에 모든 에너지를 쏟기 위해 이틀 전부터 단 한번의 섹스도 하지 않고,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한 채 옥탑방을 나서 약속 장소인 XX호텔로 향하는 나.
혹시나 늦어서 실격패를 당할까봐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도록 계획을 짜둔 덕에 저녁 6시 20분 정도에 호텔 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꽤나 넓찍한 로비를 둘러 보았지만 나의 상대인 박유미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
따로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았기에, 일단 로비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과연 오늘 승부가 어떻게 진행될지 고민하며 기다린 지 약 20여 분.
약속 시간인 오후 7시에서 약 5분 정도를 남기고 박유미가 출입문을 통해 로비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후덥지근한 8월의 폭염에 맞게 얇으면서도 몸에 착 달라붙는 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걸치고 있는 그녀.
몸에 밀착되어 야릇한 굴곡을 그대로 내비추고 있는 원피스 위로 그녀의 탐스런 젖가슴의 윤곽과 얇은 허리, 그리고 걸을 때마다 섹시하게 좌우로 흔들리는 커다란 골반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야릇한 시선 속에서도 더욱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박유미가 나를 발견하곤, 하이힐 굽소리를 내며 내가 앉아 있는 소파로 다가왔다.
[또각또각또각]“일찍 와 있었네…요?”
“네. 근데 저보다 나이도 많으실 것 같은데 말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그런데 형식이 너 여자한테 함부로 나이 얘기 하는 거 아니다?”
말을 편하게 하라는 나의 제안을 듣자마자 곧바로 말을 완전히 놓으면서도, ‘나이’를 언급한 내 말을 지적하며 눈을 흘기는 박유미.
그녀가 오늘 나와 승부를 벌일 ‘적’ 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흘기는 그 표정이 어찌나 야릇하게 느껴지던지… 자칫하면 나의 본분을 잊고 발정난 수컷처럼 침을 질질 흘릴 뻔 했다.
그렇게 박유미와 잠시 인사를 나누는 사이 미리 약속했던 오후 7시가 되자, 나와 그녀의 눈 앞에 오늘 승부의 내용이 적힌 안내창이 동시에 나타났다.
⌜승부 안내
금일 사용자 김형식 ・ 박유미 간 승부는 총 3게임으로 진행되며, 3판 2선승제를 통해 승자를 결정하게 되겠습니다.
진행될 3가지 게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통 참기 : 랜덤으로 선정된 타격수단으로 랜덤으로 지정된 상대방의 신체 부위를 번갈아가며 타격하여, 먼저 항복 선언을 이끌어낸 사용자가 승리.
2. 사정 참기 : 상대방을 애무하여 사정 또는 분수(시오후키)를 떠트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여, 더 오래 버틴 사용자가 승리.
3. 리미트리스 섹스 : 시간 제한 없는 섹스를 통해 상대방을 먼저 기능불가 상태(기절, 발기불가 등)로 만든 사용자가 승리.
⚠︎ 승자가 결정되는 즉시 보상과 페널티가 집행되며, 승부 이후 상대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를 위반하거나 그에 준하는 의도를 품을 경우, 즉시 제재가 가해집니다.⌟
게임 하나하나가 전부 야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가운데, 승부 안내창 말미에 있는 경고문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승부 결과에 불복하면 알아서 하라는 의미가 담긴 경고문의 내용.
이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박유미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근데 혹시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제재’가 뭔가요?”
“아 그거? 내 기억에 좀 약하면 성기 파괴, 심하면 죽는 거였을걸?”
성기 파괴? 죽음?… 이런 흉악한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박유미의 모습에 다시 한번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앉아 있던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승부를 위해 방으로 이동할 것을 재촉했다.
프런트에서 미리 예약한 방의 카드키를 받아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박유미의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한 것과 달리, 나의 것은 왠지 힘 없게 느껴졌다.
‘아직 승부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지! 그리고 섹스는 자신 있잖아? 첫 두 게임 중 한 판만 이기면 돼!’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싣고, 약간 의기소침해진 기분을 복돋우며 스스로 파이팅을 외쳐보는 나.
덕분에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나의 발걸음은 박유미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가볍게 변해 있었다.
[띠딕 철컥!…]객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침대 앞쪽으로 이끈 그녀가 악수를 청하듯이 내게 손을 내밀어 왔다.
“승부는 처음이지? 내 손 잡고 따라서 말해.”
“네…”
[터업]설명을 듣고 손을 마주 잡자, 곧 입을 열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하는 박유미.
“사용자 박유미는 지금부터 승부를 시작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사용자 김형식은 지금부터 승부를 시작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녀에 이어 내가 일종의 선언 같은 것을 마치자, 허공에 꽤나 익숙한 원형 돌림판이 생겨나며 첫번째 게임의 안내창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첫번째 게임 ‘고통 참기’에 대한 타격수단 및 신체 부위를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용자분들께서는 순서를 정하시어 차례대로 돌림판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타격 수단을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서를 정하라는 안내 문구에 나는 일단 박유미가 먼저 돌림판을 돌리도록 양보했다.
“먼저 하세요. 레이디 퍼스트…”
“어머? 보기보단 매너 좋네? 고마워.”
나의 양보가 예상 밖이었다는 듯이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 그녀가 허공에 떠 있는 돌림판으로 손을 가져갔다.
[촤르르르륵…]박유미의 손이 닿는 것과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하는 원형판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사용할 타격 수단을 결정했다.
⌜사용자 박유미님께서 사용하실 타격 수단은 ‘깃털’입니다.⌟
직후, 박유미의 손 위로 나타난 새하얀 색깔이 인상적인 깃털 하나…
‘와… 미친… 먼저 했으면 좆될 뻔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