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ftop Elf RAW novel - Chapter 85
EP.85 85. 이수경 관장의 초대
85. 이수경 관장의 초대
현정 아줌마와 지아 모녀랑 처음 쓰리섬을 하며 모녀덮밥을 경험하고, ‘찌릿찌릿 피O츄’의 효과를 만끽하던 그 주 토요일.
이수경 관장의 초대로 윤아 누나와 함께 일전에 나 홀로 방문했던 호텔에서의 약속이 잡혔다.
주 중반인 수요일 쯤에 윤아 누나의 스케쥴을 확인하고 이수경 관장에게 가능한 날짜를 보냈더니, 바로 사흘 뒤인 토요일에 만나자며 약속을 잡는 그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보자더니 진짜 빨리 보게 되었네…
아무래도 조카들이 친 사건의 피해자인 윤아 누나와 하루 빨리 직접 만나 사과를 하고 마무리 지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토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점심 약속에 맞춰 일찍 잠에서 깨어난 나.
지난번에 대면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이수경 관장의 모습이 아직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기에 최대한 깔끔하게 옷을 입고 머리도 만지며 집을 나선다.
초록색 대문을 지나 윤아 누나가 사는 빌라 입구에서 기다리기를 약 3분. 그녀가 약속 시간을 5분 정도 남겨두고 1층으로 내려왔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델미를 뿜뿜하고 있는 윤아 누나가 나를 보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안겨온다.
키 차이로 인해 내 명치 아래쪽으로 느껴지는 젖가슴의 물컹한 감촉. 그 기분좋은 야릇한 느낌에 자연스레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또 일주일만이네. 좀 더 자주 만나고 싶은데…”
“그야 누나나 나나 평일에는 바쁘니까 그렇지”
“그래도… 스흐으읍 형식이 냄새 오늘따라 더 좋다❤️”
오랜만에 만나서일까? 오늘따라 더 내게 안겨오며 달라붙는 윤아 누나.
그 느낌이 싫기는 커녕 오히려 좋았기에 그녀를 강하게 안아주니, 내 품에 안기 누나가 고양이처럼 기분 좋은 ‘그르릉’ 소리를 냈다.
바로 그때, 좁을 골목을 따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검정 SUV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전에 나를 이수경 관장에게 데려갔던 것과 같은 차량.
곧이어 우리의 앞에 멈춘 차량에서 곰같은 덩치와 인상의 남자가 내렸다. 윤실장이었다.
“타시죠 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네…”
“다시 뵙네요”
“네. 타시죠”
그의 위압감 넘치는 외모를 보고 놀란 윤아 누나가 뒷문을 열고 타는 사이, 오늘로 두번째 보게 된 윤실장에게 인사를 하자,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차문을 가리켰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무뚝뚝하네.
[부우웅!]다음 순간, 나와 윤아 누나가 차에 타서 안전벨트를 매자마자 차가 출발하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금세 골목을 빠져나와 대로변으로 나온 차는 지난번과 같은 경로로 호텔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지난번보다 많아진 교통량으로 인해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상황.
한 번 이것을 경험해 본 나와는 달리,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는 험상 궂은 두 사내의 존재가 불안했던 윤아 누나의 손이 아주 작게 떨리고 있었다.
하기야 누나도 재벌을 만나러 간다고해도 이런 상황은 생각 못했겠지…
그런 윤아 누나를 위해 말 없이 조용히 그녀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의 손이 안정을 되찾으며 내 손을 부드럽게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여는 그녀.
“고마워 형식아… 근데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꼭 연인 같지 않아?”
“그런가? 하하…”
누나의 입에서 ‘연인’이라는 말이 나온 것에 놀랐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멋쩍은 웃음으로 넘기는 나.
이런 나의 반응을 본 누나 역시 더 이상 내가 불편할 만한 말은 꺼내지 않으며, 그저 내 손을 꼭 쥔 채로 엄지 손가락으로 내 손을 비벼왔다.
지금 이 순간 윤아 누나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는 굳이 Yas 시스템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
호텔에 도착하며 부드럽게 멈춘 차에서 내리자, 윤실장이 앞장서며 나와 윤아 누나를 지난번과 같은 스위트 룸 앞으로 데려갔다.
이어서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문을 두드리며 안쪽에 있을 이수경 관장에게 자신의 도착을 알리는 윤실장.
[똑똑똑]“관장님 윤실장입니다”
“네 들어오세요”
여전히 품위가 느껴지는 이수경 관장의 목소리가 들려온 직후 문을 열고 객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 셋.
이내 한 쪽 책상에서 무언가 적혀진 서류들을 보던 이수경 관장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난번과는 달리 투피스 정장을 입은 채 머리를 말아올린 그녀에게서 뭔가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면서도, 여전히 세련미 넘치는 자태에 절로 감탄이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내는 나.
“관장님 손님들 모셔왔습니다”
“네 윤실장님 주말인데 고생하셨어요. 이제 가서 좀 쉬세요. 혹시 필요한 거 생기면 부를게요”
“네 관장님.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이 진동하는 것 같은 곰 같은 윤실장이 방 밖으로 나가자, 의자에서 일어난 이수경 관장이 소파로 우리를 이끌더니, 직접 커피를 만들어 나와 윤아 누나에게 건네주었다.
금세 향긋한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방 안.
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이수경 관장이 윤아 누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윤아 씨? 처음 뵙네요. 이수경 OO미술관 관장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윤아 씨한테 큰 잘못을 저지른 못난 놈들의 이모입니다… 우선 이 자리를 빌어 조카 놈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아… 관장님 고개 드세요”
일주일 전 내게 사과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윤아 누나에게 고개를 숙이는 이수경 관장.
이것을 본 윤아 누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손이 허공을 가로지르기 바빴다.
재벌이 고개까지 숙여가며 사과하는 것을 본 윤아 누나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미리 말해주지 않은 만큼 재밌는 그녀의 당황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
다른 사람이 본다면 윤아 누나가 사과 받는 입장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수경 관장의 숙여진 머리가 다시 올라오고 나서야 다시금 평화를 찾게 된 윤아 누나의 두 손과 얼굴.
“혹시 두 조카 놈들을 어떻게 처벌하고 싶으신지 말해주신다면, 저희쪽에서 그에 맞춰 녀석들이 충분히 벌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일단 제 남…자친구가 제때 와준 덕분에 별다른 문제도 없고, 이 친구가 두 사람 때린 것도 있으니 그냥 조용하게 넘어갔으면 합니다… 다만, 앞으로 그 두 사람이 예술계 쪽에서 행패 부리지 못하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을 강간할 뻔한 녀석들을 어떻게 처리해주면 좋겠냐는 이관장의 물음에, 윤아 누나가 아주 약간씩 떨면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법적 처벌이나 다른 것 대신에 그저 두 녀석들이 앞으로 예술 쪽 분야에서 사고를 못치게 해달라는 윤아 누나의 대답에, 이를 들은 이수경 관장이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이름까지 걸며 약속했다.
“그러면 앞으로 두 조카놈들이 예술계 쪽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제가 조치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렇게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아니 관장님…”
또다시 이관장이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하는 윤아 누나를 보고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지난주 일어났던 소동이 일단락되어갔다.
커피잔도 거의 비워졌겠다… 이제 슬슬 방을 나서야 하나 싶던 찰나, 찻잔에 잔을 내려놓은 이수경 관장이 뜻밖에 제안을 해왔다.
“혹시 두 분 괜찮으시다면 저랑 점심 같이 하실래요? 이렇게 사과만 드리고 보내기에는 제 마음이 좀 그래서… 그리고 저희 호텔 음식 솜씨가 아주 좋거든요”
그저 예의상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듯한 그녀의 제안에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고민하는 나와 윤아 누나.
곧이어 우리의 입에서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는 말이 나왔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재벌 중 한 사람인 이수경 관장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그리하여 계획에 없던 점심을 함께 하게 된 우리 세 사람.
전화로 뭔가를 지시하는 듯한 이수경 관장이 나와 윤아 누나를 식탁 쪽으로 안내했다.
앞장서는 그녀를 따라 새하얀 대리석이 인상적인 식탁에 자리 잡게 된 나와 윤아 누나는 이 상황이 약간 어색하면서도, 과연 이수경 관장이 자랑하는 호텔 음식이 얼마나 훌륭할지 기대가 되었다.
음식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이수경 관장.
“혹시 제가 두 분 데이트 방해하는 건 아니죠?”
약간의 농담이 섞인 그녀의 말에 어울리며 대화를 이어가던 중, 벨소리가 들리고 이수경 관장이 주문했던 음식들이 담긴 카트가 우리가 앉아있는 식탁 쪽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직원들이 섬세하면서도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식탁 위로 음식을 세팅하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모든 접시들을 카트에서 식탁으로 옮기곤 절도 있게 인사를 하며 방을 나갔다.
그런 직원들의 절도 있는 모습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식탁 위에서 맛있는 향을 풍기고 있는 음식들이었다.
괜히 이수경 관장이 맛있다고 얘기를 꺼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나도 모르게 군침이 절로 삼켜졌다.
“자 그럼 다들 배고프니까 먹으면서 이야기 하죠”
이 자리에서 제일 어른인 그녀가 먼저 수저를 드는 것을 시작으로 예상에 없었던 재벌과의 점심 식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