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ghly another world TS thing RAW novel - Chapter 2
2회
서큐버스 보쌈”흐으읍.”
찬 공기가 폐를 얼려버릴 것처럼 파고든다.
…살아있다.
정신 차려 보니 개울가의 얕은 물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꼴이었다.
[【이세계 전생】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몸】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첫 노출】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뭐야. 환각인가?
벌레 쫓듯 손을 흔들자 문자들이 아지랑이처럼 흩어진다.
주변 풍경이 몹시 낯설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도 산속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뭐가 다르다고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무가 자란 모양새나 무성한 수풀을 보건대,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느낌이었다.
“부소대장ㄴ……?!”
나는 소리를 내다가 깜짝 놀랐다.
입에서 여자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어어?”
착각치고는 남자가 흉내 낼 수 없는 곱고 예쁜 음색이었다.
무심코 아래를 보니 젖가슴이 있었다.
“헉!”
이게 왜 나한테 있지?
가슴이 있다는 사실은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게 없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이라고 불리는 신체 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에게 있어서는 안 될 가슴도 있다.
체지방과 근육을 원료로 새끼에게 먹일 젖을 만들어내는 가슴.
즉, 유방.
내 몸에 젖가슴이 달려 있었다.
그것도 존나 크고 야한 젖가슴.
희고 부드러워 보인다.
만지면 틀림없이 힘을 준 모양대로 무너질 것 같은, 보들보들한 젖가슴.
손으로 쥐자 적당한 크기의 분홍빛 유두가 손가락 사이로 탐스럽게 빠져나와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틀림없는 진짜 젖가슴이다.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촉감 덕분에 상황 파악은 끝났다.
나는 여자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 사실을 당장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시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물에 비친 미소녀가 나를 보고 있다.
얼마나 예쁜지 한 줄 평 하자면 개쩔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에 앳된 얼굴, 독특한 색채를 품고 수면에 달처럼 떠 있는 도색눈.
생전에 말 한마디 붙여보기는커녕, 근처에 얼씬도 못 했을 레벨.
남들에게 주목받는 삶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미모.
내가 미간을 찡그리자, 수면에 비친 소녀도 인상을 쓴다.
…진짜 나 맞아?
홀린 듯 계속 관찰한다.
키는… 전보다 훨씬 작아졌다.
어림잡아 150 중반.
하지만 워낙 비율이 좋아서 처음에는 키가 줄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다음은 몸이다.
이런 몸매는 본 적이 없다.
머리통만 한 젖가슴을 달고 있는데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정도로 발달한 골반.
잘록한 허리와 대비되는, 튼실한 허벅지와 엉덩이.
보는 순간 천박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섹스 어필이 과도한 몸이었다.
마치 그게 목적으로 태어난 것처럼….
“지리는 몸이네.”
이런 여자랑 섹스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그야말로 섹스를 부르는 몸이다.
멍하니 중얼거린 혼잣말에 반응하듯, 메시지가 쏟아졌다.
[신사「귀축 용사」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신사「요승」는 당신이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사「젖가슴 애호가」는 당신의 가슴이 아주 좋다고 평가합니다]
환각이 아닌가?
[숙녀「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 당신의 음마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음마행? 뭔 개소리야.
나는 관자놀이 부근을 더듬었다.
이상한 기계장치라도 심어 놓았나.
머리를 툭툭 치면서 고개를 흔들고 있자, 메시지는 금세 사라져서 다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나한테 왜 지랄인데? 나와!”
이씨.
내 뇌를 여자 몸에 옮겼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국방부의 비밀 프로젝트냐?
이 시발 개 변태 새끼들.
왜 멀쩡한 남자를 여자로 만들어?
이 여성의 외모가 끝내주는 건 사실이다.
길거리에서 지나치다가 봤으면 여자친구가 있어도 정신없이 쳐다봤겠지.
…문제는 그게 내 모습이라는 거다.
잦은 작업으로 햇볕에 그을렸던 구릿빛 피부는 새하얗게 변했고.
쇠질하면서 두꺼워졌던 팔 두께는 보호 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가냘프게 되었다.
냉동 먹고 쪘던 뱃살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허리는 마른 여자들 못지않게 가늘다.
바라던 대로 예쁜 여자가 됐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갓난아기가 되어 세상 빛을 봤더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환생했구나’ 하고.
그러나 숲속에 알몸으로 덩그러니 버려져,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단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형제는 있는지, 애당초 뭘 하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거기에…….
알게 모르게 관음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누가 날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싹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산을 내려가서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서에 가면 입을 옷이랑 지낼 곳도 어떻게든 되겠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남자로 살아봤으니 안다. 이렇게 생긴 여자는 길 한복판에 무일푼으로 떨어져도 어렵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걸.
최악의 상황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굶어 죽는 것이다.
산 타는 건 자신 있지만, 신발도 없이 맨발로 나아가려니 엄두가 안 났다.
그래도 어떻게든 사람을 찾아야 해.
부모님, 친구들한테 연락해서 내 상황을 알려야 했다.
여자가 돼버렸다고…….
믿어주기는 할까?
“거기 누구요?”
그때,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듣고 이쪽을 알아차린 듯했다.
“여기요!”
맨발로 서서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바로 소리를 냈다.
달리 방법이 없다고는 하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수풀을 헤치고 나온 게 정상적인 사람이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
털 많은 아저씨는 날 보더니 몹시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귀한 분이 계신 줄 모르고.”
귀한 분?
그 짧은 사이에 뭘 보고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했지만,
정상적인 반응이라서 안심했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나는 부대 얘기를 꺼내려다가 관뒀다.
대화가 한참 겉돌게 될 테니.
신속하게 사람 사는 곳으로 나가서 부모님, 친구들에게 전화부터 할 계획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저씨가 내 몸을 흘낏거렸다.
그 마음이 이해되어, 좀스럽게 가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알몸이라서 가리려는 시도는 의미 없다.
“어쩌다 조난됐어요.
짐도 잃어버려서 곤란해요.”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산속을 나체로 돌아다니는 미친 여자라고 오해받으면, 도움받을 가능성이 확 줄어들 것 같아서.
“아저씨. 걸칠 것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산에서 내려가는 길만 가르쳐 주시면 나머지는 알아서 할게요.”
아저씨는 지금 보니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 듯했다.
오른손에는 낡은 장작용 도끼가 들려 있었는데, 사람을 치려고 든 건 아니겠지만 경계하는 편이 좋아 보였다.
여차하면 고추킥 때리고 도망가지 뭐.
1 대 1은 자신 있었다.
속된 말로 가오가 차오른 나는 더더욱 과감하게 말했다.
“신발도 빌려주시면 좋고요.”
“모험가분이셨군요.”
아저씨가 힐쭉 웃었다.
“이 근방에는 고블린들이 많이 나와서 위험합니다.”
……고블린?
서브 컬쳐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녹색 피부의 못생긴 소귀(小鬼)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바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연세가 지긋한 아저씨의 말에서 맥락 없이 ‘고블린’ 이라는 단어가 나온 이유를 바로 깨닫지 못했다.
“따라오세요.”
도끼를 든 털 많은 아저씨는 등을 돌리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나는 맨발로 조심조심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긁히고 까지고 난리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걸을 만하네.
오히려 걷는 데 방해되는 건 머리만 한 젖통이었다.
넘어지지 않게 허리를 곧게 펴고 따라 걷는다.
아저씨는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며 내가 따라오는지 확인하면서 나아갔다.
오두막은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었다.
조난됐다고 말한 게 무안할 지경이다.
“아저씨는 여기 살아요?”
“예.”
TV에서 나오는 자연인. 뭐 그런 건가?
아저씨는 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았다.
“들어오시지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내가 원래 몸이었어도, 이런 상황에 모르는 사람 집에 함부로 들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아저씨가 고집을 부리며 들어오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는 별말 없이 오두막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나는 별생각 없이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조물조물.
“…….”
다들 내가 여자가 됐다는 걸 믿어줄까?
군 복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최악의 경우 군무 이탈에 병역기피 얹고 육군 교도소행이다.
이런 몸인데 계속 복무할 리는 없고…….
앞으로 스무 살 강시현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착잡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아가씨.”
어느새 아저씨가 내 근처에 와 있었다.
생각하기 싫지만, 아가씨라는 건 나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네?”
아저씨의 표정이 추악하게 일그러졌다.
찡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그 얼굴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1초 이상이 걸렸다.
남자로 살 때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에 자루가 씌워졌을 때, 그것이 추잡한 욕망을 드러낸 표정이라는 걸 알았다.
“웁!? 우웁!”
자루가 조여지면서 바로 숨쉬기가 버거워졌다.
아저씨는 몸부림치는 날 껴안고 내 목덜미에 거친 숨결을 불어댔다.
으으윽. 씨발……!!
바로 고추킥을 날렸지만, 아저씨는 미동도 하지 않고 두꺼운 팔로 나를 붙잡았다.
숨 막혀!
내 힘이 이렇게 약했던가?
아저씨는 잔뜩 흥분한 상태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가씨는 신이 주신 선물이야!”
“뭐?!”
“내 색시 하자!”
“지랄하지 마!”
나는 몸을 비틀며 온 힘을 다해 저항했다.
아저씨는 나를 쌀가마니처럼 어깨에 둘러업고는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게 오두막 안이라는 건 뻔한 일이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했더니 오줌 쌀 정도로 무서웠다.
씨발, 남자한테 따먹힐 순 없어!
나는 갓 낚인 활어처럼 허리를 튕겨 어떻게든 아저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바동거리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작정한 범죄의 대상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다.
그게 성범죄라면 더욱더 그렇다.
이대로 강간당한 후에 증거 인멸을 겸해서 처참하게 살해당하거나 야산에 파묻힐 가능성도 있었다.
색시로 삼겠다는 선언 때문에 강간이 목적이라는 건 명백해졌지만…….
아저씨의 신부가 되는 게 죽는 것보다 낫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씨발. 놓으라고. 개새끼야!”
아무리 살벌하게 욕설을 내뱉어도, 털보 아재는 감미로운 음악이라도 듣는 것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발소리를 들어 보니 벌써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갑자기 바닥과 충돌한 나는 숨을 모조리 토해냈다.
“흐윽!”
곧 자루가 벗겨졌다.
수갑이 채워진 후에.
털보 아재는 주저앉은 나를 흐뭇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는…… 감옥?
조잡하지만, 한때는 작업실처럼 쓰였던 모양이다.
옆에는 무두질한 동물 가죽과 거꾸로 매달린 짐승 사체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겁이 났다.
이 새끼가 변태 쾌락 살인마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울고 싶었다.
하지만 사나이였던 시절의 가오를 총동원해서 내 속마음을 분노로 가득 찬 표정 뒤로 숨겼다.
“여태껏 내가 본 광경 중에 최고야.”
“이거 풀어! 나는 네 색시 될 생각 없다고! 아저씨 평생 감옥에서 썩고 싶어?”
털보 아재는 비린내가 날 것 같은 추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몸으로 고블린이 나오는 산속을 돌아다니는 여자의 말을 누가 믿겠나?”
“좋아서 알몸으로 있는 게 아니라고!”
나는 뒤로 기어서 벽에 등을 기댔다.
“벌써 고블린 새끼를 배지는 않았겠지?
그러면 괴물 놈은 목 졸라 죽이고 내 씨를 자궁에 뿌려주겠어.”
“좆까!”
수갑을 풀기 위해 손목이 부러질 정도로 힘을 넣었지만, 소용없었다.
왜 이렇게 단단해!
조선 시대에서나 썼을 법한 조잡한 수갑 주제에!
아재가 바지 벨트를 풀고 나한테 다가왔다. 털이 수북한 사타구니 사이로 잔뜩 힘이 들어간 자지가 걸음걸이에 따라 좌우로 흔들거렸다.
그것은 나한테 몹시 친숙한 신체 부위였다.
언제나 내려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지가 내 눈높이보다 위에 있었다.[작품후기]매 화마다 작품 설정으로 시현의 H 스테이터스를 볼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진행 상황에 따라 갱신되므로, 설정을 함께 읽으면 더 재밌어요!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