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ghly another world TS thing RAW novel - Chapter 217
217회
서큐버스 게임
「제일 좋은 방」이라고 하면 황자님의 개인 방이다.
평소 연구실에 틀어박히기를 좋아하는 황자님은, 이 방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니 내가 써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타인이 자기 방에 살면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정중하게 사양…하지는 않고, 암컷답게 눌러앉았다.
“침대가 푹신하고 좋네요.”
기노단은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침대 위를 뒹굴뒹굴.
안 쓰는 방이라고 내버려 둔 건 아니었는지 좋은 냄새가 난다.
“…방 주인이 보는 앞에서 침구류 냄새 맡지 마라.”
“안 좋은 냄새는 안 나는데요.”
“당연하지. 루아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루아라면, 별택에 머물던 금발 메이드다.
문 틈새를 엿보니 어느새 황자님 옆에 와 있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루아를 찾아라.
나는 연구실에 있을 테니, 방해하지 말고.”
“네.”
루아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얼떨결에 나도 머리를 숙였다.
감옥에서 벗어나 식객이 된 나.
내 생각에 신분의 차이는 여기서 발생하는 것 같다.
천장의 높이.
그리고 나를 위해 일해줄 사람이 있는지.
“반가워요. 시현 님.”
“오염 수치가 많이 줄었네요.”
루아의 오염 수치는 11%였는데, 지금은 9%다.
일로넨의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
“네, 주인님 덕분에.”
“다행이에요.”
“시현 님은 오염되지 않는 체질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
루아는 머뭇거렸다.
“부러워요?”
“네….”
“만약 오염되지 않는다면 뭘 하고 싶어요?”
“주인님의 도움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게….”
참한 메이드네.
우리 집에는 보지 씻기기가 특기인 메이드가 한 명 있었지….
집을 비운 후에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있는 동안,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울게요.”
“감사합니다. 주인님도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맡기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세요.”
루아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고 물러났다.
얹혀살면서 아무것도 안 하면 좀 그러니까, 일로넨 연구에 협력하자.
이미 나는 약의 효능을 검증할 데이터를 의뢰받은 바 있다.
권역 포탈을 연다.
앞서 약의 시험에 협력해준 신애 말고도 오염 치료에 흥미를 보인 둘.
헤나와 클로라.
완전히 좆집 생활에 익숙해진 트리샤, 유피넬 말고 두 사람은 여전히 가능하다면 일하고 싶은 듯하다.
그래서 나는 둘에게도 일로넨을 주었다.
오염 수치가 낮아지는 효과는 미미하지만, 교배섹스 생각에서는 멀어질 수 있는 모양이다.
이대로 꾸준히 오염 수치를 낮추면 언젠가 두 사람도 제정신으로 돌아올까?
…그런 기대도 잠시,
약을 받아 간 두 사람은 30분도 안 되어, 비르와 부욱에게 붙잡혀 교배섹스에 노출되었다.
…아마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어려울 듯싶다.
아니면 약이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거나.
지금 효과로는 장기간 감금하고 투약해야 간신히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그마저도 계속 먹었을 때 똑같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일로넨이 사람들을 구원할 빛이 되는 건 한참 먼 미래가 될 듯싶다.
약 대신 결계라면 어떨까?
권역으로 온 김에 디네스를 찾는다.
젖탱이가 큰 분홍 암컷은 고블린들의 씨받이가 되어 치열하게 섹스 중이었다.
“훠이.”
끈덕지게 사정하는 고블린을 물러나게 하고, 교배프레스 형틀에 갇힌 디네스에게 다가간다.
“흐으응…. 으…. 읏….”
말을 할 상태가 아닌 것 같다.
이제 본인의 몸도 지키지 못하는 처녀 결계.
한 번 꿰뚫린 후로는 고블린 자지에도 맥없이 보지 팡팡 당해서 뻗어버리는 걸 알 수 있다.
아멜리아가 말한 결계의 활용이란, 강간으로 오염되지 않게 결계를 의무화하자는 뜻이겠지.
그래도 고블린, 오크와 더불어 사는 사회 같은 건 상상하기도 힘들다.
‘나 같은 게 황제가 된다면….’
다시는 없을 음란 제국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태자비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가능성이 열린다.
하지만 마음대로 될까?
처음 모험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 혈족은 나라와 맞서도 될 만큼 강해졌다.
그런데도 이 중요한 순간에 나는 내 결혼 상대조차 스스로 정할 수 없다.
내 입김이 좀 닿은 상대라고 하면 두메른 정도?
과연 이대로 기다리기만 해도 좋은 것일까?
퀘스트를 마친지도 좀 지났는데, 왜 어머니는 아무 말도 안 하실까.
“….”
시야 끄트머리에 붉은 인영이 보였다.
홀린 듯이 그쪽으로 걸어간다.
피의 권역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여인이라고 하면 한 사람뿐이다.
릴리스….
그녀에게 충분히 가까이 다가갔을 때, 주변에는 아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권역에 우리 둘만 덩그러니 남은 것 같다.
“오랜만이에요.”
“헤매고 있구나.”
“시키는 대로 원형 경기장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왜 더는 길잡이를 해주지 않느냐고?”
“네.”
“너는 이미 정답에 다다랐으니까.”
어머니의 음성이 몹시 부드럽다.
그대로 안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포근해.
“언제 달성했는지도 모르고 지냈어요.
내 음마행이 마음에 들었어요?”
“음마행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뭐예요? 어머니가 원하는 음행이라는 게.”
“이제 말해도 좋겠지.”
어? 진짜?
말해준다고?
지금까지 쭉 수수께끼로 남았던, 「궁극의 음행」….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짝 긴장했다.
“알려주세요.”
“파멸이다.”
“파멸?”
“너 자신을 파멸하게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공을 쌓아라.”
피의 어머니가 말했다.
“너의 가치를 드높이고 스스로 파멸하라.
제 몸과 마음을 깎아 먹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음행. 성자들이 피하라고 말하는 음행이, 우리가 다다를 곳,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
몸이 화끈화끈했다.
…몇 번이고 해온 일이다.
자신을 깎아 먹는 섹스.
작위를 얻었을 때도 하찮은 자에게 젖탱이를 쥐어 짜이며 허덕였고, 전쟁 영웅이 되고 나서도 보지를 대주며 추락하는 짜릿함을 느꼈다.
피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황제가 되어 추락하라」고…!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 쾌락인가?
“못됐어. 진짜….
이런 못된 쾌락을 내 몸에 가르치고 있었어요?”
“원하지?”
끄덕.
“빼어난 이가 되어 열등한 자에게 범해지도록 해라.
너를 가졌다고 생각한 수컷에게, 보란 듯이 다른 수컷과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마침내 후원을 돌려받을 때가 된 듯하구나.”
“진짜 이런 구체적인 답안이 있을 줄 몰랐어요.”
얼굴 없는 마네킹이 웃는다.
“답 없이 한가로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인 줄 알았느냐.”
“좀 더 빨리 가르쳐주면 안 됐어요?”
“부조리한 섹스에 분노하기만 하던 네가 지금처럼 깊이 이해할 수 있었겠느냐?”
“….”
“파멸하는 쾌감을 내게 다오.
무진장으로 다오. 알았느냐? 나의 사랑스러운 서큐버스야.”
“네. 어머니.”
…다 왔구나.
이제 여황제 퀘스트는 필요 없었던 거야.
애초에 이 모험은 애초에 붙잡힌 공주님을 구하는 용사의 모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공든 탑을 쌓아야만 했던 이유.
「무너뜨리기 위해서」…….
이런 과정이 없으면 그저 단순히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에 불과하니까.
딱히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 막 떠오른 아이디어다.
언제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서 보지 팡팡 당했나?
나 같은 천박한 여자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이 폼 잡고 있는 황자님을 참교육하고 싶다.
상상한 것만으로 자궁 문신이 타올랐다.
제대로 된 암컷이라면 강제로 덮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지.
나는 별택에 온 당일은, 아이들을 돌보며 얌전히 지냈다.
시운이, 시훈이에게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참젖을 물리고.
세이나와 침대 위를 뒹굴뒹굴.
책도 읽어주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나니 깊은 밤이 되어 있었다.
기노단 황자님이 밤을 틈타 나를 덮치러 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서두를 필요 없다.
반드시 그렇게 될 테니까.
다음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몸을 씻고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었다.
평소처럼 핫팬츠에 비키니로 변형하는 촉괴들을 말린다.
“오늘은 노출 없는 여성용 정장으로 부탁해.”
흠칫.
촉괴들이 술렁거린다.
“…엄마가 야하지 않은 옷 입는 게 그렇게 신기해?”
대답 대신 젖가슴을 쭈읍 쭈읍 빨아대는 아이들.
잠시 후, 거울 앞에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 아니라, 그라비아 아이돌이 컨셉 화보를 찍은 것 같은 내 모습이 있다.
‘젖탱이 존나 크네….’
단정하게 입으려고 했는데 부푼 젖탱이 굴곡이 없어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가슴을 압박하는 속옷을 주문한다.
내가 아무리 예뻐도 수컷의 취향에 맞추는 노력은 필요하니까.
생각해 보니 전신 타이즈 입었을 때를 제외하고,
허벅지를 가리는 롱스커트 같은 걸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좋아. 아주 예뻐.’
언제나 허벅지를 보여주고 다니는 나라도, 가리는 게 매력적일 때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릴 필요가 없었을 뿐이지.
‘황자님도 예쁘게 봐주겠지?’
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자, 섹스하러 가볼까?
“방해된다. 나가.”
연구실로 가자마자 들은 소리였다.
“잔심부름이라도….”
“필요 없어.”
…부들부들.
모처럼 차려입고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아?
“어제 세 명의 여자에게 일로넨을 썼어요.
경과보고도 안 들을 거예요?”
“그것부터 먼저 말해야지. 멍청한 녀석아.”
“필요 없으면 돌아갈게요.”
“기다려.”
고개를 돌린 기노단은 나를 보고 뻣뻣하게 굳었다.
어때, 예쁘지.
기노단 왈
‘자기가 예쁘다는 걸 잘 알고 이용하려는 역겨운’ 태도로 턱을 치들고 우쭐한다.
예뻐 죽겠지~?
“…무, 무슨 꼴이냐. 그게.”
“말 더듬을 정도로 예뻐요?”
“큭!”
“역겨운 짓 좀 해봤어요. 어때요?”
“역겨울 뿐이다!”
“정말로? 정말로?”
옆에 가서 촐랑거렸더니, 황자님은 몹시 당황했다.
“이잇! 설치지 마라. 아무리 단정하게 입어도 속알멩이가 천박하면 의미 없다!”
“보고하러 왔을 뿐인데, 말이 심해요.”
“효과는 있었나?”
나는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황자님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뜨악하는 표정을 짓길래 쫓겨나는가 싶었지만, 황자님은 목까지 올라온 말을 집어삼키고 다시 연구에 몰두했다.
접근 성공.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예쁘게 차려입고 눈에 띈 건 좋은데,
억지로 몸을 들이대며 유혹해 봐야 역효과만 날 뿐.
평범한 여성이라면 여기서 막힌다.
하지만 나라면?
옆에서 일 돕는 척하다가 결정타를 꽂을 수 있지.
“그 위에 쌓아둔 병 좀 다오.”
“여기요.”
“고맙다.”
나는 자연스럽게 황자님의 손발이 되어 잔심부름을 도왔다.
“웬일로 기특하게 구는지 모르겠군.”
“황자님 집에 얹혀사는 꼴이잖아요. 그래서 도와주겠다는 거예요.”
“미리 말해두지만, 돈은 없다.”
“누가 돈 달래요?”
“집중에 방해될 뿐이야.
잔심부름이 필요하면 루아를 부르면 돼.”
“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성처리 담당」같은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윽…. 그거 성희롱이에요.”
“애초에 네가 이상한 짓을 하니까 그러지!”
“성처리 담당이래…. 우엑. 급발진하는 것 좀 봐.”
“…내 실언이다. 인정하지.
네 사고방식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긴 거다.”
결국, 나를 쫓아내는 건 포기한 모양이다.
이 시점에 음행술을 쓴다.
기노단은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엎어졌다.
음행술은 아스테와 여관에 머물렀을 때 배운 스킬이다.
상대의 꿈에 들어가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기노단은 이게 꿈이라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만든 연구실과 똑같은 공간에서 일을 계속한다.
꿈에 침투한 나는 똑같이 조수 역할을 자처하며 옆에 있었다.
음행술로 만든 꿈속에서는 내가 많은 것을 조종할 수 있다.
상대방의 욕구를 부추기는 것도 아주 간단하다.
꿈속에서 꿈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꿈결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것처럼.
꿈 세상에 개연성은 필요 없다.
“앗….”
기노단이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나를 덮쳤다.
다짜고짜 츄츄라니….
황자님이 싫어하는 천박한 입맞춤 아냐?
“이러면 안 돼요. 황자님.”
“가만히 있어.”
음행술 하나로 입장이 역전.
“황자의 아기씨를 받고 싶은 거잖아? 그런 꼴로 날 유혹하고….”
“아니야…. 그런 적 없어요.”
“이, 괘씸한 젖…!”
두근두근.
옷 위로 젖가슴을 사로잡힌 나는 앙탈 부리듯이 허리를 살살 비틀었다.
“안 돼….”
“소원대로 해주겠어.”
기노단은 귀까지 빨개진 채로,
열심히 내 몸을 끌어안고 꼼지락거렸다.
웃음이 나는 걸 간신히 참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