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ghly another world TS thing RAW novel - Chapter 239
239회
비열한 최면기도
* * *
시현이 금오의 탑에서 잘생긴 황자님들과 씨뿌리기 섹스에 몰두하는 동안, 아스테는 수도행 마차에 올라탔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이 탈 수 있게 개조된 정기 운행 마차는, 예정대로 5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마치고 수도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녀가 이른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이유는 간단하다.
두메른이 그녀의 지기 싫은 성미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음이 해이해졌다는 걸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오크는 평생을 투쟁과 섹스 속에 살며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여자를 탐한다고 한다.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에 젖은 아스테가 따라잡히는 건 필연이라면 필연이었다.
물론, 아직도 아스테는 많은 사람이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할 별이었다.
향후 백 년은 유리검을 넘어설 자가 없을 거라고 점치는 사람도 있다.
그 예측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마물 사냥에 온 힘을 다하는 아스테는 지금도 최강이다.
결과적으로 두메른은 그날 밤의 결투로 아스테의 현역 복귀를 앞당긴 셈이었다.
“….”
패배.
아스테가 그 두 글자를 머리에 떠올렸을 때는, 오크의 진한 자지 냄새와 목구멍을 두드리던 좆물 세례의 압박을 기억해낸다.
그것은 마치 조금 전에 일어난 일처럼 선명하게, 아스테의 뇌리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경험이었다.
“저길 봐.”
“유리검이다….”
“유리검 님이야.”
“세상에, 정말로 예쁘잖아.”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는다.
그중에는 일부러 투신전의 섹스를 재연하는 것처럼 허리 흔드는 시늉을 하는 못돼먹은 양아치도 있었지만, 아스테는 자신을 모욕하는 무리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런 일에 마음 쓰는 건 아스테의 방식이 아니다.
아스테는 곧장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친절한 접수원이 방긋 미소 지으며 아스테를 반긴다.
“오랜만이에요. 아스테 님.
오늘은 어떤 임무를 찾으러 오셨나요?”
“최근 도시 근처에 하피가 발견된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아! 벌써 들으셨군요? 황후님이 토벌 명령을 내리셨어요.”
“설명을 부탁합니다.”
“하피가 대량 발생해서 가축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삼장 중 하나인 카펠라가 부활했기 때문이래요.
모험가들이 나서서 처리하고 있지만, 마수 때와 달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적이라서….”
“토벌에 진전이 없습니까?”
“네! 아스테 님이 맡아주신다면, 정말로 든든할 거예요.”
아스테는 고민 없이 임무를 수락했다.
실은 그녀가 수도에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피의 대량 발생.
두메른의 배신으로 우두머리를 잃은 하피 무리가 투신전에 난입한 적도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하피는 날이 갈수록 교활하게 날뛰어 어린아이를 납치하거나 가축을 죽이는 등 큰 피해를 내고 있었다.
“놈들이 다시 뭉치면 위험할지도 몰라요.
예전에 카펠라의 공중 강습 때 목숨을 잃은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되니까….”
“내가 정리할게요.”
아스테는 담담하게 말했다.
뽐내거나 자랑하지 않고, 자신이라면 능히 해낼 수 있다고 단언하는 자신감.
접수원은 손을 맞잡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고맙습니다. 아스테 님.
주제넘은 참견일 수도 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적에 대항할 방법은 있으신가요?”
“소리 폭탄을 준비할 생각이에요.”
하피는 귀가 예민하다.
아스테는 도구점에 들러 소리 폭탄을 대량으로 구매할 생각이었다.
“역시….”
접수원은 예상한 듯이 눈을 내리깔았다.
“지금 어딜 가도 소리 폭탄은 구할 수 없을 거예요. 하피가 워낙 많아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전에 같이 다니던 마법사분과 연결해 드릴까요?”
아스테는 파티가 익숙하지 않다.
협력보다는 단독행동.
먼저 앞질러 나가서 해결하는 걸 선호하는 그녀라도, 가끔 파티를 맺을 때가 있다.
황자님들의 의뢰를 받았을 때다.
서안이나 신루는 틈틈이 유리검과 임무를 수행하며 친분을 쌓았다.
모험가 길드에는 ‘루’ 라는 신루의 위장 신분 모험가와 아직도 연결 고리가 남아 있었다.
‘있으면 좋겠지만….’
아스테는 알고 있다.
시현이 금오의 탑에 들어갔다는 것을.
제국 신민이라면 모를 수 없다. 그러니 신루와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마침 어제부터 아스테 님을 기다리던 마법사분이 계셨는데요…!”
“혹시 이름이 루입니까?”
“아뇨. 그분 소개로 왔다고 하시던데.
아스테 님이 오면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
신루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신루의 라인을 사용하는 누군가가 있다.
하피 토벌 임무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험가….
아스테는 약간의 흥미가 동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연결해 주세요.”
아스테는 상대가 찾아올 때까지 모험가 길드 구석에 등을 기대고 서서 기다렸다.
거리에서는 그녀를 향해 성희롱하는 무리도 있었지만, 모험가 길드에서는 여전히 아스테의 위압감이 대단했다.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며 아스테가 왔다고 확인할 뿐,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거나 관찰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곧 길드 문이 열리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별 볼 일 없이 생긴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
아스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남자의 행색이 너무 초라해서 신루 황자와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스테와 아주 깊은 연관이 있었다.
“헤, 헤헤. 안녕하세요.”
“…?”
아스테는 슥하고 고개를 들었다.
말쑥한 체형의 남자가 수줍은 듯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다.
그를 떠올리기 위해 한참을 바라봐야 했다.
“저 기억 안 나세요? 왜, 투신전에서….”
“투신전….”
아스테는 눈살을 찌푸렸다.
싫었던 기억이 확하고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 앞에 있는 건 최면술사 크릭스였다.
“당신이 어떻게?”
“잊으셨습니까? 저는 신루 황자님의 대전사였어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죠.”
아스테는 크릭스를 날카롭게 쏘아 봤다.
“어어…. 제가 불편한 건 알지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안 좋은 얘기를 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뭡니까?”
“히히….”
크릭스가 아스테의 아랫배….
마치 그녀가 아기를 밴 게 아닐까 기대하는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아스테는 참지 못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기다려주세요.”
“할 얘기 없습니다.”
“저한테 진 게 분해서 그래요?”
“….”
“알아요. 저는 우연으로 당신을 이겼지요. 그런 기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아요.”
아스테는 이 남자가 껄끄럽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최면술 같은 걸 배우는 인간의 정신머리가 정상일 리 없다.
아스테는 편견 이상으로 이 남자의 추잡한 좆 찌르기에 팡팡 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놓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명백히 싫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아스테의 인생을 통틀어 극히 드물다.
크릭스는 그런 취급도 좋다는 듯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변변찮은 재주지만, 이번 사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왔습니다.”
“….”
아스테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피를 쓰러뜨려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하피를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하피를?”
“그 녀석들이 견디지 못할 불쾌한 소리를 개발했거든요. 히히….”
“다른 사람을 데려가면 될 텐데.”
“엄청나게 많은 수의 하피를 끌어들일 텐데요?”
“문제라도 있습니까?”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목숨을 맡길 수는 없지요.
하피 떼를 눈앞에 두고 도망칠지도 모를 사람과 함께 갔다간 저도 죽은 목숨이니까요.
하지만 아스테 씨는 절대 그러지 않겠죠….”
“….”
“이 악몽 소음 장치를 한번 써보고 싶어요…. 꼭….”
크릭스는 괴짜였다.
그와 동기였던 흑의인이 대놓고 찌질이라는 말을 썼을 만큼.
구석에 처박혀 자기만 아는 걸 연구하길 즐겼지, 심성은 못 돼 먹었지, 최면술로 여자를 탐닉할 생각만 했기 때문에 왕따나 다름없었다.
그런 크릭스가 아스테와 함께 서 있다….
그것만으로 몹시 부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아스테는 아름다운 외모와 강한 실력으로 누구나 동경하는 우수한 사냥꾼이었으니까.
크릭스는 관중들 앞에서 그녀와 섹스한 사실을 평생 훈장으로 삼을 만큼 심성이 비뚤어진 인간이었다.
“…황자님과는 무슨 관계입니까?”
“신루 황자님과 저는 서로 자주 돕는 사이입니다.
같은 주제로 밤새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취향이 아주 잘 맞는지라…. 히히….”
“….”
묻지도 않은 것까지 떠벌리는 크릭스를 보며, 아스테는 한숨을 쉬었다.
“알았습니다. 함께 가죠.”
“감사합니다.”
크릭스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번에 허튼수작을 부리면 힘 조절이 될지 장담 못 합니다.”
“제가 그런 놈으로 보이십니까?”
아스테는 말없이 크릭스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
“제 첫인상이 나빴던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투신전에서 일어났던 일로 계속 원망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맞는 말이다.
쳐맞는 말.
상대가 시현이었으면 두들겨 맞았을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
크릭스의 뻔뻔함은 옆에서 보던 모험가도 혀를 찰 만큼 지독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신들의 뜻으로….
말하자면, 제가 아스테 씨와 할 수 있었던 건 하늘의 뜻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만.”
아스테는 크릭스의 성희롱을 단호하게 끊었다.
“일이나 하러 갑시다.
그 얘기로 원망받고 싶지 않다면.”
“예!”
크릭스는 큼직한 배낭을 짊어지고 아스테의 뒤를 따랐다.
모험가들은 크릭스와 아스테의 조합을 보며 경을 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마 두 사람… 그 일을 계기로 사귀는 건 아니겠지.”
“찌질이 크릭스가?”
“씨발.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면 세상이 잘못된 거지.”
“…하지만… 같이 걸어갔는데?”
“비즈니스 관계겠지.”
“야, 대체 무슨 비즈니스를 한다는 거야.
혼자서 못 잡는 게 없는 유리검이 남자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라고 하면….”
“아…! 제길! 그만 말해!”
아스테가 떠난 후 길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크릭스를 데리고 다니면 투신전 일로 구설에 오른다.
사람들의 망상은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남자친구, 혹은 크릭스가 그녀를 보지 노예로 만들었다는 추문까지 단숨에 부푼다.
아스테가 알면 아주 싫어할 상황이지만, 그녀는 이런 이치를 잘 몰랐다.
검사로서는 특출나게 우수하지만,
평범한 여자로 지낸 경험이 적기 때문에 남자와 얽힌 일에는 거의 무방비했다.
자신이 아무리 강한 무력이 있더라도,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크릭스를 떨쳐내기는 충분했을 텐데.
아스테는 그러지 않았다.
필요한 건 일을 처리할 능력.
그녀의 세계관에는 그것뿐이었기 때문에.
반대로 말하면 크릭스가 제 몫을 못 하면 아스테는 바로 떠날 생각이었다.
“자, 악몽 소음 장치를 켜겠습니다.”
“…그 기계가 그거예요?”
“역시 흥미가 생기십니까? 백 번이 넘는 실패 끝에 탄생한 기적의 역작입니다. 처음에는…….”
“….”
크릭스는 기계를 개발하기까지 걸린 수고를 장황하게 떠벌렸다.
저 고철 덩어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무시하고 혼자 가면 된다.
그녀에게는 아무 기대도 없었다.
내심 크릭스를 한심한 남자라고 깔보는 중이라고 해도 좋다.
‘…황자님이 이런 남자를 왜 거뒀는지도 모르겠어.’
“자, 켭니다.”
“귀를 막을까요?”
“사람한테는 무해하니까, 괜찮습니다.”
아스테는 뒤로 물러나 크릭스가 하는 걸 지켜봤다.
저 멀리 하피의 형체가 간신히 보이는 정도.
크릭스는 주머니에 든 촉매를 기계 장치에 잔뜩 박아 넣고 마침내 장치를 작동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반신반의했는데, 하피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스테는 살짝 당황하는 마음으로 유리검을 빼 들었다.
‘정직하게 설명한 거였어…?’
“헤헤, 자, 옵니다!
악몽 소음 장치로 놈들이 거슬리는 소리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제 아스테 씨만 믿을게요!”
“…그래요. 엎드려 있어요.”
“우오옷! 하피가 내려온닷!”
크릭스는 자기 몸보다 소음 장치가 소중한지 알을 품은 새처럼 몸을 굽혔다.
“카아악!”
하피는 광폭한 상태로 크릭스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 발톱이 크릭스의 등에 닿는 일은 없었다.
아스테가 유려한 동작으로 검을 휘두르자, 멀리 떨어져 있던 하피들이 하나둘 격추된다.
이미 서안과 협력해서 하피를 잡아본 적 있기 때문에 아스테의 거리 조절은 완벽했다.
형을 맺은 참격을 날려 소리에 유도된 하피를 무아지경으로 쓰러뜨려 나간다.
곧 하피 시체가 크릭스 근처에 수북이 쌓였다.
“으하하!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