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ghly another world TS thing RAW novel - Chapter 48
48회
타깃 확보!”크악!”
때마침 앞에서 싸우던 병사들이 무너지면서, 오크 무리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비르는 덩치 큰 오크들에게 맞서 온몸에 벼락을 휘감고 뛰쳐나갔다.
“또 뭐야?”
“붉은 고블린이다!”
제국 병사들 사이로 빠르게 동요가 퍼져 나갔다.
아군인가, 적인가!
비르의 행동으로 모든 게 정해지는 찰나의 순간, 빛이 사라지는 것처럼 어두워졌다가 벼락불이 터져 나왔다.
촤아악!
비르의 일격이 덩치 큰 오크들의 목을 동시에 갈라버렸다.
체급 차를 우습게 뒤집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태교 버프「추잡한 똥구멍 섹스」 덕분이야!
비르는 땅에 착지해서 몰려오는 오크를 쌍검으로 베어 넘기며 춤추듯 움직였다.
그 피 튀는 검무에 눈을 뺏긴 사이, 비르를 지나쳐 다가온 오크들이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시현 씨!”
케인이 나 대신 몸을 던졌다.
“크윽!”
“암컷. 예쁘다. 흑발 암컷. 예쁘다!”
“으윽…!!”
오크는 충혈된 눈으로 몸을 밀어붙인다.
척 봐도 힘에 부치는 것 같지만, 케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앗!”
오크의 몸이 앞으로 쏠린 틈을 타, 검 손잡이로 가격하고 밀쳐낸다!
트리샤는 케인이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민첩하게 오크의 몸을 타고 올라가서 목을 가른다.
나는 비르를 안심시킨 후, 두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온다.
비르는 이미 많은 오크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우리 몫이다.
“가세하겠네!”
“고마워요.”
하지만 여기도 우리만 있는 게 아니야.
제국 병사들이 난입하며 힘의 균형은 다시 팽팽해진다.
아니, 비르가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앞으로 빠져나간다!
“두나라만!”
북방 오크는 북쪽 숲에서 본 오크들보다 훨씬 강했다.
한 마리도 케인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세 사람씩 달라붙어야 결판이 났다.
하지만 비르는 오히려 다수의 오크를 상대하는 기량을 뽐냈다.
비르를 품고 있을 때 온갖 추잡한 섹스로 버프를 만들었지.
공격은 치명적이고, 지치지 않으며,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세 배로 강해진다.
“저 고블린은 뭐지?”
“끝내주는군!”
좋아. 뜻대로 흘러가고 있어.
적어도 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비르가 사람 편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겠지.
오크를 도륙 내는 솜씨가 아주 예술이야.
비르만 있으면 돼.
오크가 아무리 많아도 문제없어!
벼락불이 튀면 오크의 피가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졌다.
“흐읍!!”
“케인! 애 못 보고 죽는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트리샤 씨.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트리샤는 숙련된 모험가답게 자기 몸을 돌보면서도 틈틈이 케인을 살폈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출중한 재능 덕인지,
케인이 오크를 쓰러뜨리는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르의 활약에 힘입어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와아아!”
“앞으로! 오크들 다 죽여버려!”
“부홋. 고블린 강하다!”
“쿰척쿰척….”
“고블린 이길 수 없다!”
좋아!
한쪽만 밀어붙여도 유리하게 싸울 수 있어.
그때, 반대편으로 한참 떨어진 장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저 폭발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마법이다.
헤나의 파이어 볼.
병사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트리샤와 케인, 그리고 나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헤나도 싸우고 있다.
심지어 마법 한 방으로 균형을 무너뜨려서, 저쪽에도 병사들이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폭발로 일어난 흙먼지를 함성으로 가르고 나타난 제국군.
위세가 아주 대단했다.
우리 쪽 지휘관은 어디에 있지?
적들을 몰아내기 딱 좋은 타이밍 같은데!
“충격에 대비하라! 놈이 온다!”
지휘관은 말 고삐를 당기며 소리쳤다.
쿵. 쿵. 쿵.
북인지 징인지 잘 모를 소리가 규칙적으로 세 번 울린다.
경고 신호. 어쩌면 위험 신호일지도 몰라.
“트리샤. 케인. 돌아와!”
비르는 정신파를 받고 잽싸게 복귀했다.
땅 울림이 점점 커진다.
아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다. 흩어져!”
모래 돌풍이 일어나 모든 걸 집어삼켰다.
그게 돌풍이 아니라 무언가가 땅속에서 뛰쳐나왔기 때문에 생긴 여파라는 걸 알았을 때.
그것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었다.
뱀장어처럼 미끈한 피부에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체형.
상어처럼 무수히 돋아난 삼각형 이빨이 입안을 가득 채운 괴물.
오크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바로 알았다.
이놈이 장군이다!
“톱니 오크다!”
“정면으로 맞서지 마라. 물러나라!”
톱니 오크가 아가리를 벌리고 돌진했다.
휘말린 제국 병사들은 그대로 사지가 찢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못 하게 막아!
나는 비르에게 정신파를 날렸다.
비르는 즉시 벼락의 칼을 빼 들고 톱니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할 수 있지?!
“크르륵!”
비르의 몸이 튕겨져 나와, 가슴이 철렁했다.
톱니 오크는 기습을 알아차렸을 뿐만 아니라 빠른 공격 전환으로 비르의 어깻죽지를 찢어 놓았다.
중상을 입은 비르는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어 다녔다.
안 돼!
“가면 시현 씨도 죽어요!”
“비르. 권역으로 도망가!”
비르는 포탈을 열었지만, 이미 늦었다.
톱니 오크는 아가리에 흥건한 피를 털어내고 비르를 씹어 삼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르도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카아악!”
이빨이 몸에 박히는 걸 감수하고 휘두른 일격이 벼락불을 일으켰다.
톱니 오크는 큰 타격을 받고 물러났지만, 비르 역시 핏물을 질질 흘리며 헐떡인다.
“저 고블린,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지금도 살이 붙고 있어…!”
“악마의 소행이다!”
“하지만 오크와 싸우고 있잖아!”
악마의 소행.
그 말대로였다.
비르의 몸에서 벗어난 혈육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끈질긴 정도가 아니잖아?
다른 생물체였으면 확실하게 죽었을 공격에도, 비르는 일어나서 전투를 이어 나간다.
톱니 오크는 땅을 파고 들어가서 비르의 발밑에서 뛰쳐나왔다.
“으악!”
병사들은 그 여파만으로 비명을 지르며 엎어진다.
모래 소나기를 얻어맞으면서도 눈을 뗄 수는 없다.
신관 고블린을 불러, 비르에게 지원을 명한다.
그러자 비르는 오크의 아가리에 매달린 상태로 몸부림쳤다.
떨어질 듯한 팔로 눈알을 후비고, 울부짖는다.
“카악. 고나카라투!”
톱니 오크는 비르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을 생각으로 입에 물고 머리를 흔들었다.
회복만으로는 부족해!
“트리샤. 비르를 구해야 해!”
“내가 해볼게.”
트리샤는 몸을 낮추고 톱니 오크에게 다가갔다.
비르의 몸은 넝마처럼 찢겨,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궁병. 준비!”
“쏴!”
제국 병사들의 지원사격이 톱니 오크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 정도로 되겠어?!”
헤나의 지원 마법은 제국 병사 백 명을 웃도는 화력이었다.
하늘에서 불꽃이 빗발친다!
엄청난 화력 지원이었지만, 톱니 오크는 굴복하지 않았다.
“두메른. 오바르타!”
톱니 오크가 소리치자,
이제껏 관망하고 있던 오크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클로라. 시간 벌어 줘. 영창할게!”
“으, 응! 알았어!”
검을 꼬나쥐고 시기를 가늠하던 제국 병사들이 돌격하는 오크에 맞서 부딪친다.
힘 대 힘.
제국군의 검과 갑옷이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오크들이 벌써 근처까지 다가왔다.
“시현 씨. 도망쳐요.”
“비르는 살아있어.”
“살아있어도, 저 아가리에 물려 있는 이상 꼼짝도 못 해요!”
비르의 정신파가 느껴진다.
비르는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케인 말대로, 톱니 오크의 아가리에 물린 이상 벗어날 방법이 없다.
입 안쪽으로 돋아난 이빨은 그런 역할이다.
살점을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억지로 끄집어내면 뼈와 살이 분리되겠지.
이대로 있으면 제국군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남아 있으면 오크한테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도망칠 때가 아니었다.
“트리샤가 뭔가 해본다고 했어.”
“그러면…!”
케인은 달려오는 오크를 밀쳐내며, 검을 바로 잡았다.
“저도 남겠습니다.”
트리샤는 어디에 있지?
다들 좁은 간격으로 붙어 있어서 위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트리샤의 존재는 톱니 오크의 반응으로 확인했다.
“놈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누가 교란하고 있는 거야.”
톱니 오크는 비르를 입에 문 채, 좀처럼 공격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트리샤다.
귀찮게 하는 일이라면 자신 있다는 것일까?
톱니 오크를 중심으로 사과 깎듯이 뛰다가, 짧은 칼을 던져 빈틈을 찌른다.
대단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톱니 오크는 비르를 놓쳤다.
신관 고블린이 즉시 비르를 치료한다.
늦었나?
“시현 씨! 이제….”
오크들이 온다.
수가 너무 많았다. 비르가 회복되는 것보다, 수십 마리의 오크가 나를 둘러싸고 강간하는 게 더 빠를 듯했다.
두렵다. 너무 두렵다.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온갖 약한 생각이 들끓었다.
“시현 씨! 도망쳐야 해요.”
“끝까지 싸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싸우는 수밖에 없다.
“아이를 버리고 도망치는 부모가 어딨어?”
지금껏 죽어라 비르를 이용한 나라도.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게 바른 일인지는 알고 있다.
“…함께 하겠습니다.”
“폼 잡기는.”
“마지막인데 그 정도는 해도 되잖아요.”
“누가 마지막이래. 비르는 살아있어!”
비르가 몸을 일으켰다.
저렇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일어서다니, 대단한 정신력이다.
[엄마 나 믿는다]
비르의 정신파가 내게 닿았다.
회복이 좀 더 빨랐다면 상황이 바뀌었을까?
애초에, 내가 정령을 더 많이 벌어뒀다면….
이씨….
후회가 자꾸 퍼져 나간다.
“시현 씨. 뭔가 이상해요.”
“왜?”
“병사들이 쓰러지지 않아요.”
어, 그러네?
금세 다 밀릴 줄 알았는데.
제국군은 왠지 좀비처럼 일어나서 계속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 돌격에 힘을 쓴 오크는 거꾸로 밀리기 시작했다.
전황이 변했어.
왜지?
“아. 자애로운 빛의 여신이여.
고통에 떨고 있는 어린 양을 당신의 빛으로 보살피소서.”
이 목소리는….
“그레이트 힐.”
유피넬이다.
이 엄청난 치유 능력은 대체 뭐야?
제국 병사들이 벌떡 일어나서 다시 싸운다.
“신관이다.”
“고위 신관님이야!”
“이길 수 있다. 밀어붙여라!”
“빛의 여신, 일레시아가 우리와 함께한다!”
“우오오!”
나는 유피넬에게 감식을 사용했다.
[유피넬(악몽) 정신 오염 74%]
또 한 단계 변했어.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교배 프레스 형틀에 고정된 상태로 고블린의 자지를 요구할 때보다 지금 모습이 더 추잡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유피는 케인이 작별 선물로 건넨 희고 예쁜 신관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마치 천사처럼 밝은 얼굴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고 있었다.
“유피…! 저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케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나도 왜 유피넬이 저렇게 멀쩡한지 모르겠다.
“아, 서방님! 지금 바로 치유해 드릴게요. 여신의 힘으로!”
비르의 몸은 조립되는 것마냥 다시 붙기 시작했다.
히익. 뭐야 저건!
대체 힐링 섹스를 얼마나 했길래 숙련도가 저렇게 오른 거야?
병사들이 고위 신관이라고 착각할만하다.
“비릇!”
하지만, 잘 됐어!
바로 역전이다!
나는 정신파로 지시를 내렸다.
“비르! 오크를 이용해서 접근해. 같은 편이 걸리적거려서 움직이지 못할 거야!”
“비르르!”
비르 부활.
정말 죽었다 살아난 상태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건강해 보인다.
유피는 황홀한 표정으로 볼을 붉혔다.
“아, 서방님. 늠름해. 어서 죽여주세요.”
비르는 오크들의 머리를 짓밟고 뛰어올라, 톱니 오크의 머리에 벼락의 칼을 꽂아 넣었다.
거의 동시에 파이어 볼이 톱니 오크의 등에 직격했다.
아니, 비르한테 맞으면 어쩌려고!
톱니도 자기 부하 아끼느라 사렸는데, 헤나는 사람이 휘말려도 눈 하나 깜빡 안 했다.
“야! 빨간 고블린. 네가 안 했어도 내가 처리했을 거야. 우쭐대지 마!”
“비르르?”
같이 잡은 셈 치면 되지. 시끄럽네.
“톱니 님이 쓰러졌다!”
“게에엑!”
“도망쳐라!”
오크들은 우두머리를 잃자마자 사방팔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러면 잡으러 가지도 못하겠네.
다들 방금 전투로 기력을 완전히 소진해서 움직일 힘도 없어 보였다.
“거기 서! 귀 내놓고 가!”
헤나 빼고.
“뜨겁다. 뜨겁다. 인간 마법 뜨겁닷!”
도망치는 오크를 따라가며 등에 마법을 쏘아대는 집념.
저런 자세는 보고 배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