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ghly another world TS thing RAW novel - Chapter 50
50회
인생의 절반 손해
“내 이름 말이냐? 그렇게 알고 싶다면 알려주마.
하지만 명심해라. 나는 위협에 굴복한 게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고블린을 시켜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게 만든 철면피도 자기 몸은 소중한가 보지?
“너희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기 전에 물러설 기회를 주마. 그래도 내 이름을 듣겠느냐?”
“비르.”
비르가 긴 혀를 내밀고 금발녀의 목덜미를 할짝거렸다.
“히윽!!”
혐오감으로 몸서리치는 걸 보니, 이 세계 처음 왔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네.
저 뽀얀 피부 좀 봐.
젓가락 드는 것보다 힘든 일은 해본 적도 없는 것 같아.
곱게 자란 영애라는 건 금방 알아봤다.
정체도 어느 정도 눈치챘다.
이건 그저 확인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이름은?”
“…아멜리아. 파누스 제국의 황녀다.”
역시.
가족이 얽힌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 황자가 우리한테 직접 와서 맡기려고 했겠지.
무슨 이해관계가 얽혔는지 몰라도, 병사들이 목숨 걸고 마물과 싸우는 지금….
황녀가 마물 편을 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정말로 황녀님?”
“그럼 우린 전부 반역죄로….”
트리샤와 케인이 우왕좌왕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저분이 황녀님이라고?”
심지어 헤나조차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제국의 황녀라는 권위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다 온 나는 못 느끼지만, 제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황녀한테 결례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될 정도로 당황하는 게 보통이겠지.
그런 이유로, 황녀 아멜리아는 결박당한 채 주저앉아 있지만,
오히려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나는 머리카락을 쓱 뒤로 넘기면서 보란 듯이 한숨을 쉬었다.
짜증 나네.
욕이라도 먹어야 정신 차리려나?
“그 황녀가 왜 마물이랑 붙어먹는데?
지령서를 쓴 것도 너지. 아니라고 잡아뗄 생각은 하지 마.”
“이것은 황족의 문제. 모험가 따위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나는 감식을 사용했다.
[아멜리아(처녀) 정신 오염 0%]
“자. 그러니 말해라.
대체 누가 나를 잡아 오라고 사주했지? 도하 오라버니냐?”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질문하는 건 네가 아니야.”
“뭐?”
“내가 봤을 때 너는 그냥 개년이야. 황녀고 뭐고, 오크 밥으로 주기 전에 똑바로 대답해.”
“시, 시현아…!”
트리샤는 창백한 낯빛으로 나를 말렸다.
뭐? 말이 심하다고?
어쩌라고.
“알아들었냐. 쌍년아?”
“…….”
“…….”
생전 처음 듣는 모욕이었는지, 아멜리아는 입술을 뻐끔거렸다.
“내가 황녀라는 걸 몰랐을 때는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내가 황녀라는 걸 알면서도 나를 모욕했겠다!”
나는 브레이크를 부쉈다.
비르는 나라는 억제기가 떨어지자마자, 황녀님에게 달라붙어 키스했다.
“우읍!?”
황녀님의 예쁜 입에 추잡한 고블린 혀가 처박힌다.
비르는 그대로 아멜리아의 머리를 붙잡고 입술을 들이마시듯 빨아댔다.
“츄루룹. 츄웁. 츄룹.”
“~~~~!? 읍! 읍! 으으으읍!”
아멜리아는 황녀의 체면 따위 모조리 내버린 다급한 표정으로 몸부림쳤지만,
비르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츄루루루. 쪼옥. 쪼오옵. 츕. 츕.”
“~~!! 읍! 우엑…. 옥…츕…. 오엑!”
구역질해도 멈추지 않는다.
비르는 아멜리아의 목구멍까지 길쭉한 혀를 집어 넣고 그녀의 입안 전체를 꼼꼼하게 범했다.
비르가 더럽다는 건 아니지만, 황녀님의 하얀 치아나, 선홍빛의 도톰한 입술이 돌기투성이 혀로 뒤덮이는 걸 보고 있으니
성역을 더럽히는 것 같아, 살짝 꼴렸다.
“그만둬. 황녀님께 뭐 하는 짓이야?”
헤나가 나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상황 파악이 안 돼? 황녀가 괜히 여기로 도망쳤을까?”
“그건….”
“떳떳하면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야지. 왜 마물이 득시글거리는 안쪽으로 도망쳤겠어?”
헤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실제로 제거당할 뻔했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은 하지 마.”
“황녀님이 대체 왜 그런 짓을?”
“비르와 츄츄하다보면 말해주겠지.”
“우븝. 읍. 으에엑. 읍. 으흐읍.”
“츄루룹. 츕. 츄우웁♥
고블린 키스 정도로 눈알 까뒤집기는.
청초한 황녀님 표정이 엉망이네.
“츄오옵. 츄봅. 쫍. 쫍.”
“~~~~! 윽… 에엑…. 윽…. 극….”
“시현 씨 말이 옳아요. 반역이니 뭐니 했지만….
실제로 제국에 반역하는 행동을 한 쪽은….”
케인은 황녀를 보았다.
모두 한 발자국 물러나서 지켜보기로 한다.
황녀한테는 신선한 경험이겠지.
고블린따위가 자신의 입을 빨아대고 있는데, 구해줄 사람이 없으니.
“그만.”
비르가 혀를 뽑았다.
황녀님의 목구멍을 범하던 비르의 돌기 혀가 주르르 뽑혀 나온다.
“켁! 켁! 흐윽…. 흐으읏….”
1%.
황녀님의 정신 오염 수치가 갱신되었다.
유피넬이나 트리샤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자연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의 오염도지만, 없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황녀님은 이제 고블린한테 츄츄 당하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이런 심한 일을….”
“고블린들한테 붙잡힌 사람들은 더 심한 일을 당하겠지.
나는 시작도 안 했어.”
“큭. 이런 짓을 하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왜 그랬는지 말 안 할 생각이지?”
“천한 것들에게 말할 이유는 없다.”
“말하지 마. 그러면. 제국이 똑바로 돌아가는 나라라면, 판사 앞에서 얘기하게 될 테니까.”
흑막이 아멜리아라는 걸 알았으면 됐다.
그녀를 데리고 서안 황자님에게 돌아가면 임무는 끝이다.
“헤나. 클로라. 도와줘서 고마워.”
“앗! 대단한 일도 아니었는데요.”
클로라는 겸손한 태도로 볼을 붉게 물들였다.
“우리도 같이 갈래. 황녀님이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까지 봐야겠어.”
“헤나….”
“그러든지.
어차피 너희가 포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씀드릴 생각이었거든.”
“누구에게?”
“직접 보면 알아.”
“황녀님을 잡아 오라고 할 수 있는 사람.
황위 계승권을 가진 황자 중 한 분이겠네.”
“추측에 대답할 생각은 없어.”
빠짐없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가진 패를 모두 까발릴 수는 없다.
인적 없는 숲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가 황녀를 사로잡은 이유를, 이 장소에 있는 모두가 알아버린 이상.
아멜리아를 뺏길 가능성도 생각해야 해.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헤나와 나의 기 싸움으로 연결되었다.
굳게 입을 다물고 눈을 마주치고 있기를 몇 분.
헤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좋아.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도 의뢰인 얼굴을 봐야겠어.
불만 없지?”
“내가 황녀님을 위험하게 둘 것 같아서 그래?”
“그것도 그렇지만, 우리가 잡았잖아?
받을 게 있다면 우리 몫을 챙겨야지.”
“좋아.”
나는 손을 내밀었다.
“잠시 동맹 맺자.”
“….”
헤나는 내 손을 빤히 바라봤다.
“왜?”
“한가지 약속해. 방금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방금 같은 일?”
“그러니까…. 키스 말이야.”
“그렇다고 때릴 수는 없잖아.”
필요하다면 때릴 수도 있겠지만, 이쪽이 효과적이다.
“여자를 성적으로 겁박하는 건 비열한 행동이야. 납득할 수 없어.”
속으로 뜨끔했다.
계속된 음마행 때문에 어느새 사람처럼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걸까.
고블린 키스로 넋 나간 황녀님의 예쁜 얼굴을 보며, 꼴린다고 생각했다.
반성할 마음이 남아있었구나.
마왕 루트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해.
길을 잘못 드는 순간….
나는 아멜리아보다 더한 악녀가 된다.
“알았어. 안 할게. 내가 감정적이었어.”
헤나는 씩 웃고, 시원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네 고블린. 대단하던데.
그래도 내 마법이 좀 더 낫지만.”
“비르라고 해.”
“비르르.”
비르가 나를 흉내 내며 손을 내밀었다.
헤나는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짓는다.
“불쾌해.”
“대단한 고블린과 악수할 기회인데?”
“…하아. 살짝만이야.”
비르가 예고 없이 헤나를 껴안았다.
“케케!”
“으악! 이 망할 고블린. 본성을 드러냈구나. 죽여버리겠어!”
“비르가 고맙대.”
“떠, 떨어져엇~!”
‘예쁜 암컷이 많아서 행복해’ 라니….
비르의 속마음이 정신파로 전해져서, 실소가 나왔다.
“헤나. 예쁘다. 헤나!”
“진짜 태워버린다!”
“비르. 그쯤 해.”
“비르릇.”
헤나는 흐트러진 옷을 정돈하면서 숨을 골랐다.
“돌아가면 옷부터 버려야겠어.”
“비르는 깨끗해.”
“쿡쿡….”
“클로라. 지금 웃었지?”
“앗…! 아니야. 안 웃었어.”
헤나는 클로라를 데리고 와서, 비르한테 밀쳤다.
“야! 고블린.
얘도 안아 줘. 얼른!”
“히야악! 싫어. 싫어요! 잘못했어요!”
“비릇?”
“싫어!! 싫어엇!”
“나만 안기면 불공평하잖아!”
“비르. 해줘.”
비르가 클로라의 풍만한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제대로 성추행인데?
“싫어!”
“케에엑!”
클로라는 진짜 마법을 행사했다.
거센 물줄기를 얻어맞은 비르는 바닥을 한참 뒹굴었다.
“야! 공격 마법을 쓰면 어떻게 해?”
“그렇지만…! 흐윽. 고블린이 내 가슴 만졌어.”
“비르는 괜찮아.”
나는 두 사람을 안심시키고, 비르를 일으켜 세웠다.
“비르. 멀쩡하다.”
“통나무정도는 절단할 힘으로 때렸을 텐데. 용케 사지가 붙어 있네.”
“헤, 헤나~! 그 정도 힘으로 때리지는 않았어.”
“비르는 마법에 내성이 있으니까.”
태교 버프…【농밀한 질내사정 섹스】덕분이다.
“들을수록 말이 안 되는데.
너는 대체 뭐야? 황궁 소속?”
“너희들과 마찬가지지. 모험가야.”
…무면허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모험가 아닐까?
철학적으로 말해 보았지만, 경력 사기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저기.”
케인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뭐?”
“왜?”
“…황녀님 데리고 빨리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제 완전히 밤인데.”
“흠. 풋내기 검사치고는 좋은 지적이야.”
아멜리아는 아직도 고블린 키스의 여운에 빠져있는 듯하다.
옮기려면 어떻게 하지?
에 가둘까.
…아니.
소굴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황녀한테 그 공간을 드러내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거기에, 권역이 멀쩡한 여자한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케인. 네가 황녀님을 업어.”
“제가요?”
“떨어뜨리면 큰일이네.”
트리샤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으으.”
“너밖에 없어. 유일한 남자에, 짐꾼이잖아.”
“비르도 있잖아요.”
“황녀님은 고블린을 엉덩이에 깔고 가는 걸 원치 않으실걸?”
아멜리아가 정신을 차렸다.
“네, 네놈들!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셈이냐.”
“일단 입부터 막을까.”
“불쌍해요….”
클로라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물방울을 만들고 있었다.
…그걸로 막으면 질식하는 거 아니냐?
“제가 업을게요.”
“저리 꺼져라. 꺼져!”
“자, 자. 황녀님. 어부바합시다. 어부바~”
트리샤가 케인의 등에 아멜리아를 올린다.
자세가 잘 안 나오는데.
“등에 태우지 말고 이렇게 들어. 이렇게.”
나는 군대에서 배운 부축법을 몸짓으로 보여주었다.
다들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나를 바라본다.
“…시범 보여줄게. 내려 봐.”
나는 아멜리아를 어깨에 둘러업었다.
조금 힘에 부치기는 했지만, 체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 단숨에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오오….”
다들 감탄하고 있네.
이렇게 업는 거 처음 봐?
분명히 털보도 나를 이렇게 업었는데…. 윽.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시현 씨. 무슨 훈련이라도 받았어요?
능숙하네요.”
“납치도 잘할 것 같아.”
“놓아라!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황녀님 몸 진짜 부드럽네.
나도 모르게 감촉을 즐기고 말았다.
“이제 해봐. 케인.”
“이렇게…. 앗! 윽!”
케인은 황녀님의 무릎으로 얻어맞았다.
무수한 시도 끝에 황녀님을 둘러업는 데 성공했지만, 벌써 연병장 열 바퀴는 돌고 온 것처럼 지쳐 보인다.
“어물거릴 시간 없어. 빨리 벗어나자.”
헤나는 묘하게 서두르는 눈치였다.
“주변에 적 감지. 세 마리 있어요.”
클로라의 주변에 물방울이 모여들었다.
“…느낌이 안 좋아. 황녀님도 있으니 바로 탈출하자.”
“아까 그 홱홱 이동하는 마법은?”
“블링크는 연비가 안 좋아. 당분간 못 써.”
헤나의 예감은 정확했다.
추격자들은 완전무장한 오크였는데, 뒤룩뒤룩 살찐 오크와는 다르게 몹시 예리했다.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포위망을 좁혀온다.
“계속 뛰어!”
화살이 날아들었다.